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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33
작성일 : 17-07-31 15:37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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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인우에게 따지듯 물었던 발라미스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향해 떡 사라는 말을 외치다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시 인우를 힐끔 돌아보았다.

  -너 왜 여태 안 가고 이곳에 있는 거지? 떡을 안 살 거면 저리 가 줄래? 이렇게 좌판을 가로막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지? 네가 그렇게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 떡을 구경할 수가 없잖니? 무슨 다른 볼 일이라도 있어?

  -그, 그런 게 아니구…

  인우는 발라미스의 말에 혼잣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며 얼버무렸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됐던 것이다. 초롱이의 말부터 꺼내야 할지, 달령이나 루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아야 할지 아니면, 눈앞에 있는 발라미스를 엉터리 떡장수라고 놀렸던 올빼미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어라? 이 녀석 보게? 뭐지? 코딱지만큼 어린 녀석이 웬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지? 넌 학교도 안 가니? 학교에서 쫓겨났어? 아님, 땡땡이?

  발라미스는 인우를 마치 놀리듯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행인들에게 둔 채 중얼거리듯 물었다.

  -바, 발라미스?

  -뭐? 너, 너 지금 뭐라구 했어?

  인우가 간신히 뚱보 떡장수의 이름을 부르자 발라미스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행인들에게 쏠렸던 시선을 거두어 인우를 돌아보았다.

  -나를 그렇게 부를 사람은 없었는데… 너 지금 발라미스라 그랬니?

  -네.

  -요것 봐라?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를 만한 녀석은… 그렇담, 게을러빠진 빌드버그를 네가 안다는 것인데?

  -…

  -틀림없군. 빌드버그를 어떻게 알았을까? 흐음… 이거야 원…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따라 오거라.

  발라미스가 인우의 말에 몹시 긴장한 표정으로 돌변한 채 서둘러 떡을 수레 밑에 챙겨 넣고 좌판을 걷어 부리나케 조팝나무를 벗어나 수림약국 방향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따라오지 못하겠니?

  -…

  인우는 수림약국 방향으로 저만치 앞서 올라간 발라미스의 뒤를 쫓아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인우는 단지 올빼미 골드윈이 가르쳐준 엉터리 뚱보 떡장수의 이름만 슬그머니 내비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발라미스는 인우가 나지막이 내뱉은 이름을 듣자마자 몹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짐을 챙긴 것이었다. 마치 무엇엔가 놀란 사람처럼 팔다 남은 떡을 좌판을 들어서 아무렇게나 작은 수레 안에 던져넣고 부리나케 조팝나무 밑을 빠져나간 것이었다. 누가 보면 다급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발라미스의 행동은 민첩하고 정신이 없어보였다.

  발라미스는 매우 빠른 걸음으로 수림약국을 지나 경각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그곳은 인우가 다니던 통학로였다. 인우는 항상 도라산 피라미고개를 넘어 학교로 가곤 했다. 그곳 말고도 학교로 갈 수 있는 편하고 좋은 길은 많았지만, 경호와 경호의 친구들이 인우가 피라미고개가 아닌 다른 길로 통학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시민도서관이 있던 약산이 수림동 중심부, 그러니까 도라산과 마주보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경호를 비롯한 아이들이 인우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의 통학로를 비밀리에 제한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우고개와는 달리 도라산 피라미고개는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우는 아이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그 길을 더 선호했다. 약산에서는 아이들이 개구멍이라고 말하는 피라미고개를 넘어가면 경각초등학교 후문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이 수림동에서는 가장 빠른 통학로란 사실이 분명했고 그곳을 통해 조금만 내려가면 경각초등학교 세 번째 후문이 나온다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후문을 끼고 오른쪽의 급한 오르막길로 올라가면 바로 여우고개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피라미고개와 여우고개 모두 피난민들의 보금자리인 양지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경각초등학교가 들어설 무렵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라산에 피난민들이 정착해서 이룩한 마을이 바로 지금의 수림동 양지마을이었다. 수림동이 가까이에 붙어 있던 용포동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용포동은 고원시의 한 복판에 있었고 행정과 문화는 물론 교육이 집중된 곳이었다. 용포동 끝자락에 있는 도라산을 중심으로 피난민들이 정착해서 오랜 세월동안 떠나지 않고 집단으로 무분별하게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아왔기 때문에 양지마을 처리를 두고 시에서도 몹시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지역유지들로 구성된 지역발전협회라는 곳의 의견을 들어서 경각초등학교 북측 담장을 경계로 새로운 동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수림동과 용포동으로 나뉘게 된 배경이 된 셈이었다. 말하자면 용포동 주민들이 분동이라는 절차를 밟아서 양지마을 사람들을 용포동에서 몰아냈던 것이다. 사실은 용포동과 양지마을의 다툼은 양지마을이 도라산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용포동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제기로 수림동이 만들어졌고 지역단위의 대단위 개발사업이 이루어졌을 때도 수림동이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빌미가 된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경각초등학교 담장이 부촌과 빈민촌의 경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 담장을 사이에 두고도 수림동의 어린이들이 먼 곳에 있는 정림초등학교라든가 심지어는 기축동에 있는 만정초등학교로 배정되는 비정한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수림동 특히, 경각초등학교 북측 담장을 끼고 있는 양지마을 거주민들의 자녀가 경각초등학교로 배정되는 일이 최근에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발라미스가 그 앙증맞은 수레를 끌고 간 곳이 바로 양지마을인 도라산, 그것도 가장 전망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여우고개 마루였고 그곳에서 왼편으로 조금 더 올라간 뒤 보기에도 섬뜩한 폐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흉가라고 알려졌지만, 발라미스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실은 꽤 유명했던 교회건물이었다. 그 교회가 문을 닫게 된 것은 신도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서 문을 닫은 것이 전부가 아닐 만큼 무성한 말들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교회가 폐쇄된 다른 이유에 관해서는 극히 소수의 몇몇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졌다. 그러한 이유를 인우도 어렴풋이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알고 있던 사실을 입 밖으로 내비친 적은 없었다. 신포동에 살고 있던 재학이라든가 몇몇 친구들이 그것을 말하게 되면 불행한 일이 닥친다거나 악마가 들려서 말한 사람을 괴롭힐 거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했기 때문에 입도 벙긋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재학의 부모님은 여우고개마루에 있는 교회를 직접 다녔던 경험이 있었고 교회가 폐쇄되기 직전에 그만둔 교회 신도들이었다. 그래서 그 교회와 관련된 일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그다지 입이 무겁지 않은 재학은 별다른 얘기를 인우에게 비친 적이 없었다. 다만, 교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말만 남겼을 뿐이었다. 그런 교회 앞에 인우가 걸음을 멈추면서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손끝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멍하니 발라미스만 쳐다보고 있었다. 발라미스가 선 곳의 폐건물은 흉가라고 불릴 만큼 외관이 섬뜩했고 곳곳이 부서져서 구멍이 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줌이 지릴 지경이었다. 게다가 교회 마당을 떡 버티고 있는 괴기스럽게 생긴 버즘나무는 그 생김새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교회 마당을 지키고 있는 버즘나무를 두고 사람들은 악마의 혀라고 치부했을 만큼 사방으로 뻗은 가지들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형상으로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 구렁이와 같은 뱀의 혀를 길게 뽑아서 그대로 굳혀 놓은 것처럼 보였다.

  -안으로 들어와!

  발라미스는 수레를 버즘나무 곁에 세워두고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인우는 기괴하게 생긴 버즘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발라미스가 들어간 입구로 두리번거리면서 들어갔다.

 인우가 안으로 들어서자 발라미스는 두 개의 촛대에 불을 붙이고 나서 굳은 표정으로 인우에게 다가왔다.

  -도대체 네가 누군데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거니? 난 신포시장 사람들에겐 발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야. 어떻게 내 이름을 그것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겠니? 난 네가 주시자였다고 해도 너처럼 어린 주시자를 인정할 마음의 준비는 돼 있지 않아. 설마 주시자는 아니겠지?

  -주시자, 그런 건 몰라요.

  -뭐? 몰라? 그, 그럼 네 정체가 도대체 뭐지? 누구 길래 내 전체 이름을 알고 있는 거니?

  -아저씨가 발라미스라는 이름은 올빼미가 된 골드윈에게서 들은 거예요.

  -고, 골드윈이라… 골드윈… 어디서 들었던 이름인데? 누구였더라? 골드윈…

  발라미스는 미간을 치켜세우며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를 썼다.

  -올빼미 골드윈을 몰라요? 그럼 이노쿠는 알아요?

  -뭐? 이노쿠? 그, 글쎄다. 네가 누굴 말하는 것인지… 잠깐! 너 지금 골드윈이라고 했니?

  -…

  발라미스가 갑작스럽게 떠올랐다는 투로 손바닥을 치며 인우를 쳐다보았다.

  -그래. 올빼미 골드윈! 맞아 생각났어. 그 멍청하고 한심한 것들! 내가 몇 년 전에 올빼미로 만들었을 거야. 그,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설마 올빼미의 말을 네가 알아들은 거니?

  발라미스가 인우를 아래위로 훑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인우는 선뜻 대답을 하지 않고 폐허처럼 변한 교회 안을 빙 둘러보았다. 교회 안은 바깥보다 더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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