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언제 쯤 내려갈 수 있을까?"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뭔가를 진행하는 중인 건지, 어디에서 울려퍼지는지도 모를 '쿠르르릉!' 꼭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또다시 침대를 흔들어 대는 강렬한 진동이 여지없이 소유의 몸을 거치며 사방으로 흐드러져 가자, 그 여파에 의해 들고 있던 쿠키의 절단면에서 튀어나온 부스러기들이 고스란히 탁자 위, 나아가 원피스의 끝단으로 가려진 소유의 무릎 위를 난잡하게 더럽혀 놓았지만, 그건 겨우 3초도 가지 못한 아주 잠깐 밖에 되지 않는 현상일 뿐이었다.
탁자 위는 알파에게, 무릎 위는 자동 간이 변형 물체의 경우처럼 침대에서 나타난 소형 청소기에게 순식간에 쓸려 나가 버렸던 것이었다.
허나 오로지 '청소'라는 기능 밖에 탑재되어 있지 않아 제 할 일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청소기와는 달리, 탁자 위를 청소하면서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지, 부스러기들을 완벽하게 치운 알파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감은빛의 우주가 자리 잡고 있는 투명한 창문가 쪽이었다.
마더의 대답이 들려온 것은 바로 이때쯤이었다.
-현재 테론의 지표면을 임시적으로 개조하고 있습니다. 테론에 정착할 기본적인 베이스인 '네오 휴먼'이란 가상의 종족에 대한 자료는 아직 폐기하지 않았기에, 그에 걸맞는 토지를 개발하는 중입니다. 따라서 소유 님이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 테론에 다시 내려가실 때까지는 약 열흘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토지를 개조한다고? 지구처럼? 음… 신들이 방해하진 않아?"
알파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딱히 큰 관심은 주지 않고, 오직 마더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던 소유가 영 어색한 손놀림으로 차를 제대로 입에 가져가지도 못하는 베타를 빤히 바라보면서 묻자, 대답을 하는 데에 약간의 텀이 존재했던 아까와는 무척이나 다른 속도로, 마더의 대답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날아들어 왔다.
-방해는 없습니다. 프로토타입에게 집중된 시야 탓인지, 신들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두어도 상관은 없지만, 프로토타입의 내부는 알파와 베타처럼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간들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불순물을 주입하게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작동을 정지할 것입니다.
요컨데, 노리개로 삼아지는 기간이 늘어날 수록 프로토타입의 작동 기간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소리였다.
소유는 조금의 생각도 필요치 않다는 듯 곧장 마더에게 물었다.
"마더가 말했던 대로, 나와 마더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것 말고는 처분하는 게 더 편하겠지?"
-앞으로도 프로토타입을 사용하실 일이 없으신다면,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럼 마더가 알아서 적당히 처리해 줘."
이젠 거의 다 식어버린 차를 다시금 쿠키와 함께 입 안에 머금고, 창문가의 창틀을 손으로 슥 훑자마자 묻어난 먼지를 다소 무감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알파가 대뜸 원통형의 로봇, 즉 뮈제런을 불러 무언가를 시키는 장면을 잠시 베타의 어색한 움직임과 함께 두어번 정도 번갈아 보던 소유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도 역시 마더의 '알겠습니다.'란 사무적인 대답이 사방에서 딱딱하게 울려퍼졌다.
동시에 뭔가를 준비 중이었던 천신 내로 재차 '쿠르르릉!' 천둥보다 더 웅장한 굉음과 더불어 주체 못 할 떨림이 번져 나오더니, 이내 감은빛의 우주를 거듭 물들이는 푸른빛이 한차례 폭발하며 알파의 하얀 머리카락과 소유의 검은색 눈동자를 순식간에 뒤덮어 버렸다.
창문을 통해서도 보이는 날카로운 투창과도 같이 인식되어지는 그것은, 겨우 십 초 만에 테론을 파괴한 입자 분열포의 푸른색 섬광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상당히 낮춘 모양인지라, 본래의 행성 파괴용 광선과 비교하자면 너무나도 얇은 몸통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테론의 반달형 대륙 끝에 위치한 데본이란 항구 도시와 가깝다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작은 섬은, 허나 도시와 맞대어 보면 그렇게 작지도 않은 섬을 통째로 집어삼키기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이었다.
약 2초 가량에 걸쳐, 해적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섬을 아예 테론의 지도 상에서 소멸시켜 버린 것이었다.
비록 이것에 관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진 않았지만, 창문을 거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의 눈엔 그런 식으로 소멸된 섬과, 바다가 만들어 낸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해적선이 어렴풋이 보여지고 있었다.
마더의 말이 이어졌다.
-운이 좋다면 프로토타입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에 소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 선처를 해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