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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랍스터가 맛있어
작성일 : 17-09-30 11:06     조회 : 205     추천 : 2     분량 : 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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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터가 맛있어

 

 

 월미도 ‘바다의 별’ 호텔 옥상 테라스가든에서 양측 조폭 대표들이 모여 수습 회의를 하는데, 시작부터 티격태격 감정 섞인 악담만 오고 갔다.

 

 그때 마침 7층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들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오는 바람에 양측의 주도권 쟁탈 언쟁은 잠시 멈춰졌다.

 

 “자, 우선 맥주라도 한잔씩 마시면서 대화를 나눕시다.”

 김 전무가 맥주병 마개를 따면서 좌중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랍스터와 맥주병, 컵 등을 날라온 웨이터들이 험상궂게 생긴 여섯 명의 손님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지, 손놀림이 매끄럽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눈치 챈 김 전무가 조금은 민망해서 일부러 나선 것이다.

 

 어쩌다 옥상 테라스가든에 올라와 식사하던 손님 몇몇도 험상궂게 생긴 이들을 보고는 서둘러 슬금슬금 내려가고 옥상에 다른 손님은 한 명도 없다.

 

 다들 맥주 한 컵씩을 따라 마셨고 주둥이에 반창고 붙인 똥개는 욱신거리고 아리는 주둥이를 벌리고 조심스럽게 맥주를 빨아 알코올 대신 피가 배어 나오는 입술을 축이며 소독했다.

 좋아하는 맥주도 마음대로 못 마시고, 생각할수록 대각선 방향에 앉은 산이슬을 잡아먹고 싶을 만큼 울분이 솟구친다.

 

 “갱재 보스. 저기, 저 분은 누구시오?”

 김 전무가 처음부터 슬쩍슬쩍 훔쳐보면서 관심 없는 척 하던 삼봉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보아하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젊은 녀석인데, 덩치는 제법 있고 의젓하게 폼 잡고 앉아 있는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상도동파와 산이슬파를 뒤에서 조종하고 구로 장례식장을 따로 급습한 배후세력의 대표로 온 놈이 분명해 보인다.

 배후세력은 아무래도 대기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대기업이 보낸 대표가 어찌 저리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애송이란 말인가?

 

 “아, 이 분은 우리를 지원하는 조직의 대표로 온 분이오. 삼봉 대표, 직접 인사 드리겠소?”

 갱재 보스가 왼쪽에 앉아있는 삼봉 주덕팔을 돌아보며 아주 존대를 했다.

 

 “예. 저는 별명이 삼봉이라 합니다. 오늘 모임의 추이를 살펴보라는 저희 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외람되게 참석했습니다. 아직은 저의 본명과 소속을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봉이 앉은 채로 허리를 굽혀 제법 의젓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시선은 김 전무의 금테 안경 속 눈동자에 고정시키며 빤히 쳐다봤다.

 

 삼봉이 말한 회장님은 당연히 자기 직장인 흥신소 ‘심부름센터 배달’의 최하수 회장님이다.

 그러나 듣는 이글스파 보스들의 귀에는 어느 대기업 회장님으로 새겨 들린다.

 

 ‘저 새파란 젊은 놈이 대기업 기획조정실 임원이라도 되나?’

 김 전무가 애써 삼봉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눈도 깜박거리지 않으려 애쓰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나이에 비해 두뇌가 비상한 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앞으로 자기와 머리싸움으로 자웅을 겨룰 상대가 되는 셈이다.

 

 ‘회장님? 어느 대기업 회장의 친인척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던 윤OO 오야붕 회장님이 슬쩍 실눈을 뜨고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매일 듣던 회장님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는데, 저 놈이 말하는 회장님은 자기 같은 엉터리 회장이 아니고 아무래도 대기업 회장일 거란 생각부터 들었다.

 

 ‘저거, 영재 아니야? 대갈통은 제법 큰 게 달렸네!’

 먹물 출신 앞에서는 일단 기가 죽는 똥개가 마주앉은 삼봉을 유심히 훑어봤다.

 처음에 벌로 봤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런대로 귀티가 나고 영리해 보이기도 하다.

 

 “아, 그래요? 잘 오셨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앞으로 서로 선입견 없이 좋은 대화 나누기로 합시다.”

 김 전무가 떨떠름하기는 하지만 나름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응대했다.

 

 만약 진짜 어느 대기업 총수인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는 사람이라면 비록 지금은 적군이라 해도 가까이 해서 나쁠 건 없다.

 세상 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법이다.

 

 “회장님, 이거 랍스터가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 먼저 시식 하시지요.”

 김 전무가 윤 오야의 눈치를 살피며 랍스터가 담긴 접시를 윤 오야 앞으로 당겨놓았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큰 바닷가재를 반쪽으로 갈라놨는데, 속살이 쳐다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음, 그래. 자네도 먹어.”

 윤 오야가 뒤로 젖혀 앉았던 자세를 곧추세우고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

 

 서로 냉랭한 분위기에 싸여있다가 군침도는 랍스터를 보자 너나 없이 포크를 집어들고 살을 발라내기 바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먹고 살자고 싸우는 건데 우선 먹고 볼일이다.

 

 -사각사각, 쓱쓱.

 -쩝쩝, 후릅.

 썰고 자르고 후비고 씹어 삼키는 소리가 부산하다.

 

 “똥개 보스! 거, 안 먹을 거면 깔짝거리지 말고 이리 주소. 나나 먹게.”

 연합파 중간에 앉은 상도동파 갱재 보스가 주둥이가 부르터 랍스터도 제대로 못 먹고 작은 속살 한 점 포크로 끼적거리고 있는 땅개 보스를 보고 약을 올렸다.

 

 식사할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데, 우적우적 씹어먹고 싶어도 입술만 핥으며 울분을 삼키는 똥개를 건드렸으니 울화통이 터져 나오게 생겼다.

 

 “뭐이가 어째? 내가 먹기 싫어 이러나? 저 산이슬이 놈 땜에 그러지!”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일어서서 바닷가재 앞다리로 산이슬이 면상을 갈겨주고 싶다.

 

 “내가 와요? 언제 똥개 보스한테 랍스터 먹지 말라 했던가요?”

 산이슬이 배슬거리며 약을 올렸다.

 

 “저런 시브럴 놈이! 야, 산이슬이 너 오늘 나하고 여기서 이뽄다찌 한판 뜨자!”

 땅개가 포크로 랍스터를 콱 찍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험상궂게 인상을 그렸다.

 

 이뽄다찌는 넓은 장소에 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있다는 뜻의 일본말인데, 남의 도움 없이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자는 도전장이다.

 

 “뭐요? 지금 나하고 일대일로 한판 붙자는 말이오? 그럴 거면 구로 장례식장이라도 걸고 해야 되잖소? 그냥은 열쳤다고 내가 붙소?”

 산이슬이 이거 잘 걸려들었다 싶은 표정으로 맞받아쳤다.

 

 “그래, 좋다! 그대신 네가 지면 네 수하 15명은 전부 나한테 넘겨! 알았어?”

 열 받은 똥개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말았다.

 

 오전에 이글스파 본부 회장실에서 대책회의 할 때 똥개가 산이슬파 조직원 15명과 자기 구로 지역 대원 15명이 결투를 해서라도 장례식장 운영권을 확보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때 윤 오야가 애들 다치게 하지 말고 네가 혼자서 산이슬과 일대일로 사생결단 결투를 하라고 지시했다.

 혹시 이기면 산이슬파가 그대로 이글스에 접수되는 거고, 만약 지면 그때 애들이 공격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열 받은 똥개가 뒷부분은 까먹고, 옆에 애들도 없는데 일대일 결투를 신청해버린 것이다.

 

 “그래요? 그래, 좋소! 여기 회장님도 있고 증인들도 있으니까, 나중에 딴소리 말기요!”

 산이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제 밤에도 똥개 면상을 저렇게 죽사발로 만들었는데 오늘이라고 저 나이 들어 녹슨 똥개를 처리 못하겠나 싶은가 보다.

 

 “아, 산이슬 보스! 진정하시오. 똥개 보스가 오죽 랍스터가 먹고 싶었으면 그러겠소? 그 심정 이해하고 앉으시오. 하하.”

 김 전무가 손짓으로 만류하며 웃고 나섰다.

 

 그런데 어째 그 표정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아 보인다. 되레 싸움을 부추기는 느낌이다.

 

 “남아일언 지참금이요! 이글스파 보스쯤 되면 뱉은 말을 도로 삼킬 수는 없지요!”

 산이슬이 구로를 접수할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은지 고집을 부렸다.

 

 남아일언 중천금은 사나이가 뱉은 한마디 말은 그 무게가 천금과 같다는 뜻이다.

 

 “김 전무! 냅 둬라! 대신 사생결단 하라고 해!”

 잠자코 있던 윤 오야가 눈을 크게 부릅뜨며 한마디 했다.

 

 구로 디지털단지역 주변 관할과 장례식장 운영권을 건 두 사람의 결투를 승인한 것이다. 그 대신에, 시시한 닭싸움 하지 말고 둘 중 한 명이 완전히 그로기 상태로 초주검이 되어야 결판이 난다는 뜻이다.

 윤OO 오야붕 회장님의 이 한마디야말로 각서가 필요 없는 남아일언 중천금이다.

 

 “저기, 윤 회장님! 진정하시고 그냥 없던 일로 하시지요? 꼭 그렇게 피를 봐야 쓰겠습니까?”

 연합파 수장인 갱재가 나서서 윤 오야를 회장님이라 부르며 말렸다.

 

 그러나 이건 윤OO를 자기 상사로 존대하는 호칭이 아니다. 자기 회사 사장을 보고 윤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직원은 없다.

 

 “회장님 말씀을 즉석에서 번복하라는 말이요? 그건 안 됩니다!”

 김 전무가 본색을 드러내고 정색을 하며 갱재를 노려봤다.

 금테안경 속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번뜩인다. 이미 이런 사태를 작정하고 왔다는 의미로 보인다.

 

 머쓱해진 갱재가 김 전무의 시선을 피해서 옆에 있는 책사 삼봉을 돌아봤다.

 이럴 때 나서서 한마디 해야 되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그러네요. 두 분 당사자도 동의하고 윤 회장님도 승인하셨는데, 구로 관할권을 건 결투니까 정식으로 대결하는 걸로 하시지요!”

 책사 삼봉이 담대한 척 담담한 음성으로 한마디 했다.

 

 연합파 배후세력 회장님의 특사로 파견되어 참석한 사람의 말이다. 역시 그쪽 회장님의 승인이 난 것이나 진배없다.

 

 삼봉의 머리 속에는 든든한 선배 고문도의 드론이 있다. 어디선가 지켜보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하늘에서 수호천사처럼 내려올 것이다.

 

 “그럼 하는 수 없네. 어이, 똥개 보스님! 웬만하면 랍스터나 조금씩 뜯어먹고 참지 그러시오?”

 갱재가 안쓰러운 눈으로 반창고 덕지덕지 붙인 똥개를 바라봤다.

 

 “산이슬이 조져놓고 네 놈도 손봐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똥개가 뭘 믿고 그러는지 이상하게 의기양양하다 못해 살기등등하게 나온다.

 

 잭나이프는 없는지 몰라도 랍스터 발라먹던 포크는 여러 개 있다.

 괜히 똥개의 랍스터 식탐 바람에 수습 대책회의장이 사생결단 결투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조폭들이 안 어울리게 무슨 회의를 한답시고 설치더라니!

 둘 중에 누군가 오늘 반 병신 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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