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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구로 접수
작성일 : 17-10-03 13:33     조회 : 200     추천 : 2     분량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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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 접수

 

 

 “어? 저, 저대로 부딪치면 갈매기가 부셔지잖아?”

 이글스파의 검정색 드론이 문도의 흰색 드론으로 돌진하는 걸 본 갱재 보스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잘한다~! 콱 들이받아버려!”

 아래층으로 도망치려다 멈춰선 이글스파 윤OO 오야붕이 신나서 고함을 질렀다.

 

 -휘릭, 슈우웅

 흰색 드론이 검정색 드론의 가미가제 자살공격을 피해 잽싸게 수직으로 상승했다.

 

 -슈륵 슈륵, 끼릭, 슈르륵

 저돌적으로 달려들다 목표물을 놓친 검정 드론이 방향을 돌리는데, 뭔가 움직임이 매끄럽지가 않다.

 

 드론 동호회에 가입해서 몇 번 시운전 해본 솜씨로 큰 돈 준다니까 얼씨구나 하고 달려온 초보 운전자 티가 난다.

 

 드론으로 흥신소 업무 수행하면서 특히 야간 운행에 이력이 나있는 문도의 조종솜씨를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고문도는 지금 이곳 인천 월미도에서 남서쪽으로 26Km나 떨어져 있는, 영흥도 장경리해수욕장 바위절벽 아래 자갈밭에서 흰색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상승해서 높이를 맞춘 검정 드론이 다시 전속력으로 흰색 드론을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도의 흰색 드론이 피할 생각을 않고 제자리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가만히 있다.

 거리는 불과 오륙 미터, 그대로면 몇 초 후에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어? 왜 안 피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야? 저 드론에는 최루가스 갈겨도 아무 소용이 없잖아?”

 목을 빼고 바라보던 갱재가 이해할 수 없어 중얼거렸다.

 

 -팍! 푸직!

 바로 그때 흰색 드론에서 섬광이 번쩍이며 번갯불이 검정 드론을 향해 뻗어나갔다.

 

 -피지직! 파사사삭

 번갯불을 맞은 검정 드론은 벼락맞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허공을 맴돌다 나선형을 그리며 옥상으로 추락했다.

 

 근상이가 새로 개조해 준 문도의 흰색 드론에는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이 장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5만 볼트의 전압이 가해져 검정 드론 내부의 전자장치를 망가뜨린 것이다.

 

 “아니, 저게 어찌된 일이야?”

 신나게 응원하던 윤 오야붕이 놀라서 눈살을 찌푸렸다.

 

 “안되겠습니다, 회장님! 빨리 피하시지요!”

 기대를 걸고 바라보던 김 전무도 이젠 틀렸다 싶은지 윤 오야를 부축하며 서둘렀다.

 

 “이야~잇, 이 개새끼!”

 머리 위의 공중전을 구경하던 산이슬 보스가 이젠 다시 승기를 잡았다 싶은지, 울상을 짓고 우물거리고 있는 똥개 보스에게 달려들었다.

 

 “자, 잠깐만 산이슬 보스! 내가 졌소! 항복할게, 제발 찌르지 마시오!”

 똥개가 사색이 다 되어 얼른 무릎 꿇고 앉으며 양손을 싹싹 비볐다.

 

 산이슬의 손에 수직으로 쥐어있는 삼지창 포크는 똥개가 산이슬의 허벅지를 찔렀던 바로 그 포크이다.

 똥개의 몸 어디든 찔러 난도질 하면 쉰 살이 넘은 똥개 길도개 보스는 한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할 것이다.

 지금도 콧등과 입술에 어제 밤 산이슬에게 터져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저 꼬락서니로 이글스파에서 영구히 제명될지도 모른다.

 

 “아~ 정말! 이런 씨브럴 영감탱이, 죽여버릴 수도 없고!”

 스물여덟 살 산이슬 신이수 보스가 똥개에게 포크로 찔려 피가 엉겨 붙은 오른쪽 허벅지를 누르며 고민스런 표정을 지었다.

 

 -<<윤OO 오야붕 나리! 회장님 체면이 있지 어딜 도망치려고 그러시나? >

 어느새 팔각정 식탁으로 날아온 흰색 드론에서 문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리 가! 이, 이 새끼!”

 윤 오야를 부축한 김 전무가 팔을 뻗어 휘저으며 발악했다.

 

 조금 전에 본 그 번갯불을 발사하면 두 사람은 벼락맞아 시커멓게 탄 대추나무 꼬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식탁으로 돌아가서 회의를 계속하겠소? 아니면 번갯불 한 방 맞아 보겠소? >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 높이에 정지한 드론에서 협상을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윤 오야붕! 이리 와서 앉으소. 우리도 공격 안 할 거니까 안심하시오!”

 상도동파 갱재 보스가 의자를 제자리에 끌어와 털썩 주저앉으며 윤 오야를 회유했다.

 

 “그러세요, 김 전무님! 협상을 계속 합시다.”

 연합파 책사 삼봉 주덕팔도 제자리에 앉으며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몇 장을 끄집어 내었다.

 

 “그, 그래 알았소! 회장님, 일단 자리로 가시지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김 전무가 도망을 포기하고 윤 오야를 부축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새 삼봉은 식탁 위의 랍스터 쟁반과 맥주 컵을 옆으로 밀쳐 치우더니, 꺼낸 종이 중에 맨 뒷장을 펼쳐 식탁 위에 거꾸로 놓았다.

 

 “이게 뭐요?”

 김 전무가 불안한 표정으로 A4용지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합의 각서요. 내가 읽어줄 테니까 잘 들으시오.”

 삼봉이 팔각정 조명등 불빛에 환히 보이는 거꾸로 된 글씨를 짚으며 읽어 내려갔다.

 

 내용인즉,

 첫째, 이글스파는 구로 디지털역 주변의 유흥업소에서 손을 떼고 우신장례식장의 운영권도 산이슬파에 넘긴다는 것이다.

 다만 장례식장 수익 배분은 이글스파와 산이슬파가 별도로 협의해서 정한다고 했다.

 

 둘째, 이글스파는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의 어느 건설회사에도 이글스의 알루미늄 샤시 제품을 납품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글스파가 상도동파가 설립하는 샤시 공장에 투자자로 참여할 의사가 있을 경우 양측이 별도로 협의한다고 되어있다.

 

 합의 각서의 말미에 별첨으로, 이글스파의 관할구역 축소에 따른 유휴 인력은 상도동파와 산이슬파 등 연합조직의 필요와 요청에 의해 이글스파에서 지원 파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삼봉이 오늘의 협상 진행사항에 따라 미리 몇 가지로 나눠서 작성해 온 ‘합의 각서’ 중에 맨 뒷장이니까, 연합파의 요구사항이 전부 다 들어있는 문서이다.

 

 “어떻습니까? 계속 만나봤자 이견만 분분할 거고, 그냥 이대로 결정하고 서로 사인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삼봉이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동의를 구했다.

 

 “윤 회장님, 그리 합시다! 내용 보니까, 이글스파에 그렇게 손해 가는 것도 없어 보이네, 뭐. 어 흠.”

 상도동파 갱재 보스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있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까지 했다.

 

 맨날 이글스파 하부 조직으로 설움 받다가 하루아침에 승자로서의 위세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이 기분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합의문 대로면 우리 이글스파는 구로에서 완전히 손 떼는 거 아니오? 똥개 보스가 거느리는 구로 쪽 대원들이 열다섯 명이나 되오. 그 놈들은 뭘 해먹고 살란 말이오?”

 김 전무가 난색을 표명하며 금테 안경을 쓸어 올렸다.

 

 “염려 마시오, 김 전무! 걔들 우리 노량진 샤시 공장에 데려다 쓰고 일당 넉넉히 쳐주면 되지 않소?”

 갱재가 히죽거리며 맞받아 쳤다.

 이글스파 조직원을 상도동파가 차릴 공장의 노가다 직원으로 써먹겠다는 말이다.

 

 “아니, 우리 애들을 네 놈 밑에 두란 말이야? 그것도 공돌이로?”

 윤 오야가 얼굴을 붉히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허허, 참. 말귀도 못 알아 들으시오? 그러니까 이글스파에서 우리 샤시 공장에 투자를 해도 된다고 하잖소? 그러면 이글스는 대원들 직장도 생기고, 이익금도 나눠먹는 거니까, 꿩 먹고 알 먹고 아닙니까?”

 갱재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잘 생각해 보라고 빈정거렸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노량진 건설회사에 직접 납품하면 이윤이 크지 않소? 재정비촉진지구에 향후 몇 년간은 아파트 신축공사가 지속될 거고, 우리가 거래하는 건설회사만 해도 그 물량이 엄청날 거라는 건 잘 알지 않소?”

 김 전무가 그 큰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고 고집했다.

 

 “그러니까, 노량진은 우리 샤시 공장에 투자를 하라니까요? 내가 나서면 웬만한 건설회사 물량은 다 따올 수 있단 말입니다!”

 갱재가 건설회사 영업은 현 정부의 집권당과 연줄이 닿아있는 자기에게 맡기고 자금만 투자하라고 윽박질렀다.

 

 “갱재 보스 재정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소. 샤시 공장이 아무리 투자비가 적게 든다 해도 노량진 물량 다 커버하려면 몇 억으로 되는 게 아니오. 수십억은 있어야 된단 말이오! 그런데 갱재 보스가 차릴 그런 하꼬방 같은 공장에 투자해서 우리보고 뭘 먹으라는 말이오?”

 김 전무가 갱재의 자금력을 비꼬며 되지도 않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기를 죽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김 전무님! 저희 회장님께서 노량진 샤시 사업에 수십억을 투자할 의향을 갖고 계십니다. 조만간 저희가 상도동파와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이에요. 이 참에 이글스파도 저희와 연을 맺으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삼봉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그래요? 그쪽 회장님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음.. 회장님! 어쩌면 좋겠습니까?”

 더 이상 반론을 펴기 난처해진 김 전무가 윤 오야를 돌아보며 물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자기들 우군이었던 상도동파와 산이슬파를 하루 아침에 회유했고, 지원부대 40여명까지 보내면서 신림동 이글스파 본부와 구로 장례식장을 동시에 습격했던 배후세력이다.

 

 분명히 큰 대기업 회장님이 분명해 보였는데, 하찮은 샤시 사업에 수십억을 투자한다는 말에 틀림없다 싶어, 윤OO 오야붕 회장님의 결심을 물어본다.

 

 “아, 뭐 그렇다면 우리도 굳이 노량진 건설회사에 직접 납품할 필요야 있겠나? 서로 사업상 연을 맺는 거는 좋은 일이지. 저쪽에서 우리의 지원과 투자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리 하지 뭐. 그자?”

 윤OO 회장님도 대기업과 연줄을 맺는다 싶어 망설임 없이 흔쾌히 승낙했다.

 

 윤OO의 이 한마디로 구로 디지털단지역 주변은 연합파이며 북문파 하부 조직인 산이슬파에 완전히 접수되었다.

 산이슬 보스는 그 대가로 허벅지에 똥개로부터 포크 찔린 상처는 남게 생겼다.

 

 똥개도 산이슬이 지금 포크질만 안 하고 풀어주면, 구로 나와바리 물려준 대가로 산이슬 허벅지에 흉터 남겼으니까 크게 불만은 없어 보인다.

 

 고문도와 삼봉이 북문파 기하성을 앞세워 추진하는 착한 조폭 만들기의 첫걸음은 이렇게 순조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권에 개입하는 주먹세계의 조폭들을 규합하고 선도해 가는 일이 그렇게 생각처럼 계속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마 그 끝은 과연 창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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