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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32
작성일 : 17-07-31 15:37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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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신포시장 입구에 다다르자 유난히 뚱뚱하게 생긴 아저씨가 때에 찌들어 누렇게 변한 밀짚모자를 눌러쓴 채 요리조리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특히, 눈꽃처럼 핀 이팝나무 아래는 햇빛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뚱보 떡장수가 수레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햇빛을 피해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커다란 몸집에 비해 아기 유모차처럼 작은 크기의 수레에 자판을 깔고 그 위에 떡을 올려놓고 지키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만 보였다. 떡을 판다고는 했지만, 자판 위에 올려놓은 떡은 고작해야 예닐곱 팩에 지나지 않았다. 볼수록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가분수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큼 다리가 유난히 짧았는데 한 쪽 다리를 마치 박자에 맞춰 흔드는 것처럼 요란하게 흔들면서 지나는 사람들을 일일이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올빼미들이 말했던 발라미스가 틀림없었다. 그런 발라미스와 젊은 아가씨들이 눈이라도 마주치는 날에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떡 사세요! 맛있고 건강에 좋은 떡이 왔어요!

  -술떡은 없어?

  -아, 술떡은 다 팔았는데? 진작 오시지. 내일 아침 일찍 와요, 할매.

  발라미스는 허리가 직각으로 꺾인 노파와 마치 떡을 파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처럼 수다스럽게 떠벌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인우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빙그레 대리점까지 간 뒤 발라미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한참을 대리점 안을 살피는 척하다가 돌아서서 발라미스와 노파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할매! 손자는 어떻게 됐어?

  발라미스는 여전히 한쪽 다리를 정신없이 흔들면서 물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언제나 지나는 행인에 두고 있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익숙했는지 노파는 발라미스의 행동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허리를 곧추 세웠다가 이내 다시 구부렸다.

  -그 아이는 수술을 했는데 어찌 될지 장담을 못해. 어찌나 술 빵을 좋아하는지… 자네가 만든 그 술 빵을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 그걸 꼭 사다 주고 싶었는데 어쩌누.

  -하하하, 내 술 빵, 한번 먹어보면 누구다 다 그런 소릴 하게 마련이지. 할매두 알잖아, 그만이란 걸. 할매 손자라… 잠깐만 있어봐. 내가 금방 다녀올 테니까.

  발라미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투가 공손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자가 수술했다는 노파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노파를 자기 옆에 놓아두었던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혀두고 시장 옆에 있는 좁다란 골목으로 사라졌다. 발라미스가 들어간 좁은 골목은 골목이라기보다는 틈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좁은 공간이었다. 발라미스처럼 커다란 덩치가 빠져나가는 게 신기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발라미스는 능숙한 몸짓으로 골목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물론, 똑바로 서서 걷지는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히 게걸음으로 골목을 들어간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발라미스가 골목으로 사라진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인우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구경하는 일이 더할 나위 없는 놀이처럼 생각된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 발라미스가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갔던 골목에서 어렵사리 빠져나오는 게 인우의 눈에 띄었다. 마치 못생기고 뚱뚱한 도롱뇽 한 마리가 좁은 굴을 빠져나오느라 진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할매! 여기 있어. 이건 내일 아침에 팔려는 건데 어쩌겠어? 손자가 먹고 싶다는데…

  -고마워서 이를 어쩌누?

  노파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받아들고 발라미스에게 굽실거리며 수림약국 쪽으로 지팡이를 짚고 느림보 거북이처럼 올라갔다. 그런 상태에서도 발라미스는 노파를 주시하지 않고 지나는 행인들에게 온통 신경이 가 있었다. 그러다가 할매의 모습을 힐끔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발라미스의 목소리가 그만이었다. 톡톡 쏘는 듯 한 말투가 분명했지만, 어찌나 고왔는지 인우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할매! 돈 줘야지, 그냥 가면 어째?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아, 이런 내가 깜빡했네. 여기 있어.

  발라미스가 돈도 주지 않고 가려는 노파를 붙잡자 노파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속곳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구겨진 지폐 두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발라미스는 지폐 두 장을 받아 얼른 주머니 속에 넣고 지나는 행인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떡 사요, 맛있고 건강에 좋습니다!

  인우는 유심히 발라미스를 관찰하듯 지켜보고 있었는데 행색과는 어울리지 않게 꾀꼬리처럼 몹시 맑고 청아한 발라미스의 목소리에 고개가 절로 기웃거려졌다. 발라미스의 몸짓과 말투와는 전혀 어울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음악담당 교사의 목소리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라는 게 인우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자꾸만 발라미스에게 눈길이 돌아갔다.

  -이, 이런 게 어딨어?

  -왜? 뭐가? 왜 매번 시비지?

  발라미스가 지나는 행인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을 때 검은 색 양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사내가 다가서더니 선뜻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칫 싸움이 날 기세처럼 보였다. 인우는 바싹 긴장한 모습으로 발라미스와 행인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수작이지?

  -가는 길 가기나 하지 웬 꼬투릴까?

  발라미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그러자 젊은 사내가 더욱 큰 소리로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으라는 투로 말을 이었다.

  -나 참, 기가 막히잖아! 한 팩에 2천원?

  -그래. 여기 그렇게 쓰여 있잖아!

  -그런데 두 팩에 4천원?

  -아니 젊은 사람이 계산도 못해? 왜? 계산이 잘못됐어?

  -어라? 세 팩엔 또 6천원이라? 이거 뭐하자는 거지?

  젊은 사내는 발라미스에게 마치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화풀이하듯 손을 허공에 휘저어가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발라미스는 여전히 사내에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세상에, 무슨 이런 계산법이 다 있지? 한 팩에 2천원이면 두 팩에 3천원이라던가 아니면 세 팩에 5천원이라고 써야 맞는 거 아니야?

  -아니, 이 사람이? 산수가 뭔지도 몰라? 하나에 2천원이면 두개가 4천원이 잘못됐다는 거야? 어디서 생트집이지? 그렇게 트집을 잡을 거면 당장 꺼지지 못해!

  발라미스가 젊은 사내에게 소리 지르자 사내는 마치 야단맞은 강아지처럼 중얼거리다가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인우가 자판을 유심히 보자 젊은 사내의 말처럼 가격표가 매겨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인우가 보더라도 발라미스의 계산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글씨체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다. 자음과 모음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땅으로 금방 꺼져버리는 것처럼 삐뚤어져 있었고 매우 날카롭고 거친 필체로 그것도 큼지막하게 가격표가 쓰여 있었다. 게다가 한 팩에 2천 원짜리를 굳이 두 팩에 4천원, 세 팩에 6천원이라고 써놓은 이유가 인우는 몹시 궁금해졌다. 굳이 써놓지 않아도 되는 가격표였다.

  -너! 아까부터 왜 자꾸 나를 훔쳐보는 거지?

  한참을 발라미스의 자판을 보고 있자 발라미스가 마침내 인우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인우와 발라미스 사이의 거리는 불과 대여섯 걸음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인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발라미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뭐지? 왜 아까부터 대리점 앞에서 나를 훔쳐봤지? 내가 그것도 모르고 있을 만큼 둔해 보여?

  -아, 아니에요. 궁금한 게 있어서요. 가격표를 왜 이렇게 써 놓으신 거예요?

  -뭐야? 이 녀석 보게? 내가 뭘 잘 못이라도 했다는 눈치로군. 나는 이곳에서 떡을 팔면서 단 한 번도 정직하게 만든 가격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뭐가 문제라는 거지?

  발라미스는 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낱개 가격과 묶음 가격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한 개와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가격을 처음 가격과 다르게 팔면 그건 옳지 못한 판매 방식이지. 정직하지 않는 방법이야. 그건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해서 불필요하게 구매욕을 자극하는 짓이지. 두 개 사는 사람보다 한 개 사는 사람이 손해 보게 한다면 그건 옳지 못한 거야. 그런데 너 같은 꼬마가 왜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거지?

  -…

  인우는 마치 야단치듯 하는 발라미스를 유심히 쳐다볼 뿐 묻는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인우와 대화를 하면서도 시선은 지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가 있었고 한 쪽 다리는 버릇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박자에 맞춰 떠는 것처럼 보였지만, 인우가 가까이에서 본 발라미스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아보였다. 다리를 떠는 동작에 리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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