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알파의 말이 끝을 맺고, 얼마 안 가 몬스터를 받쳐 주던 영상 속 평원이 돌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심하게 들썩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몬스터의 발 아래, 정확히는 몬스터를 중심으로 약 3m정도의 반경을 반듯하게 잘라낸 것 같은 동그란 원이 이 급작스런 상황에 갈피를 못 잡고 두리번두리번 자신의 주변을 훑어보는 몬스터의 주위에 선명하게 나타나자마자, 곧 땅이 갈라지며, 그 아래에 숨어 있던 거대한 은빛의 손아귀가 꼭 커다란 개미지옥을 보는 것처럼 불쑥 튀어나와 몬스터를 단번에 콱 틀어쥐어 버렸다.
까드득!
아니, 단순히 붙잡는 것 뿐만 아니라 장대한 몬스터의 신체를 삽시간에 종잇장처럼 구겨 버릴 정도로, 별안간 솟아나온 은빛 손아귀는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힘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언제고 다가올 몬스터의 공격을 대비하며 자세를 고쳐 잡던 잿빛의 기사가 일순 멈칫함과 동시에 더욱더 경계심을 피워올릴 만큼 땅의 수호자가 과시한 찰나의 존재감은, 실로 엄청난 위력과 맞먹는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알파, 마더의 설명이 이어졌다.
"악력은 최대 2KT이며,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악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발동 시간은 1.78초 정도이며, 이것 또한 상황에 따라 임의적으로, 혹은 자연적으로 변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푸화악!
영상 속 몬스터의 찌그러진 몸뚱이가 대뜸 폭탄에라도 맞은 것처럼 갈기갈기 찢겨지며 터져나갔다. 마더가 뭔가의 명령어를 더 입력한 모양인지, 우뚝 솟아나 기둥처럼 굳어 있던 땅의 수호자의 손바닥 안에서 잠시 옅은 빨간 빛이 아른아른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몬스터의 몸뚱아리가 뜬금없이 폭발하며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이 돌발적인 사태에 잿빛 기사의 경계심이 한층 더 악화되었음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알파의 손이 다시 한번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자 평원을 비춰주던 영상이 이번엔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과 바다를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그곳엔 곧 번갯줄기를 붙잡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사모창의 창두槍頭 비스무리한 은빛 막대기 하나와, 꼭 뱀을 보는 것 같은 유연한 관절을 가진 기괴한 은빛 잠수정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