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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그때와는 다를 거야.
작성일 : 17-09-16 02:52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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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아침 일찍 도착한 운현궁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녹음으로 둘러싸인 작고 소박한 궁을 둘러보며 접수처를 찾았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어서 많이 헤맬 필요가 없었다.

  접수를 마치고 한복을 갈아입고 만난 경수와 여진이와 툇마루에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저 사람 머리도 만져주고 싶다. 한복을 입었는데 저런 부스스한 머리라니."

 

  경수는 내 머리를 예쁘게 치장해주며 말했다.

  경수가 가리킨 곳을 보니 그냥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참가자가 보였다.

 

  "내 머리나 잘해줄래?"

 

  "아 좀. 머리 더 기르지. 하고 싶은 머리 있는데."

 

  "기른 건데?"

 

  "그래 빨리 자라긴 했네. 애초에 머리는 왜 그렇게 잘라서는."

 

  "제제 엉큼한 생각 많이 해서 그래."

 

  투덜대는 경수의 말을 들으며 내 얼굴에 이것저것 찍어 발라주던 여진이가 웃으며 말을 했다.

  경수는 가방에서 예쁜 핀 몇 개를 꺼내 머리에 꽂아 주었다.

  여진이도 고른 핀을 들고 옆에 앉았다.

 

  "진, 너도 일로와. 머리 올려줄게."

 

  경수의 손놀림에 여진이의 긴 머리가 화려하게 올라갔다.

  아마도 나한테 해보고 싶던 머리인 모양이었다.

  여진이가 고른 핀까지 꽂고 나자 검은색 커플 한복을 입은 두 사람이 더 화려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나만 혼자 흰색 옷을 입고 있으니, 나나 검은 한복 빌려올 걸 그랬나, 라는 후회가 살짝 밀려왔다.

  대회가 시작하기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넓지 않은 궁인지라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몇 장을 찍었다.

 

  "아, 여긴 별로 찍을 때가 없어. 기껏 한복 입었는데."

 

  여진이는 아깝다는 듯 툴툴댔다.

 

  "제제 대회 끝나면 다른 궁으로 옮기자."

 

  "아, 그러자. 어디 가지? 어디가 이쁘지?"

 

  경수와 여진이가 머리를 맞대고 다음 일정을 짜는 동안 대회가 시작되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초등학생들이 경연하고 있는 누마루의 내부는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있는 바깥과는 차분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 따르는 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차향이 평온한 마음으로 만들어주었다.

  저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대회는 억지로 나오기는 했지만 보고 있으니 역시 좋았다.

  대회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바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하여튼 제제 넌 상복은 있다니까."

 

  고등부 동상을 받아 든 나를 보며 경수가 말했다.

 

  "그러게. 덕분에 우리 동아리도 놀자판 동아리란 소리는 안 듣겠다."

 

  작게 웃는 경수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진이가 화제를 돌렸다.

 

  "예쁜 정원 있는 데 가고 싶어. 창덕궁 이쁘댔는데."

 

  "거기로 갈까?"

 

  "콜."

 

  한복을 입고는 함께 창덕궁으로 이동했다.

  운현궁과는 다르게 좀 더 큰 규모의 창덕궁을 보며 경수와 여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둘의 커플설정샷을 찍어주고 있을 때 갑자기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그래, 여보다.

 

  - 하하. 갑자기 웬 여보? 대회는 잘 하고 있었어?

 

  - 그게 이제 궁금하냐? 유지애. 진짜 나한테 관심 없지? 나 은메달이야.

 

  - 와. 내 남친 대단하네.

 

  - 보러왔으면 반했을 텐데?

 

  - 그러게 아깝다. 가위바위보를 잘했어야 했는데...

 

  - 너는? 대회 끝났어?

 

  - 응 끝났지. 동상이다아~.

 

  - 담임이 보낸 보람 있네. 집 갈 거야?

 

  - 아니 지금 창덕궁이야. 여기 되게 이뻐.

 

  - ...돌아다니고 있구나?

 

  - 응 얘들이랑 사진 찍고 있었어. 아 맞다. 해미는? 해미도 끝났어?

 

  - 걘 지금 열심히 경기중.

 

  - 아 해미한테 잘 하라고 전화했어야 했는데.

 

  - 나한테는 할 생각 안하고?

 

  - 아냐. 하려고 했는데 강민이 너가 먼저 전화한 거야.

 

  - 하튼 유지애 말은. 경기 끝날 때까지 연락 한 통 안 했으면서, 내 생각 조금도 안 했지?

 

  강민이의 작은 투덜거림을 들으며 다가온 여진이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또 여기저기를 열심히 찍는 여진이를 바라보며 아니라고 말하며 웃었다.

 

  - 거짓말 마.

 

  투덜거리는 강민이 목소리 뒤로 재우 목소리가 들렸다. 어?

 

  - 응? 재우? 재우가 거기 있어?

 

  - 응, 준성이랑 같이 왔더라고.

 

  - 아아.

 

  준성이가 친해서 같이 온 건가? 묘하게 신경이 쓰였지만 더는 말로 꺼내진 않았다.

  여진이가 부르는 소리에 나중에 전화할게, 라며 전화를 끊었다.

  별 일 없겠지? 뭐 옛날에 좋아했다는거니까.

  그렇게 고개를 드는 거슬림은 내 착각이겠거니 덮어버렸다.

 

  *

 

  대회도 끝이 나고 학교생활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외부상장을 받아 온 덕분에 동아리 면도 좀 살았다며 담임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리고 기말고사까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강민이도 연습으로 부실에서 살다시피 하게 되었다. 나야 물론 오전 오후 체육관에 살다시피 했고 그런 나를 강민이는 못마땅해했다.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끔 이야기를 나눌 때 강민이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곤 했다.

  오늘도 운동을 마치고 습관처럼 폰을 확인해보니 강민이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

 

  [밑에서 기다리는 중]

 

  헐? 문자 온 지 벌써 10분이나 지났다.

  너무 늦게 봤네.

  빨리 내려가겠다는 문자를 보내고선 얼른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을 나섰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강민이가 웃으면서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민아, 라고 부르며 계단을 총총총 빠르게 내려가 풀썩 안겼다.

 

  "운동 왜 이렇게 늦게 끝났어."

 

  안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민이가 물었다.

 

  "방학이니까, 조교들 특훈? 요즘 맨날 나머지 운동해."

 

  "하아. 완전 체육관에서 사는구나. 더 늦네?"

 

  "아, 검도 공인심사 있어서 그래."

 

  "검도? 검도는 왜 해?"

 

  "몰라. 시작하더라고."

 

  "내 여친은 운동 쪽으로 나가실 건가 봐?"

 

  "아냐."

 

  "아니긴. 윤쌤 말대로 그 체육관은 좀 없애야 될 거 같아."

 

  이제는 진심같은 강민이의 말에 웃어버렸다.

  강민이가 내민 손을 잡고 걸었다.

  여름 밤의 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아 워터파크 언제 갈꺼야?"

 

  "너 생일날."

 

  "어...? 나 그날 체육관 수련회."

 

  "안돼."

 

  "왜에? 그 다음주나 그 전주에 가면 되잖아."

 

  "싫어."

 

  올려다본 강민이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거 안 가면 안 돼? 매년 가잖아."

 

  지금껏 이랬던 적이 없던 터라 심란해졌다.

  역시 요즘 강민이가 싫어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이 아니었다.

 

  "안돼?"

 

  기운이 없는 듯 쓸쓸하게 웃어보이며 묻는 강민이를 매정하게 내칠수가 없었다.

 

  "돼. 가자."

 

  살짝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진짜?"

 

  급 화색이 돌며 연신 뽀뽀를 하는 강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체육관에 관심을 쏟은 터라 내심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에구구, 관장님께는 뭐라고 말을 한담? 작은 한숨을 감추며 강민이의 등을 꼬옥 안았다.

 

  *

 

  "저 시끼야. 저 시끼때매 날씨가 이런 거라고."

 

  워터파크를 가는 버스 안에서 나나가 중얼거렸다.

  어제까지도 화창했던 하늘은 오늘 아침부터 꾸물꾸물한 기운을 보이더니 빗방울이 한 두 방울 창문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오니까 사람들 많이 없지 않을까?"

 

  폰에 온 여진이의 문자를 보며 말했다.

  바닷가에 비가 쏟아져서 난리가 났다는 문자에 고생하고 있을 애들이 눈에 선해 웃음이 나왔다. 열심히 텐트 옆에 물길이라도 만들고 있으려나? 작게 웃는 나를 보며 나나는 편들지 말라며 투덜댔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도착할 때쯤 그쳤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방학임에도 워터파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짜잔."

 

  비키니로 갈아입은 해미와 나나가 몸매를 뽐내며 내 앞에 섰다.

  모델처럼 늘씬하고 큰 키에 라인 완벽한 해미와 나랑 똑같은 키면서도 저 글래머스한 나나... 나만 뽕이구나...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흐를 거 같았다.

  새로 산 비키니 위에 옷을 걸치고 나가니 구릿빛 피부에 요즘 운동 좀 과하게 하신 결과물인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강민이가 서 있었다.

  내 남친 잘생겼네, 흐뭇하게 강민이를 쳐다보다 그 옆에 선 하얀 인성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인성이... 팔뚝이.. 어깨가... 우와. 교복을 입고 있을 때 드러나지 않았던 어깨와 팔뚝에 놀라움이 일었다.

 

  "헐? 인성이 너 팔뚝 만져봐도 돼?"

 

  나도 모르게 다가가 하얗고 튼실한 팔뚝을 만져보았다.

 

  "검도 해서 그런 거야? 아니 왜 이렇게 굵어? 난 검도 해도 안 굵어지던데. 년수 차이인가?"

 

  조물거리는 내 손짓에 인성이는 팔에 힘을 주었다.

  오, 딱딱해! 대박! 놀라움에 계속해서 팔을 만져보았다.

 

  "야야 왜 자꾸 다른 남자 팔뚝을 만져대냐?"

 

  강민이가 짜증을 내며 잡아끌었다.

  뒤에 서 있던 나나와 해미도 신기한지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아쉬움을 가득 담아 강민이를 쳐다보았다.

 

  "왜."

 

  못마땅함이 가득한 말투로 강민이가 내려보았다.

 

  "아니 신기해서. 검도하면 팔이 두꺼워질까?"

 

  팔을 들어 요리조리 돌리며 강민이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넌, 평생 안두꺼워질꺼다."

 

  "아닌데, 봐봐. 여기 굵어진 거 같아. 더 연습하면 굵어지려나?"

 

  "굵어져서 뭐 하려고?"

 

  "검을 더 잘 휘두르려고?"

 

  "내참. 이제 별... 유지애 딴 남자 말고 나나 만져."

 

  강민이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구명조끼를 입혀주었다.

  가까이 선 강민이의 탄탄한 가슴에 손을 살짝 대보았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강민이의 반응에 순간 민망해졌다.

  아니, 만져보라며.

 

  "아니다 유지애. 여기서 만지지 마라."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민이는 버클을 채워주었다.

  흐린 날씨가 오히려 뜨거운 태양 빛을 가려 놀기에는 딱 좋았다.

  해미가 들고 온 카메라로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며 한산한 워터파크를 신나게 돌아다녔다. 넘실거리는 파도풀도, 둥둥 떠다니는 유수풀도, 전율 넘치는 놀이기구들도 모두 다 하나같이 즐거웠다.

  그리고 보니 학교 친구들과 이렇게 따로 노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나, 잘 지내고 있는거 맞겠지? 친구들의 웃음 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뭐해? 곰 빨리와."

 

  나나의 목소리에 웃으며 내민 손을 잡았다.

  강민이가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았고 해미와 인성이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와는 다를 거다. 이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래 다를 거야... 다짐하듯 몇 번이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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