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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세작 심기
작성일 : 17-09-18 18:43     조회 : 212     추천 : 2     분량 : 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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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작 심기

 

 

 신림동사거리 북쪽 2백여미터 지점, 이글스파 오야붕 윤OO 소유 ‘풍년가’ 식당 건물 옥상.

 

 “선배님! 구로 장례식장도 접수됐답니다. 히히.”

 구로 현장에 있는 기하성과 통화를 마친 삼봉 주덕팔이 코모도 고문도에게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보고를 했다.

 

 “그래? 그럼 우리도 이제 슬슬 철수할까?”

 문도가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앞에는 이글스파 대부업소 제14전대 책임자 노 실장과 여직원 김 대리가 낡은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아있다.

 

 ‘구로 장례식장? 거기는 우리 똥개 보스가 관장하는 우신장례식장밖에 없는데, 접수라니 무슨 소리지?’

 노 실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들여다 보던 핸드폰 사진에서 시선을 돌려 문도를 쳐다봤다.

 

 김 대리도 보고 있던 사진은 삼봉이 조금 전에 찍어서 두 사람 핸드폰으로 각각 전송해준 것인데,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드론 앞에 두 사람이 다정하게 앉아있는 장면이다.

 두 사람 뒤쪽으로 그들 이글스파 본부인 웰 모텔의 뒤편 벽면이 뚜렷이 보이는 사진이다.

 

 두 사람은 문도와 삼봉이 오야붕끼리 형제의 연을 맺고있는 수원 북문파에서 파견되어 웰 모텔 홍보 선전용 동영상을 드론으로 찍는 줄 알고 바보처럼 협조하고 있는 중이다.

 드론이 날아오르는데 핸드폰으로 통화하면 전자파 방해를 받으니까 좀 꺼두라는 삼봉의 말에 꺼놨다가, 조금 전에 다시 켜고 보면서 기념사진이라며 좋아하던 중이다.

 

 “저기, 북문파 친구! 금방 구로 장례식장이 접수됐다는 게 무슨 말이오? 거기는 우리 똥개 보스가 관할하는 구역인데?”

 

 “그래, 맞소! 그 우신인가 하는 장례식장을 지금 우리 북문파가 장악했소. 아마 그쪽 대원들이 전부 열댓 명은 되지요? 흐흐.”

 

 “뭐가 어째? 이 자식이! 우리 나와바리를 북문파가 장악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코앞에 있는 자기들 본부가 습격 당한 줄도 모르고 있는 노 실장이 험악하게 생긴 얼굴을 붉히며 핏대를 세웠다.

 

 “노 실장님! 지금 그 똥개라는 보스가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는 아시오?”

 “그걸 내가 왜 몰라? 저기, 저 건물 똥개네 퓨전주점 지배인 보고 있겠지.”

 노 실장이 바로 옆 건물을 가리키며 뜬금없이 그건 왜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 똥개 보스가 지금 산이슬파 보스 산이슬이한테 얻어터져서 피투성이가 되어있어요! 흐흐.”

 

 “뭐가 어째? 이 자식이 진짜 별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를 다하고 있네! 야, 젊은 친구! 산이슬은 우리 이글스파 연합조직인 신이글스파 우군 조직이야!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크크.”

 노 실장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노 실장님! 아까 내가 옥상 출입문을 열어주면 친절에 대한 보답은 해준다고 했지요?”

 문도가 멀리 웰 모텔 옥상을 넘어서 돌아오는 드론을 바라보며 두 사람의 말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랬지! 그런데, 그 보답이라는 게 우신장례식장 접수란 말이오?”

 한 가닥 하게 생긴 문도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노 실장이 눈꼬리를 내리며 되물었다.

 

 “저기 오는 드론이 찍은 사진을 보여줄 테니까, 한번 보고 얘기합시다.”

 문도가 드론을 노 실장 머리 위로 넘겨 자기 앞에 안착시키고 오프 버튼을 눌렀다.

 

 “자, 두 사람 다 여기 스틸 화면을 잘 살펴봐요.”

 문도가 드론 조종기 화면을 거꾸로 돌려서 앞에 있는 두 사람이 잘 볼 수 있게 내밀고 몇 커트씩 훑고 정지시키면서 보여줬다.

 

 “어, 어? 이게 뭐야?”

 “어머나! 이건 우리 본부가 습격 받는 거 아녜요?”

 두 사람 다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저놈들이 도대체 누구야? 어? 저거, 상도동파 갱재 보스 아닌가?”

 “어머! 저기, 산이슬파 산이슬 보스 아니에요?”

 두 사람이 놀라서 기절초풍할 표정을 짓고 얼어붙어버렸다.

 

 신이글스파 연합세력은 두어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단합대회 겸 야유회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얼굴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자기들 연합세력 조직 두 계파가 연합해서 자기네 본부인 웰 모텔을 습격하고 있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아까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술 취한 취객들이 패싸움 하는 줄 알고 별로 신경도 안 썼는데, 자기들 이글스파와 습격하러 온 상도동파, 산이슬파 대원들간의 전쟁이었다는 말이다.

 

 대충 여남은 커트만 훑어봤지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지는 알 것 같다. 한마디로 기습공격 받고 개 작살이 났다는 것이다.

 구로 우신장례식장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오? 설마, 북문파가 상도동, 산이슬파와 손잡고 우리 이글스파를 공격했다는 말이오?”

 노 실장이 얼이 빠진 눈으로 문도와 삼봉을 번갈아 쳐다봤다.

 

 “맞소! 이제 감이 잡힙니까?”

 문도가 대답하며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노 실장을 노려봤다.

 

 “어, 어째서 그런 일을…”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보고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다른 조직도 아니고 오야붕끼리 형제의 연을 맺고 있는 북문파에서, 그리고 자기들과 엊그제까지도 형아 아우야 하던 상도동과 산이슬파까지 가담하여 반란을 일으키다니! 수십 년 조폭 인생을 살아왔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가 오늘 여기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핸드폰 꺼놓고 있지 않았다면, 노 실장은 분명히 저기에 나갔겠죠? 그랬으면 지금 똥개 보스처럼 피투성이 되어있지 않았겠소?”

 

 “그, 그래서? 그게 나한테 한 보답이란 말이오? 이건 나를 조직의 배신자로 만든 꼴밖에 더 돼요?”

 노 실장이 인상을 있는 대로 쓰면서 문도를 노려봤다.

 

 “그렇지는 않소! 낼 모레면 이글스파는 스스로 구로와 금촌구, 상도동에서 손을 떼고 조직을 축소하게 될 거요.”

 

 “그 정도 습격으로 우리 오야붕이 그렇게 할 만큼 호락호락한 사람으로 봤다면, 북문파가 크게 오산한 것이오!”

 노 실장이 독기를 가득 머금은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물론 윤OO이가 지금까지는 그 정도로 물러날 사람은 아니었지! 헌데, 어째서 상도동파나 산이슬파가 그렇게 쉽게 이글스파를 배신했다고 생각하시오? 내일 당장이라도 이글스파 60여명이 총출동하면 양쪽 어디든 개 작살이 날줄 뻔히 알 텐데 말이오!”

 

 “그, 그거야, 뭐. 북문파가 뭔가 꼬드겨서 잘못 판단하고 그 멍청한 개 자식들이 그랬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잘 들어요! 우리 북문파 뒤에는 더 큰 전국구 거대한 조직이 있소! 만약 내일이라도 이글스파가 복수한답시고 섣불리 까불다가는 진짜로, 여기 신도림도 못 건질 만큼 아작이 날 거라는 사실을 명심하시오!”

 

 “전국구요? 요새 그런 조직이 어디 있소? 다들 자기 지역구에서 세력 넓히고 연합하는 거지.”

 노 실장이 설마 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김태촌의 범서방파니, 조양은의 양은이파니, 이동재의 OB파 같은 소위 전국구 조직은 없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 대형 조직은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작은 조직으로 나누고 분산시켜서 활동하는 추세이다.

 

 “지금 노 실장한테 그것까지 말해 줄 수는 없소! 하여튼 낼 모레 내 말처럼 신이글스파 3개 연합조직 보스들이 모여서 의논하게 될 거라는 사실만 명심하시오. 그때 가서 내가 다시 연락할 테니까 그런 줄 아시고, 당분간 오늘 일은 서로 비밀로 해둡시다. 그게 노 실장 신변에도 좋겠지요?”

 문도가 자신감 있는 얼굴로 노 실장을 지긋이 바라봤다.

 

 노 실장도 지금 몹시 황당하고 당황해서 제정신을 못 차리고 어쩌면 좋을지 돌머리만 굴리며 좌불안석에 있는 중이다.

 만에 하나 오늘 자기가 옥상 출입문을 따주고 함께 앉아서 드론을 날려보내며 기념촬영까지 한 사실이 들통나면 자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될 목숨이 분명하다.

 

 이 요상한 소리만 늘어놓는 젊은 녀석들이 솔직히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눈앞에서 자기 본부와 구로 나와바리까지 참패를 당하는 꼴을 직접 보았다.

 저 녀석 말처럼 진짜 뭔가 거대한 전국구 조직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삼일간의 말미를 주며 자기 말이 현실로 나타날 때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는데 달리 안하겠다고 말할 이유도 없다. 그랬다가는 저 녀석들이 자기들 사진을 이글스파 오야붕에게 택배로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더라도 만에 하나, 저 녀석 말처럼 이글스파가 축소된다면 자기 같은 노땅이 영순위가 될 것은 뻔한 이치다.

 무슨 퇴직금을 줄 리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는데, 하루 아침에 거지꼴이 되어 노숙자 신세가 되고 새파란 후배들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드론이야 여기 아니라도 어디서든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 자기를 찾아왔다. 이 친구가 뭔가 자기한테 이용가치를 느끼고 그랬을지도 모른다.

 눈 딱 감고 며칠만 더 기다려보면 혹시 무슨 횡재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저 친구 말마따나 오늘 저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병원 침상에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이도 들어서 회복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그, 그렇다면 알겠소. 내, 며칠 지켜보리다. 거, 약속은 꼭 지키시오!”

 노 실장이 안쓰러울 정도로 사정하다시피 대답을 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세작이 이글스파 내부에 심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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