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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기억속의 검은 고양이
작성일 : 17-08-27 18:06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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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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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다.

 내 몸을 뉜 바닥은 푹신하고 따스했으며 불쾌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뒹굴며 놀기에도 좋고 아니면 배를 말아 잠을 자기에도 좋다.

 먹거나 마시거나 아니면 놀다가 지쳐 잠들거나.

 어차피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야 그 정도 뿐이다.

 그 이상 무얼 바라야 하는지는 모를 뿐더라 나는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적응한다란 불만이 사라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될 때 그곳이 내 일상이 된다.

 투명한 유리 벽 너머, 바깥은 뭐랄까?

 여전히 사람들은 이 앞을 지나치고 있다. 처음 얼마간 관찰을 하다가, 결국 지나는 사람만 계속 지나다니는 사람만이 대부분

 지나친다는 규칙성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비슷하게 고만고만하다. 다만 점점 두터워져 갔다.

 아니, 사람 자체는 아니다. 다만 그들이 걸친 옷가지가 점점 두꺼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의 풍경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차츰차츰 감질나게 물들어가던 나뭇잎의 색이 완전히 변해버렸다.

 잦아진 바람에 풍성했던 나무의 머리칼은 그렇게 휘날리다가 어느 순간, 잎사귀를 맥없이 떨군다.

 노란빛 주황빛 붉은색은 바람을 타고 얼마간의 자유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사람의 길위를 살포시 덮으며 층층이 쌓였다.

 낮이 점점 짧아진다. 반대로 밤은 길어졌다.

 계절이 변한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여름 막바지에 태어나 가을에 성장한 나는 인제야 처음으로 겨울을 겪으려 한다.

 검은 고양이와는 이틀에 한 번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애는 결코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고 같은 고양이 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는 아는 게 많은 고양이였다. 반면에 나는 아는게 적은 고양이였다.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나는 창밖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게 등진 검은 고양이에게 말을 붙여야 했다.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그따위 알아서 뭐 하려고?" 라고 묻는 내게 되려 쏘아붙였지만

 한 열흘 정도 괴롭히니 검은 고양이가 알아서 발을 들어올렸다.

 계절이라는 걸 가르쳐 준 것도 검은 고양이였다. 봄으로 시작하여 여름과 가을을 통과해 마지막에 겨울이 도래한다는

 세상의 순리를 내게 알려주었다.

 왜 꼭 그 순서야 하냐고 물으니 너는 왜 고양이로 태어났냐며 내게 도리어 묻는다.

 나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조금 더 머리를 짜내어 고양이에게서 나왔기에 고양이지 않냐는 내 나름대로의 대답을 만들어냈다.

 그는 고양이에게서 고양이가 태어나는 게 세상의 이치이듯

 네 가지의 계절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도래하고 슬어지는 것이 마찬가지로 세상이 이치라고 내게 답해주었다.

 

 

 나는 슬쩍 투명한 벽으로 가로막힌 옆방을 곁눈질했다.

 작고 검은 동물 한마리가 혀를 쭉 내밀고 내가 누운 방향을 향해 똑바로 서서 탐스러운 꼬리를 흔들고 있다.

 털색은 분명 같은 검은색이다. 검은색이긴 하나 지금 저 공간을 차지한 동물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놀아줘!'

 

 강아지는 웡! 하고 짖었다.

 생기 넘치는 구슬 같은 두 눈은 털색만큼이나 새카맣다. 나는 개의 짖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저 강아지 역시 고양이의 갸릉거림을 알아듣지 못할 테다.

 조금 더 자라서 더 많은 것을 배우면 좀 달라질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저 배움이 짧은 어리석은 고양이였다.

 검은 고양이는 짖음을 알아들을까?

 나는 그가 짖는 소리의 의미를 몰랐다. 다만 적어도 적의는 없다는 것을 그의 분위기상으로 추리할 뿐이었다.

 

 '같이 놀자!'

 

 검은 강아지는 다시 한번 내게 짖었다.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면서 고개만을 틀어 개를 바라보았다.

 바로 며칠 전까지 만에도 저 방을 꿰찼던 검은 털의 수고양이,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나가버리고 말았다.

 내게 계절을 알려준 그 퉁명스러웠으나 유일했던 말벗은 인간을 선택했다.

 

 인간 아이가 하나, 암수 한 쌍의 큰 인간 , 그리 이뤄진 무리는 무언가를 찾듯이 우리들의 앞에 서서 좌우 위아래로 기웃거렸다.

 그중 큰인간 둘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조잘거린다. 비록 그들의 대화내용을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건

 저 작은 인간이 저들 중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몸집으로 보며는 작은 인간 뒤의 인간 둘이 더 크다.

 보통은 몸집이 크면 사냥을 잘하고 사냥을 잘하면 힘이 세다는 게 맞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고양이들의 이야기일 뿐.

 인간들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

 그들 사이에선 다른 방법으로 무리의 우두머리를 정하며 그 기준상으로 저 가장 작은 인간이 저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뽑혔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보일 뿐.

 두 인간이 어딘가를 향해 가르킨다. 오른쪽 위나 중간에서 두 번째 아니면 가장 밑바닥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결정권자는 따로 존재하듯

 둘은 작은 아이의 심기를 살폈고 그 애가 팔짱을 끼고 뚱한 표정을 지으면 둘은 미련 없이 손가락 끝을 옮겼다.

 

 왜 저 작은 인간아이가 제일 힘이 있는 존재가 되었는가? 그 조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나도 인간들을 부릴수 있을까?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무리는 점점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잠시 아래에 떨구었다가 다시 치켜들었을 때 작은 인간은 혼자만 떨어져서 내 바로 앞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여태껏 많은 인간이 이곳을 찾아와 여러 동물을 데려갔다.

 털가죽을 몇 번 쓰다듬으며 만져대고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아니 함께 떠난 이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고양이가 아닌 동물이었다.

 강아지나 토끼, 심지어 거북이에 마저 차례가 돌아가는 동안에 고양이는 그들사이에서 그다지 관심을 얻지 못했다.

 떠나는 동물은 언제나 달랐으나 대부분의 경우 고양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이는 강아지도 다람쥐도 토끼도 전부 마다하고는 우리 고양이가 있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는 아이의 눈을 피해 관심 없다는 듯 몸을 웅크리면서도 빠짐없이 관찰했다.

 분홍색 조끼 점퍼에 하늘거리는 치마.

 양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을 꼬리처럼 늘어뜨린 아이는 눈썹사이에 깊은 주름을 잡고 있었다.

 저 고집스러움을 형상화한 표정은 참 많은 걸 설명해주는 듯 했다. 말괄량이, 한번 터지면 꽤나 시끌벅적할 성격.

 그러한 센 기운이 표정과 풀리지 않는 팔짱에서 물씬 풍겼다.

 

 저건 내 인간이 아니야. 나라면 저 인간을 선택하지 않겠어. 종일 못살게 굴거야.

 두 눈을 봐! 어디 한구석 끌리는 데가 없잖아!

 

 나는 확신했다.

 

 판단을 굳힌 나는 슬그머니 몸을 완전히 돌려서 아이를 등져 눕는다.

 내 비록 어리지만 저 정도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다.

 고양이가 인간을 선택한다고? 천만에! 선택권은 인간에게 있다. 이 방에 갇혀있는 것도 인간의 짓이고

 그들의 마음을 채우기위해 서,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나가는 건 온전히 우리 갇힌 동물의 몫이었다.

 

 "이봐! 너도 몸을 돌려서 아이를 무시해!"

 

 나는 인간들이 듣지 못하는 낮은 갸릉거림으로 검은 고양이에게 경고했다.

 미운정도 정이고, 게다가 이것저것을 가르쳐주던 그가 사라져버리면 곤란하다.

 그러나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내 뜻을 정반대로 알아들었는지 검은 고양이는 똑바로 일어나는 게 아닌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바르게 앉아 창밖 너머로 아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조각상처럼 차분하게 앉아서는 털을 고르지도 않고 졸지도 않으면서 그저 똑바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여 슬쩍 고개를 돌려 지켜보니 이게 웬걸, 작은 인간역시 검은 고양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팔짱도 풀고 눈썹사이의 주름도 평평하게 풀고는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그렇게 고양이를 아니, 그의 노란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시 만났구나."

 

 검은 고양이의 입가가 움직였다. 인간에게 건넨 그의 첫마디였다.

 언제나 가시가 돋친 말이나 쏘아대던 검은 고양이로부터 처음으로 듣는 다정한 목소리는 녹을 것처럼 따뜻했다.

 말을 알아들은 걸까? 아이는 웃었다.

 한두 걸음을 뒷걸음질 쳐서 벽으로부터 멀어지더니 어느새 인가 아이의 등 너머에 선 두 인간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작별이구나."

 

 여전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번에는 내게 고양이는 말했다.

 나는 놀라 동요도 감추지 못한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검은 고양이는 미소를 지었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고양이의 미소를,

 아이에게 건넨 그 말 한마디처럼이나 다정함을 담뿍 담은 미소를 내게 지어 보였다.

 

 "가버리는 거야?"

 

 내 물음에 고양이는 작게 고개를 기울였다.

 

 "난 선택했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을 거야."

 "그럼 나는 어떡하지?"

 

 네가 떠나버리고 나서? 라는 말은 굳이 붙이지 않았다. 검은 고양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인간을 선택해야지."

 "하지만 어떻게? 어떤 인간을 골라야 하지? 모르고 지나쳐 버리면? 이미 다른 동물을 선택해버린 거면??"

 "순간이 오면, 넌 모를 수가 없을 거야."

 

 아리쏭한 가르침이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해하는 듯도 한 얼굴.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줄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조르고 졸라서야 겨우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주었던 평소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검은 고양이는 내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곧 그는 포기한 듯 후련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 이것만큼은 나도 알려줄 수가 없어. 하지만 알게 될 거야. 이것만큼은 너 스스로가 알아내야만 해."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는 떠났다. 작은 가방에 담겨서, 인간의 손에 들려서 그렇게.

 

 열 번의 퉁명스러운 몸짓, 백 마디는 족히 넘을 가시가 돋친 말, 쉭쉭거림

 썩 좋은 친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검은 고양이를 이리 기억하기로 했다.

 

 다정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고양이, 아름다운 검은 털을 가졌던 내 친구. 내 첫 번째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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