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한꺼번에 비춰지는 한 명의 기사와 한 마리의 몬스터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고 우뚝 멈춰선 채 엄청난 긴장감을 잔뜩 피워올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한 손으로 쥐었던 대검을 두 손으로 고쳐 쥐고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자세를 취했으며, 그와 상반되는 거대한 나무 자루 도끼를 두 손에 쥐고 연신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는 몬스터는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기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먼저 공격이란 의사가 담긴 행동을 시작한다면 곧장 서로가 맞붙어 정교한 기술과 우직한 힘의 겨루기가 될 것 같은 구도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진 것이었다.
마더의 말이 그 자그마한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우선 땅의 수호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는 소유 님도 지구에서 몇 번 보셨을 정도로 익숙한 수호자입니다. 형태도 지구의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기에, 알아보시는 데엔 크게 무리가 없으실 것입니다.
"응. 근데… 저 사람, 말려들지 않을까?"
대검을 꼬나쥐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먼저 급작스런 몬스터의 공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기사를 지켜보던 소유가 묻자, 기다렸다는 듯 마더의 대답이 곧장 소유의 귓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아닙니다. 크기도 마음대로 변환을 할 수 있기에, 상황마다 알맞은 크기로 대응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건 방 안의 스피커가 아닌 알파의 목소리를 빌어 내뱉은 대답이었다.
어느새 소유의 옆에 다가와 입체 영상을 조작하는 알파의 목걸이는 푸르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마더가 알파의 몸을 차지한 것이었다.
영상을 축소해 오로지 기사의 모습만 잡히도록 조정한 알파, 그러니까 마더는 소유만큼이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기사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기사도 사람이 아닙니다. 저것은 '아이테눔' 기사단의 일원으로, 이미 죽은 인간이라 보셔도 좋습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대장인 '라크로스 아티큘'만을 따르는 기사입니다. 불사의 저주를 받았기에 죽지 못해 떠돌고 있으며, 많은 테론의 원주민들은 이들이 단지 전설 상의 기사단이고 그저 소문일 뿐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륙 곳곳에 실재하고 있습니다. 모두 스물한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설에 따르면 대륙을 떠돈 지도 벌써 500년 가까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여전히 몬스터와의 대치를 진행 중인 기사를 가만히 바라보던 소유가, 이윽고 알파에게 물었다.
"이것도 신이 개입을 한 거지?"
"전해지는 이야기로 따져보면, 그렇습니다."
다시 영상을 조작해 이번엔 몬스터의 거대한 몸뚱아리를 입체 영상 위에 올려 놓은 알파가 소유를 돌아보았다.
"그럼 땅의 수호자를 먼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