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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튜토리얼 (10)
작성일 : 17-09-28 19:05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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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정신이 그의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원래 몸의 감각이다. 단전에 흐르는 내기가 충만했지만 반대로 심장에 자리 잡았던 서클들은 느껴지지 않았다.

 

 “돌아온 건가?”

 

 아직도 정신이 어지럽다. 아스의 기억들과 자신의 기억이 뒤범벅되어서 뭐가 현실이고 게임인지 헷갈렸다.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방안의 풍경과 홀로그램 여성이었다.

 

 “세레나자드.”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님은 특급 균열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그것도 퍼펙트 클리어네요.」

 

 “휴~”

 

 한숨을 쉬며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던 천유강은 문득 대학 개강이 생각나서 시계를 찾았다.

 

 “지금 며칠이나 지났지?”

 

 균열 안에서는 3년이 지났다. 중간에 의식이 없었던 것을 제외해도 일주일은 그 안에서 보냈다.

 

 날짜가 적힌 시계를 보았는데 그의 우려와는 달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조금도 흐르지 않았다.

 

 “다섯 시 오십 분? 설마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은 건가?”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님 균열 안에서는 시간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 너무 현실감 없어서 믿어지지 않네.”

 

 허탈해하고 있는 그때, 바닥에 낯선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건 작은 목걸이였다.

 

 “이건 뭐지?”

 

 「그건 균열을 클리어하고 나온 아이템입니다.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균열을 클리어하면 각인된 아이템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템이라고? 이런 게 특급 균열의 보상이야?”

 

 목숨 걸고 싸운 보상이 겨우 이런 보잘것없는 아이템이라니······. 천유강이 뜻 모를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세레나자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아이템을 들어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제까지 보아온 아이템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입니다.」

 

 “이게?”

 

 미심쩍은 표정을 하며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정말로 아이템의 정보가 투명한 판에 나타났다.

 

 《미라클》

 (레전드)

 신의 은총이 들어있는 강력한 성물. 사용자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이루게 한다.

 능력 : 올 스탯 +250

  소원 : 마나를 소비해 마음속 깊이 바라는 일을 현실로 만든다.

 

 「축하드립니다. 균열에서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건 뭐지? 너무 추상적인데? 내 소원을 이뤄준다고?”

 

 천유강은 즉시 목걸이를 착용하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내공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면서 몸이 약간 허공으로 떠올랐다. 효과가 있는 거다.

 

 “너무 내공 소모가 심해. 혹시 이걸로 부모님의 독도 해독할 수 있을까?”

 

 「간절히 바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단, 이루기 힘든 일일수록 그에 걸맞은 마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드래곤을 죽이는 것을 이루려면 수십억이 넘는 마나가 필요하겠죠. 해독도 가능하지만 그건 독의 종류에 따라서 들어가는 마나가 달라집니다.」

 

 “이건 연습이 필요하겠어.”

 

 올 스탯 250 덕분인지 목걸이를 착용하자마자 폭발할 것 같은 엄청난 기운이 몸에서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부가능력도 엄청났다.

 

 「각인된 아이템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않는 이상, 디멘션 월드에 접속해도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즉, 게임에서도 이 아이템을 쓸 수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번 균열을 통해 얻은 아이템도 각인하면 이처럼 현실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이번 균열을 클리어하셔서 플레이어님은 오백만 점의 각인 포인트와 보상 선택권 두 개를 얻었습니다.」

 

 “각인 포인트는 전에 설명했었지. 포인트를 사용해서 아이템을 각인해 현실로 불러올 수 있다고, 그런데 보상 선택권은 또 뭐지?”

 

 「보상은 균열을 얻게 되는 여러 해택을 말합니다. 보상 선택지를 보시겠습니까? 원래는 하나만 선택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님의 퍼펙트 클리어에 성공하셔서 두 개 선택 가능합니다.」

 

 “말로만 들어서는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보여줘.”

 

 「알겠습니다.」

 

 세레나자드가 팔을 휘두르자 허공에 다시 투명한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능력 - 테드의 힘》

 조건 : 균열을 클리어

 능력 : 5서클 이하의 마법 사용 가능

  총 마나량 15% 증가

 

 《재능 - 마법 전사》

 조건 : 마법 전사 엠블럼 획득

 능력 : 자유롭게 마법 시전 가능

 

 《아이템 - 미스릴 세트》

 조건 : 베르다와의 전투에서 승리

 효과 : 아티펙트 등급 아이템, 베르다의 대검(각인)과 베르다의 갑옷(각인)을 얻는다.

 

 《케릭터 - 미네르바》

 조건 : 미네르바의 호감도 MAX

 효과 : 미네르바의 복제를 소환

 

 《능력 - 게이머》

 조건 : 특급 균열 클리어

 능력 : 모든 스탯 +10%

 

 《능력 - 천사의 키스》

 조건 : 퍼펙트 클리어

 능력 : 캐릭터의 레벨만큼 행운 스탯 증가.

 

 투명판에는 말도 안 되는 능력과 아이템이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이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하면 능력을 얻는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디멘션······ 월드에서?”

 

 「게임과 현실 둘 모두에서 적용됩니다.」

 

 “말도 안 돼.”

 

 하나같이 놀라운 효과들이다. 처음 테드의 힘을 선택하면 마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5서클의 마도사가 될 수 있다. 총 마나량 15% 증가만 해도 천유강의 내력에 큰 도움이 될 거다.

 

 두 번째 마법 전사는 사실 마법을 쓸 수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지만 마법사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던 재능이다. 천유강이 마법사였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이걸 선택했을 거다.

 

 세 번째는 무려 미스릴로 만들어진 무구들, 그것도 아티펙트 등급의 아이템이다. 천유강은 대검을 사용하지 않고 무거운 중갑은 선호하지 않지만 전사 직업의 사람들은 침을 흘릴 만한 아이템이다.

 

 네 번째는 가장 특이했는데 그게 미네르바 소환이었다.

 

 “설마 미네르바를 이곳에 데려온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녀는 현재 5서클의 마도사고 향후 7서클까지 오를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를 선택하면 디멘션 월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녀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 왕녀는 마법사인 것도 특별했지만 더 특별한 것은 TV에서도 보기 힘든 굉장한 미녀라는 점이다. 남자라면 그녀를 거부할 수 없겠지만 천유강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사랑한 것은 아스다. 그의 영향을 받아서 천유강도 호감을 느꼈지만 자신은 아스가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힘은 부모님을 살리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

 

 다음은 게이머라는 능력이었다.

 

 「그 특성을 선택하지면 현실에서도 게임 능력의 10%를 얻습니다.」

 

 “이것도 좋네.”

 

 「그 능력은 중복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나중에 똑같은 능력을 얻으면 효과가 더해진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최대 50%까지 능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다음 특급 균열을 클리어해야겠지요.」

 

 “좋네. 하지만 마음에 좀 걸리네. 게임의 힘을 빌려서 강해지는 것은 나에게 독이 될 수 있어.”

 

 쉽게 강해지는 것은 처음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쉽게 얻은 힘에 의존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 힘으로 다른 사람과 대결해서 승리하면 찜찜할 것이 뻔하다.

 

 「원하신다면 해당 능력을 끄고 켤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해?”

 

 「그렇습니다.」

 

 “그럼 좋지.”

 

 마지막 보상은 천사의 키스라는 능력이었는데 특이하게 운만 올려주었다.

 

 “이건 별로 같은데?”

 

 레벨에 따라서 운이 올라가면 다른 플레이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행운 스탯을 얻을 게 분명하다.

 

 행운 스탯은 아이템 드랍률, 크리티컬 확률과 배율, 그 밖의 비밀 장소 발견 등 여러 효과가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얻기 원하는 스탯이지만 레벨 업에서 얻은 스탯으로 얻을 수 없어서 아이템이나 엠블럼으로만 획득할 수 있다. 미라클이라는 목걸이가 주는 올 스탯도 행운 스탯을 올려주지 않는다.

 

 게임에서는 큰 효과를 보겠지만 현실에서는 별 쓸모가 없어 보였다. 현실에서 몬스터와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레나자드의 생각은 달랐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이 보상입니다.」

 

 “그 이유가 뭐지?”

 

 「행운 수치는 게임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보상이 있다면 앞으로 플레이어님이 하시는 모든 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설마 현실에서의 행운이 적용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 보상이 가장 얻기 힘든 것인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허~ 점점 모르겠네.”

 

 「이렇게 보상에 대해서 제가 설명하는 건 튜토리얼에서만입니다. 제 말이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겁니다.

 

 “······흠. 알아들었어.”

 

 어쩌면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운일지도 모른다. 운이 하늘에 닿지 않는 이상 국가가 나서도 치료 못하는 부모님을 회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결정했어.”

 

 천유강이 선택한 것은 게이머라는 능력과 천사의 키스라는 능력이었다.

 

 5서클 마법 사용도 매력적인 보상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천부경의 무공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 가지만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확인했습니다. 이것으로 튜토리얼을 마칩니다. 다음 단계는 테스트 서버에 접속하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의 영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지? 무슨 영지?”

 

 「현실에서 성을 세우면 성을 통해서 테스트 서버와 통하는 포탈을 만들게 됩니다.」

 

 “또 머리가 아파오네. 성이라고?”

 

 자신은 전사지 군주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만의 영지를 얻는다고 하니 골치가 아팠다. 영지를 가지고 운영하는 일은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정한 공터에 성을 세우는데 장막으로 가려져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아무 공터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단, 보이지는 않아도 그곳을 통과하게 되면 모습이 드러나니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곳에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알겠어. 그런 곳을 알고 있어. 그럼 당장 성을 만들 수 있나?”

 

 「베타 테스트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튜토리얼 균열 말고도 다른 균열을 클리어해야 조건이 충족됩니다.」

 

 “아무 균열이나?”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님.」

 

 “휴~ 좋아. 알아들었어.”

 

 균열 포탈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고 했다. 이제 자신이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가 되었으니 그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것 중의 하나를 클리어해야 진정한 테스터가 된다.

 

 “베타 테스터가 나 하나밖에 없는 건 아니지?”

 

 「물론입니다. 현재 베타 테스터는 총 만 명이고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약 이천 명입니다.」

 

 “이천 명이라······ 생각보다는 많지 않네.”

 

 「균열과 베타 테스트 서버에서 죽은 플레이어님들도 상당합니다.」

 

 게임에서 죽으면 페널티를 얻고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지만 이곳에서 죽으면 정말로 죽게 된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상이 탐나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할 수는 없다.

 

 “대충 알아들었어. 그러면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내가 들어간 그 세계는 뭐지?”

 

 천유강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세레나자드를 바라봤다. 분명히 가상현실 공간이라고 알고 들어간 균열은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균열은 테스트를 위한 가상공간입니다.」

 

 “그게 그냥 가상공간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

 

 상태창을 소환한다던지 엠블럼 획득과 아이템의 확인은 게임 시스템을 따랐지만 그 밖의 모든 것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스탯이 눈으로 표시되긴 했지만 적을 죽일 때 체력 포인트를 줄여서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심장 같은 급소를 찔러 한 번에 죽였다. 모든 것이 게임이 아니라 현실 같았다.

 

 그건 의심이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죄송하지만 그 물음엔 제가 대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뭐야? 무슨 목적이 있으니까 이런 테스트도 진행하는 거잖아.”

 

 「저는 단지 명령을 수행할 뿐입니다.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 그럼 누가 명령을 내리는 건데?”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누가 있긴 하는 거군. 뭐 당연한 일이겠지.”

 

 머리가 아파졌지만 어찌 되었건 상관없다. 이 눈앞의 세레나자드가 악마의 현신이라고 해도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손을 잡아야 한다.

 

 “아스를 구하지 못한 건 안타깝네.”

 

 균열 안이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안 천유강은 아스가 유적과 함께 폭발했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해졌다.

 

 “내가 더 신중하게 행동했으면 모두를 구할 수 있었을 거야.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

 

 천유강이 자책하고 있자 세레나자드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건 염려하지 마세요.」

 

 “응? 그건 무슨 말이지.”

 

 「플레이어님은 퍼펙트로 균열을 클리어했습니다. 그건 주인공을 희생했다면 나올 수 없는 수치입니다. 플레이어님을 위해 서비스 영상을 보여드리죠.」

 

 그 순간 다시 천유강의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의식이 아스의 안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의식이 아스의 움직임에 개입할 수 없었다.

 

 아스가 검을 휘둘러 막 구슬을 폭파하려 했을 때다.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큭큭! 애송이.”

 

 깜짝 놀란 아스가 뒤를 돌아보자 화려한 갑옷을 입은 사내가 비틀거리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베라드······, 아직 죽지 않았나?”

 

 “내가 허약한 마법사와 같은 줄 알았나? 쿨럭!”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이미 베라드의 육체는 죽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에 신관이 붙어도 살 수 없는 상태다.

 

 “네 사랑놀이는 잘 보았다. 보기보단 여자 꾀는 재주가 있구나. 그것도 왕녀라니 큭큭!”

 

 “그걸 봤나? 그렇다면 더 살려둘 수가 없는데?”

 

 아스가 빈정거리자 베라드가 풋 하고 비웃었다.

 

 “웃기는 놈. 곧 죽을 놈이 끝까지 진중하지 못하구나. 내가 저런 놈한테 당하다니······.”

 

 “그러게, 당신 나한테 졌잖아.”

 

 아스의 말에 쓰게 웃은 베라드는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아스에게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아스가 다시 무기를 들고 경계했다.

 

 “어~ 뭐 하는 거야? 설마 다시 한판 하자는 건가?”

 

 “농담하지 마라, 애송아. 이 베라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불통은 아니다.”

 

 “그럼 왜 오는 건데?”

 

 “큭큭큭! 패자가 승자에게 주는 일종의 상이다.”

 

 베라드는 자신의 대검을 집어 들고 구슬 쪽으로 향했다.

 

 “이건 내가 폭파하겠다. 그러니 너는 어서 유적 밖으로 나가라.”

 

 그 말에 아스가 깜짝 놀라 베라드를 쳐다봤다.

 

 “뭐?”

 

 “못 들었나? 내가 폭파하겠다고.”

 

 확실히 베라드의 검기라면 구슬을 파괴할 위력이 나올 거다. 하지만 아직 아스는 베라드를 믿을 수 없었다.

 

 “그걸 믿으라고? 그러다가 당신이 폭파시키지 않으면 어쩌라고?”

 

 “큭큭! 이봐 애송이 마법사, 기사의 긍지를 하찮게 보지 마라.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나도 기사다. 왕국을 파괴하는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어.”

 

 베라드가 이 일에 가담한 것은 오직 자신의 주인인 공작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런 명령이 아니었다면 이런 미친 일을 돕지 않았을 거다.

 

 “나를 이긴 남자가 이런 곳에서 어이없이 죽게 둘 수는 없지. 어서 가라.”

 

 「59, 58······,」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그, 고맙다.”

 

 “큭! 까불지 말고 어서 가라.”

 

 그 말에 아스가 왔던 길로 돌아가 뛰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얽힌 유적이었기에 나가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다다다!

 

 가지고 있던 검과 지팡이도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블링크 마법만 사용하는 거라면 지팡이도 필요 없다.

 

 “블링크!”

 

 기력과 마나를 적절히 사용해서 빠르게 뛰었다. 그래도 시간이 촉박했다.

 

 “으다다다!!!”

 

 「10, 9······」

 

 이제 10초 남지 않았다. 베라드가 자신의 대검을 높이 들어 올리자 대검에서 화려한 강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금 아스와 싸울 때보다 월등하게 강력해진 검강이다.

 

 “아아~ 아름답군. 역시 생각대로야.”

 

 아스와의 싸움에서 얻은 심득의 결과다. 이 정도 파괴력이면 앞으로도 몇십 년은 최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다.

 

 물론 그가 살아남았을 경우의 일이다.

 

 “큭큭! 고맙다, 애송이. 마지막에 이런 선물을 줘서.”

 

 최강의 기사 베라드는 죽음 앞에서도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부드럽게 휘둘러진 그의 대검에 단단한 구슬이 둘로 쪼개졌다. 그리고······.

 

 콰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유적을 덮쳤다.

 

 「3, 2, 시스템 손상······」

 

 콰과광!!!!

 

 왕국을 위협하던 고대의 유적이 그렇게 먼지 하나 남지 않고 모두 증발해버렸다.

 

 “아스!!!”

 

 멀리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미네르바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가 정말로 해냈다. 왕국이 무사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바보······.”

 

 차라리 자신이 같이 남는 게 나을 뻔했다. 이렇게 찢어질 듯 가슴이 아플 것을 알았다면 마지막에 그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나을 뻔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는 울면 못생겼다니까.”

 

 처음에는 헛것을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뛰느라 엉망진창이 된 그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헤헤~ 다녀왔습니다.”

 

 멍청하게 그 모습을 본 미네르바의 눈에서 다시 굵은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스가 팔을 벌려 안기라는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퍽!!!

 

 얻어맞아 버렸다.

 

 ***

 

 공작의 반란이 끝나고 왕국은 바쁘게 움직였다. 주동자인 공작을 재판에 세워서 공개처형을 하기로 하고 영지를 비롯한 모든 재산을 압류했다.

 

 같이 동조한 귀족들은 목숨만 살려주는 조건으로 투항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목을 베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긴 내전을 겪어야 하니 이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몇 년간은 평소 내던 세금의 배를 내야 하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다.

 

 벌이 끝나니 상이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활약을 한 사람은 베라드를 쓰러트린 아스다.

 

 그는 왕이 직접 수여한 보상을 받았는데 많은 금은보화와 작위를 받았는데 무려 백작이었다. 평민이 단숨에 백작이 된 경우는 많은 역사책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뭐해. 영지도 없는 이름뿐인 백작인데.”

 

 아스는 툴툴거렸다. 자작만 돼도 작은 영지가 있는데 자신은 백작이나 되면서 아무 영지가 없다. 이러면 다른 귀족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그 말에 미네르바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았다.

 

 “바보야. 너한테 영지를 주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어?”

 

 “그런 이유도 있어요?”

 

 “당연히 있지. 넌 베라드도 이긴 마법 전사잖아. 그것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룬 경지니까 앞으로는 더 강해질 거 아니야? 그런 강자에게 영지를 줘서 독립시키고 싶겠어?”

 

 “그러니까 왕국에 위험이 될까 봐 그런 거라고요?”

 

 “정확히는 왕실의 힘이 빠져나가지 않게 한 거지.”

 

 “그럴 거라면 왜 백작 지위를 줬어요? 자작을 주지. 그럼 덜 쪽팔렸을 텐데.”

 

 아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자 미네르바가 몸을 그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그러니까 네가 바보라는 거야. 생각해봐 너를 왕실의 힘으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 뭐겠어?”

 

 “어······, 돈?”

 

 “아니지, 멍청아. 혈연으로 만드는 거지.”

 

 “혈연이요? 하지만······.”

 

 생각을 하던 아스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미네르바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왕녀와 결혼하려면 백작은 되어야지, 바보야.”

 

 미네르바는 떨리는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아스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목덜미를 긁적였다.

 

 “하~ 된통 걸렸네.”

 

 나오는 말과 달리 아스의 얼굴에도 같은 미소가 걸렸다.

 

 ***

 

 쾅!!!

 

 “그 자식 찾아!”

 

 다넬 그룹의 이사 자리를 맡은 사람은 아직 젊은 30대 초반의 남자다. 그가 어린 나이에 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오로지 그가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 하나였다.

 

 그런 그가 분노에 차서 주변 기물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이자의 이름은 윤세원, 디멘션 월드에서 천유강에게 히든 던전을 빼앗긴 장본인이었다.

 

 “용서하지 못해! 감히 내 것을 빼앗아?!”

 

 그가 원해서 가지지 못한 것은 이제까지 없다. 그리고 그가 노렸던 것을 빼앗겼던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런 그가 눈앞에서 오랫동안 공들였던 히든 던전을 빼앗겼으니 자존심이 산산이 조각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자식 찾아내! 몽타주를 그려서 아는 사설 업체에게 다 돌려! 반드시 그 자식을 찾아내서 내 것을 되찾고 말 거다!”

 

 “아, 알겠습니다. 아마 그곳 주변에 세이프티 존에서 로그아웃했을 겁니다. 애들을 풀면 금방 잡을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내 발밑에서 개처럼 기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거야. 그놈을 이리로 데려와!”

 

 “아, 알겠습니다, 이사님.”

 

 방에 있는 기물이 모두 박살나고 나서야 그의 광기가 겨우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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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크러쉬 (8) 2018 / 1 / 25 291 0 6312   
119 크러쉬 (7) 2018 / 1 / 25 306 0 7008   
118 크러쉬 (6) 2018 / 1 / 24 355 0 10422   
117 크러쉬 (5) 2018 / 1 / 22 272 0 9351   
116 크러쉬 (4) 2018 / 1 / 20 323 0 6358   
115 크러쉬 (3) 2018 / 1 / 19 271 0 10530   
114 크러쉬 (2) 2018 / 1 / 15 310 0 6449   
113 크러쉬 (1) 2018 / 1 / 15 341 0 8940   
112 별을 품은 소녀 (9) 2018 / 1 / 15 333 0 9886   
111 별을 품은 소녀 (8) 2018 / 1 / 15 348 0 7174   
110 별을 품은 소녀 (7) 2018 / 1 / 15 351 0 5298   
109 별을 품은 소녀 (6) 2018 / 1 / 15 306 0 8802   
108 별을 품은 소녀 (5) 2018 / 1 / 15 358 0 9378   
107 별을 품은 소녀 (4) 2018 / 1 / 15 288 0 5962   
106 별을 품은 소녀 (3) 2018 / 1 / 15 266 0 7949   
105 별을 품은 소녀 (2) 2018 / 1 / 15 304 0 5976   
104 별을 품은 소녀 (1) 2018 / 1 / 15 291 0 7390   
103 마주치다 (5) 2018 / 1 / 10 275 0 6096   
102 마주치다 (4) 2018 / 1 / 9 273 0 8532   
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267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271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271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269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282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303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279 0 6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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