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수호자, 다시 말해 거대한 막대기의 움직임은, 일단 구불구불한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몹시 올곧았다.
꼭 중력과 마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원반 하나가 장애물이라곤 전혀 존재하지 않는 허공을 영원히 거닐고 있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기체機體라면 당연히 이곳저곳에 나붙어 있어야 할 추진기의 모습들을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는 하늘의 수호자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기괴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약간의 공허함과, 약간의 공포심을 가져다 주었는데, 아마 아무런 특징 하나 없이 그저 귀신처럼 주르륵 미끄러져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느낌을 받는 것일지도 몰랐다.
거기다 꼭 하늘이 대신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하늘의 수호자는 언뜻 보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모습으로 인지되고 있었지만, 아주 자세히 들여다 봐야 보이는 부스터의 열기가 하늘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하늘의 수호자는 가만히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단지 그렇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닉붐을 일으키는 속도와, 그에 따른 초음속을 돌파하는 소리, 그리고 우박이 두들기는 것 같은 반복적인 진동을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눈과 귀, 나아가 최종적으로 모든 감각을 통솔하는 뇌가 흡사 최면이라도 걸린 듯 잘 인식하지 못했기에, 그냥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영상이 바뀌었다.
단지 푸르른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마음껏 날아다니던 하늘의 수호자가 돌연 벌새라도 된 양 우뚝 멈춰섰다. 그와 동시에 하늘의 수호자를 멈춰 세운 테론의 생명체, 기간트Gigant와 마찬가지로 이른 바 스카이 워커Sky Walker라 불리우는 기괴한 갑각류형 몬스터가, 정말로 등짝인지 확신이 안 서는 이상한 부위에서 자라난 거대한 두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하늘의 수호자와의 거리를 좁혀내었다.
그러나 그건 단순히 몬스터만의 본능적인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가재와 닮은 몬스터의 여러 마디의 몸통이 대뜸 그만큼의 덩어리들로 변해 뭉텅뭉텅 흩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굵직한 번갯줄기에 삽시간에 검게 타들어 가 버린 것이었다.
영상이 멈추고, 마더의 말이 이어졌다.
"테론의 대기권 내에 배치한 무인 폭격기들이 하늘의 수호자의 관리 하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와는 달리 시범적으로 이곳, 테론의 주민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란 학문을 활용해 폭격기를 만들었으며, 방금 보신 벼락은 앞으로 테론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실 '번개의 창'이란 마법입니다. 미들 클래스Middle Class의 마나를 지니고 있다면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간단한 마법입니다."
언젠가 영상을 통해 보았던 늙은 마법사가 해당돼 있는 등급의, 그러니까 '중간'이란 어정쩡한 단어와, '간단'이란 허울 좋은 단어를 지닌 등급의 마법치곤 지구의 광학병기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이 고작 중간 정도의 마법이란 마더의 설명은, 충분히 소유의 관심을 끌어 당기고, 또 "그럼 그 이상의 마법은 이것보다 더 어마어마하겠네?" 같은 질문을 날리게끔 만들었지만, 이어지는 마더의 대답은 금세 소유의 흥미를 시들시들해진 꽃처럼 뒤바꾸어 버렸다.
"이론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파괴적인 면에선 미들 클래스와 그 이상의 클래스는 크게 차이가 없으며, 단지 효과가 미치는 범위와 마나의 소비량, 그리고 마나를 사용하는 데에 필요한 안전성 면에서만 극강한 차이를 보일 뿐입니다. 단어 그대로 프로페셔널 클래스Professional Class, 즉, 좀 더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하는 전문가가 된다고 이해하시면 편하실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알파의 목소리와 몸을 빌어 자리한 마더의 길면서도 짧은 말이 마침내 끝을 고하자,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여 보인 소유가 잠시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어김없이 집어 들고 재차 알파, 다시, 마더를 바라보며 찻잔 안의 내용물을 홀짝이는 사이, 멈췄던 영상이 거듭 꿈틀거리며, 이번엔 입체 영상의 반쪽을 차지했던 바다의 풍경이 전체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