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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그날 밤
작성일 : 17-09-19 18:20     조회 : 220     추천 : 2     분량 : 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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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이글스파 본부인 웰 모텔 습격사건이 있은 그날 밤, 자정이 다 돼 가는 시간.

 웰 모텔 7층 회장실 응접테이블에서 오야붕 윤OO이 보스급 4명과 함께 긴급 회의를 하고 있다.

 

 “야, 똥개! 이게 도대체 어찌 된 건지 네가 설명 좀 해봐.”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윤 OO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억제하며 말했다.

 

 성질 같아선 벽 쪽에 세워둔 골프채라도 들고 와 머리통부터 갈기고 시작하고 싶지만, 오야붕 품위를 유지하느라 애쓰며 테이블 우측 앞에 앉은 똥개 보스를 바라봤다.

 

 똥개의 면상은 이미 산이슬 보스의 돌려차기 한 방에 으깨져 퉁퉁 부어 올랐고, 콧등과 윗입술에는 넙적한 반창고가 훈장처럼 더덕더덕 붙여져 있다.

 

 “예, 그것이.. 상도동 갱재 보스와 시흥 산이슬 보스가 배신하고 연합해서 쳐들어왔습니다. 음, 흠.”

 죄인이 된 똥개가 다 죽어가는 소리로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보고했다.

 

 “그래. 그런데, 아까 전화로도 얘기했지만 그 새끼들 다 합쳐봐야 서른 다섯 명밖에 안되잖아? 그런데, 구로에도 삼십 명 정도 쳐들어왔다며?”

 윤 오야는 구로 장례식장을 기습한 놈들이 누구인지가 더 궁금하다.

 

 “예, 그렇답니다. 그런데, 구로 애들 말로는 얼굴을 아는 놈이 한 놈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아직 그 놈들이 어디 소속인지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 흠.”

 구로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니 경험을 살려 추측할 수도 없고 정말 자기도 답답해 죽을 노릇이다.

 

 “아니, 도대체 어디서 온 놈들이란 말이야? 어딘지 알아야 무슨 대책을 세우든지 복수를 하든지 할 거 아니야? 어, 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윤 오야가 나머지 세 명의 보스들 얼굴을 번갈아 보며 시원한 답변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여기도 상도동하고 산이슬 외에 10여명 정도 더 왔다고 합니다. 아마 구로에 온 놈들하고 같은 패거리 같습니다.”

 테이블 왼쪽 앞에 앉은, 본부와 신림동사거리를 관장하는 땅굴 별명의 보스 부본무(夫本武)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땅굴의 별명은 고(高)씨, 부(夫)씨, 량(梁)씨의 선조가 제주도의 땅에 난 세 개의 구멍 삼성혈에서 솟아났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어쨌거나 이글스파의 본거지를 맡고 있는 걸로 보아 오야붕의 신임이 두터운 것 같다.

 

 “그래? 그러면 그 지원 조직의 대원이 40명은 넘는다는 말이네!”

 윤 오야가 눈살을 찌푸리며 심기 불편함을 드러냈다.

 

 습격한 3개 조직을 다 합하면 75명 정도 된다는 말인데, 자기들 이글스파 보스를 포함한 65명보다 10명이나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똥개는 얼굴이 저 모양이 됐는데, 전대 너는 어째 말짱하냐? 너는 전투도 안 했어?”

 할말을 잊은 윤 오야가 상처하나 없이 말짱한 얼굴로 똥개 옆에 앉아있는 제14전대 책임자 노 실장에게 못마땅한 듯 물었다.

 그는 이름도 노 전대(錢帶)이다. 아마도 최근에 별명을 따서 개명한 것 같다.

 

 “아, 예. 그것이 저는 흩어져 있는 13개 전대에 전화 걸고 불러모으느라고 현장에는 좀 늦게 도착해서 싸웠습니다. 으, 흠.”

 양심이 찔리는 노 실장이 얼렁뚱땅 둘러댔다.

 

 고문도가 가면서 일러 준 대로고, 동영상을 짜깁기 할거니까 맨 뒤에서 싸웠다고 해도 된다고 했다.

 어느새 노 실장은 자기도 모르게 고문도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랬어? 참, 부상당한 애들은 몇 명이나, 어느 정도고?”

 윤 오야가 그제야 전투하다 다친 부하들 생각이 나는지 각 보스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예! 저희 대부전대는 저까지 총원 28명 중에 22명 출동해서 중상이 12명입니다. 으, 흠.”

 노 실장이 얼른 먼저 대답했다.

 

 오기 전에 들어보니, 자기들 대부업소 전대가 막강한 상도동파를 대적해서 치열하게 싸웠고, 그래서 중상을 입은 대원이 제일 많은데, 똥개가 지휘한 본부 부대는 부상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뭐? 중상자가 12명이나 돼? 저런! 애들은 다 병원에 잘 입원시켰나?”

 “예, 오야붕! 속히 회복해서 복수전 치러야 될 것 같아서, 돈 좀 비싼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래. 잘했다! 빨리 복수전 펼쳐야지. 그러면 똥개 네가 인솔해서 싸운 여기 본부 부대는?”

 “예, 그것이.. 전체 20명 중에 저 외에는 부상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음, 흠.”

 골목에서 똥개 뒤에 줄 섰던 10명은 폼만 잡다가 말았다.

 

 웰 모텔 건물 안에 있던 9명도 상도동파가 입구에 불질러 조금 타다만 연기나 마셨지, 6층에서 창 밖으로 물건 던지다가 드론에서 분사한 최루가스 눈에 조금 들어간 것 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말짱하다.

 

 “그래? 그래도 똥개 니는 아주 경제적으로 싸웠네! 흐흐. 안 그러냐, 김 전무?”

 

 입원 치료비 적게 들어 좋고, 당장 전투에 나갈 인원이 많아서 경제적인 건 맞는 말이다.

 

 “예, 회장님! 그런 것 같습니다.”

 땅굴 뒤에 조신하게 앉아있던 금테 사각안경 낀 김 전무라는 사람이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덩치는 조폭 간부에 안 어울리게 왜소해 보이지만, 안경 속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났다.

 

 아까 기습을 받았던 그 시각에 윤 오야붕은 이 김 전무와 본부 책임자 땅굴 부본무를 데리고 인천에 사업관련 용무로 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왼쪽 줄에 앉아있는 이 두 사람이 사실상 이글스파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

 

 “구로는 중상자가 몇 명이나 돼?”

 “예, 15명 중에 다섯 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전투 가능한 대원이 전부 몇 명이야?”

 “예, 전체 65명 중에 구로 5명과 전대 12명 도합 17명 제하면 모두 48명이 됩니다.”

 금테 안경 김 전무가 즉시 대답했다.

 이 친구 아무래도 경제 쪽이 전문이 아닌가 싶다. 이글스파의 자금 운용을 책임지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오야붕의 책사 노릇도 하지 싶다.

 

 “48명이라… 내일 당장 상도동이든 시흥이든 깨부수러 가도 큰 문제는 없겠구먼!”

 안심 된 윤 오야가 머리 속에서 복수의 불길을 지피는지 눈동자의 초점이 허공에 멈춰있다.

 

 행동대장 출신들인 똥개와 전대 노 실장은 아주 불안한 안색이 되어 서로 쳐다보며 눈만 끔벅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좀 차분히 생각하면서 작전계획을 치밀히 세운 다음에 행동개시하자고 말하고 싶지만, 습관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 가슴만 답답하다.

 

 “회장님! 제 생각에는 우선 두 개 계파를 배후에서 조종한 놈들이 누군지 파악부터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본부 책임자 부본무가 나머지 보스들의 생각을 감지했는지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어느 세월에 파악해? 당장 갱재나 산이슬이 놈 잡아다 족치면 다 불 거 아니야?”

 윤 오야가 버럭 화를 내면서도 인상을 크게 구기지는 않았다.

 

 반말과 존대어는 쓰지만 연배도 서로 비슷해 보이는 것이, 아마 초기 이글스파를 창립할 때 한 패거리로 놀던 친구 사이가 아닌가 싶다.

 

 “저, 회장님. 그 배후세력이 꼭 저희 같은 조직이 아닐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제 생각도 부 보스님 말씀처럼 하루 이틀만 심사숙고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만.”

 김 전무가 함께 나서서 오야붕의 심기를 조금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다.

 

 “조직이 아닌 다른 세력이라고? 그게 무슨 뜻인가?”

 윤 오야가 얼굴 색을 바꾸며 눈을 끔벅거렸다.

 

 “뭐, 확실치는 않지마는 대기업 같은 데서 배후 세력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대기업? 대기업이 우리하고 무슨 원수 진 일이 있다고 그래?”

 

 “저희가 지금 노량진 재정비촉진지구 건축 현장에 샤시를 납품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들은 거의 다 몰려올 건데, 아무래도 그런 연유로 어디선가 엉뚱한 술책을 쓰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대기업 건설회사의 술책이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네. 노량진에서는 우리도 다른 대기업 건설회사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어느 조직이 나섰을 수도 있겠구먼!”

 윤 오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그 조직이나 건설회사가 어디일까 생각하는 눈치다.

 

 “그렇네요, 회장님! 저는 미처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 했는데, 역시 우리 김 전무 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간단 말입니다. 하하.”

 땅굴 부본무가 지원부대 같은 동지를 만난 듯 함빡 웃음을 지으며 은근히 오야붕의 눈치를 살폈다.

 

 “웬 별 말씀을요. 요즘은 정치권보다 대기업에서 더 조직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테 안경 김 전무가 자신감 넘치는 겸손을 떨었다.

 

 “그래, 좋아! 한 이틀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검토해 보도록 합시다. 저기, 똥개랑 전대는 애들 몸보신 잘 시키고 전투 출동준비 확실히 해두도록 하고. 다들 수고 많았어. 오늘은 이만 가서 쉬고, 내일 아침 10시에 다시 보도록 하지.”

 

 “예, 오야붕!”

 “예, 회장님!”

 

 사람은 한 명인데, 누구는 오야붕이고 누구는 회장님이다.

 폭력조직을 만들어 인면수심으로 나와바리를 넓히고 크게 성장해서 오야붕이 되면 언젠가는 회장님 소리도 듣게 된다는 말인가?

 

 그래서 주먹 좀 쓰는 젊은이들이 학창시절에 철모르게 일진놀이 하다가 아직도 그 악의 구렁텅이로 계속 빠져들고 있는 것인가?

 

 **

 

 다음날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이글스파 본부 웰 모텔로 조그만 봉투가 택배로 배달되었다.

 발신인은 당연히 없고, 수신인은 윤OO 회장님으로 되어있다.

 

 오전 10시가 거의 다 되어 회장실로 출근한 윤OO이 여비서에게서 봉투를 받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열어 보았다.

 봉투 속에는 PC로 타이핑 쳐서 출력한 A4용지 한 장과 USB 한 개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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