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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경 특공대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17.6.1

고교 시절 좀 놀았던 코모도섬의 왕도마뱀.
세월호 시신인양 임무에 환멸을 느껴 퇴역했다.
밀수꾼?... 간첩?... 조폭?
뭍으로 올라온 해경특공대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도라 도라 도라
작성일 : 17-09-17 15:03     조회 : 221     추천 : 2     분량 : 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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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라 도라 도라

 

 

 -삐뽀 삐뽀

 -<<골목길에 몰려 서서 뭐 하는 겁니까? 여기는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식당거립니다. 행패를 부리거나 패싸움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속히 해산하시오! >

 미등만 켠 경찰 패트롤카에서 젊잖은 소리로 경고방송을 했다.

 누가 신고를 해서 출동한 게 아니고 그냥 순찰 돌다가 사람이 많으니까 들어와본 모양이다.

 하기야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누가 왜 경찰에 신고하겠어?

 

 “병신, 육갑 떨고 자빠졌네. 크크. 야들아! 몸으로 백차 막아서고, 순경아찌들 내려오면 건들지 말고 둘러싸서 몸으로 막아!”

 대포 유대호가 순경들 꼬락서니가 우스운지 피식 웃으며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예, 형님! 얘들아 2열 횡대로 늘어서!”

 깍두기 머리 덩치들이 다섯 명, 네 명씩 두 줄로 늘어서서 순찰차 앞을 가로막아 섰다.

 

 여기는 서울 신림동이라 자기들 얼굴 아는 순경도 없을 것이고, 수원에서 저런 순찰차 상대로 승강이 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닌 북문파 대원들이다.

 

 -삐뽀 삐뽀

 -<<빨리 해산하시오! 경고합니다, 빨리 해산하시오! >

 순찰차가 북문파 대원들 수 미터 앞에 멈춰 서서 경고방송만 계속 읊어대고 있다.

 

 척 보니 깡패들이 패싸움 하는 게 분명한데, 이런 때 잘못 내렸다가는 되레 큰 봉변을 당한다는 걸 잘 아는 경찰들이다.

 우선 앞에 보이는 건 삼거리 골목길을 막아선 여남은 명 깍두기 머리뿐이라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살피며 상황파악부터 하는 게 급선무다.

 

 양쪽 골목에서 패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그 소리는 순찰차 안에까지 들리지 않는다. 빤히 보이는 곳은 이글스파 본부인 웰 모텔의 좌측 끝 부분과 그 옆 오피스텔 건물 우측 끝부분 사이의 공간일 뿐이다.

 

 “박 경장님, 어떡하지요? 저 자식들 연장도 없고 패싸움 하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한데요.”

 운전대를 잡은 이파리 두 닢 견장의 김 순경이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싸우는 게 아닌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골목을 막고 행패를 부리면 안되지!”

 이파리 세 닢 견장의 박 경장이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리고 전방을 주시했다.

 

 앞을 가로막는 여남은 명의 깍두기들이 분명히 조폭같기는 한데, 한 명도 얼굴이 눈에 익은 녀석이 안 보인다. 자기들 관할구역내에 있는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대부분 얼굴이 안면이 있다.

 

 “저는 아는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혹시 박 경장님은 몇 놈 보이세요?”

 “아니, 나도 한 놈도 안보이네. 여기 이글스파 아닌가?”

 마이크 든 박 경장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지 고개를 차창에 바짝 디밀고 안경 너머로 밖을 응시했다.”

 

 “혹시 어디 대학교 유도부 애들이 회식하러 온 거 아닐까요? 전조등 켜고 겁 좀 줘볼까요?”

 

 “응, 그래 봐. 학생들이면 술 취해도 비켜 설 거야.”

 

 김 순경이 전조등을 켜고 앞을 막아선 깍두기들을 환하게 비췄다. 그래도 9명이나 되는 녀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노려볼 뿐, 한 놈도 움쩍도 않은 채 요지부동으로 그대로 서있다.

 

 “학생들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내려서 권총으로 위협하고 해산시킬까요?”

 김 순경이 허리에 찬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우물거렸다. 탄창에 고무탄이나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안돼! 진짜 술 취한 조폭들이면 어쩔 거야? 섣불리 건드렸다간 괜히 봉변만 당한다.”

 경찰도 안전이 제일이다. 경험 몇 년 많은 선배와 후배가 한 조를 이루고 순찰하는 것도 그래서 이고.

 

 “그럼 어떡해요? 이대로 가만히 있어요?”

 젊은 김 순경이 완전 쪽팔려서 안달이 났다. 이러려고 내가 경찰 되었나 하는 표정이다.

 

 -와장창 깽창!

 바로 그때, 조폭들 뒤로 웰 모텔 6층에서 내던진 화병 한 개가 떨어져 박살이 나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깨졌다.

 

 “어? 저, 저게 뭐죠? 저 위에 웰 모텔 유리창도 깨진 것 같지 않습니까?”

 김 순경이 깜짝 놀라 어둠 속으로 높이 솟아있는 웰 모텔을 목을 빼고 올려다 봤다.

 

 “저, 저 위에 있는 것들은 이글스파고, 여기 이것들은 이글스파 치러 몰려온 놈들 아니야?”

 박 경장도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는지 다급하게 소리쳤다.

 

 “조폭 간에 전쟁이란 말입니까? 어, 어떡하지요? 문부터 잠글까요?”

 -철거덕

 -쓰으으윽

 순찰차 차문 잠그고 유리창 올리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야, 김 순경! 차 뒤로 빼라! 빨리 빼!”

 박 경장이 백미러와 사이드미를 번갈아 보며 어서 빼라고 난리를 쳤다.

 

 “에, 알겠습니다. 얼른 본부에 연락하십시오!”

 황급히 후진하는 김 순경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다. 권총 빼 들고 나가자던 조금 전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당가?

 

 -부웅~ 쿵!

 -끼익!

 골목 입구에 잔뜩 모여있는 구경꾼을 피하며 급히 후진하던 순찰차가 인도로 올라서며 가로등을 들이받고 멈춰 서고 말았다.

 

 “여보세요? 본부, 본부! 여기 봉천로 20길! 긴급사태 발생. 지원바람! 긴급사태 발생!”

 민주경찰이 시민들 앞에서 쪽팔리는 짓 참 골고루 여러 가지 하고 있다. 레커차부터 불러야 쓰겠구먼.

 

 **

 

 한편 웰 모텔 앞 골목길.

 골목 왼쪽에는 오피스텔 건물 앞에 산이슬파 산이슬 보스의 수하 15명과 이글스파 똥개 보스의 10명이 대치하고 있다.

 골목 오른쪽에는 상도동파 행동대장이 이끄는 수하 15명과 긴급히 달려온 이글스파 대부전대 소속 대원 20여명이 서로 얽혀 피 튀기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건 기습공격을 해온 상도동파와 산이슬파, 북문파의 연합세력이다.

 

 “차 나왔습니다 보스! 얼른 타고 출발하시지요.”

 웰 모텔 6층에서 내던지는 물건을 피해 1층 로비에 들어와 있는 상도동파 보스 갱재에게 수하 한 명이 달려와 보고를 했다.

 

 “그래? 그 놈들 이제는 던질 물건이 동이 났나 보네. 빨리 가자.”

 안심한 갱재가 얼른 로비에서 나와 골목으로 나가서 위를 올려다 봤다.

 

 그런데, 6층 깨어진 유리창 베란다 앞에 웬 비행물체가 떠서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아니, 저게 뭐야?”

 “뭔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전에 옥상에서 내려와서 저기에 있던 놈들에게 뭔가를 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저거, 그 뭐냐, 드론이라는 거 아니야?”

 티브이에도 나오는 드론을 금세 알아봤다.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 최루가스 같은 걸 쏘는지, 새끼들이 고함을 지르고 전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하가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아, 북문파에서 뭔가 준비한다더니 바로 저건 가 보다. 잘됐네.”

 갱재 보스가 이젠 됐다 싶은지 북문파와 합류하기 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쪽으로 빠져나갈까요?”

 지하주차장에서 SUV 차량이 줄줄이 올라오다 멈춰 서있다.

 

 “양쪽 다 막혔잖아? 저기, 북문파 있는 데는 아직 괜찮지?”

 갱재가 골목 좌우를 둘러보다 숯불갈비집 옆 사잇길을 가리켰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백차가 온 것 같던데요!”

 

 “백차? 까짓 거 밀고 나가면 돼! 그쪽으로 차를 세우고 퇴각하라고 해!”

 

 “예, 보스! 야, 저쪽 북문파 있는 쪽으로 빠진다. 빨리 차를 줄 세워!”

 수하가 운전자에게 지시하고 행동대장이 싸우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앞으로 급히 달려갔다.

 

 차량들이 전조등과 깜박이를 켜고 경적을 울리며 북문파가 진을 치고 있는 골목으로 줄지어 나갔다.

 그 소리를 듣고 오피스텔 앞에 대치하고 있던 산이슬파가 슬슬 뒤로 물러나며 퇴각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쪽, 저쪽으로 공격하시오!”

 골목 한가운데 선 갱재 보스가 드론을 올려다보고 손으로 행동대장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쪽을 가리키며 흔들었다.

 

 “대장님, 철수하라는 명령입니다! 야잇 개 새끼들!”

 행동대장에게 보고한 수하가 이글스파에게 주먹을 날리며 동료를 도왔다.

 

 “야!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막아라!”

 수하의 전달 보고를 받은 행동대장이 대원들에게 큰소리로 지시했다.

 

 “야, 저 새끼들 철수한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다 때려 잡아라~!”

 이글스파 중에 주먹 꽤나 센 놈이 격투 중에도 눈치채고 동료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와~ 죽여라! 다 때려 죽여! 이 새끼!”

 갑자기 이글스파의 전의가 충천해졌다.

 

 “이야압~!”

 -팟, 퍽, 퍽!

 “끅! 읔!”

 -휘릭, 퍽!

 “이 새끼, 아도오오오~!”

 

 싸우다 후퇴하면 전력이 엇비슷해도 일단 급격히 열세로 몰리기 마련이다. 상도동파 대원들이 밀리면서 깨지고 터지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차에 올라타기도 어렵게 생겼다.

 

 -슈우웅

 

 바로 그때, 갱재 보스의 손짓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이 6층 베란다에 머물던 드론이 쏜살같이 내려왔다.

 

 -칙칙! 치지직!

 

 드론이 눈이라도 달린 듯이 이글스파 대원만 골라서 얼굴에 최루가스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7층빌딩인 웰 모텔 뒤편 ‘양반가’ 식당 4층건물 옥상에서 고문도가 삼봉 주덕팔과 함께 드론 조종기 화면을 들여다보며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눈에 최루가스를 맞은 이글스파 대부전대 소속 대원 20여명은 눈을 비비며 뒹굴거나 드론을 피해 뒤로 도망치기 바쁘다.

 

 “자, 전원 구보로 철수한다!”

 행동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도동파 대원들이 일제히 SUV차량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수하들이 퇴각해 오는 것을 본 갱재 보스가 먼저 선도차량에 탑승하고 라이트를 깜박이며 출발했다.

 뒤이어 산이슬파 대원들도 별다른 저항 없이 쉽게 퇴각하여 각자의 차량에 올라타고 줄줄이 출발했다.

 

 산이슬파와 대치하던 똥개 보스 패거리는 산이슬파가 후퇴하는 줄 알고 앞으로 전진하다가 반대편 골목에서 우루루 몰려오는 상도동파를 보고는 질겁을 하고 도로 뒤돌아 도망쳐 갔다.

 

 순찰차를 가로막고 있던 유대호의 수하들도 자기들 차량에 올라타고 출발하면서, 가로등을 들이받고 망가진 순찰차 밖에 나와 뻘쭘하게 서있는 두 경찰에게 거수경례를 붙이며 웃어주고 그냥 지나쳐 갔다.

 

 **

 

 구로 디지털단지역 근처 우신장례식장.

 이 지역이 관할구역인 이글스파 똥개 보스의 수하 15명이 전부 장례식장 마루바닥에 꿇어앉아있는데, 한 놈도 제 얼굴인 녀석이 없다.

 

 도로에 정차했던 북문파 대원들의 SUV차량 4대와 행동대장 기하성의 그랜저는 어느새 장례식장 전용 주차장에 언제 여기서 전투가 벌어졌냐는 듯 얌전히 파킹 되어 있다.

 

 대원 30여명을 데리고 왔던 기라성, 기하성이 친구 삼봉, 주덕팔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응, 나다. 어찌 됐냐?”

 

 -“도라, 도라, 도라 다! 히히. 거기는?”

 

 “응, 여기도 도라, 도라, 도라 다! 하하.”

 

 ‘도라 도라 도라’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군이 사용한 ‘공격 성공’을 알리는 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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