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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메를린의 친구 프리드의 친구
작가 : 티안
작품등록일 : 2017.8.18

메를린의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한 어릿광대의 이야기.

 
03. 스프링 몽키들의 공격 (2).
작성일 : 17-10-04 23:32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10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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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퍼퍼퍽-

 둔탁한 타격 음 뒤로 이어진 것은 피에르의 비명이 아닌, 스프링 몽키들의 신음과 비명이었다. 살며시 한쪽 눈만을 뜬 루나의 눈에 저마다 분개하거나, 고통으로 인상을 찡그린 스프링 몽키들이 들어왔다.

 

 우읏...하고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 루나가 시선을 내려 바닥을 응시했다. 바닥에는 피에르가 조금 전까지 저글링을 하던 자그마한 색깔 별 공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곧 피에르가 입을 열면서 타고 있던 첼레이트 채로 그 자리에서 점프했다.

 

 "아마 꽤 아플 거야. 그건 통통 튕기는 진짜 공이 아니라, 안에 조그만 구슬들이 가득 들어 있는 거거든."

 

 우직- 점프했던 첼레이트가 그대로 깔려있던 스프링 몽키의 명치를 찍었다. 그러자, 키에에에엑- 비명을 지르는 스프링 몽키. 그 모습에 남은 스프링 몽키들이 겁먹은 듯 선뜻 다가서질 못하고 있었다.

 

 다시금 그 멋진 춤사위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 반, 스프링 몽키와 피에르에 대한 두려운 마음 반으로 힐끗 고개를 들었던 루나가 재차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에는 피에르의 춤을 추는 듯한 무위가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는데, 지금은 비명도, 고통에 찡그리는 스프링 몽키의 얼굴조차도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원래 이렇게 무서운 거였던가...? 분명 그 때는...멋있었는데...

 

 "스마일, 스마일! 좀 웃어봐. 왜들 그럴까?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왜 그러는지 다 알면서 짐짓 그렇게 얘기하는 피에르. 그는 계속해서 첼레이트 째로 제자리에서 점프하고 있었고, 자연히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깔렸던 스프링 몽키의 명치를 찍으면서 연신 비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곧 더는 참지 못했던지 깔려있던 스프링 몽키가 다시금 피에르가 점프하는 그 순간에 맞춰 고래고래 소리친다.

 

 키웨! 키우키우웨 키키!

 그러자, 남은 스프링 몽키들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쿵-빠직, 재차 첼레이트 바퀴가 스프링 몽키의 명치를 찍으며 섬뜩한 소음을 자아냈다. 자연히 깔려 있던 그 원숭이가 비명을 질렀을 때, 선두에 나선 스프링 몽키를 시작으로 남은 스프링 몽키들이 일제히 피에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피에르는 웃었다.

 

 "스마일, 스마일"

 

 빙글- 페달이 뒤로 한 번 돌았다가, 다시 앞으로 빠르게 돌았다. 피에르는 그대로 돌진하면서 몸을 숙였다. 가장 선두에서 회전하며 박치기를 하려던 스프링 몽키가 그대로 피에르를 지나쳐갔다.

 

 연이어 온 각기 손톱, 발톱, 꼬리 휘두르기라는 나머지 원숭이들의 공격 역시 자연히 허공만을 스쳤다. 이렇듯 손쉽게 피하면서 재빠르게 양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좍- 양 옆으로 펼친 피에르의 손에서부터 확실하게 세 마리 스프링 몽키들의 몸을 스치거나 베었다는 감각이 전해졌다.

 

 스스슥- 키키아악-

 세 스프링 몽키들의 고통에 찬 비명에 이어서 쿵- 하는 큰 소음이 울렸다. 피에르가 몸을 숙임에 따라 그대로 그를 지나쳐갔던 스프링 몽키가 어딘가에 부딪힌 듯했다. 더는 듣기 힘들었는지 루나가 양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면서 자연스레 귀를 막았다.

 

 "스마일, 스마일."

 

 빙긋- 웃으며 피에르가 얘기했다. 그 모습이 더 자극을 주었던지 그 자리에 있는 흥분한 세 마리 원숭이들이 연신 피에르를 공격하지만, 그는 마치 묘기 부리듯이 첼레이트를 탄 채 우측, 좌측 등 피해내면서도 지척에 접근한 그들의 몸을 연신 베어갔다. 그러면서도 얄밉게

 

 "오, 위험해~ 위험해~"

 

 하고 말하기도 하고,

 

 "조심, 조심~ 아? 살았네?"

 

 빙그레- 웃으며 전혀 긴장감 없는 듯한 말투로 말을 내뱉기도 했다. 한 스프링 몽키가 꼬리로 그를 휘어 감으려 하자, 재빨리 그 자리에서 첼레이트 째로 점프해 한 바퀴 빙글- 돌면서 그대로 제 몸을 휘감으려던 스프링 몽키의 몸을 바퀴로 찍어 눌렀다.

 

 "이야, 깜짝 놀랐네. 아, 스마일, 스마일. 웃음을 잃으면 안 돼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얄밉게도 지껄이는 피에르. 그러나 거기까지 얘기했을 때, 우키이이이이이! 하는 커다란 외침이 들리며 꽤나 멀리까지 간 듯한 스프링 몽키 한 마리가 돌아왔다.

 

 쿵- 점프해서 온 듯 그대로 바닥에 큰 소음을 자아내는 모습에 피에르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완 다르게 돌아온 스프링 몽키를 보며 바퀴에 깔린 스프링 몽키를 포함해 남은 두 명의 원숭이들은 환호했다.

 

 곧 자기들끼리 뭐라 말을 주고받는가 싶던 네 마리 스프링 몽키들. 피에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런 원숭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하는 걸까나."

 

 그러면서도 아까 그랬듯이 첼레이트 째로 점프하는 그. 바퀴가 떨어지면서 동료가 고통을 받기 전, 돌아온 스프링 몽키가 있는 힘껏 각종 과일이나 나무 열매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정확히 바퀴에 맞았다.

 

 미끌- 바퀴에 무언가 묻음에 따라 깔아버린 스프링 몽키의 몸에서 조금 빗겨졌을 때, 쏜살같이 깔렸던 원숭이가 나와 스프링 꼬리를 이용해 높이 점프했다. 피에르가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이내 "스마일, 스마일!" 하고 말하며 빙글빙글 웃었다.

 

 그리곤 높이 솟아오른 스프링 몽키를 바라봤다. 곧 그 스프링 몽키에게 반투명한 푸른 공이 날아왔다. 철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약간 몸이 푸른 색 느낌이 나게 된 스프링 몽키가 그대로 힘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꽤 다친 상태인 두 놈은 이번엔 선뜻 공격하진 않고 스프링 꼬리를 이용해 연신 곳곳에 튀다가 재차 정면으로 공격하는 스프링 몽키와 함께 피에르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정면에서 공격하려던 스프링 몽키 역시 푸른 빛 공에 맞아 털썩- 무릎 꿇었다.

 

 피에르는 처음으로 끄으- 하는 신음을 흘리며 첼레이트와 함께 옆으로 몸을 던졌다. 쿵! 높이 솟아올랐던 스프링 몽키가 떨어진 것은 이 즈음이었다.

 

 피에르의 움직임에 맞춰 그 근처를 스프링 꼬리로 튕기면서 배회하던 두 스프링 몽키 중 한 명이 떨어진 스프링 몽키의 몸에 깔려 버둥거렸고 한 놈은 기어코 피에르의 몸에 박치기를 먹이는 데에 성공했다.

 

 "컥!"

 

 외마디를 내뱉은 피에르가 타고 있던 첼레이트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피에르!]

 

 [피에르!]

 

 깔렸던 스프링 몽키가 높이 솟아오를 때 즈음 돌아온 메를린과 프리드가 동시에 피에르를 불렀다. 곧 프리드가 얼마 안 남은 그의 정령 마력을 이용해 근처 나무를 '복제 생성'시켰다.

 

 남은 한 마리 스프링 몽키가 나무에 그대로 부딪혀 우키악! 하는 우스꽝스런 비명을 내지르곤 떨어졌다. 이제는 아예 두려움에 벌벌 떨기만 하던 루나 역시 분명 피에르가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처음에 보여줬던 피에르의 압도적인 무위는 흡사 춤사위를 벌이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일으켰지만, 현재 보여 지는 장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스프링 몽키보다도, 루나는 스프링 몽키를 잔인하게 죽이는 피에르가 더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마을에서도 사람들은 가끔 몬스터를 토벌하러 나가잖아? 그러니까 피에르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루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목책을 넘어 몬스터가 들어온 것을 본 적도 있었고, 그 넘어온 몬스터를 처리하는 사람의 모습도 봤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몬스터가 목책을 넘어오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간 적이 있긴 했다지만, 본다 해도 루나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나 봤을 뿐이지, 이토록 지척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처음 피에르의 무위를 본 것이 처음이었으니 이번이 이제 겨우 두 번째일 뿐이었다.

 

 "끅, 흐윽..."

 

 루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신음 섞인 울음이 작게 흘러나왔다. 그 소릴 들었음일까? 아니면 냄새를 맡았음일까? 키키이이이...하는 특유의 소릴 내며 한 나무 위에서 루나를 바라보는 스프링 몽키 두 마리. 루나와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기에 정령들은 이 둘을 눈치 채지 못했다.

 

 곧 스프링 몽키들끼리 그들만의 언어로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한 마리는 나무를 타면서 어디론가 향했고, 한 놈은 특유의 스프링 꼬리로 한 번, 두 번 연이어 도약하면서 순식간에 루나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한편, 피에르는 스륵- 반만 눈을 떴다.

 

 [감히 원숭이들 주제에 피에르를 괴롭히다니!]

 

 메를린이 화를 내고,

 

 [괜찮아? 괜찮아?]

 

 프리드가 루나의 말을 따라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더없이 반갑다는 미소를. 겉보기에만 매우 여유로워 보였을 뿐, 자꾸만 빠져나가는 정령 마력으로 인해 스프링 몽키들을 상대하면서도 그는 계속 피곤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다.

 

 그랬기 때문에 실상은 초조하고 힘들었었다. 그래서 뒤늦게 제 부탁을 수행하고 와준 정령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정령들 혼자 보내는 일은 좀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정령 마력이 쑹텅쑹텅 빠져나가 내심 얼마나 놀랐던가? 처음에만 진짜 여유로웠다 뿐이지, 갈수록 여유를 잃어가려 했던 피에르였다. 그 때마다 평소처럼 스마일, 스마일! 하며 웃어보였지만 말이다.

 

 [앗, 피에르! 스프링 몽키야!]

 

 [앗! 정말이다!]

 

 뒤늦게 루나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몬스터의 기척을 감지한 메를린이 소리쳤고, 뒤를 이어 프리드가 얘기했다.

 

 정령들이 바라본 방향, 가리킨 방향이 루나가 숨어있는 곳임을 인지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피에르가 "루나!" 하고 크게 소리치며 얼른 뛰어갔다. 루나가 숨은 풀숲으로.

 

 후웅- 바람소리와 더불어 무언가가 거의 지나치듯 빠르게 오는 느낌을 루나도 느꼈음일까? 눈물범벅인 얼굴을 든 루나의 눈에 바로 코앞에서 손톱을 휘두르려 하는 스프링 몽키의 모습이 보였다.

 

 꼬리를 스프링처럼 튕기면서 도약하는 원숭이들의 속도조차 눈으로 쫓지 못하는 루나가, 몽키의 공격을 피할 만한 반응속도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꺄아악!"

 

 루나가 손으로 머릴 감싸면서 소릴 질렀고, 피에르가 소리쳤다.

 

 "안 돼!"

 

 츄악- 쉬쉬쉬악- 촤촥-

 한 차례 피가 터져 나오고, 연이어 할퀴는 소리를 잇따라 피가 튀었다.

 

 [피에르!]

 

 메를린과 프리드가 동시에 소리쳤다. 루나는 무사했다. 그 대신 피에르의 오른 어깨와 등에 선명한 할큄자국이 생겨났다.

 

 "피, 피에르..."

 

 루나가 경악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화가 난 메를린이 암청색 구를 스프링 몽키에게 날려 보내고, 연이어 프리드가 그 스프링 몽키의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쉬쉬쉬쉬쉭- 나무에 달려있던 나뭇잎들과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일부 나뭇잎들이 흡사 무기처럼 피에르를 할퀸 스프링 몽키를 겨냥하더니, 순식간에 그 스프링 몽키에게 쏘아졌다.

 

 끼에에에에에엑!

 끔찍한 고통의 비명이 스프링 몽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와 거의 동시에 피에르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내뱉어졌다. 스프링 몽키에게 날아갔던 나뭇잎들은 사실 모두 날카로운 칼날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사정없이 베고 꽂혔던 것이다.

 

 몸이 푸른빛을 띄게 된 스프링 몽키는 곧 입에 거품을 물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 주변으로 피가 흥건한 끔찍한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프리드는 씩씩거렸지만, 이내 그 자리에서 안개가 걷히듯 사라져버렸다. 피에르에게 포르르 다가가던 메를린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그 끔찍한 스프링 몽키의 비명에도, 잔인하게 스프링 몽키가 다수의 칼날에 꽂히고 베이는 듯한 끔찍한 그 소음에도 루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피에르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려도 이상할 것 없는 표정이었다.

 

 "피...에르...어...째서..."

 

 루나가 고개를 저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피에르가 자신을 지켜주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부터가 먼저 들어서 더욱 눈물이 났다.

 

 피에르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다쳤는데, 자신은 살았다고 안도하고 있다. 너무나 이기적인 스스로의 모습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곧 피에르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내가...좀 더...신경 써줬어야 했는데..."

 

 그러자, 루나의 눈에서 봇물 터지듯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피, 피에르가 흑... 왜 사과하는 거야! 피에르가...피에르가 루나 때문에...다쳤는데...흑..."

 

 울면서 하는 루나의 말에 피에르가 찡그린 얼굴을 애써 피면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루나가 지금 자신을 보는 상태인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줄 필욘 없었으니까.

 

 "스마일, 스마일. 나는 괜찮아. 그러는 루나야말로 괜찮은 거야? 슬프게 울고 있잖아."

 

 "그거야 피에르가! 끅...피에르가 다쳤잖아! 흑흑....미안해...미안, 미안해...흑.."

 

 고갤 푹 수그린 루나가 눈을 감았다.

 

 "루나가 왜 미안해?"

 

 빙그레 웃으며 물은 피에르가 손을 들어 살며시 루나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렇게 루나가 무사하잖아."

 

 "...! 피에르는 바보야. 왜 그렇게 날 지켜주려 하는 거야? 난 도움도 안 되잖아..."

 

 피에르에게서 느꼈던 두려움은 어느 샌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루나는 그저 슬프기만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피에르는 절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안도감이 들었고, 저를 구해준 피에르가 고마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미안했다.

 

 "스스로 그렇게 여기면, 진짜로 도움 안 돼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키득- 웃으며 피에르가 얘기했다. 그리곤 말을 잇는다.

 

 "왜 그렇게 생각해?"

 

 "......"

 

 루나가 무어라 선뜻 대답을 못하자, 피에르가 장난스레 웃으며 묻는다.

 

 "왜 이렇게 심각해?"

 

 "...나는...피에르에게 도움이 안 돼잖아...피에르는 나랑 같이 있어주고...날 지켜주는데...루나라는 아이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

 

 "루나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피에르의 말에 루나가 소리쳤다.

 

 "아니야! 루나, 루나라는 아이는 정말로 아무 도움도 안 돼는 걸! 내가...내가 울지만 않았어도 저 스프링 몽키가 나한테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르고"

 

 "이런?"

 

 피에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아저씨 정말 나쁜 사람인가보다, 루나가 울었는데 그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었다니."

 

 그렇게 말하는 피에르의 얼굴은 정말 진심으로 슬퍼보였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루나가 울컥-했는지 눈물이 쏟아졌다.

 

 "도움이 안 됐어! 피에르를 다치게 했다고!"

 

 "그렇지 않아, 루나는 나한테 기쁨을 준 사람인걸?"

 

 "내가...피에르에게 기쁨을 줬다고...?"

 

 루나가 그렁그렁 달렸던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물었다.

 

 "그럼. 특히 내가 묘기를 보여줬을 때, 루나가 얼마나 예뻤는데. 눈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입은 활짝 웃었지. 신기함과 즐거움이 섞이며 만들어진 기쁨이, 날 기쁨으로 이끌어주었어."

 

 루나는 당혹스러웠다. 피에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듯 고개도 갸웃- 기울였다. 하지만, 정말 기쁘다는 듯 활짝 웃고 있는 피에르의 모습을 보니 정말 자신 덕분에 피에르가 좋아하는 것 같았다.

 

 "루나는 소중해. 나도 이렇게 소중히 여기는데, 스스로도 소중히 여겨야지?"

 

 루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피에르에게 소중해?"

 

 "응, 소중하니까 데려온 거 아니겠어?"

 

 빙그레 웃으며 답하는 피에르.

 

 "내가 어떤 취급받는지 알고 불쌍해서 데려온 거 아니었어?"

 

 "그것도 맞겠지. 하지만, 그보단 개인적으로 내 욕심도 있었단다. 내가 말했었지? 내가 묘기를 보여줬을 때, 루나가 웃었던 모습이 참 예뻤다고. 그 미소를 조금 더 보고 싶었어."

 

 어느 새 울음을 그친 루나의 눈은 초롱초롱 맑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감동을 받은 듯 아름답게 마저 느껴지는 눈에 피에르가 살짝 미소 지었다. 피에르는 진심이었다.

 

 역시 마을에서는 쉬이 느껴보지 못했던 진심어린 피에르의 마음에 곧 루나의 눈에 습기가 다시 차올랐다. 피에르는 이렇게나 자신을 위해주는데, 왜 이런 피에르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자, 또 울음을 참지 못한 루나가 목 놓아 울었다.

 

 "흡, 흐아아아앙 피에르!"

 

 "이런, 이런. 루나? 스마일, 스마일. 내가 뭐랬어. 웃으라고 했잖아. 루나는 웃는 얼굴이 제일 예쁘다고."

 

 토닥토닥. 그녀의 머릴 부드럽게 토닥이면서도, 피에르는 그렇게 얘기했다. 곧 상체를 일으켜 조심스럽게 그 또한 루나를 안아 등을 토닥여준다. 차츰 울음을 멈추는 루나에게 속삭이듯 피에르가 묻는다.

 

 "루나는 소중하지?"

 

 루나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다가, 밝게 미소 짓는 피에르의 얼굴을 보곤 따라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응! 루나는 소중해!"

 

 그리고 피에르도 소중해. 뒷말은 속으로 삼키며 루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살짝 웃었다. 그만 정리하고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엉망이다. 주변 모습도 엉망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령마력이 완전히 바닥나 힘이 없었다.

 

 기절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피를 생각보다 많이 흘렸는지 어지럽기까지 했다.

 

 안 돼...버텨야 해. 버텨야 해...여기서 쓰러지면...꽉- 입술을 깨문 피에르의 입가로 피가 흘러나왔다.

 

 "피에르...? 많이 아픈 거야?... 나 때문에..."

 

 다시금 흑, 하고 울려는 루나에게 그는 눈높이를 맞추고는, 그녀의 머릴 쓰다듬어주었다.

 

 "루나 탓이 아니야."

 

 "내 탓이야! 내탓이야!"

 

 루나가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그런 소리 하지 마렴 루나...제발..."

 

 간절함이 담긴 음성. 더군다나 다소 떨리기까지 하자, 멈칫한 루나가 피에르를 올려다봤다. 피에르가 한쪽 무릎을 꿇었음에도 그를 올려다봐야 했던 루나는 다시 사정없이 일그러진 피에르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곧 피에르가 단검을 꺼내 스스로의 무릎에 박아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루나는 경악했다. 자꾸만 멀어지려는 의식을 붙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을 택한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이 루나에게 오해를 불러왔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피...에르..."

 

 떨리는 눈으로 피에르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루나에게 아차 한 피에르가 루나를 안아주며 얘기했다.

 

 "미안해, 많이 놀랐지?"

 

 "왜...내가 내 탓이라고 해서야...?"

 

 "아니, 아니란다. 필요에 의해서 한 것일 뿐이야."

 

 그러면서 무릎에 박았던 단검을 뽑아냈다. 촤악- 재차 피가 튀었다.

 

 "스프링 몽키들을 루나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영리하단다. 하지만 영리하기 때문에 속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그러면서 피에르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그 방법이란 간단했다. 자신들의 피 냄새나 동족의 피 냄새를 맡고 다른 스프링 몽키들이 올 지도 모르는 일인 상태에서 대량의 인간의 피가 발견되고 진동을 한다면, 동족이 인간을 처리하는데 성공한 대가로 죽었다는 식으로 생각할 가능성.

 

 아니, 사실 이는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루나에게 솔직하게 "이렇지 않으면 내가 쓰러질 것 같아서 이랬다" 고 얘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 방법 치곤 제법 그럴싸했는지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못 마땅한 듯 피에르를 쏘아보았다.

 

 "그래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너무하잖아 피에르!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

 

 "...알았어..."

 

 졸지에 루나에게 혼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피에르는 그렇게 많이 흘린 피를 곳곳에 발라두기만 함으로 주변을 정리해버렸다. 앞서 얘기했듯이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동족이 끔찍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면, 필시 인간의 시체도 어떻게 해서든 찾아낼 터였다. 좋으나, 싫으나, 가는 길에 또 마주칠 가능성도 있었다.

 

 빨리 가야 한다. 제 상처를 돌볼 여유도 없이 루나를 등에 업은 채, 첼레이트를 타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축축이 피로 젖은 제 옷깃을 만지게 된 루나가 연신 훌쩍훌쩍 우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평소처럼 스마일, 스마일 괜찮다고 얘기해줄 짬도 없었다. 당장 산에서 벗어나야 할 판인데, 거기까지 신경 썼다간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또 느려질지도 몰랐으니까.

 

 쏟아지는 폭포를 지나 강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자연 경관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피에르는 빠르게 산을 내려갔다. 일단 처음에 결국 스프링 몽키를 죽였던 시신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로 온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하마터면 포위당할 뻔했으니까.

 

 한편으론 가죽을 챙기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챙겼더라면 무게 때문에 움직임도 둔해져 더 다쳤을 지도 모르니까.

 

 아울러 통증은 심하지만, 무릎에 단검을 박아 넣은 짓은 결과적으로 잘한 짓이었다. 안 그랬다면 정말로 의식을 잃어버렸을 지도 몰랐다. 아무튼 거짓말 때문에 시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메를린과 프리드가 설치해둔 비애의 늪이나 기만의 장 또한 정령마력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지금 이미 사라져 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정신을 차린 남은 스프링 몽키들이 연이어 쫓아올 가능성도 있었고, 다른 곳에도 따로 몇 명 남아있어서 냄새를 맡고 쫓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현재 상태에서 모습이 발각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기에 그는 거의 쉼 없이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해서 해가 다 지고 늦은 밤이 되었을 때, 그는 가까스로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몰래 목책을 넘어가려던 피에르. 그러나 루나를 업은 채로 소리 나지 않게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큰 소리는 아니었으나, 작았기 때문에 파수꾼이 몰래 몬스터가 침입한 것으로 오해하고 말았다. 그래서 파수꾼의 공격을 받는 사소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   ‡   ‡   ‡   ‡

 

 

 캬키, 키캬우캬-

 수많은 회색 원숭이들이 모여 있는 공터. 높은 나무가 따로 없는 이 공터뿐만 아니라, 그 주위로 서 있는 나무 곳곳마다 바위 곳곳마다 여지없이 스프링 몽키들이 앉아있거나, 매달린 채로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정중앙에 있는 거대한 원숭이와 그 거대한 원숭이 앞에서 뭐라 얘기하는 한 작은 원숭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곳은 스프링 몽키들의 영역. 그야말로 그들의 군락과도 같은 곳.

 

 한 산을 거의 다 차지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수가 불어난 지금, 한 작은 스프링 몽키가 우두머리 격인 '그레이트 몽키'에게 무어라 얘기하고 있었다.

 

 얘기하는 스프링 몽키는 다름 아닌 오늘 루나를 발견하고서 그대로 어디론가 향했던 그 스프링 몽키였다. 곧 이야기를 다 들은 그레이트 몽키가 입을 열었다.

 

 캬왝!

 그러면서 엄지만을 치켜든 주먹 쥔 손을 그대로 거꾸로 뒤집고는,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이것의 의미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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