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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일곱 번째 기사
작가 : 프로즌
작품등록일 : 201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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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시작된 연극(8)
작성일 : 16-04-24 20:37     조회 : 516     추천 : 0     분량 : 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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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뿌우우!

 “로딕 경과 알폰소 경이 도착했습니다! 지금 성으로 오고 있습니다!”

 긴 뿔 나팔 소리와 함께 성문의 야경감시탑에서 병사 하나가 외쳤다.

 “호오, 로딕 경과 알폰소 녀석이 돌아온 모양이구만. 자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다들 장비점검 하도록!”

 “하이야!”

 헬포드의 말에 병사들이 긴 구령 소리와 함께 부산히 움직였다.

 지운 역시 호버크와 각종 장비들을 벗었다.

 온몸이 땀투성이였지만 개의치 않고 서둘러 헬포드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함께 오는 겁니까?”

 “뭐 중간에 만났나 보지요.”

 “그렇군요. 그럼 저기…….”

 지운은 조금 우물거렸다.

 그 모습에 헬포드는 호탕하게 웃으며 지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으하하핫!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오, 지운 경. 뭐 나도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로딕 경이 온 이상 체력훈련은 오늘이 마지막이오!”

 ‘해방이다! 자유야!’

 지운은 손에 든 커이프를 하늘 높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고 짐짓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으하핫! 뭐 정히 아쉽다면 혼자서 좀 더 하셔도 되는데?”

 “헉! 아, 아닙니다. 그럼 전 좀 씻어야겠군요.”

 또 무슨 말이 나올라 지운은 후다닥 뛰어갔다.

 “으하하! 잘 씻으시오. 박박! 크하하하!”

 등 뒤로 헬포드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휴가제도의 대성공 이후로 헬포드는 지운을 한층 더 좋게 보았고 그에 걸맞게 대우해 주었다.

 헬포드가 단순하고 성질머리가 급하긴 했지만 아예 꽉 막힌 기사는 아니었다. 용병대장 시절이야 말 보다는 힘을 먼저 내세우며 그 압도적 강함으로 용병대를 이끌었지만, 프레드릭 남작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기사가 된 이후로 그도 많이 바뀌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로렌스의 힘이 컸다.

 처음 헬포드가 영지에 왔을 때 가장 많이 충돌했던 기사가 바로 로렌스였다.

 지운이 보기에도 두 기사는 상극 중에 상극이었다. 불같은 성정의 헬포드와 얼음 같은 냉철함을 가진 로렌스는 누가 봐도 극과 극이었으니까.

 하지만 로렌스는 경험이 풍부하고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기사다. 헬포드의 불꽃이 자신을 위협하면 로렌스는 스스로 자신을 둘러 싼 얼음벽을 녹일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제풀에 지친 헬포드는 로렌스를 더 이상 만만히 보지 않았다.

 게다가 로렌스의 말을 들어서 일이 나쁘게 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헬포드는 로렌스를 나쁘지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로서의 로렌스가 가진 실력 또한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로렌스를 아주 좋게 보았다.

 거의 10여년을 떠돌아다니며 여러 전투를 거친 로렌스가 아직까지 무사히 살아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몸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로렌스의 머리와 실력 이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한 헬포드는 로렌스의 조언을 잘 받아들였고, 결국 로렌스가 부탁한대로 맨 처음 영지에 왔을 때 보다는 훨씬 유연한 사고방식과 태도로 지운을 대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예전 같았으면 지운을 단순히 잔머리만 굴릴 줄 아는 귀족이라며 콧방귀를 꼈겠지만, 지운이 건의한 휴가제도 덕분에 부하들의 신망도 더욱 두터워졌다.

 결정적으로, 지운 스스로가 체력훈련에 불평 없이 묵묵히 임해줬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사나이’인 헬포드로서는 지운에 대한 호감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 저녁 환영회 때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킵시다, 지운 경! 내 마을에서 가장 젖통이 큰 계집을 안겨드리지! 크하하하하!”

 ‘시, 싫어어어!’

 물론 일방적인 사랑(?)은 받는 쪽에게 있어서는 괴로움으로 다가갈 때도 있는 법이지만.

 

 ******

 

 “오우! 드디어 집이다! 잘 있었느뇨, 사랑스런 프렐리 캐슬! 내 너를 얼마나 그렸는지! 이 절절한 마음을 표현하자면 인세의 어휘로는 부족할 것이야!”

 한 사내가 야단스럽게 떠들어 대며 과장된 동작으로 성을 향해 키스를 날렸다.

 밝은 금발에 호수처럼 투명하고 깊은 파란 눈동자와 오똑하게 솟은 콧날, 거기에 희고 갸름한 얼굴이 그야말로 미남자의 전형이라 할만 했다.

 하지만 그는, 말이 많았다.

 “오늘따라 하늘은 어찌 이리도 맑은 것인지! 아아, 마치 이 고절한 기사의 귀환을 하늘조차도 반기는 것 같구나. 오! 저 태양조차 본 기사의 모습을 보기 위해 구름을 흩트리는구나! 하아! 주님, 이 죄 많은 남자를 용서하소서!”

 한동안 온갖 말도 안 되는데다 닭살까지 돋는 미사여구를 써가며 떠들어대던 사내는 자신의 옆에서 조용히 말을 모는 또 다른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응? 로딕 경, 경은 아무렇지도 않나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뭔가 느낌이 새롭다거나, 가슴 속 깊이 충만한 감정이 샘솟아 오른다거나 하지 않습니까?”

 “…….”

 로딕이라 불린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말을 몰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수다스러운 사내가 혀를 찼다.

 “쯧쯧! 그러니까 레이디가 따르지 않는 거지요. 기사라면 응당 그에 걸 맞는 품격 가득한 언어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잘 조율하여 표현할 줄도 알아야지요. 어째 로딕 경은 점점 더 그 멧돼지 기사화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헬포드…… 못합니다.”

 “뭐라고요?”

 뭐라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로딕이라는 기사의 옆에서 조랑말을 몰던 시종(Page)이 서둘러 대답했다.

 “마스터께서는, ‘나의 검은 헬포드 경의 검보다 강하지 못합니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알폰소 기사님.”

 “하! 그 무슨 말씀이세요?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무식하기 짝이 없는 헬포드의 검과 로딕 경이나 나처럼 비상하는 한 마리 새처럼 우아한 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수칩니다, 수치! 쳇! 그 멧돼지 생각을 하니 갑자기 김이 팍 새네요.”

 수다스럽기 짝이 없는 알폰소 기사는 정말 기분이 상했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며 끊임없이 혀를 차댔다.

 “크큭!”

 그 모습에 알폰소의 시종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거렸다.

 꽁!

 “악!”

 “마르쵸야, 이 어리석은 마르쵸야. 개구리가 울어 댈 계절이 온 것은 내 안다만, 이 몸 옆에서 그 따위로 품위 없게 웃다니. 쯔쯧! 그래 가지고 이 마스터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기사의 시종이랄 수 있겠느뇨? 하아! 참으로 암울하도다.”

 레이피어(주 : Rapier, 길고 가는 양날 검) 끝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시종은 울상을 지으며 항변했다.

 “개, 개구리라뇨. 마스터 너무합니다. 이 마르쵸, 마스터의 수족으로서 단 한 번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쁘장한 얼굴에 코를 찡그리는 것이 아주 귀여워 보이는 소년이었다.

 “물론이지. 고상함과 우아함을 대표하는 이 체스테인 알폰소 경의 시종으로, 지난 6년 동안 너는 나를 단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느니라. 게다가 요리솜씨까지 훌륭하니 솔직히 너 만한 시종을 구하기도 힘들 것이야.”

 짐짓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알폰소의 모습에 시종 마르쵸는 다시 얼굴이 밝아져 떠들었다.

 “네! 마스터도 그렇게 인정하시잖아요. 근데 매일 같이 시끄러운 개구리라는 소리나 들으며 이렇게 머리를 맞으니…… 솔직히 좀 섭섭합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인 것이야. 뭐 네가 정 섭섭하다면 내 호칭을 바꿔주도록 하마, 꽤 쓸 만한 시끄러운 개구리 마르쵸. 어떠냐?”

 “칫! 됐습니다. 그냥 마음대로 부르세요.”

 시종 마르쵸는 기분이 상했는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조랑말을 몰았다.

 그러자 알폰소는 빙그레 웃더니 품을 뒤져 무엇인가를 꺼내 자신의 시종에게 던졌다.

 “자, 받아라. 나의 충직한 개구리 마르쵸야. 플라닉에서 비싸게 주고 구한 것이다.”

 “앗! 이건!”

 “하하! 마음에 드느냐? 뭐, 내가 조금 피웠지만 그래도 많이 남아 있으니 한 엿새는 충분할 것이다.”

 “헤헤! 고맙습니다, 마스터! 역시 마스터가 최고에요.”

 시종 마르쵸는 서둘러 담배종이를 꺼내 담배가루를 툭툭 털어 넣었다. 말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마는 모양새가 아주 익숙해 보였다.

 “후우! 히야! 마스터, 이거 맛이 아주 좋은데요?”

 길게 연기를 한 번 뿜어낸 시종 마르쵸는 손에 들린 담배와 자신의 마스터를 번갈아 보며 감탄했다.

 시종의 기쁜 표정에 알폰소 역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이 마스터의 우아한 안목은 담배를 고를 때도 여지없이 나타나지 않느냐? 그건 고로와즈라고 하는 녀석이다. 아무런 향신료도 섞지 않고 단지 고로와즈 가문의 훌륭한 비법으로 제조한 담배가루지.”

 “이게 그 유명한 고로와즈였군요! 히야! 어쩐지 맛이 다르다 했어요.”

 따듯한 봄날의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의 표정이 저러할까. 눈이 반쯤 잠긴 마르쵸는 연신 연기를 뿜어대며 행복해 했다.

 다각다각 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새하얀 담배 연기는 허공으로 유영하고, 참으로 팔자 편한 기사님들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콩!

 “아얏!”

 “담배 피는 건 좋지만 이제 곧 성이다. 눈을 뜨도록 하렴. 게다가 네 녀석은…….”

 “예, 예.”

 “…….”

 잘생긴 기사는 쉴 틈 없이 떠들고 그의 시종은 투덜거리며 그 말에 일일이 대꾸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갈색 머리의 무표정한 기사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치가 빠른 그의 시종과 함께 서서히 내려오는 도개교 쪽으로 말을 몰았다.

 “잘 들 있었나! 핫핫핫! 그대들의 늠름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니 나 체스테인 알폰소, 감격과 기쁨이 한량없이 치밀어 오르는구먼! 오 자네는 로만! 그래 작은 딸은 잘 크는가? 잘 키워서 나 같이 멋진 기사의 레이디 감이 되도록 만들어야지. 어이, 세람. 어째 살이 더 빠진 듯하네! 그래 가지고 마을 처녀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겠나? 자고로 진정한 사나이란…….”

 알폰소는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병사들을 보며 일일이 말을 걸며 인사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기사 알폰소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어쩐지 눈을 마주치는 것도 꺼리는 듯했다.

 그때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며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알폰소의 인사를 빙자한 수다를 제지했다.

 “그놈의 수다는 여전하군. 빌어먹을 참새마냥 짹짹대는 놈.”

 “아니 이게 누구신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기사 중 가장 무식하고 뚱뚱한 헬포드 경이 아니신가요? 그래 여전히 힘자랑에 여념이 없으시고요?”

 “그 빌어 처먹을 입만 다물어 준다면 내 힘자랑 할 일은 안 생기겠다. 이 참새 같은 녀석아!”

 “쯧쯧! 짧은 다리로 땅위를 굴러다니기 바쁜 멧돼지가 어찌 저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의 고아함을 알까? 게다가 난 참새보다는 백조나 매에 가까운 인물 아닌가요오? 뭐 경의 얼굴은 누가 봐도 돼지에 가깝고.”

 “뭐, 뭐라?! 이 참새자식이!”

 무려 석 달 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기사가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며칠 전에 헤어진 원수를 보는 듯했다.

 “이것 놔! 이 새끼들아! 내 저 짹짹거리는 주둥이에 철퇴를 꽂아 넣지 못하면 성을 간다!”

 입으로는 도저히 알폰소의 상대가 되지 않은 헬포드가 길길이 날뛰며 그를 말에서 끌어내리려 하자 주위에 도열해 있던 병사들이 그를 둘러싸고 말리며 성문 쪽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런 그들 사이로 기사 로딕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조용히 말을 몰며 지나쳐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수다스럽군요.”

 “예, 조금 그런 편이긴 하지요. 하지만 실력만큼은 헬포드 경과 맞먹을 정도로 뛰어난 기사입니다.”

 “그래도 좀……. 저 알폰소 경은 아버지의 부음소식에 고향에 다녀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으음. 겪어 보시면 알 겁니다.”

 내성 입구에 서서 알폰소와 헬포드의 한바탕을 지켜보던 지운은 어이가 없었다.

 대충 알폰소라는 기사에 대해서 듣기는 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저히 생부의 장례를 치루고 온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저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모는 저 기사는 또 뭐란 말인가?

 얼굴 생김새나 풍기는 분위로 보아 자신에게 검을 가르쳐 줄 로딕이란 기사가 분명해 보였다.

 ‘로렌스는 냉철해 보이기라도 하지. 저 치는 아예 표정 자체가 없군. 이거야 원.’

 영지에서 가장 말수가 적고 오직 검에만 매달리는 기사가 바로 로딕이라고 했다.

 영지의 기사 중 로렌스가 유일하게 판단을 내리기 힘든 기사이기도 한 로딕은, 지방유지의 삼남으로 평민출신임에도 그 재능이 뛰어나 잠깐 유랑 중이던 명망 높은 기사가 친히 시종으로 거두어 가르쳤다고 한다.

 그 뒤 단 5년 동안 검을 배워 지방영주의 향사(Esquire)가 되었고, 평민 신분으로서 왕립 아카데미에서 당당히 검을 가르치는 검술교사까지 되었다.

 물론 자신의 마스터였던 기사가 유명한 기사가문의 직계였던 덕분에 그의 추천으로 왕립 아카데미에서 검을 가르치게는 되었지만, 조용하고 무심한 성격과 그를 시기하는 귀족기사들의 모함 덕분에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아카데미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런 그가 프레드릭 남작가로 오게 된 것은 바로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던 로젤리아의 제의를 받고서였다.

 도무지 생각을 알 길은 없었지만 진중하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검술교사 로딕을 로젤리아는 주의 깊게 살폈다.

 그리하여 로딕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자신의 아버지 프레드릭 남작과 다른 기사들을 한 번만이라도 만나 볼 것을 부탁했고, 로젤리아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로딕은 일단 가보기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프레드릭 가문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프레드릭 남작가문의 기사 한 사람에게 생전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게 된다.

 그게 바로 알폰소였다.

 알폰소를 이길 때까지 영지를 떠날 수 없다고 밝힌 로딕은 그 후로 십여 번을 더 도전했고, 결국엔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알폰소가 전력으로 자신을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로딕은 그 후로 영지에 눌러 붙게 되었고, 결국 프레드릭 남작과 로렌스의 구애를 받아들여 서임을 받고 정식으로 영지기사가 되었다.

 말수가 극히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프레드릭 남작에 대한 충성심도 높았고 기사로서의 몸가짐 역시 훌륭했기에, 알 수 없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로렌스는 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운에게 가장 맞는 검술 스승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 런지도 몰랐다.

 ‘하긴 성질 급한 헬포드나 짹짹 거리는 알폰소 같은 기사 보다야…… 조금 어두워 보이긴 하지만 저 로딕이란 기사가 그나마 나을 만도 하군.’

 지운은 내심 안도하며 두 기사를 맞이하기 위해 로렌스와 함께 내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

 

 “기사 체스테인 알폰소! 이 하늘 아래 제 검이 겨눠지지 않을 단 하나뿐인 나의 로드의 허락 하에 무사히 용무를 마치고 다녀왔나이다.”

 “기사 로딕.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하는 바입니다.”

 상당히 비교되는 표현이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다녀왔다는 보고다.

 프레드릭 남작은 만면에 웃음을 지우지 않고 두 충성스런 기사의 귀환을 환영했다.

 “수고가 많았소, 알폰소 경 그리고 로딕 경. 내 그대들의 귀환을 학수고대하였소. 과연 주님의 은총은 이 불민한 자의 청에 답하시어 이렇게 건강하기 짝이 없는 그대들의 모습을 다시금 눈앞에 두게 해주시는구려. 자자, 과례는 그만 됐으니 어서 이리 앉으시오.”

 “예.”

 프레드릭 남작의 허락에 두 기사는 미리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 익숙한 몇 인물들을 둘러보던 알폰소의 눈에 문득 이채가 서렸다.

 “그런데 처음 뵙는 분이 계시네요. 부디 저에게 저 밤하늘처럼 신비한 눈동자를 가진 분의 소개를 해주지 않겠습니까?”

 알폰소의 말에 로딕 역시 그 무표정한 얼굴을 슬쩍 돌렸다.

 프레드릭 남작은 미소를 지우지 않고 ‘신비한 눈동자를 가진 분’의 소개를 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 소개 시켜 주려고 했소이다. 이 분은 저 먼 바다를 건너 꼬레아의 명망 깊은 백작가의 직계이신 한 데 지운 경이오. 하늘 위에 존재 하시는 주 레예스의 뜻을 전하려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으나, 크나 큰 사고를 당하여 우리 영지에서 당분간 머물기로 하였소이다.”

 “호오, 그렇습니까?”

 알폰소는 실눈을 뜨고 지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이었지만 알폰소의 성격을 아는 남작은 그다지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폰소 경. 지운 경은 기사가 아니니 그렇게 살펴봐도 소용없소이다. 지운 경은 고국에서 정치에 뜻을 두었던 문관귀족이시라오. 학식이 굉장히 깊으신 데다 여러 가지 새로운 문물에 달통하신 분이기도 하고.”

 “아, 그렇군요.”

 “게다가 지운 경은 알폰소 경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시문학에 조예가 깊으십니다. 제가 장담컨대 장차 우리 왕국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실 분이시죠.”

 로젤리아가 프레드릭 남작의 말을 이었다.

 “호오……!”

 프레드릭 남작의 말을 들을 때 까지만 해도 여전히 실눈을 뜬 채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알폰소 표정이 마치 슬로우비디오가 돌아가듯 점점 변해갔다.

 약 5초간 서서히 풀어지던 알폰소의 얼굴 근육은 마침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오오! 그렇습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시와 검을 논하는, 체스테인 알폰소라고 합니다!”

 “한 데 지운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기사인 동시에 그에 걸 맞는 훌륭한 시인이라 정평이 자자한 알폰소 경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운의 칭찬에 알폰소는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두 손을 황급히 내저으며 일어섰다.

 “저런! 누가 그런 말을 전했는지는 몰라도 좀 빠트린 게 있네요. 뛰어난데다 고고하고 기사로서의 충성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름과 동시에. 그에 걸 맞는 고상한 품격을 화려하고 우아한 언어기술을 통해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왕국 최고의 시인기사, 체스테인 알폰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혜를 담은 듯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꼬레아의 존경받는 귀족 지운 경께 다시 인사드립니다아.”

 잘생긴 기사가 우아하게 오른 손을 내리며 허리를 숙이는 모습은 얼핏 대단히 멋지고 겸손하게 보였다.

 물론 그가 지금 한 말을 듣지 않았으면 말이다.

 “아 네…….”

 알폰소의 어마어마한 인사에 지운은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서 맞절을 하려다 몸이 굳어졌다.

 “아핫핫핫! 겸손하시네요. 뭐 이해할 만도 합니다. 보통 저의 얼굴과 우아하기 짝이 없는 몸가짐을 보면 대부분의 귀족들도…….”

 알폰소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지운은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질렸다. 이건 완전히…… 왕자병 말기잖아? 대체 어떻게 기사가 된 거지?’

 지운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로렌스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저, 알폰소 경은 어떻게 프레드릭 남작님을 모시게 된 겁니까?”

 “음!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게 사실은…….”

 로렌스는 허탈한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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