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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love me like you do
작성일 : 17-07-28 20:1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16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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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는 밤의 비행기에서 ,

 

 

 내 옆에 살짝히 누워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오늘 하루가 그녀에게는 퍽 고단했으리라..

 

 어차피 자면서 가게 될 것 같긴 했다. 밤에 출발하는 ,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니까- 그래도 나는 미안했다. 어찌보면 첫날밤인데- 비행기에서 보내게 했으니까-

 

 

 

 그녀는 내가 , 타기 전에 미안하다고 했더니 , 활짝 웃으며... 내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당신은 몰라요,

 

 

 

 

 내가 - 이탈리아로 향할때 마다... 어떤 기분이었는지-...

 

 패잔병이었거든요- 모든걸 쏟아부어 전쟁을 매번 해서 ... 매번 져서 - 고국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는 심정, 같았다고 할까요..

 

 

 

 타고 있는 시간 내내, 그냥 속만 상했었어요. 슬프고- 밤하늘을 봐도 슬프고..

 

 

 

 

 그런데 이번엔 당신과 함께 가잖아요,

 

 

 드디어- 생의 사랑을 완성해서 가는 기분이에요-

 

 

 

 울지 않고, 웃고, 당신 손을 잡고 .... 그리 도착할수 있는게 .... 처음인데... 어떻게 싫을수가 있어요-

 

 당신만 있으면 , 거기가 어디라도 상관 없지만

 

 ..

 

 

 당신이라는 사람이 이래요, 내 나쁜 기억 구석 구석을 , 다시 예쁘게 색칠해주는 사람 같아요-

 

 당신이 내 나쁜 기억들에 손을 대면, 그건 어느새 아름다운 기억으로 변해버려요.....

 

 

 이런 사람이 , 내 남편이라고 말할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

 

 

 

 

 

 그녀의 그 말에 , 내 얼굴은 어찌 변했을까...

 

 

 

 그녀는 식이 끝나고서야 내게 말했다. 오늘 하루가 꿈같이 완벽했노라고-

 

 

 식 이후 , 우리는 인사를 하고- 호텔로 향해 몇 안되는 사람들과 피로연처럼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유진씨와 강비서가 함께 있기에 , 좀 의외라 생각했는데... 둘이 서로 잘 맞아 보였다고 해야 할까-...

 

 하임이 눈치를 주며 너무 바라보지 말라고 하고 나서야 시선을 떼었다.

 

 

 

 모두가 , 천천히 , 알아가고 행복해지고 있다는 것에 , 나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충족됨을 부드럽게 느꼈다...

 

 

 부모님들은 모두가 , 기분 좋아 보이셨고 , 나는 어머니께만 따로 말을 전했다.

 

 

 

 

 

 "어머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 충분히 관광이라도 할수 있게끔 도우라고 , 강비서한테도 말을 해 뒀지만..."

 

 

 

 

 

 어머니는 내 말을 다 듣지 않고서도 무슨 이야긴줄 바로 아셨다.

 

 

 

 

 "내가 신경써서- 하임이 친구들도 잘 챙기고 , 부모님도 잘 챙길테니. 걱정하지 말고 갔다 오렴- 도착하면 전화하고-"

 

 

 내가 고갤 끄덕였더니 , 어머니는 마치, 내내 참아오신 것 처럼....

 

 

 살짝히 내 손을 잡으셨다... 양손으로 , 양손을....

 

 

 예전, 어린 나의 시절처럼... 어머니는 여전히 고우시지만, 그 어린날 보다는

 

 내가 고생을 시켜 드리는 사이, 세월이 조금 묻으셨다..

 

 

 

 

 

 고운 한복을 차려 입으신 어머니의 눈에는 결국, 눈물이 보였다.....

 

 

 

 

 

 "고맙다.... "

 

 

 

 

 

 그 말에는 여러가지가 담겨 있었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이제야 내려 앉았으니

 

 더는 힘들지 말라는 충고까지도..... 나는 우여 곡절을 넘고 넘어 그곳까지 가게 되었다...

 

 하임이가 아니었다면 불가능 했으리란걸 어머니도 ,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변인들의 도움이 하나도 없었다고는 말 못한다. 내 우여 곡절- 내 눈물 한방울 한방울의 순간마다...

 

 

 

 어머니는 , 죄인처럼 - 나 대신 어느 순간에는 나 이상으로 , 운명에 탄원하시면서 울고 계셨으니까..

 

 

 

 

 나도 한참만에 입을 달싹이며 , 감사하다고 .... 예전처럼 말하고는 ... 마치 예전에 내가 그랬듯 천진한 얼굴로 웃었다.

 

 어머니가 눈물을 꼭 참으시면서 , 나를 살짝 안으시고, 나도 어머니를 감싸 안고..

 

 

 

 어느새 작아지신 어머니의 등을 토닥 토닥 , 두드려 드렸다.

 

 

 

 그런 나를 발견한 아버지가 , 어머니를 부드럽게 모시고 가시면서 내게 손에 뭔갈 쥐여 주셨다...

 

 

 아버지는 미소 지으셨다.... 그제야, 나는 .... 우리 가족이 , 형은 잠시 떨어져 있지만...

 

 다시 , 어린 날 처럼 그리 서로를 기대게 해주는 사이가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와 하임은 밤의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밖의 창은 검고-... 뭔가를 품었대도 모를 만큼 멀어있다-

 

 

 

 나는 그제야 천천히 , 아버지가 주셨던 것을 풀어보았다, 그것은 편지였다. 내가 자주 받는 정갈한 편지지에 적힌

 

 편지.. 그건 형의 편지다.

 

 

 

 

 

 '지혁이에게

 

 

 

 결혼 축하한다.

 

 

 다른 말은 뭐라고 해야 할지 딱히 생각이 나질 않더구나, 그래도 니가 또 다시 일어났고

 

 또 다시 시작이란 걸 할수 있게 도와준 것은 이제 , 아내가 되신 그 분의 덕임을.. 자주 뵙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에 웃음이 생긴 것도 그분 덕임을 알수 있어서 ,

 

 

 

 참석은 못했지만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하고 싶어서 , 아버지의 편에 이 편지를 전해달라, 부탁드렸다.

 

 

 

 

 

 그날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이제 내 안에 , 미움이라는게 자랄 공간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물론 , 예전날의 내가 너무 나쁘고 질이 나쁜 인간이었으니... 지금의 마음이 너는 어쩌면 ,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꺼야.... 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뒤늦게 , 내가 했던 행동들이 진심으로

 

 후회가 된다.

 

 진심으로 ,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감정이 생소해.... 너에게 표현은 잘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난 니말을 듣고 , 그동안 실체가 없는것을 죽어라 쫓아왔음을 깨달았어,

 

 

 나를 덮칠듯 따라오는...큰 그림자가 , 너라고 믿고 , 너를 죽어라 미워했는데.....

 

 

 그 그림자는 알고보니, 앞을 빛을 쫓는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거였어.... 나는 , 혼자서만 쫓고 있었던거야.. 너는 너대로 , 그냥 너의 인생을 하루 하루 살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바보같이 스스로가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사이에... 나는 아주 많은것을 잃어 있더구나..

 

 

 

 

 일단 , 김희영..... 그 여자의 존재가 내 안에서 무엇이었는지 -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가 사랑을 몰라서

 

 그게 사랑인줄도 몰랐다고 하기엔... 그녀는 내게 너무나 혹독한 죗값을 주고 그냥 떠나버렸지... 내가 아무리

 

 독하대도 , 그녀를 어떻게 할수 있었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안해...

 

 

 

 그런데 그녀는 ... 내가 그녀를 해칠거라고 생각했지.. 내가 하다못해..

 

 

 내게 연심을 품은 상대조차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도록 살았다는 것에

 

 나는 깊은 죄책감을 느꼈어....

 

 

 

 

 

 이제야 니 기분을 ... 어렴풋이는 이해할것 같아.... 죄책감이라는 게, 이상해서..... 지워지지 않아,

 

 앞으로도, 그녀를 잊을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한번이라도 따스하게 , 뭐라 말해줬다면

 

 좀 , 소중히 대했다면 이렇게 미안한 마음은 안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언제나 나는 그 여자를 거칠게 대했어.... 변명의 여지도 없을만큼... 그랬어....

 

 

 쓸데없는 사족이 길어졌구나...

 

 

 

 

 

 우선 ,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 아버지가 너에게 준 주식을 너는 , 후에 정리해서 내게 줄 생각이라고..

 

 너도 그떄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 나는 그 주식을 원하지 않아- 문화 산업이 각광받고 있고 , 일반 다른 사업을

 

 했던 이들도 방송이라던지 , 각종 매체로 , 사업을 많이들 확장하니까... 나는 그걸 니가 계속해서 가지고 있길 원해

 

 그래서 , 니가 예전처럼 내가 돌변할까봐서, 불안해 하지도 않길 원해.....

 

 

 

 

 

 이제 , 내가 너를 원한다 지혁아...

 

 

 

 

 너와 함께 , 잘 지내고 싶다. 아주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달라지고 싶어...형제로써

 

 너와 함께, 잘 지내고보고 싶어...

 

 

 

 

 내가 원하는건 이제 없어- 그저- ... 어느 순간 내 안을 긁어대던 모든게

 

 한순간에 종식이라도 된 듯 , 나는 요즘... 아주 마음이 편해... 욕심이란것도 , 미움이란 것도.... 증오도 ...

 

 

 다 결국엔 나를 향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어...

 

 

 

 

 내려 놓고 나니까. 어쩜 이리도 마음이 가벼운지..

 

 

 

 드디어 , 하루도 편할 날 없었던 내 안에... 평화라는게 자리 잡았음을 깨달아..

 

 

 

 

 

 안에서 , 딱히 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 없을 만큼 잘 지내고 있어.... 요즘 가르치는 아이가

 

 별거 아닌 농담을 하나 해도, 이 애가 참 귀여워...

 

 

 

 예전에 너도 이런 나이가 있었을 텐데- 너의 나이가 이쯤이었을때 , 내가 이 아이를 보듯 , 너를 귀엽게 여겼다면은..

 

 

 우리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텐데,

 

 그런 생각을 가끔 해...

 

 

 

 

 다시한번, 너의 과거와, 너의 마음과, 때론 얼굴에도... 상처를 내서 , 깊이 미안하다...

 

 언제나 , 나는 이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리 마음의 평화를 얻은 채 살고 싶어-

 

 그녀가 원한것도 결국에는.... 우리 모두의 평화였을 거라.. 그리 생각하고 있다..

 

 뻔한 자기위로라 해도-..... 늘 독한척 했지만, 순간 순간 , 어이없을 정도로 바보같이 웃던

 

 그녀가 원한 것은.... 아마.. 그런것이었을꺼야-

 

 

 

 

 뒤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그런 그녀를 , 나는 아직 잊지 못할것 같아...

 

 

 

 

 

 고마워 , 정말-

 

 

 그리고 , 정말 , 축하한다

 

 

 

 - 심 지견,

 

 

 

 

 

 

 

 

 마지막에 가지런히 쓰여 있는 이름에 나는 , 살짝 미소짓고 만다...

 

 

 

  형의 얼굴을 보면 , 요즘 난 깨닫는다

 

 

 

 이게 거짓이 아님을 ,... 형은 원래도 단순한 성격이었기에 뭔가를 의뭉스럽게 오래 감출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지만...요즘의 형은 정말 , 자신의 중심이 자신에게 놓인 듯- 언제 만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안색이

 

 느껴졌었다... 형이 이렇게 내 결혼식에 까지 마음을 썼다는 게... 나는 조금은 ,

 

 

 

 

 고맙기도.. 약간은 겸연쩍기도 했다..

 

 

 

 

 

 하임은 내가 한쪽에만 약한 불을 켜 뒀지만 , 불빛이 가 닿으니 눈이 부신지 약간은 싫은 소릴 낸다.

 

 나는 중간에 놓인 칸막이를 완전히 내리고 , 불을 좀 낮춘다음에 잠시 턱을 괴고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단잠에 빠져있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아주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나는...이런 그녀를 아주 오래 , 기다렸다.... 이제는 경주의 그 집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충분히 아팠지만 , 또 그녀가 없던 시간이었음에도..

 

 그저 그녀를 기다렸었다는 것만으로도 , 내게는 조금은 값어치 있게 남았다.

 

 

 

 

 

 

 나는 그녀를 위해 , 모두가 또 다시, 걸을 수 없다고 했지만 또 걸었다.

 

 

 

 

 이번만은 - 절대로 사랑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스스로에게도, 나를 선택해준 그녀를.. 편안하고 평탄한 길이 있었음에도- 나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맨발로, 뒤 돌아 달려온 이 여자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 속으로도 몇번이나 맹세를 한다.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겨 주었다.

 

 그녀는 , 그런 내 손길이 간지럽다는 듯이 웃었다...

 

 

 

 

 

 

 

 

 -

 

 

 

 

 

 

 

 이탈리아에 도착하자 마자 , 호텔에 짐을 풀고 원래의 나의 집으로 향했다.

 

 

 길은 여전히 시간을 품고 있고 , 예전 내가 다쳐서 돌아 왔을때 그랬듯이 - 여전히 쾌활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그는 약간 긴장한거 같아 보였지만- 내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는 썼다. 그래도 느껴졌다... 입매에서.. 그래도

 

 나는 그냥 , 씩 웃었다... 아마 세진이는 시간으로 볼떄 2시간은 있어야 돌아올것 같았다. 그도 인사 하고 싶다고 해서

 

 나는 집으로 향해서 문을 열고는-

 

 창문에 쳐져 있는 블라인드를 다 걷어 올려 빛이 향하게 했다... 쨍한 빛이

 

 얼마간은 나의 집이었던 목조 바닥으로 쏟아진다-

 

 

 

 

 먼지의 날림이 눈꽃처럼 보이고 그는 , 씩 웃었다..

 

 

 

 

 

 "여기가... 당신이 말한 그 공간이군-.... 예쁘네, 여기.. 당신 다워- 당신느낌이 나게 꾸며져 있어-"

 

 

 

 그가 잠시 , 지켜보다가 돌아보면서 내게 말했다.

 

 

 "당신처럼, 따뜻해.."

 

 

 

 

 

 

 그는 아주 천천히 걷는다,

 

 

 

 지팡이를 짚어도 된댔지만 , 요즈음의 그는 고집스럽게 그냥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컵을 두개 꺼내 씻어서 , 찬장을 뒤졌더니 커피는 이미 다 산폐되어 쓸수 없게 되어있지만 남아있는 홍차 티백이 있기에

 

 물을 끓여서, 차를 내 주었다.

 

 

 

 그는 씩 웃었다... 여행길에 오를때 그는 (당연하지만) 턱시도를 벗고 , 부드러운 린넨과 , 가벼운 재킷-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의 청바지를 입었다. 그런 옷차림의 그는 , 이런 옷차림을 할 때마다 내가 늘 느끼듯이 훨씬 어려 보인다-.

 

 

 

 부드럽게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그의 머리는 빛 밑에서조차, 놀랍도록 검다-

 

 

 

 

 "아- 여기가 작업하는 책상이었어요- 그리고 여기가 방- "

 

 

 

 내가 소개해주자 , 그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이 방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는 이게 마치 꿈 같다- 나는 늘 , 그의 향수와 커피향이 퍼지면..

 

 

 

 이 방안에 이렇게 그가 있다고 상상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그가- 손으로 잡으면 잡히는 아름다운 그가

 

 

 내 방, 내 공간안에 있다..

 

 

 

 행복감이 피어올라서, 나는 밝게 웃었다...

 

 

 

 

 

 

 

 방안은 , 아마 제이미가 하고 간듯 꽤나 정리가 되어 있다. 어쩌면 세진이가 한 것일지도-

 

 옷도 거의 다 박스에 담겨 있고 , 어떤 박스에는 조금 삐뚤빼뚤한 , ... 아마도 제이미의 솜씨일 글씨체로

 

 옷, 이라고 적혀 있고 어떤 박스에는 가지런한 글씨로 전공 서적- 책 , 적혀 있다.. 짐을 싸려고 온 것이기도 한데

 

 그냥 다른 포장 없이 부치기만 해도 충분할것 같다.. 짐이 워낙에도 없었어서- 그런가 정리 할 것도 없다..

 

 대 여섯개의 박스만 , 한국으로 보내면 충분할것 같다-

 

 

 그가 잠시 지켜보고는 속삭였다..

 

 

 

 

 

 "짐을 싸려고 왔는데 , 벌써 다 싸여 있네?....."

 

 

 그도 약간은 당황한 안색이다-

 

 

 

 

 

 "잘됬네요 , 여기 두고 , 건너가는 날에 다 부쳐버리면 될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 예쁜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딱 짚어서 거기만 가서 - 묵고 놀고 오고 그러죠 뭐-"

 

 

 

 

 그는 그 말에 설레게도 웃는다... 예쁘게도 웃고는 , 그는 잠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나 질투나는 일은 하지 않기야.. 알았지?"

 

 

 

 

 "....?"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그가 웃으며 말한다.

 

 

 

 

 

 "유세진씨, 이 건물에 살잖아.. 곧 돌아 올 테고- 문 열려 있으니 - 알테고

 

 나 신사답게 굴거야 , 정말이야"

 

 

 

 눈에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단단히 결심한거 같다, 이런점이 이 사람의 바른 점이다- 무조건 질투는 하지 않겠단 거다.

 

 고마운 사람이니까.... 일단은 고마운게 먼저란 거다.

 

 

 

 

 

 "어찌됬건 , 당신 잘 돌봐주고- .. 많이 도와주고, 또 잘 지켜 줬으니까.."

 

 

 

 그 말에 들려온 대답은 내 대답이 아니었다.

 

 

 

 "글쎄요 , 그건 하임이가 스스로 한 거니까, 내가 칭찬 받을 필요는 없죠-"

 

 

 

 

 

 불쑥 , 들어온것은..... 세진이다-

 

 전에 봤을때 보단 , 약간 거칠하게 자란 수염, 그럼에도 그럭 저럭 괜찮아 보인다- 내가 변하는 사이

 

 세진이는 어째 그대로 였던것만 같다...

 

 

 작약이 기대어 앉이 있다 일어나고

 

 

 세진이의 얼굴엔 이제는 한결, 편안한 미소가 곁들여져 있다.

 

 

 

 

 

 "반갑습니다- 잘 오셨어요-.... "

 

 

 세진이가 먼저 손을 내밀고 , 작약도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 그의 손을 잡는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천천히 웃으며 ,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세진이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문 열려 있고 ,한국말이 들려서 알았지... 그리고 어머니가 전화 하셨었어 오늘쯤일 거라고- 귀뜸 해 주셨거든.."

 

 

 

 그 말에 작약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이런것 까지 질투를 한다 저 귀여운 남자는...

 

 

 "짐 다 정리 되어 있네.."

 

 

 

 

 내 말에 세진이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얼마간은 , 제이미라는 그 친구가 마치 다 안듯이 싸뒀더라고-

 

 

 또 얼마간은 내가 했어-

 

 여행하고 싶을 텐데- 신혼여행에 짐 싸는 거 이상하고 , 불필요한 일인거 같아서-"

 

 

 

 

 그러자 그 말에 고맙다고 한건 작약이었다. 세진이는 예전과는 달리, 악의가 눈곱만큼도 없는 얼굴이다

 

 솜씨좋게 연기한다고 하기엔 , 몹시도 자연스러워- 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아뇨 , 괜찮습니다- 이리 얼굴보니 충분하네요- 둘다 행복해 보이고...... 충분합니다-"

 

 

 "...?"

 

 

 

 

 

 난 뭐가? 라고 물으려다 말고 , 세진이의 얼굴을 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 나는 안 들었으면 하는 표정이다....

 

 작약도 , 그래도 된다는 듯한 표정이라서... 밖에 나가서 마실것좀 사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잠시 계단을 내려왔다...

 

 

 

 

 세진이가 뭐 쓸데없는 소릴 할 애는 아니지만..... 혼자 남겨둔 작약이 약간은 걱정되었다.

 

 

 그와 상관없이 날씨는 끔찍하게도 좋았다. 나는 약간의 시차의 피곤함을 느끼며 눈에 익은 거리로 나섰다.

 

 

 

 

 

 -

 

 

 

 

 

 

 "잘 지내 보여 , 다행입니다-"

 

 

 

 나는 뻔한 인살 건냈다.

 

 

 

 

 실제로 그랬다.

 

 

 

  이 남자는 전에 베란다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빠짝 마르고 , 인상도 사납고 말 하나도 쉬이 넘기질 않아 무서울 지경이었는데... 여전히 말랐고 여전히

 

 짙은 눈도 그대론데, 기본적으로 얼굴에 미소가 묻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약간 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격의 없이 , 전처럼 어렵거나 사납지 않게 말을 꺼냈다.

 

 

 

 

 "고맙습니다- ...

 

 

 

 그간 -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하임이가 그렇게 잘 지내진 못했겠죠 ....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 그녀는 유세진씨를 굉장히 소중한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도 , 저는 알고 있습니다. 둘의 사이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나도 왠지 부드럽게 말이 나간다... 물론 어제까지만 해도, 심란의 끝을 달렸지만...

 

 그녀와 이 사람이 바라보는 그 두눈에 가득한 사랑과, 그녀가 짓는 웃음에 그대로 느껴지는 행복이

 

 나를 , 결국엔 그런 마음을 사라지게끔 했다..

 

 

 

 그녀의 행복은 눈 앞의 이 남자다-.... 단 하나의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간 , 내가 부정하기도 하고 , 때론 어쩔수 없다 생각해 온 그 모든게.....

 

 그 눈에 , 그 웃음에 무너졌다..

 

 

 나의 완패였다.

 

 

 

 

 

 

 "... 여전히 , 좋은 친구고... 또 , 그녀는 내게 , 어떤 의미에서 여동생 같은 존재에요... 그러니..

 

 책임지고 , 행복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웃게 해 주세요-.... 내가 알던 그녀는 , 언제나 얼마간은... 스스로에게 믿음이 없었어요.... 또

 

 자신감이 부족하고, 겁도 많고-... 소심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나 당신이 변화시킨 그녀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만큼 , 당당하고 , 아름답고- 또- 용감하기도 했어요....

 

 

 

 그런 변화는 오로지 당신이 그녀안에서 이끌어낸 거죠-

 

 그러니 , 난 졌어요 , 완패에요-"

 

 

 

 

 

 내 말에 그 남자는 약간은 , 미안하다는 듯한 안색으로 웃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난처한 얼굴로..

 

 

 

 

 

 

 나는 씩 웃었다.

 

 

 

 마음이 좀 시리긴 해도- 못 웃을 만큼은 아니었다... 시린 가슴만 빼면, 충분히- 웃을 만 했다.

 

 

 

 "그떄 , 뾰족하게 대꾸했던건 미안했어요...

 

 

 

 지나고 당신의 상황을 대충 알고... 되 짚어 보니... 내가 당신이었대도

 

 어쩜 그리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 했었어요, 당신도 대단한 사람이에요- ...

 

 

 

  하임이의 존재만으로 당신은 여러가질 이겨냈죠.... 그런게 사랑의 힘이라면....

 

 

 나도 그런 사랑 , 가져보고 싶네요... 다음번엔 짝사랑 말고요-"

 

 

 

 내가 피식 웃으며 자조적으로 덧붙이자 , 그는 사려깊은 태도로 , 내게 다시 말했다..

 

 

 

 

 ".... 다시한번, 진심으로, 그녀 곁에 있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남자는 미소지었다... 미소짓는 것 만으로 인상이 무척이나 달라 보였다.. 내내 차가워 , 얼음같아 보이던 눈동자는 그대로인데

 

 그 눈동자에 미소가 깃들자- 부드러움이 넘쳐 흘렀다...

 

 

 이건 뭐 , 얼굴이 선이 , 수려하게 보일 정도로 아름답다- ...

 

 

 

 

 

 "잘 부탁합니다-"

 

 

 

 

 

 나는 그간의 아쉬움과 ,번뇌 , 질투. 심란함- 모두를 날려 버리듯 ,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도 , 여지 없이 고갤 숙였다.

 

 

 

 

 

 "결코, 약속 어기지 않고, 언제나 행복하게.. 그렇게 살게 ,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코 끝이 , 시큰해 온다.

 

 왠지 딸을 시집보내는 듯한 기분이다-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뻥- 뚫리는 듯 하지만 ,

 

 

 내내 안에 먼지가 가득 고여 있기라도 했던 것 처럼- 그제야 마음에 바람이 든다..

 

 

 

 

 

 그의 인사에 , 나도 미소지었다..... 그녀는 그가 , 특별한 사람이라고 내게 몇번이나 이야기 했었다.

 

 잊고 싶어도 , 잊을수 없는 존재이고 ,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다고 ...

 

 이 남자의 장면, 장면에는 . 그런 힘이 , 정말 있었다...

 

 

 

 

 

 하임이 우리의 대화가 얼추 끝난거 같자- 앞에서 기다렸던 건지 작은 발로 - 도도도 돌아왔다...

 

 

 

  나는 씩 웃었다.

 

 아직은 마음이 좀 시리다-

 

 

 그녀는 내게 테이크 아웃 해 온 커피를 내밀었다... 나는 그걸 받고서

 

 돌아서면서 , 마주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제는 - 둘만 있을 시간을 좀 주고 -

 

 

 

 나도 얼굴을 정돈할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가게?"

 

 그녀가 물었다.

 

 

 

 

 "응 - 작업이 남아서-.... 이탈리아에서 나가기 전에- 그때 연락해-"

 

 

 

 

 

 하임이 , 이해한단 듯한 얼굴로 씩 웃고 손을 흔들었다... 그 남자도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나는 그 둘을 감싸는 따스한 빛을 보면서 , 얼른 계단을 내려와 , 약간은 달아나듯-

 

 

 

 그 둘에게서 - 멀어졌다...

 

 

 마음이 시렸지만,

 

 

 

 한구석이 시원하기도 했다.... 나의 오랜시간 - 나를 아집스럽게 좀먹었던

 

 미련한 나의 짝사랑이여- 이제 너와 나도 이별할 시간이 된것 같다.

 

 

 

 

 

 청춘이라 풋풋했고- 연정이라 애틋했다... 그녀여서 각별했고 맘에 오래 품었기에 떼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안녕이다-

 

 

 

 세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 걸음을 늦추었다....

 

 

 

 

 

 그제야 미소가 편안하게...... 진정으로 , 얼굴에서 쉬이 흘러내렸다-

 

 

 

 

 

 

 -

 

 

 

 

 우리는 저녁 즈음이 되서야 , 내가 즐겨 가던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우리는 쉴새 없이, 서로가 서로를 카메라로 찍었다. 나는 내가 늘 앉아 그를 생각하던 곳에 , 그가 직접 앉아 있으니 정말

 

 이런게 꿈이 이루어 지는 순간인가 싶을 만큼 좋았다-

 

 

 늘 스케치를 하던 곳을 함께 걸으며 요모 조모 설명해 주는데, 그는 웃음이 헤프다 싶을 만큼 많이 웃었다....

 

 나는 그런 그가 좋아, 그에게 몇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하고 - 그도 똑같이 답을 하고..

 

 그렇게 애기들 처럼 , 천진하게 낯설면서도 잘 아는- 이색적인 외국의 길을 함께 걸었다.

 

 

 

 

 우리는 시차 적응도 없는지 , 첫날을 꽉 채웠다 -

 

 

 

 그리고 나서야 , 호텔로 돌아왔는데-

 

 

 

 

 호텔은 아마 강비서님이 잡아 두셨을 텐데... 따로 언질을 안 해두신 건지 들어와보니 낯간지러운 셋팅이 되 있었다...

 

 아마.... 우리가 나간 뒤에 한 듯 한데...

 

 

 침대위에 정열적인 하트 모양으로 놓인 꽃잎과-

 

 샴페인, 초콜릿 입힌 딸기가 - 조르륵 놓여 있었다.

 

 

 

 그가 그걸 보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씩 웃었다.

 

 

 "왜, 이까지 오니까 새삼 겁나?"

 

 

 

 

 그가 물었다... 나는 ...... 뭐라 답해야 할지 쫌 우물 쭈물거렸다. 그가 내 얼굴에 가득한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에이.... 이런 셋팅이 있는 줄 알았으면 , 너를 안고 들어왔어야 되는데, 열정을 다리가 못 따라주네-"

 

 

 

 

 나는 그 말에 아주 아주 어색하게 삐죽하고 웃었다. 그가 말했다.

 

 

 

 

 "바로 잡아 먹진 않을테니까 긴장 풀고-

 

 

 

 옷부터 갈아 입어-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새삼스럽게 꽉 굳긴, 그러니까 내가 진짜 나쁜짓 하는거 같잖아,"

 

 

 

 

 

 

 그리곤 그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젠 부부인데- 그러면 곤란하지-"

 

 

 

 

 내 얼굴이 달아올라 나도 모르게 다시 그를 퍽퍽 때리고 만다, 이럴때 마다 나는 왈가닥이 되고 만다.

 

 

 

  그는 당황하는 얼굴이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오늘 당신이 갔던 모든 곳을 볼수 있어서 , 정말 좋았어.... "

 

 

 

 

 

 

 

 그제야 침대에 걸터 앉아서 , 원래의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그의 옆에 앉는다...

 

 

 

 

 

 "당신은 몰라요, 내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언제나 상상만 했던 모습을 오늘 봤으니까요-"

 

 

 

 

 꿈같은 순간 순간이다- 매일이 이렇게 빠짐없이, 좋기만 해서 어쩌나 싶을 만큼-

 

 

 "아쉽지만 , 경주에 다시 가긴 시간이 좀 걸릴거야.... 거기서 나도 , 당신을 많이 그리워했어.."

 

 

 

 

 

 "그리웠어요?"

 

 

 

 그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한 얼굴로, 눈이 아릿하게 슬퍼지고 - 말을 이었다.

 

 

 

 

 

 "그럼 , 말로 다 못할 만큼 .... 그랬지...

 

 

 

 내가 보내준다고 실컷 생각해 놓고선... 당신이 남기고 간 스케치를 보니까..

 

 그 얼굴에 얼마나 애정이 묻어 있던지....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더라고... 그러면서 , 난 그런 눈을 하고-

 

 당신을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니.... 스스로도 기가 찼지..

 

 

 당신이 , 나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마음에 붉은 멍으로 남았는데...

 

 

 나는 ....... 그 사실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어.... 그 멍이 , 내게 그대로 남아 줬으면 했었어..

 

 

 

 

 그 만큼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름다웠어......

 

 

 

 

 

 더 많이 말해주지 못하고 , 더 빨리 인정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후회됬지....

 

 손 한번이라도 더 잡아 줄걸.... 그런 부질없는 후회들을 했어....

 

 

 강비서가 당신의 소식을 전할 때 마다 마다-

 

 

 심장이 뜨거웠지만 ,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번 들은 소식을 적어도 속으로 50번 이상씩 곱씹으며 , 당신을 그렸지......."

 

 

 

 

 

 

 나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 더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사랑을 하게 된 인생이-

 

 고맙고 , 이 사람을 마주하게 해 준 운명이 감사하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이 사람을 내 곁에 데려다 주리라고는 나는 ,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우리의 눈이... 점점 깊이 마주친다-

 

 

 

 

 

 

 그는 내 목에 입술을 묻고는 천천히 다시 입술로 입술을 옮기고 , 아주 천천히

 

 내 목선을 따라 , 가느다란 손가락이 천천히 내려온다-

 

 

 

 그간 그의 옆에서 수없이 많은 날을

 

 잠들었지만 , 단 한번도 이런 일이 벌어졌던 적은 없었는데도- ... 나는 수줍음보다는

 

 

 

 이제 , 나른한 열기가 그의 입을 통해 , 내 마음에도 옮겨졌음을 느꼈다... 그는 슬쩍 미소지으며 내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제 늑대가 아무래도 이성을 잃을 것 같은데 , 양의 소감은 어때-"

 

 

 

 

 그의 목소리가 참기 힘들만큼 섹시하고 끝이 가슬거린다.

 

 

 

 

 "...."

 

 

 

 

 "여전히 겁나?"

 

 

 

 그가 물었다. 귓가에 숨을 흘리면서-

 

 

 "아니요 , 겁 안나요-"

 

 

 "아닌데, 겁 먹은거 같은데.... "

 

 

 

 

 그가 천천히 내 블라우스의 단추를 세개쯤 풀더니 내 빗장뼈에다 입술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아니에요 , 겁 안나요-"

 

 

 

 

 

 나는 분명 대답한 사람이 나일텐데- ... 내 목소리 같지 않을 만큼 목소리가 생소했다.

 

 드러난 내 어깨를 그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싹 하고 쓸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부드럽고

 

 내 심장을 너무나 뛰게 해서... 심장이 진심으로 너무 뛰어서 터져버릴것 같았다.... 이런 남자를

 

 내가 도발했었다니...

 

 

 

 

 정말, 내가 정신이 없었다..

 

 

 

 

 ".... 당신이 물레방앗간에 초대했던 사람 맞아? "

 

 

 

 

 그는 그 말을 하면서 , 훗 하고 웃고는 여유도 주지 않고 , 다시 내게 입술을 묻었다- 그가 내 위에서 눈을 뜬다-

 

 

 

 그 눈에는 , 정말 호박색 눈을 한 늑대가 있는거 같다- 나는 그의 입술이 닿을 떄 마다 열기에 숨을 흘렸다.

 

 

 

 

 " 사랑해 "

 

 

 그는 내가 대답 못할걸 알면서- 부드럽게 내 팔을 한 손으로 감싸쥐며 훑으면서 내게 속삭였다...

 

 

 그리곤 한쪽 손을 뻗어 스탠드만 빼고 불을 껐다-

 

 

 

 

 창에서 드는 빛만 보이고 그의 눈만이 반짝거렸다....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내가 들은 적 없는 , 참기 힘들만큼 섹시하게 까슬거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참는 듯 중얼거렸다...

 

 

 

 

 "무서우면, ....눈을 감아-"

 

 

 

 그의 눈이 내게 흔들림 하나 없이 꽃혀 있다...

 

 

 나는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나와 몸을 포갠 이가 내가 그리 그리던 작약임을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내가 고갤 젓자 다시금 손가락으로 내 몸을 쓸어내렸다- 그의 살결이 내 몸에 닿자,

 

 나도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내가 당황할 틈도 주지 않고 , 매섭게 내 입을 훔치고 나를 세상의 마지막

 

 사람처럼 끌어안았다...

 

 

 

 

 속도가 점점 빨라져 어느순간 좀 두려워 졌지만 그는 중간 중간 내 눈을 쉼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숨이 감미로웠다...

 

 

 술 한방울 안마셨건만 , 만취해버리는것 같았다- 이런 이를 내가 , 유혹했었다니-

 

 내가 겁이 없었다.

 

 

 그는 살짝히 웃고는 - 천천히 다시 뜨겁게 몸을 포개왔다- 어둠속에 그의 목선과 어깨가

 

 선명히 보인다, 몸에 새겨진 은빛 흉터들은 빛에 반짝거리는 것만 같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 위로 , 다시금 내려 앉는다- .... 그제야 전신에 찌릿거리는 감각이 이어지고 내가 숨을 흘리는 사이

 

 작약은 내 손을 찾아 꽉 잡았다- 그가 나를 , 너무나 소중하게 안아서 , 나는 내 자신이 설탕 인형이 되어

 

 녹아내려 버리는것 같았다....

 

 

 

 녹아내려 그에게 내가 녹아서 그대로 , 붙어버릴것만 같다...

 

 

 

 

 그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 뜨거웠고 , 그의 손은 나를 , 부드럽게 오가며

 

 감싸안았다....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나에게 느껴지는 그의 무게감이 - 잊고 싶지 않을만큼 좋았다-

 

 한참의 거친 숨, 얽히는 손가락- 그리고 깊은 입맞춤 후에야 , 아주 오래도록 엃혀 있던 다리가 풀어졌다...

 

 

 

 

 그가 내 목에 다시 한번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숨이, 아직도 감미로웠다-

 

 

 

 그는 내 몸을 끌어 당겨 다시금 안았다... 한참 후에야 나는 잠들었다- 하지만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그는 내 귀에다 속삭였다...

 

 

 

 사랑한다는 그 말만이 , 아주 짙게 꿈속에서도 귓가에 남았다.

 

 

 

 

 

 

 

 

 -

 

 

 

 

 

 아침이 되어 눈을 떴더니- 우리는 시트를 감싸고 , 서로 안은채 잠들어 있었다... 창으로 햇살이 든다-

 

 온 몸에 나른하고 , 뻐근한 , 평소같지 않은 이질적인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천천히 생각한다..그러니까..... 여기가... 이탈리아고.....

 

 

 나는 ,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보면서 , 아주 - 아주 천천히 현실 감각이 들기 시작한다.

 

 

 

 현실로 로딩이 완전히 끝나자, 나는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 숨도 안쉬는 것 같이 얌전하게 잠들어 있다, 그런 그의 어깨가 ,

 

 단 한번도 , 그 많고 많은 밤중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매끈하게 드러나 있다-

 

 

 

 

 

 하얀 어깨 선, 가느다란 목, 그리고 빗장뼈에 남고 온 몸 곳곳에 얼음꽃처럼 , 흉터가 나 있다..

 

 

 

 그럼에도 , 정신이 든 나의 넋을 앗아갈 만큼 아름답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쉬다가

 

 헙, 하고 숨을 멈추었다....

 

 

 

  천천히, 그가 깨지 않을만큼 ,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는데 , 그때- 그가 나를 뒤에서 확 잡아 챘다... 꽉 안아버린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이번에는, 심장마비 걸릴 뻔 했다...

 

 

 

 "왜 도망가는 거지? "

 

 

 

 

 

 그의 목소리가 무섭다.... 나는 무섭기도 좋기도 한 이 목소리의 정체를

 

 머릿속에서 규정짓기 바빴다.

 

 

 

 

 

 "음.........네..."

 

 

 

 

 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굴은 아마 터질듯이 빨갛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부끄럽고 막 떨리고... 처음하는 연애마냥 , 나는 떨려서 , 미칠것 같다- 이래서 어떻게 매일 보고 살지?

 

 

 

 

 "도망가지 마, 왜- , 어제 보고나니까, 내가 진짜 늑대야?"

 

 

 그가 여전히 잠에 취해 까슬대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게요... 제가 진짜....겁도 없이... 당신을 도발을.... "

 

 

 

 

 내가 더듬더듬... 몹시 더듬으며 , 이상하게 변명하자 그가 ,뭐야- 하며 중얼거린다.

 

 

 "왜 이렇게 순순히 인정해? 이상하네-"

 

 

 

 

 

 그가 빙글 몸을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가 몸을 살짝 일으키자,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 숨이 멎는 듯 해 고갤 돌렸지만 그가 내 얼굴을 보고는 픽 하고 웃었다..

 

 

 "왜 얼굴이 그렇게 빨개.... 이불 좀 놔- "

 

 

 

 내가 입까지 이불을 끌어 당겨 덮고, 절대 그것을 꽉 잡고 놓질 않자, 그 모습을 본 그가 피식 웃는다....

 

 

 

 

 "새 색시 맞긴 맞네, 부끄러워 하는 모습, 되게 신선하다- ... 어제도 몹시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당신은 원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여자니까-"

 

 

 

 

 

 

 그가 그 말을 하면서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

 

 자신이 일어나 먼저 살짝 가운을 걸치고 , 샤워실로 들어간다-

 

 물소리가 이어지고 나는 그제야 침대에 다시 엎어진다-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지!!!! 왜 !!! 왜 !!!!!

 

 

 

 "우아아아악"

 

 나는 이불속에 속 빠져서 발을 쾅쾅 굴렀다... 이 참을수 없는 부끄러움과 , 이 이상한 기분과

 

 야릇한 어제의 기억을 다 어쩌란 말인가!!!!!

 

 

 

 

 

 내가 뭔가 , 잠잠하여 살짝 고갤 들었더니 , 그런 내 모습을 그가 , 샤워실에서 고갤 빼꼼히 내밀고서 보고 있다..

 

 

 "왜 그래, 진짜"

 

 

 그가 씨익 웃는다. 그 웃음엔 내가 왜 이러는지 빈틈 없이 알고 있음이 줄줄 떨어지고 있는데

 

 그는 모르는 척 내게 되 묻는다-

 

 

 

 

 "욕조에 물 받을 참인데, 그럼 너도 들어올래?"

 

 

 그가 천진하고 말간 얼굴을 가장해 묻는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여전히 이불로 몸을 꽁꽁 매고서

 

 소리쳤다.

 

 

 

 

 "장난쳐요? 꿈도 꾸지 마요!"

 

 

 

 

 그랬더니 그가 풀죽은 척 하며 중얼거린다- 손가락으로 죄 없는 샤워실 문을 빙글 빙글, 머뭇머뭇 쓰다듬으면서..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내가 고삐 풀리면 당신이 위험해 질거라고- 나는 경고 했었어- ....

 

 그래서 난 뭐 각오 하고 있는줄 알았지..."

 

 

 

 

 

 "......"

 

 

 

 

 나는 입을 꽉 다물고 얼굴이 빨개져 , 손에 잡히는 베게를 잡아서 그쪽으로 던졌다.

 

 

 

 물론 그는 가볍게 피했다.

 

 

 그러고는 웃으면거 말한다-

 

 

 

 

 

 "에이, 반응이 과격하네, 가운 옆에 뒀어- 입고 - 아침 주문해 , 옆에 전화기 있지?

 

 나 먼저 씻고 나올게-

 

 그리고 있잖아....... 부끄러울것 없어-... 앞으로 여행은 , 11일이나 남았는데 매일 이러면 어쩔꺼야-"

 

 

 

 

 

 

 그가 그 말을 남기고 , 다시 샤워실로 돌아가고.... 나는 곰곰히 그의 말을 되짚었다...

 

 

 ....음?

 

 

 

 말 뜻을 천천히 이해 하고야 다시 얼굴이 빨개져 씩씩거리는데 그가 해사하게 웃는 소리가 희미하게 샤워실 안에서 들려온다.

 

 나는 거울 속에 얼굴을 비춰본다-

 

 

 얼굴에 가득한 붉은 기운과- 그가 남긴 아릿한 기운이 몸에 가득해

 

 나도 모르게 , 순간적으로 웃음짓는다... 그리고는 그가 금방이라도 지켜 볼듯해 정색하는 척 한다-

 

 

 어쩔수 없이 , 나는 그에게 점점 더 빨려드는 것만 같다.

 

 

 

 

 이게 정말 , 내가 양이고 그가 늑대라면.

 

 

 나는 이 늑대에게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졌음을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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