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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다가오는 겨울을 깨닫지 못했다.
작성일 : 17-09-20 05:05     조회 : 51     추천 : 0     분량 : 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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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대회가 끝이 나고 드디어 여유로움이 찾아왔다.

  물론 기말고사가 남아있었지만, 시험 기간이라 진도를 나가지 않고 자습을 하는 터라 더 여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당분간 체육관에서 늦게까지 운동할 필요도 없고 강민이도 오늘부터는 연습이 없어 느긋하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성이가 가져온 신문과 책도 읽고, 틈틈이 시험공부도 하면서 노닥거리는 평화로움에 긴장이 풀어졌다.

  그래서였을까? 피곤과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몰려들면서 점심시간부터 약간씩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식욕도 떨어지고 아마 또 얹힌 모양이었다.

  점심시간은 그럭저럭 지내다 5교시 수업시간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교과서와 노트를 펼쳤다. 시험 범위 문제를 한두 개 옮겨 풀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강해졌다.

  샤프를 내려놓고 책 위에 엎드려 누웠다.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감독을 하시며 돌아다니는 수학 선생님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셨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작은 소음들이 오히려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았다.

 

  "왜 그래?"

 

  인성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살짝 눈을 떠 인성이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좀 어지러워서. 잘려고."

 

  "담요 줄까?"

 

  "으응. 고마워."

 

  엎드린 채 꼼짝을 하지 않은 나에게 인성이는 담요를 펼쳐 어깨에 덮어주었다.

  교복마이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지만, 손가락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다.

  아, 모르겠다. 일단 좀 자야지.

  포근한 담요의 안락함에 눈꺼풀은 무거워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저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와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곰! 나 사회책 빌려줘."

 

  "사물함에."

 

  나를 흔드는 나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을 했다.

 

  "뭐야? 곰 왜 죽어있어? 백곰 우리 곰 왜 이래?"

 

  "아까 5교시부터 그러던데? 아픈가 봐. 수업 시간 내내 잤어."

 

  흔들던 손을 내 이마에 대더니 나나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야. 곰! 일어나봐. 괜찮아? 너 열나잖아!"

 

  아, 열도 나는구나. 어쩐지 기운도 없고 춥고.

 

  "강민이 이 시끼는 또 어디 갔어? 곰 괜찮아? 어디가 아픈 거야? 약은?"

 

  "... 아마 체했을거야."

 

  "지금 도도 진통제 받으러 양호실 갔는데, 곰 폰 좀 줘봐."

 

  엎드린 상태로 손만 움직여 주머니 속의 폰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나나가 폰을 집어 들고 몇 초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도도에게 짜증을 내는 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이 도도 넌 곰한테는 왜 자기라고 하는거야? 난 막 부르더니."

 

  두 사람이 내 눈앞에서 티격태격하는 거 같아 괜히 웃음이 나왔다.

  크큭하고 웃는 울림에 머리가 울렸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곰 체한 거 같아. 응 열도 나. 응. 해열제랑 소화제. 빨리빨리."

 

  전화를 끊은 나나는 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눈을 떠 앞에 쪼그려 앉은 나나를 쳐다보았다.

 

  "책. 사물함에 있어. 열쇠 여기."

 

  필통을 쓱 밀었다.

 

  "이따가 도도 약 가지고 온 다음에. 누가 곰 아니랄까 봐 미련하게 이러고 있냐. 아프면 네 남친 불러다 약 가져오라고 시키던가."

 

  그저 헛웃음만 짓고 있는 내 이마를 다시 한번 집던 나나는 인성이에게 말을 걸었다.

 

  "백곰 이거 물통 좀 빌린다?"

 

  정수기도 없는 학교라 아마도 교무실로 가서 물을 뜨려는 거겠지.

  담임과 옥신각신할 나나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좋네. 걱정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아픈데도 기분이 좋다니 이상할 일이었다.

  여전히 소란스러운 교실에서 혼자가 아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곰? 괜찮아?"

 

  이번엔 걱정어린 도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도가 나긋나긋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응, 괜찮아."

 

  도도가 건네는 약을 받아들자, 교실 앞문에서 나나와 강민이가 함께 들어왔다.

  강민이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아프다며? 아까 그래서 누워있던 거야?"

 

  강민이는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자 뒤따라오던 나나가 비웃으며 이야기했다.

 

  "애시끼가 곰 아픈 것도 모르고 왜 사냐 왜 살아. 수학샘한테는 끌려가서 혼나기나 하고."

 

  "아 아까 문자 보내다가 걸려서. 유지애 괜찮아?"

 

  "괜찮아 보이냐? 앙? 눈은 장식이야?"

 

  강민이와 티격태격하는 나나가 건네준 물을 받아들고는 약과 함께 마셨다.

  짧은 쉬는 시간이 끝이 나고 수업 시작 종이 치자 나나는 부랴부랴 필통에서 열쇠를 꺼내 사회책을 꺼내 들고는 도도와 함께 반으로 돌아갔다.

  강민이는 내 교과서를 챙겨 사물함에 넣어주고 6교시 문학책을 꺼내서는 인성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자리에 앉았다.

 

  "어? 인성이는?"

 

  "오늘만 자리 바꿔 달라고 했어."

 

  강민이는 자기 마이를 베개처럼 만들어 내 얼굴 아래 대주었다.

 

  "약 기운 돌면 졸릴 거야. 좀 자."

 

  "응."

 

  옆에서 같이 엎드리고는 머리를 만져주는 강민이의 손길에 또다시 눈이 감겨왔다.

 

  "손."

 

  "응?

 

  "손잡아줘."

 

  아래 깔린 오른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자. 강민이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잡아주었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오니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기는. 얼른 좀 자. 문학쌤은 너 이뻐하니까 아까 수학쌤처럼 자도 그냥 냅버려 둘걸?"

 

  강민이는 내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약 기운인지 따스한 기운 탓인지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졌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 문학 선생님이 묻는 말에 강민이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남친 목소리 참 좋네,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잠이 들었다.

 

  *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히터 옆 창가에 기대앉아 나 대신 청소를 하는 나나와 강민이를 바라보았다.

  약을 먹어서인지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건만, 나나는 종례를 마치자마자 찾아와서는 내 빗자루를 뺏어 들고 강민이와 함께 청소 중이었다.

  약 기운 때문인지 조금 멍한 기분으로 싸우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아픈데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이 몽글몽글 기분이 좋았다.

  가방을 챙겨서 뒤늦게 우리 반을 찾아온 도도는 옆에 잡았다.

 

  "강민이가 완전 미라로 만들었네. 지금은 괜찮아? 열은? 이거 마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으며 도도는 이온 음료를 건넸다.

 

  "아, 고마워."

 

  달콤한 이온음료를 마시니 까끌거리던 목이 촉촉해졌다.

 

  - 지이잉.

 

  안고 있던 강민이의 마이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폰을 찾아 꺼내보니 알림창에 해미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민아. 해미한테 전화와."

 

  "그냥 받아."

 

  강민이의 말에 폴더를 열자, 우렁찬 해미의 목소리가 귀에 전해졌다.

 

  - 야, 서강민. 이번 대회 뒤풀이 한다는데 왜 안 와!

 

  - 해미야. 나 지애. 강민이 지금 청소중인데...

 

  - 곰? 곰 아프다며? 괜찮아?

 

  - 응. 약 먹었더니 많이 나아졌어.

 

  - 다행이네... 아! 강민이 그 자식 얼른 오라고 해줘. 지금 다 모여있다고.

 

  - 하하, 알았어.

 

  - ... 곰, 너도 아프지 말고.

 

  - 응. 땡큐.

 

  폴더를 닫고는 강민이에게 해미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야 말코사슴시끼 너 오래잖아? 안가? 안가? 내가 청소할 거니까 빨리 가버려."

 

  "은나나. 넌 남자였음 진짜... 아오."

 

  빗자루를 대충 청소함에 던져놓고서 다가온 강민이는 담요를 다시 한번 여며주었다.

 

  "그렇게 안해도 돼. 이제 진짜 많이 나아졌어."

 

  이마에 손을 대보며 열을 확인해보던 강민이는 씩 웃었다.

 

  "갔다가 금방 올게. 야자 시간에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마."

 

  머리카락을 몇 번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강민이는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하고는 다녀올게, 라고 말하며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헐. 서강민. 의외다. 괜히 나까지 설렜네."

 

  아, 옆에 도도가 있었지. 살짝 부끄러워졌다.

  열린 창문으로 11월 가을치고는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겨울 올려나봐. 바람이 차네."

 

  도도가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앙상한 벚나무 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따스한 히터와 친구들의 따스함에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창밖의 풍경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서서히 겨울이 다가옴을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따스한 온기에 기대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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