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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잔잔한 수면 위로 던져진 돌 하나.
작성일 : 17-08-30 02:51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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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 볼에 닿은 손은 뜨거웠다.

  강민이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자,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온몸의 감각이 더 예민해졌다.

  입가에 느껴지는 작은 숨결이 간지럽고 두근거렸다.

  침이 식도를 타고 꼴깍 넘어갔다.

  근데 왜 입술이 안 느껴지지?

  살짝 실눈을 떴다.

  바로 눈앞에 다가온 강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강민이는 피식 웃고는 엄지손가락을 내 입술 위에 포개 놓았다.

 

  - 쪽.

 

  닿았던 입술이 떨어졌다.

  어? 키스하려던 거 아니었나?

  의아함에 멀뚱멀뚱 강민이를 쳐다보았다.

  짓궂은 표정을 짓는 강민이의 모습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놀림 받고 있었다니.

 

  "왜? 아쉬워?"

 

  강민이의 손에 잡혀 있는 얼굴을 열심히 좌우로 흔들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웃으며 쳐다보던 강민이는 내 어깨를 감싸 안고는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강민이의 심장박동에 느껴졌다.

  조금 빠른 건가? 전염되듯 강민이의 심장 소리처럼 내 심장도 크게 뛰었다.

 

  "난 아쉬운데..."

 

  심장이 너무 과다하게 일하는 모양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은 못하겠다."

 

  쿡쿡 웃으며 낮게 속삭이는 강민이의 목소리에 심장이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키스도 안 했는데, 미쳤어. 미쳤다고 유지애.

  부끄러움에 손을 벌려 강민이의 등을 감쌌다.

  그 순간 움찔하던 강민이는 미치겠다, 라고 들릴 듯 말듯 한숨처럼 내뱉었다.

 

  "유지애."

 

  강민이가 나를 부르자,

 

  -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던 분위기가 순간 깨지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아, 맞다. 나 대회 중이었지.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잠시 끊긴 휴대폰이 다시 진동을 내며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살며시 풀어진 강민이의 품에서 나와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 여보세요?

 

  - 유지애, 화장실 갔다는 애가 왜 이렇게 안 와?

 

  - 아, 잠깐 밖에 바람 쐬러 나왔어요.

 

  - ...얼른 들어와. 사모님이 찾으셔.

 

  - 네에.

 

  끊긴 휴대폰을 살며시 닫았다.

 

  "누구?"

 

  올려다보니, 강민이는 아까의 그 달달함은 어디 갔는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 사범님. 사모님이 나 찾으신대."

 

  또 박 사범님, 이라고 중얼거리는 강민이에게 미안했지만 가봐야했다.

 

  "미안, 빨리 가봐야 할 거 같아."

 

  인사를 하려는 내 왼쪽 손목을 강민이가 잡아당겼다.

  왜? 라고 묻는 나의 물음에 강민이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뽀뽀."

 

  "뭐?"

 

  "뽀뽀해주고 가라고."

 

  멍하니 쳐다만 보다, 정신을 차렸다.

  뽀뽀라니!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손목을 살짝 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빨리 가야 한다며? 뽀뽀해주고 가."

 

  강민이는 5살짜리 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바라보며 재미있는지 강민이는 씨익 웃었다.

 

  "안 그럼. 너 안 놓아줄 거야."

 

  표정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내뱉는 강민이의 말에 망설이다가 후드 끈을 살짝 잡아당겼다.

  별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 강민이의 고개가 살짝 숙어졌다.

  내가 먼저 한 적은 없어서인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두 눈감고 볼에 쪽, 하고 입술을 살짝 댔다가 뗐다.

  눈을 떴을 때는 싱글벙글 웃는 강민이의 표정이 보였다.

  어색하게 웃는 나를 강민이는 그대로 왼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내 볼에 살짝 입 맞추었다.

 

  "대회 잘 하고."

 

  "응응."

 

  잡혔던 손목도 풀려났다.

  두 손을 후드티 주머니에 넣은 강민이는 어서 가라며 재촉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 얼른 뛰어들어갔다.

  관람석에 모여있는 애들이 보였다.

  나를 발견한 윤호는 맡기고 간 김밥을 건넸다.

 

  "누나, 아까 박 사범님이 누나 엄청 찾던데?"

 

  "전화 받았어. 무슨 일이지? 사범님 어디 계셔?"

 

  "아마 저기 단상 쪽에 가 있을걸?"

 

  단상 쪽으로 얼른 뛰어갔다.

  사모님과 관장님, 그리고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듯 서 있는 박 사범님이 계셨다.

 

  "사모님 저 찾으셨다고."

 

  나를 발견한 사모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지애야 나 좀 도와줘야겠는데? 여기 상장 명단작성 좀 해야 할 거 같아."

 

  데스크 위에는 대진표와 기록경기 결과표가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었다.

  사모님 옆에 빈 의자에 앉아 서류들부터 정리해 한 곳에 모았다.

  액셀이 켜진 노트북을 앞으로 끌어당기고 명단을 차근차근 입력해나갔다.

  지나가던 대회 관계자분들이 수고하라며 음료수를 두고 가셨다.

  아까부터 긴장과 설렘 기타 등등으로 목이 탔던 터라 손을 뻗어 음료수를 하나 집었다.

  병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이빨로라도 열려고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뒤에 서 있던 박 사범님이 큰 손이 옆으로 뻗어져 나와 입안으로 들어가려는 병을 빼앗았다.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열린 병이 건네졌다.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건넸지만,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고 빈 병을 내려놓았다.

  뒤에 서 있는 사범님에게서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일단 무시하고 할 일에 집중했다.

  어느 정도 프린트가 쌓이자, 명단을 들고 사모님과 관장님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계속해서 쌓이는 기록경기 결과표를 열심히 액셀에 옮기고 있는데 의자 등받이 쪽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힐끔 옆을 보니 테이블에 살짝 손을 짚고 쳐다보는 사범님이 보였다.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시지만, 지금은 심장에 해로웠다.

  귓가에서 사범님은 서늘하게 속삭이셨다.

 

  "유지애. 도복 입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도 우리 체육관 관원인 거 다 알아보니까 행동 조심해."

 

  마치 다 알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사범님의 말에 순간 뜨끔했다.

 

  "네."

 

  "어디 갈 때는 보고 하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네."

 

  숨죽이고 열심히 타이핑을 했다.

  옆에 놓인 빈 병을 들고 사범님은 다른 곳으로 향하셨다.

  뭐야? 그 말 하려고 뒤에서 그런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기다린건가?

  사범님의 뒷모습에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지만, 계속 몰려오며 쌓이는 결과표에 다시 액셀 화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

 

  대회 내내 쏟아지는 대련경기와 기록경기의 결과표를 정리하다가 내 순서가 되면 출전을 하고 다시 돌아와 컴퓨터를 두드렸다.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도 연무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연무 결과에 관장님은 실망하는 기색이셨다.

  이번엔 진짜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예전보단 대련은 한 단계 더 올라가 준우승, 기록은 독보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개인 선수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부분별 메달 수와 연무 시범 성적을 종합하여 이번 상장을 수여하게 되었습니다. 우수선수상에 하랑관 김기범, 청우관 유지애. 최우수선수상에 청우관 한선우, 마지막으로 협회장상에 청우관 박지한 모두 단상으로 올라주세요."

 

  총 4개의 상장 중 3개의 우수선수상을 우리 체육관이 휩쓸었다.

  앉아있던 체육관 아이들이 역시 우리 체육관이 최고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쉬운 건 강민이의 훈련은 계속되는 터라, 예전처럼 저녁에 단둘이 함께 있기가 힘들어진 점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유도부에서 강민이를 던져버린 사건을 알게 된 부담임의 호출로 유도부실에 딸린 사무실에서 면담하게 되었다.

 

  "지애야, 유도 한 번 해보지 않을래."

 

  눈을 반짝이는 선생님을 애써 외면하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아니, 좀 고민도 해보고 그래야지. 그렇게 빨리 답할 필요는 없지."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회유하셨다.

 

  "그나저나 지애 너 운동 뭐했니?"

 

  하하, 이런 이유로 사범님들이 절대 운동한 티 내지 말라 그랬구나.

  강민이를 던졌던 그 날에 대한 후회가 또다시 밀려왔다.

 

  "합기도요."

 

  내 대답을 들은 선생님의 이마에 힘줄이 불끈 쏟아 오르는 듯했다.

 

  "합기도? 혹시 맞은편에 있는?"

 

  "아? 아세요? 네. 거기요. 청우관."

 

  한숨을 푹 쉬며 맞잡은 두 손을 이마에 짚으시는 선생님이 혼잣말이 들려왔다.

 

  "제길, 거기 관장은 무슨 복이 터져서 내가 탐내는 애들을 죄다 데리고 있냐고."

 

  하하하, 애초에 거기서 운동해서 부담임 눈에 띈 거 같지만, 그냥 모르는 척 웃었다.

 

  "박지한 아니?"

 

  "사범님이요?"

 

  "한선우는?"

 

  "사범님이요."

 

  "조현성도?"

 

  "그냥 유단자요."

 

  그놈의 체육관 부숴버릴 거야, 라며 중얼거리며 부담임은 그만 나가봐도 좋다고 했다.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와도 된다는 인사와 함께.

  가끔 잊을 만하면 물어보시는 부담임의 제의를 제외하고는 학교생활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첫 모의고사 날이 다가왔다.

  처음 시험 시간을 들었을 때 왜 그렇게 시험시간이 길지? 라고 생각했는데 길긴 개뿔.

  너무 짧았다.

  특히 언어 영역 시간.

  진짜 내 극한의 집중력까지 발휘하며 끝나는 종소리와 함께 마지막 문제를 풀었다.

  수리 영역은 그럭저럭 풀었지만, 외국어 영역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솔직히 학원에 다니지 않고서야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을 잘 보기는 힘들 거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따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맘 편히 봤다.

  며칠 뒤, 공개적으로 성적표가 붙었고, 강민이와 사귀는 걸 알게 됬을 때의 반 분위기만큼 소란스러워졌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점수만을 합산해서 붙였는데, 그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1등 유지애, 언어 1등급, 영어 4등급, 수리 3등급」

 

  성적표를 보고 다들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내가 가장 신기했다. 왜 내가 1등인 거지?

  순간 재우를 쳐다보았다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성적이 나온 후부터 담임이 눈에 띄게 나를 상당히 예뻐하기 시작했다. 차별이랄까? 아무래도 언어 1등급의 힘이 큰 모양이었다.

  이번 모의고사 성적이 꽤 괜찮았는지 교장이 엄청 좋아하며 모의고사 상위 10명에게 따로 식사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방과 후 중국요리 풀코스를 먹으며 앞으로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는 압력을 팍팍 주었다.

  체할 거 같았지만 평소 먹기 힘든 요리들이 있어 열심히 먹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관심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일들이 누군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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