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론에 내려가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보냈던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유의 열흘은 매일매일이 반복적이었다.
먼저, 정확히 7시에 기상을 하면, 알파가 가져다 주는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 곧장 식사가 준비된 식당으로 이동한다.
그러면서 마더에게 여태까지 진행된 천신의 복구율과 테론의 대대적인 토지 공사에 대한 진척률을 간단하게 브리핑 받고, 그와 곁들여진 간단한 식사를 마친다.
이후 이어지는 티타임은 알파, 베타와 함께, 테론 내에 흩어진 모든 수집용 로봇들이 전송한 정보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약 한 시간 가량을 소모한 뒤, 그 이후로는 마더가 보내준, 그러니까 가상 현실을 이용한 머릿속 도서관에 들어가 아직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정보들을 꼼꼼히 훑어보며 이해하는 것으로 오전의 시간을 모두 소비한다.
오후도 별 다를 게 없었다.
먼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몸을 가동시키는 데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곳곳에 축적하고, 오후의 티타임은 다시 알파, 베타와 함께 보내지만, 테론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티타임이 끝나면, 머릿속에 저장된 여러가지의 정보들을 완벽히 숙달하기 위해 알파에겐 공주로서의 기초적인 예의 범절을, 베타에겐 몸을 지킬 수 있는 호신용 무술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마더에겐 달리 새로이 개발된 천신 내의 기술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런 뒤 소비된 에너지를 재차 저녁 식사를 통해 공급, 축적하고, 알파, 베타와 함께 하루 동안 쌓인 먼지와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작업, 즉 목욕을 하고나서, 거듭 정보를 살펴보지 않는 간편한 저녁 티타임을 즐긴다.
이것이 소유의 일과였다.
이 이후로는 다시 알파와 함께 공주로서의 용모를 단정히 가꾸는 방법과, 오늘 하루 동력원이 빨아들인 대기 중의 불순한 에너지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축적하는 작업, 다시 말해 잠을 자는 것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변환하는 것이 잔여 일과의 전부였다.
그리고 또 아침이 되면, 소유는 이전과 똑같은 일과를 똑같은 시간대에, 똑같이 시작했다. 그야말로 '로봇'을 보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조금의 오차도 없이 무려 열흘이란 시간을 반복적으로 보냈단 것이었다.
물론 그때그때 준비되는 식사나 테론에서 전송되는 정보, 새로이 개발되는 기술, 그리고 알파와 베타가 진행하는 맞춤형 수업 내용 등은 하루하루가 달라지긴 했지만, 이건 가히 살인적인 계획표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드는 빽빽한 일정표였다.
하지만 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수행하는 소유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그런 일반적인 인간과 같은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시종일관 무감정한 표정으로 자신을 대하는 알파나 베타와 마찬가지로 소유도 그저 무감정하게 하나하나 각기 다른 시간에 맞춰진 일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냥 차질 없이 끝내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