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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다음 날
작성일 : 17-09-21 00:01     조회 : 219     추천 : 2     분량 : 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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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신림동 이글스파 본부인 웰 모텔 기습 사건이 있는 다음 날 오전 10시경.

  웰 모텔에서 북쪽으로 4Km 거리에 있는 노량진역 앞 상도동파 아지트 건물 4층.

 지난 밤 기습공격의 주역들이 모여 응접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어제 북문파 도움으로 우리가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소. 그 드론인가 하는 게 없었으면 철수하는데 아주 낭패를 볼 뻔 했어요.”

 상도동파 보스 갱재가 마주앉은 북문파 행동대장 기라성, 기하성에게 치사를 보냈다.

 

 집주인 이기는 하지만 자기 자리인 테이블 상석은 비워두고 우군 산이슬파 보스인 산이슬과 나란히 앉았다.

 

 “별말씀을요. 상도동파 대원들이 너무 잘 싸웠다고 이 친구한테 들었습니다.”

 기라성이 옆에 앉은 삼봉 주덕팔을 돌아보며 응대했다.

 

 “아, 그럼 이 분이 드론을 조종한 모양이군요? 대단한 솜씨던데요.”

 갱재가 입에 발린 칭찬을 했다.

 

 삼봉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각 조직의 우두머리 대표들 회담 자리에 끼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갱재는 서른 두 살이고, 산이슬은 스물 여덟이다. 보아하니 둘 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10년이나 어려 보이는 것들에게 존대를 하려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뭐, 별거 아닙니다. 학교 다닐 때 모형비행기 조종을 좀 했었지요.”

 삼봉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실은 어제 밤에 드론 조종은 삼봉이 한 게 아니고 그의 직장인 흥신소 '배달' 선배인 고문도가 했다.

 

 “아, 이 친구는 저랑 고등학교 때 함께 놀던 친구에요.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지금 머리 쓰는 일로 저를 돕고 있습니다.”

 기라성이 갱재의 속내를 읽어내고 삼봉 대신 나서서 대화를 주도했다.

 

 삼봉은 내 주먹 친구 겸 먹물 먹은 책사니까, 이 자리에 당당히 참석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 줄 알라는 뜻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이번 작전계획도 이 분이 세웠나 봅니다? 나는 갱재, 정강재라 하요.”

 갱재가 엉거주춤 궁둥이를 들고 손을 내밀었다.

 

 자리에 앉기 전에 기라성과는 산이슬 보스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뒤따라 온 삼봉은 눈인사만 했었다.

 

 “예, 저는 삼봉, 주덕팔이라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삼봉이 얼른 궁둥이를 더 높이 들어올리고 손을 잡으며 깎듯이 어른 대접을 해줬다.

 낮춰 보일 때와 높여 보일 때는 구분할 줄 아는 삼봉이다.

 

 여비서가 묻지도 않고 날라다 놓은 커피잔을 홀짝거리며 잠시 대화가 중단됐다.

 

 어제 저녁에 영등포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산이슬파와 회식비 내기 축구시합을 하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났던 갱재 보스다.

 

 축구시합 구경하는 동안에 산이슬 보스로부터 수원 북문파와 연합해서 이글스파를 치는데, 상도동파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갱재는 자기 관할 구역인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의 건설회사에 아파트 용 창틀인 알루미늄 샤시를 납품하고 있다.

 납품 권한은 과거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의 집권당과 자기들 상도동파의 과거 선거운동 관련 이력을 통해 따낸 것이다.

 

 그런데 샤시 공장을 운영하는 이글스파 윤OO 보스가 상도동파 이문을 너무 짜게 주는데 불만이 많았다.

 그 점을 산이슬 보스가 슬슬 긁으며 이글스파를 제치고 상도동파가 직접 샤시 공장을 운영해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꼬드겼던 것이다.

 

 결국 어제 밤에 얼떨결에 이글스파 본부를 급습해서 일은 저질렀는데, 솔직히 갱재 보스는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 것인지 감도 못 잡고 있는 중이다.

 

 아침 일찍 산이슬 보스로부터 삼자 회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주동 세력인 북문파가 무슨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잔뜩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저기, 기라성 대장. 우리는 이제 뭘 어째야 되는 것이오? 이글스파가 오늘이라도 우리를 치러 올지도 모르는데.”

 갱재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게요. 상도동이나 우리 산이슬이 한군데 계속 모여있을 수도 없고, 언제 어느 쪽을 칠지 모르니까 이게 보통 고민이 아닙니다.”

 산이슬 보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산이슬은 그저께 저녁에 40명 대원을 거느리고 산이슬파 본거지인 시흥사거리로 쳐들어온 기하성에게 접수 되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항복선언을 하며 나이도 스물 네 살로 자기보다 네 살이나 어린 기라성을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던 산이슬이다.

 주먹세계는 일반사회와 달라서 계급은 나이가 아니고 주먹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앞으로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님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이틀밖에 안된 지금은, 특히나 상도동파 보스가 있는 이런 회합자리에서는 산이슬파 보스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아, 너무 염려 안 해도 될 겁니다. 이글스파가 어느 쪽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거니까 안심하십시오.”

 삼봉이 입술에 대었던 커피잔을 내리며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

 

 “예? 이글스파가 우리를 공격 못할 거라고요? 어제 많이 다치기는 했지만 멀쩡한 애들만해도 절반을 넘을 텐데, 어째 그런 말씀을 하시오?”

 갱재가 삼봉의 뜬금 없는 즉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기라성의 책사라지만, 지가 무슨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도 아닌 주제에 상대편 이글스파 윤OO 오야붕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서는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있으면 이글스파에서 서로 만날 회합 장소를 알려 올 겁니다. 그 동안에 우리는 그 회합에서 무슨 요구를 하고 양보를 할 것인지 그 점을 상의하면 됩니다.”

 삼봉이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

 

 그 시각 신도림동 이글스파 본부인 웰 모텔 빌딩 7층 윤OO 오야붕 회장실.

 윤 오야가 보스급 4명과 함께 응접테이블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윤 오야의 왼쪽 줄엔 땅굴, 부본무 보스와 금테 사각안경 낀 재정담당 김 전무가 앉아있고, 오른쪽 줄에는 똥개, 길도개 보스와 전대, 노전대 실장이 앉아있다.

 

 “이 것이 아침에 택배로 부쳐온 거란 말씀입니까?”

 윤 오야가 건네주며 나머지 참석자에게 읽어주라는, 심하게 구겨진 A4용지 한 장을 펼쳐 훑어본 김 전무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물었다. 눈이 근시라서 글을 읽을 때는 안경을 콧등 아래쪽으로 내리고 맨 눈으로 읽는다.

 

 “응. 크게 읽어 보게.”

 아까 혼자 있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윤 오야붕이다.

 지금은 조금 안정도 되었고 수하들도 있는 자리라 스스로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예, 회장님. 음, 흠…”

 김 전무가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읽은 내용은 대충 이랬다.

 

 어제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우리를 후원하는 조직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으니 이해 바란다.

 향후 서로의 명확한 관할영역과 상호관계에 관해 협의할 장소와 시간을 하기 핸드폰 번호로 문자 연락해주기 바란다.

 상도동파 정강재, 산이슬파 신이수 배상.

 추신: 별첨 USB의 공개여부도 협의 시 함께 논의할 것임.

 

 “아니, 이것들이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김 전무 옆에 앉은 땅굴 부본무 보스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는 윤 OO의 고교 친구로 이글스파를 함께 만들었으며 왼팔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거, 관할영역을 협의하다니요? 혹시 구로를 자기들한테 넘기라는 말 아닙니까? 오야붕!”

 자기 책임구역인 구로 우신장례식장이 어제 밤에 함께 습격 당한 똥개, 길도개가 울상을 지었다.

 

 옆에 앉아있는 전대, 노전대 실장은 혹시 그 USB에 자기의 대부업소 제14전대가 있는 건물옥상에서 여직원과 함께 웃으며 기념 촬영한 장면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간이 덜컥 내려앉아 심장이 콩닥거렸다.

 

 “첨부한 USB는 보셨습니까? 회장님.”

 김 전무가 불안한 안색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응. 우리 웰 모텔 지하 파티 룸 동영상이야. 날자는 그저께 밤인데, 어떤 또라이 년 놈들이 흡입하고 떼 지랄하는 장면이야. 으, 흠!”

 윤 오야가 천정을 쳐다보다 시선 둘 곳을 못 찾고 두리번거렸다.

 

 옛날에 자기들이 점 찍은 숙박업소를 헐값에 인수할 때 많이 써먹던 수법이다.

 

 이 USB는 삼봉이 믿을 수 있는 후배한테 시켜서 확보한 것이다.

 삼봉은 그 후배에게 파티 룸 하룻밤 대실료 13만원의 열 배를 쥐어주었다.

 

 “이럴 때 일수록 흥분은 금물인줄은 잘 아실 겁니다. 이들이 말한 후원 조직이 만만한 조직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어제 밤에도 말씀 드렸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대기업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시간은 길게 끌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김 전무의 금테 안경 속 눈알에 빛이 반짝거렸다.

 

 아무리 봐도 김 전무는 이글스파의 재정담담이면서 책사를 겸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래, 김 전무 말이 옳아. 나도 처음에 울화통이 터져 저 종이를 찢으려다가 참았어. 배후세력에 대한 정보도 없고, 더구나 약점인 USB까지 있으니까 우선 조용히 만나서 놈 들의 요구가 뭔지 한번 들어보자고. 어, 흠!”

 윤 오야가 울분을 삭이느라 헛기침만 해댔다.

 

 “일단 만나는 장소와 시간은 저희들 몫으로 넘겼는데, 시간은 오늘 오후로 하고 장소는 어디가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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