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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3. 악녀의 초대 #5
작성일 : 17-09-27 12:26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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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으음. 뭔가 무겁다. 그리고 무언가 날 만지고 있는 느낌이 났다. 그래도 그리 싫은 기분은 아닐지도….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을 힘겹게 떴다. 그러자 사람이이란 건 알겠는데,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아른거리는 실루엣처럼 보일뿐이었다.

 

 “…공자님. 드디어 일어났군요.”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말투.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회복된 시야에서는 속옷차림의 레이첼이 내 몸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드레스를 입고 있을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볼륨감이… 크흠. 이게 아니라. 좀 전에 느꼈던 중력의 정체는 밝혀졌지만, 아직도 수상한 것 투성이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차를 마시고 쓰러진 것 까진 기억한다.

 

 놀라움과 의아함, 그리고 약간의 수치심까지 더해졌지만 일단은 상황 판단이 우선이다. 먼저 움직여 보기로 했지만 실패했다. 왜냐하면 침대에 내 팔이 묶여 있기 때문이었다. 발조차 마찬가지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 컴컴한 방에 예쁜 모양의 초들이 침대 주변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한 라벤더 향이 났다. …마치 신혼 방 분위기인데?

 

 내가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며, 방을 탐색하고 있을 때였다. 레이첼의 길고 가느다란 손이 내 뺨을 더듬었다.

 

 “공자님. 저한테 집중하셔야죠.”

 

 “이게 무슨 상황이죠. 레이첼.”

 

 “…몰랐나요. 공자님은 루시아가 준 선물이에요.”

 

 “…….”

 

 …대충은 알겠다. 곧 다가올 레이첼의 생일 선물로 날 넘겨줬단 말인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권리로 앙? 내가 진짜 장난감으로 알고 있나보다. 어쩐지 생각보다 편하게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을 줄이야. 빠르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하아. 공자님의 머리카락은 진짜 금을 녹여 바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눈은 날 미치게 해요. 마치 자수정을 세공한 것 같이 아름다워요.”

 

 “…….”

 

 뭐야…애. 무서워. 너도 마시던 차에 이상한 약이 들어있었니? 물론 촛불에 비친 레이첼의 모습은 아찔했다. 이런 것에 면역력이 전혀 없는 나에겐 뇌쇄적이란 표현도 과장은 아니니라.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굳이 이런 강압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레이첼은 충분히 아름다운 소녀였다. 정상적으로 유혹했어도 거절하지 못할 만큼. 나는 결심했다. 그녀를 설득하기로.

 

 “…레이첼. 들어봐요.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인 여인이에요. 굳이 이런 방법을… 읍”

 

  나의 열변은 레이첼의 손바닥에 격파 당했다. 나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기에 더 이상 말을 이어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쉿. 분위기 깨지 말아요. 루시아가 말한 대로군요. 그녀는 공자님이 좋으면서도 거부할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저와 당신이 성적 취향이 같다고 했지요. …하아.” ”

 

 뭔 소리야. 그런 적 없어. 자랑은 아니지만 나 동정이거든? 즐겨보는 AV(Adult Video)는 있지만 해본적도 없는데, 나도 모르는 내 성벽을 걔가 어떻게 알아!

 

 내가 아등바등 거리고 있을 때, 레이첼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죠.”

 

 레이첼은 어디서 났는지 소형 채찍을 꺼내들었다. 너 정말 오후에 봤던 수줍음 많던 그 여인과 동일인물이 맞니? 그 괴리감에 몸서리가 쳐졌지만 다행히 내 입의 봉인은 풀려져있었다.

 

 “…레이첼!”

 

 “…틀렸어!”

 

 -짝!

 

 

 채찍이 용서 없이 내 몸에 날라 왔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내 상의는 언제 벗겨져 있었던 거야? 살갗이 따끔거린다.

 

 “…레이첼 그게 무슨 말…”

 

 -짝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

 

 “진정…”

 

 -짝

 

 “…이런 미친ㄴ…”

 

 -짝

 

 “오호호. 말버릇이 나쁜 노예구나. 교육이 필요 하겠어”

 

 -짝

 

 물론 저 미친년… 크흠. 레이첼이 전력으로 채찍을 휘두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분위기(?)를 내기위해 형식적으로 휘둘렀기에 그렇게까지 아프진 않았다. 다만 무척이나 부끄러울 뿐. …몸보다 마음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라면 이해하겠는가?

 

 그 이후에도 계속 여왕님(?) 기분을 내는 레이첼을 보며 문득 그녀를 백합에 비유했던 내가 미워졌다. 첫인상은 중요하지만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구나.

 

 덜컥-

 

 그때였다. 문을 박차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바로 다부진 체격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바이칼이었다.

 

 아아. 왕자님에게 구출 당해지는 공주님 기분이 이러할까. 나는 모든 진심과 경의를 담아 소리쳤다.

 

 “바이칼!!!”

 

 “꺅. 여길 어떻게…”

 

 여왕님은 수상한 침입자에 원래의 수줍음 많은 소녀로 되돌아와 있었다. 바이칼은 매의 눈으로 방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 미안. 내가 좋은 시간을 방해했나보군.”

 

 그러더니 다시 나가는 것이 아닌가.

 

 -쿵

 

 문까지 꽉 닫아주는 매너를 보여주며.

 

 “…….”

 

 황당해진 나는 이번에도 진심을 다해 소리쳤다.

 

 “야이. 미친놈아! 구해달라고!”

 

 -덜컥

 

 바이칼이 침대로 다가와 단검으로 나를 결박하고 있던 줄들을 끊어주었다.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소년. …아니 이젠 어른인가?”

 

 “…….”

 

 바이칼은 히죽- 웃고 있었다. 그 재수없는 면상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일단 내 몸 위에서 아직도 얼음이 되어 못 움직이고 있는 레이첼을 치웠다. 그녀에게 할 말은 많았지만, 일단 이 저택을 탈출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묶여있던 팔목을 주물럭거리며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얼른 자리를 뜨도록 하죠.”

 

 “흠 그래도 많이 안 다친 것 같아 다행이군.”

 

 “…대신 마음이 다쳤다고 해두죠.”

 

 내가 치가 떨린다는 듯이 말하자, 바이칼이 갑자기 빵 터졌다.

 

 “…크크큭. 아직 애송이로군.”

 

 이 양반이 진짜. 남의 기분도 모르고. 나는 바이칼을 애써 무시하며, 침대 근처에서 나뒹굴고 있는 나의 상의를 챙겨 입었다.

 

 그렇게 방에서 멀어지는 우리들에게 한 여인의 한 맺힌 외침이 들려왔다.

 

 “…언젠가 꼭 먹고 말거야!”

 

 내가 무슨 치토스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바이칼은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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