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은 정말 이상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용역으로 들인 경비아저씨가 올라와 항의를 하거나, 식당에 싸움이 나서 다친 직원들을 병원 수송차량에서 데려가곤 했다.
직원 몇 명이 다쳤다더라. 하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 또한 정확하게 아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 다쳤는데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얼마나 다쳤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 말고는.
어떤 때는 낯선 식당 직원이 겁에 질린 낯으로 식당과 인접한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난 그것을 보고서야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과 현재 일하게 된 사람들의 알력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것을 은연중에 부추긴 것이 이 병원의 운영진이라는 것도 너무나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운영진들은 경영방식이 지저분하다.
그들은 길거리 노점상들에게서 자릿세를 받는 양아치들만큼이나 지리멸렬한 방식으로 월급을 후려친다.
이미 용역에 포함되어 더 이상 월급이 깎일 수도 없는 이들을 상대로 신, 구 직원 구도를 만들어서 경쟁 시킨다.
그러면 직원들은 원하든 원치 않던 서로 박 터지게 싸우다가 지금보다 더 나쁜 환경이 될 것이 너무나 확실한 조건임에도 직원들은 잘리지 않기 위해 나쁜 고용 조건에 수락한다.
종종 그것이 먹히지 않는 직원들이 나타나면 이들은 직원들에게 누명을 씌워서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몰아붙였다.
애초에 이곳에 일하는 직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움직일 수 없는 환경이란 사실을 알고서 이용하는 것임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사실이다.
이 병원 직원들 중에 하청에 편입 된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른 지역에서 일 할 수 없는 각각
의 사정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생활과 생업 모두를 이곳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는 해결 되지 않을 일들을 겪으면서도 부당한 처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운영진들은 새로 들어 온 직원들을 장기 말처럼 이용했다.
새로 들어 와서 이전 직원들을 밀어내는 데 일조한 이들은 저들의 의도대로 공공의 적이 되어 총알받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당수의 직원들은 그들을 곱게 보지 않았으며 싸움은 빈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새로운 직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일 할 기회를 얻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운영진의 원래 목적 자체가 기존 직원들의 월급 후려치기였던 만큼 쓸모를 다 한 새로운 직원들은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시 쫓겨나야 했다.
대체로 나이대가 젊은 직원들이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았기에 노동부에 신고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애초에 계약 조건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분류 되어 있던 이들이기에 노동부 신고도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계약 시기가 만료되어서 내보내는 것이고 월급은 시급으로 계산 했다고 하며 그동안 병원 내부에서 가졌던 회식과 병원에서 이들에게 비용처리 했던 적은 비용의 돈을 시급으로 둔갑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병원에서는 새 직원들에게 합당한 돈을 주지 않으면서 이용하고,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깎음으로 인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꼴이었다.
이 병원의 내원 환자들이 도드라지게 줄어들어서 확인 해 보니 상황은 예상보다 더 부당했다.
병원의 내원 환자들 중 대다수가 병원 인근 주민들이었고 그들의 가족들 대부분이 병원에서 일하던 신, 구 직원들이었단 사실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월 150만원을 받던 직원들 월급을 65만으로 깎아버렸고, 그 정도의 돈을 받고 일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인 결과로 환자를 가족으로 둔 수많은 이들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요원해져 버렸다.
병원비를 낼 수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지 않을 만큼 마음이 완전히 떠나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병원은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이들이 병원에 내원하지 않아도 협력 병원에서 환자들을 끌어오거나 외국인 여행자들을 유치하여 의료관광을 오도록 만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겉으로 보기에 병원은 찻잔 속 태풍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렇게 암담하기만 하던 병원에도 어느 날인가부터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첫째로 평상시 거들먹거리던 운영진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엔 나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나이대의 젊은 사람들이 전문 경영인으로 들어왔다.
이전이라면 며칠 단위로 한 번씩 주식을 헐값에 팔라고 협박 하던 기업 운영진들의 전화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런 변화가 편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다른 의미에서 또 다른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이 누굴까. 혹시, 지금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터지기 전의 전초전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이건 이것대로 겁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