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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똥개의 운명
작성일 : 17-10-01 18:09     조회 : 202     추천 : 2     분량 : 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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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개의 운명

 

 

 똥개 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랍스터에 찍었던 포크를 뽑아 들었다.

 잭나이프 대신 삼지창 포크를 무기로 사용할 모양이다.

 어쩌면 잭나이프보다 작아서 산이슬 보스의 돌려차기에 손목을 맞아도 잘 떨어뜨리지 않을지 모른다.

 

 “치사하게 포크 들고 덤빌 거요? 하여튼, 사람이든 연장이든 무슨 도움 없이는 혼자서 암 껏도 못하는 모양이네? 맘대로 하쇼. 흐흐.”

 산이슬이 움칠하다가 이내 비웃으며 포크 사용을 인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는 봐줘도 나이든 똥개 보스와 일대일 대결하는데 별 지장은 없다 싶은가 보다.

 

 산이슬과 똥개가 식탁 테이블을 벗어나 널찍한 옥상 가운데로 걸어나갔다.

 인천 월미도 베니키아 씨 스타, 바다의 별 호텔 레스토랑 옥상 테라스가든에 왔던 손님들은 다 내려가버리고 아무도 없다.

 나무 판으로 마루를 깐 옥상은 두 사람이 마음 놓고 결투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가 되었다.

 

 팔각정 지붕 아래 식탁에 앉은 네 사람은 좌석의 방향만 바꾸고 멀찍이서 두 사람의 결투를 구경할 모양이다.

 

 “산이슬 보스! 노인네라고 봐주지 말고 해요!”

 연합파 대표 수장 격인 상도동파 갱재 보스가 격려를 하고 맥주 한 컵을 비워 마셨다.

 

 단순한 주먹실력 겨루기가 아니고 구로 디지털단지역 주변 유흥업소 관할권한과 우신장례식장 운영권을 걸고 담판 승부를 겨루는 결투다.

 

 북문파 대표로 나온 삼봉도 이 결투의 승패 여부에 따라 자기들이 추진하는 착한 조폭 사업의 원대한 꿈이 이뤄지는 실마리가 풀리는 셈이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얼핏 봐서는 손에 포크는 들었지만 50대 초반인 똥개 보스에 비해 아직 팔팔한 스물일곱 살 산이슬 보스가 월등하게 유리해 보인다.

 더구나 똥개는 아직도 퉁퉁 부은 콧등과 주둥이 입술 주변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산이슬의 돌려차기 한 방 다시 맞으면 피가 터져 흐를지도 모른다. 결투하다가 피가 나면 일단 한 수 접히는 법이니까.

 

 그런데도 이글스파 윤OO 오야붕과 김 전무의 표정은 냉랭하면서도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는 것이, 뭔가 똥개가 이길 거라는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다.

 

 “똥개 보스님! 아무 염려 말고 실력발휘 제대로 해서 어제 밤 복수하세요!”

 김 전무가 갱재를 비웃는 표정으로 흘겨보며 똥개에게 응원을 보냈다.

 

 아무 염려 말라고? 억수로 염려되는 장면인데, 뭘 믿고 그런 소리를 하지?

 

 호위 대원으로 따라 온 9명씩의 조직원들은 전부 1층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다.

 넓은 옥상에 단 둘이 서서 와글거리는 응원부대도 없이 대결하려니까 어째 너무 썰렁한 기분마저 든다.

 

 사거리 코너 한쪽을 다 차지한 7층 빌딩인 바다의 별 호텔 옥상은 엄청 너르다.

 사거리 대각선 방향 코너에도 역시 7층 빌딩인 프리미어스 호텔이 자리잡고 있고, 나머지 코너에는 2층의 편의점과 단층의 조개구이 집이 자리잡고 있다.

 사거리 네 개의 일방통행 도로 주변에 고만고만한 크기의 모텔과 호텔이 네 개나 더 들어서 있다. 인천 월미도 유원지에 신혼여행도 많이 오는 건가?

 

 “자, 나는 수비부터 할 테니까, 연장 든 똥개 보스가 먼저 공격해보소!”

 산이슬이 태권도 방어자세를 취하고 슬슬 좌우로 움직이며 약을 올렸다.

 

 “이것도 연장이냐? 포크지. 랍스터 대신 네 주둥이 살 좀 찍어먹어야 쓰겄다! 크크.”

 똥개도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며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어제 밤에는 빈틈 안 주고 공격한답시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잭나이프 휘둘렀다가, 되레 역습당해서 된통 얻어터지고 말았다.

 오늘은 반사신경 둔화된 연장자답게 좀 신중하게 굴어야 되겠다 싶은가 보다.

 

 “그리 폼만 잡다가는 맛있는 랍스터 다 식어버리겠소! 입술을 찍든지, 내 똥고를 찍든지 얼른 공격해보소! 킥킥.”

 산이슬이 뺀질거리며 거리를 주지 않고 똥개의 약만 슬슬 올렸다.

 약발을 받아야 똥개가 공격할 거고, 그때를 틈타서 역공할 찬스를 만들 셈이다.

 

 “이 새~끼!”

 드디어 똥개가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휙 휙

 그러나 달려들지 않고 산이슬 일보 거리에서 포크만 허공에 휘둘러댔다.

 산이슬 주특기인 돌려차기를 의식해서 인 것 같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다. 똥개 나름대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필승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산이슬이 주특기인 돌려차기를 하려면 두어 걸음 거리 간격이 제일 좋다. 그래서 그 간격을 주지 않고 한 걸음 거리에 붙어서 다른 공격을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젊은 나이에 주먹 하나 밑천으로 이 험한 세계에 들어와 지금까지 별 짓 다 하고 산전수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온 똥개다.

 

 이제 이글스파 한 마리 독수리 보스로 공중전 치르며 인생 마감을 결정해야 한다.

 이 결투에서 이기면 현 보스 직위 유지가 보장되는 거고, 만약에 지면 그대로 반 병신 되어 조직에서도 퇴출되고 한 많은 인생 종치고 마는 것이다.

 

 -스슥, 슥슥

 날렵하게 좌우로 피하던 산이슬이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포크 들고 뭐 하는 거요?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할 테니까 아가리 안 터지게 수비나 잘 하소!”

 산이슬이 노인네 봐 줄만큼 봐줬다 싶은지 공격자세를 취하며 겁을 줬다.

 

 “그려. 얼마든지 공격해봐. 내가 오늘 아주 작살을 내줄게. 크크.”

 똥개가 작심한 듯 주눅들지 않고 부르튼 입술을 벌리고 나불거렸다.

 속으로는 ‘그래 제발 나 좀 공격해주라!’ 하면서.

 

 “이야아~ 압!”

 산이슬이 번개같이 두어 걸음 달려오더니 공중으로 솟구쳐 뛰어올랐다.

 

 “카오~!”

 관성을 받아 공중에 뜬 상태에서 오른발로 똥개의 면상을 향해 옆차기를 날렸다.

 나름 돌려차기 회전공격에 대비하고 있을 똥개의 허를 찌르는 직선공격이다.

 

 -사삭

 -푹!

 똥개가 놀라서 주저앉는가 싶더니, 기다렸다는 듯 포크를 치켜 올리며 공중에 뜬 산이슬의 허벅지를 찔렀다.

 

 “읔! 으으~!”

 왼발로 착지한 산이슬이 비명을 지르며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똥개가 포크를 빼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경직된 허벅지 근육이 포크 날을 꽉 조였고, 땀이 밴 똥개의 손은 포크 손잡이에 미끄러지며 그냥 빠져 나오고 말았다.

 

 “이, 새끼~! 으으으…”

 산이슬이 포크를 수직으로 잡고 뽑아내면서 똥개를 노려봤다.

 

 다행히 동맥을 비껴 찔렸는지 피가 솟구치지는 않고 바지에 배어 나오는 정도다.

 

 “저런, 개새끼!”

 연합파 갱재 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달려가서 허벅지에 붕대를 감거나 부축해서는 안 된다.

 포크 공격은 당사자인 산이슬이 스스로 허용한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이 항복을 선언하기 전에 누구도 나서서 도움을 주면 반칙이 된다. 복싱시합에서 코치가 타월을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인 항복 선언인 셈이다.

 

 포크를 뺏긴 똥개가 산이슬의 바지 허벅지 부위에 배는 피를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퇴골 하지 동맥이 제대로 찔렀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항복하고 말았을 것이다.

 

 똥개가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 잡히고 최대한 길게 버텨야 한다.

 

 이글스파 윤 오야붕과 김 전무는 안심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공격에 실패한 똥개가 오히려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표정들이 희한하게 평온해 보인다.

 안 보는 사이에 똥개가 포크에 무슨 독약이라도 발랐나?

 

 “야, 이 똥개 새끼! 어디로 도망가? 이리 못 와?”

 찔린 부위의 정도를 스스로 확인한 산이슬이 왼손으로 허벅지를 압박해 누르며 포크 쥔 오른손을 치켜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왜? 살점 좀 찔리니까 아프냐? 그럼 이리 와서 내 살도 한번 찔러봐! 크크.”

 똥개가 갱재 때문인지 포크 많은 식탁으로는 못 가고, 팔각정과 정 반대 쪽인 사거리방향 옥상 변두리로 슬금슬금 도망쳐 갔다.

 

 “이런 개새끼! 너 오늘이 네놈 제삿날인 줄 알아! 으읔!”

 산이슬이 아픈 오른쪽 다리를 끌다시피 쩔뚝거리며 똥개 쪽으로 다가갔다.

 

 다리는 절지만 마음먹고 뛰면 똥개를 잡고 포크로 난도질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똥개가 팔각정을 돌면서 피할 생각 대신 휑한 반대편으로 도망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어이, 절름발이! 그래가지고 언제 나 똥개를 따라잡냐? 크크.”

 똥개가 도망치면서도 산이슬의 약을 바짝 올렸다.

 

 열 받아 혈압 올라서 피가 펑펑 쏟아져 나오기를 바라는 작전인가?

 그러다 잡히면 똥개 제 면상에 포크로 곰보 자국만 잔뜩 나게 생겼구먼!

 

 “야, 이 쥐새끼 같은 놈! 이리 못 와?”

 적당한 거리로 똥개를 몰던 화난 고양이 산이슬이 똥개를 점점 옥상 코너로 몰고 갔다.

 

 멀리 팔각정 식탁의 네 사람도 숨죽이고 두 사람을 지켜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4월 초의 저녁 6시를 넘은 시간. 해는 벌써 서쪽 하늘 수평선 위에 내려앉고, 땅거미 지는 거리에는 가로등이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옥상 위로 비릿한 바닷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와 맨 살 팔뚝에 소름을 끼치게 한다.

 

 산이슬과 똥개의 거리는 이제 불과 서너 걸음 남짓.

 좌우 어느 쪽으로 도망쳐도 똥개가 산이슬의 포위망을 벗어나 멀리 도망치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런데, 코너에 몰려 옥상 난간에 등을 기댄 똥개가 산이슬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항복 선언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막 공격을 하려던 산이슬이 주춤 멈춰 서서 이게 왜 이러나 하며 산이슬을 바라봤다.

 

 “뭐야? 항복하는 거야? 안돼 새끼야! 너도 한 방 찔리고 항복해야지!”

 산이슬이 이빨을 부드득 갈며 포크 쥔 손을 높이 쳐들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이제 똥개 얼굴이 곰보딱지 되는 건 시간문제 같다.

 그런데, 바로 그때

 

 -슈륵 슈륵

 똥개의 머리 뒤 쪽에서 이상한 물체가 소리를 내며 떠올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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