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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이크 라이프.
작가 : 빈둥남
작품등록일 : 2017.9.9

인기 장르소설 작가였던 박건호. 소설 속 엑스트라인 금발 미소년 '노아'가 된다. 왜? 하필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 본격 생존을 위해 주인공에게 빌 붙는 엑스트라 이야기. 페이크 라이프!

*표지는 무료 이미지 입니다.

 
episode 3. 악녀의 초대 #3
작성일 : 17-09-26 03:05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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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침부터 산해진미에 둘러 쌓여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목구멍 안으로 넣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진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나 볼법한 긴 테이블에서 나와 마주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루시아 폴튼이었으니까.

 

 그녀는 여전히 화려한 모습이었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고, 어깨선이 그대로 들어나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 이렇게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자신을 꾸몄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미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게 아이러니였다.

 

 루시아는 특유의 붉은 눈으로,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마음 편히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시원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왜 이렇게 긴장했지?”

 

 이젠 아예 턱까지 괴며 감상을 내뱉는 루시아였다. 그걸 몰라서 묻니? 그렇게 신기한 동물 보듯 하면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어떤 의도인지 조차 알 수 없다면 더욱 경계하는 것은 본능이겠지.

 

 “영애께 이런 과분한 관심을 받게 되면 이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말하자면, 네가 부담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데 밥이 넘어가겠냐. 라는 뜻을 우회적이고 공손한 버전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루시아는 여전히 턱을 괸 채로 흥이 식었다는 듯이 말했다.

 

 “안본 사이에 더 재미없는 남자가 되었군.”

 

 “…….”

 

 

 뭐지? 이 상황은? 마치 내가 미안해하기라도 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재미없는 남자라 미안하군요. 그나저나 왜 저를 지명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영애께서 저를 찾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일부러 클럽 안에 있었던 모조품 사건에 관해선 입 밖으로 꺼내지도 티내지도 않았다. 나를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맹수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나의 목표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클럽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도 무색하게, 루시아는 그날의 일을 정확하게 꼬집고 나왔다.

 

 “흠, 그때 그 사건이 있고,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말이야. 너에게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 다리오의 작품을 친구들에게도 자랑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모조품인 걸 밝혀 주었지. 큰 망신을 당할 뻔 했는데 구해주었으니, 나로서는 사례할 수밖에….”

 

 “……”

 

 글쎄다.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말하곤 있지만 쉬이 믿어지진 않았다. 그날 자신이 받은 모욕은 절대 잊지 않겠다. 라고 위협했던 루시아의 창백하리만치 굳어있던 얼굴을 기억한다.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저런 기특한 생각을 한다고?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 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니 기대해도 좋아. 오늘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해주지.”

 

 루시아는 이제 괴던 손을 풀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선의와 호의가 전부인 것 같은 무구한 표정이지만 나는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 모두 가정일 뿐이었다. 그동안의 선입견으로 생긴 불온한 감정일 수도 있었다. 정말로 그녀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초대를 했을 가능성이 없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믿는 척이라도 해주는 게 손님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고맙습니다. 영애께서 하신 말이니 믿고 기대하도록 하죠.”

 

 나는 정중히 사의를 표하고, 식사에 집중했다. 드디어 맛이 느껴진다! 나는 처음에 굳어있던 모습과 달리 한층 여유가 생겨서 처음으로 이 자리가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물오물

 

 씹고 있던 닭고기를 삼킨 뒤, 나는 그동안 속으로만 삼켜야했던 궁금한 점을 루시아에게 물어 봤다.

 

 “그래도 명색이 출장인데, 제가 해야 할 일이 없는 건 아니겠죠?”

 

 음료수를 마시고 있던 루시아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없을 거야. 나랑 어울리다가 오후에 내 친구가 도착 할 텐데, 그때 걔 위주로 기분에 맞춰줘. 그게 전부야.”

 

 “…그렇군요.”

 

 정말 그게 전부라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클럽에서 손님 기분 맞춰주는 게 내 일이니까. 그동안 그런 거라면 이젠 이골이 나있었다. 나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뭘 먹어볼까나.

 

 그때, 단정한 메이드 복을 입은 하녀가 걸어와, 루시아의 빈 잔에 음료수를 채워 넣었다. 식사중이라 못 봤지만 아마 그녀가 하녀를 호출한 것 같았다.

 

 하녀는 이번에는 내 쪽으로 다가와 똑같이 빈 잔에 음료수를 채우고 있었다.

 

 “…앗 죄송합니다.”

 

 하녀가 부주의로 잔을 넘치게 부어서 내용물을 흘렸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실제로 테이블을 적시긴 했지만, 나한테까지 튀긴 건 아니기 때문에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급속히 차가워진 루시아의 목소리였다. 제발 이 아가씨야. 나는 무사하니, 분위기를 망치지 말아줘. 하지만 이미 그른 것 같았다. 하녀는 고개를 숙인상태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영애. 그러니…”

 

 “…넌 빠져.”

 

 “…….”

 

 내 만류는 중간에, 루시아의 표독한 표정에 맞부딪쳐 힘없이 사라졌다. 크흠. 불과 조금 전만 하더라도 고맙다면서? 사례를 한다면서? 정말 감정 기복이 심한 여자로군. 이 이후로도 그녀는 하녀를 계속해서 속된말로 갈구었다.

 

 이제는 보는 내가 다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물론 아랫사람의 실수를 지적이야 할 수 있겠지만, 도가 지나쳐 보였다. 내가 남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것도 무례겠지만, 루시아의 저런 배려 없는 행동은 지탄 받을만한 일이었다.

 

 적어도 나를 손님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없을 때 조용히 불러서 교육했으면 될 일이였다. 이렇게 대놓고 할 게 아니라. 게다가 나는 분명 괜찮다고 피력했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나에게 가지는 고마운 마음이라는 게 진심이더라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얄팍한 것임을 깨달았다. 다시 약간은 풀어졌던 경계심이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꽤 오래 시달린 하녀는 어깨가 축 처진 채 퇴장하였다. 그리고 예견된 일이지만, 분위기는 초토화 되었다. 즐거운 시간은 다 끝났군.

 

 “…의외로군.”

 

 이제는 평소의 신색을 되찾은 루시아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무슨 의미죠?”

 

 “너라면 또 오지랖을 부려, 끼어들 줄 알았거든? 그때처럼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대드는 꼴을 기대했는데 재미없군.”

 

 “…악취미로군요.”

 

 나는 속으로 그녀를 마구 욕했다.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더니 일종의 시험이었나 보다. 아이고, 아버님. 따님을 어찌 키우셨기에 저모양이 되었습니까. 금협이라 칭송받는 네 오빠의 반만이라도 따라가지 그랬니. 외모가 아깝다. 아까워.

 

 머릿속에선 침을 튀겨가며 훈계를 하고 있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내 목표는 말했다시피 무사고 안전귀환이다.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았으며, 그녀의 도발이 이번 한번 뿐이라고 속단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정도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식사는 다 끝난 것 같고… 내가 아끼는 정원이 있는데 안내해줄게 따라와.”

 

 루시아는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일어났으며 이제는 숫제 즐거운 기색이 가득했다. 아까 있었던 일은 벌써 다 잊은 듯 했다.

 

 나는 뒷목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나 이번에도 인내심을 발휘해 참았다. 야이. 철없는 계집애야. 네 하녀는 아마 구석진 곳에서 울고 있을 걸?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는 착잡한 기분으로 보낼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도 저리 룰루랄라라니.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루시아의 행태에 나와는 정말 먼 사람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특권계층이라 그런 것인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될 무언가가 결여 되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내심을 숨기며 이미 자리를 뜬 루시아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걸으며 도착한 곳은 그녀가 자신 있어 했던 만큼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조화롭게 피어있는 꽃과 풀들, 싱싱한 잎사귀를 자랑하는 나무. 그리고 섬세한 정원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장식들까지. 그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지만 어디랑 비교해도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정원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꽃 내음과 나뭇가지에 스치는 바람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감상을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표정을 보니 들어볼 필요도 없겠군.”

 

 “…….”

 

 자존심 상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훌륭했으니까. 만약 이 세계에도 ‘좋아요‘란 게 있었더라면 나는 두말 않고 그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그때였다. 루시아가 이름 모를 보라색 꽃을 꺾더니 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뭡…뭡니까?”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모태솔로다. 이런 것 엔 저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렇게 허둥지둥 거릴 때 그녀의 손이 나의 왼쪽 귀를 향했다.

 

 “…자.”

 

 ……. 내가 손으로 귀를 만져보자. 꽃이 걸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걸 기대한 것은 아니다. 진짜다!

 

 루시아는 키가 나보다 컸기에 살짝 무릎을 구부리며,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역시 어울리네. 예뻐.”

 

 크흠. 여자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작가시절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여기서 처음 밝히는 거지만 내 눈 색깔은 자색이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루시아는 나의 얼굴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얼굴은 왜 빨개진 거야?”

 

 “…착각이겠죠.”

 

 “…진짠데? 설마… 이상한 걸 상상한건 아니겠지? ”

 

 “…….”

 

 

 나는 내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걸 느꼈다. 이런 류의 도발은 못 참는걸 보니 나도 남자이긴 남자인 모양이다.

 

 나는 희번덕거리며, 빨간색 꽃을 찾아 꺾었다. 그리고 똑같이 루시아의 지근거리까지 다가갔다.

 

 “…왜 그래? 징그럽게…”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왼쪽 귀에 꽃을 안착시켰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가 나보다 키가 컸기에, 이번에도 자존심이(….) 상하지만 까치발을 들어야만 했다.

 

 “…….”

 

 “…눈이랑 어울려서요.”

 

 “…….”

 

 정원에는 숨 막히는 어색함이 감돌고 있었다. 부탁이야 무슨 말이라도 해줘. 내가 왜 그랬지. 이불아 보고 싶구나. 어디 있니?

 

 그 상태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고, 루시아는 하녀들을 불렀다. 그녀는 무언가를 지시했고, 하녀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하녀들에게 …뭘 시킨 거예요?”

 

 루시아는 귀에 있는 꽃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저렇게 보니 평범한 소녀처럼 보여 귀엽긴 했다. 물론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란 게 있기 때문에 호감도 마이너스 백에서 마이너스 구십구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림을 그릴 거야.”

 

 “그림? 뭘 그리게요 설마 나?”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하녀들이 물건을 가져왔다. 간단한 그림도구들과 휘황찬란한 보검이었다. 딱 봐도 장신용이었다. 그녀는 보검을 나에게 건 내주며 말했다.

 

 “검을 들고 있는 숲속에 미소녀 느낌으로 부탁해.”

 

 “…소년이아니라 소녀요?”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그녀는 당당히 말했다.

 

 “꽃을 괜히 끼운 지 알아? 남장여자라는 컨셉이니까. 그리 알고 자세를 잡아봐.”

 

 “…….”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지만 내 손은 검을 향하고 있었다. 시키면 해야지 뭐. 놀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거니까. 근데 도대체 미소녀 느낌으로 검은 어떻게 쥐어야 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로이드에게 배운 대로 잡았다.

 

 “오. 자세가 나오는데?”

 

 루시아가 감탄했고,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훗. 그동안 로이드는 검술은 안 가르쳐 주고 체력을 기르는 것과 자세만을 교정해주어 왔었다. 그동안 이것만 죽자고 연습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표정은 영 아닌 걸? 남장여자라고 했잖아. 좀 더 눈빛에 아련함을 담아봐.”

 

 “……네.”

 

 까탈스러운 화가님이군. 그림 실력이 그의 상응하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붓을 들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은 제법 태가 나왔다. 그런데 아련함을 어떻게 표현하지? 평소에 앉아서 사색 혹은 망상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눈빛이 기분 나쁘다. 멍하다. 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아련함이라니? 그게 사람의 눈으로 표현이 가능하단 말인가!

 

 나는 고민하다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나는 아련아련하다.

 

 “우웩… 토 쏠리는 표정 할래?”

 

 흠. 이게 아닌가. 고객을 만족시키기란 언제나 험난하구나. 그렇게 한동안 나는 루시아의 무리한 요구를 싫은 티 없이 묵묵히 들어주며, 고객사랑 감동서비스를 아낌없이 실천중이였다.

 

 ……하지만.

 

 “…어쭈. 힘든가봐? 팔이 자꾸 내려가는데? 수전증 있어? 이젠 떨기 까지 하네.”

 

 “…….”

 

 “눈은 왜 깜빡이는 거야, 찔려봐야 정신 차릴래?”

 

 “……”

 

 “왜 대답을 안 해. 내 말이 우스워?”

 

 “…아 거참.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뭐 너무?”

 

 루시아가 무척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런 표정을 지을 사람은 나거든. 네가 아니라.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체력단련을 꾸준히 해온 내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로 보아 한 시간은 족히 넘었을 거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모멸이었다.

 

 “…이정도로 오랫동안, 보석을 덕지덕지 박아놓은 검을 들기 말처럼 쉬운 줄 알아요? 그런데 조금 움직였다고 그리 타박을 주면, 서러워서 원!”

 

 장담컨대. 평범한 진검보다 훨씬 무거울 거다. 하지만 나의 진정성 가득한 호소에도, 소악마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돋운 듯싶었다.

 

 루시아는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호오? 인생 쉽지? 너 하나 오늘 하루만 빌리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는지 아니? 맹세컨대 네가 상상한 그이상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이정도도 못해서 나약한 소리할 거면 당장 돌아가도 좋아. 대신…”

 

 그녀의 오른쪽 입 꼬리가 묘한 호선을 그리며 남은 말을 뱉어냈다.

 

 “…날 희롱한 대가로, 내가 지불해야 될 금액의 환불은 물론, 보상도 해줘야겠어.”

 

 “…….”

 

 그 살인적인 유흥비를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나는 반론을 펼칠 수가 없었다. 에잇 더러운 세상. 그녀의 말마따나 이정도 육체노동으로 그 정도 금액을 벌 수 있다면 어쩌면 당연한 대가리라.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루시아는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비싼 겔더 값은 해야겠지?”

 

  이거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바이칼씨 미안합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다시는 저런 걸로 놀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루시아의 말에 대답을 하는 대신 검을 들었다. 명백한 항복 선언이었다.

 

 “…아하하. 그래 착하네?”

 

 그래, 자본주의에 굴복한 나를. 마음껏 비웃어라. 스텔라는 모욕을 참을 필요는 없다고 했었지만 여기에 오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었다. 겨우 이거 같고 도망간다면 오히려 내 자신한테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그리고 항상 도움을 받았던 스텔라에게도 면이 안서는 일이었다.

 

 그 이후에도 루시아의 리퀘스트는 계속되었다. 그것을 모두 견뎌냈을 땐 나의 제복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하녀 중 한명이, 루시아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친구 분이 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노아. 이제 그만 가볼까. ”

 

 “…네.”

 

 나는 저릿한 근육통을 느끼며 짧게 대답했다. 그제야 루시아는 붓을 내려놓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절로 궁금해져, 루시아가 남기고 간 그림을 확인했다. …그녀는 선을 중시하는 화풍을 가진 화가 인 듯, 동그라미 하나. 몸통 선 하나, 양팔 선 각각 하나, 양 다리 선 각각 하나. 마지막으로 검 작대기 찍. 총 7개의 선만으로 그림을 완성시켜 놓았다.

 

 …….

 

 이런 샹. 나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치미는 육두문자를 입안으로 삼켰다. 아까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처음으로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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