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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한 사람의 마지막 장
작성일 : 17-07-28 19:3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1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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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생 처음 봄이 온 , 형이 그제야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니가 손을 내밀지 않았어도... 내가 , 처음 내민.... 그 옛날 니 손을 잡았으면.....

 

 그래, 우린 ... 내가 그때만 그랬으면.."

 

 

 

 형은 후회하는 빛이 들었다..... 그 얼굴은 , 나 보다도 우리의 지난 시간 보다도......

 

 뭔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여전히 난 너를 잘 몰라... 니가 어째서 그렇게 사랑에 목 매는지도 몰라..... 김희영한테 미안한 감정도 일고..

 

 그 여자만큼 날 좋아해줄 사람이 없겠구나, 그런것도 알겠지만....

 

 

 그토록 목숨을 매다는 너처럼 ... 사랑을 잘 알지는 못해...

 

 아직도 , 솔직히 너한테는 질투가 날때도 있어....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아주 많은 것들을 가졌으니까.....

 

 그런데 니가 밉다는.. 그 감정 가지고..... 내가 지금 가질수 있는것조차 다 놓고 싶진 않아.....

 

 

 

 그러니 이건 이기적인 선택이지....... 나는 지금... 죽음이 두렵고, 내가 자수해서 갈 곳이 , 죽을듯 두려워

 

 두려워,

 

 

 사실 무슨 짓이든 해서 도망치고 싶기도 해... 내 인생에 이제 남은 것 따윈 없는거 같으니까......

 

 다 버리고 , 그냥 가 버리고 싶기도 해"

 

 

 

 

 그 말에 나는 겁이 더럭 났다.... 형을 응시하는 내 눈에- 솔직한 말이 ...

 

 난 일단은 두려웠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내가 , 미안한 사람들에게 무슨 소릴 들어도 들을것 같거든.... 내가 벌인 일에 희생된 사람들을

 

 볼 낯도 없어"

 

 

 형의 말은 솔직하고... 사실이기도.....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감정에 내린 답인거 같기도 했다....

 

 

 

 

 

 " 화내 , 차라리.... 화를 내라.... 욕해... 전처럼 한대 먹여도 좋아-

 

 내가 너한테 한 짓에 비하면... 너는 솔직히.. 그냥 증언하고, 장하민 집안과 결탁해서- 날 감옥에 넣어도- .. 처박아 아주 오래 그곳에 있어도

 

 나는 ,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정상이지..."

 

 

 형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형의 이런 얼굴을 보는게 나는 난생 처음이다 싶었다.

 

 

 

 오히려 형이 점점 , 속을 드러내는데.... 내가 차분해졌다... 형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형이 무언갈 두려워하는 것을 눈 앞에서 ,

 

 이렇게 진실된 두려움을 목도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형은 시간이 지나면... 형의 자리로 돌아올거야...

 

 그 자리를 ... 내가 아닌, 아버지가 지키고 계시게끔... 내가 그렇게 할게-... 형 불안 하지 않도록.....

 

 

 형이 cs의 회장이야.... 아버지 다음은 형이야..... 나는 ... 다른 것 보다, 김희영의 그 눈을 믿어....

 

 그 여잔 , 사랑하는 마음도 없는 사람을 사랑했댔지만....

 

 

 

 적어도 그 여잔 , 형을 제대로 봤었지... 형의 진실을 본 , 그 얼굴을 믿어..... 형도 , 마찬가지야.....

 

 

 김희영을 사랑하지 않는다 싶었겠지만...

 

 그 여자의 눈을 , 잊지 못해... 결국 이런 이야길 , 형입으로 먼저 꺼냈잖아.... 아니야?"

 

 

 

 내 말에 형은 한참이나 후에 , 아주 살짝....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소심하게.. 힘겹게 고갤 끄덕였다..

 

 그 끄덕임은 힘이 없고, 처량해 보였다....

 

 

  오히려 , 왜 내가 - 다리도 못써서 휠체어에 앉은 내가.

 

 

 이토록이나 마음이 평온할까...

 

 

 

 

 "이 이야기가 언론에 나가지 않게.. 하민이 측에서도 설마 터트리길 원하지는 않을거야...

 

 그러니 나를 매수하기도 쉽지 않았을 테고... 언론은 이런 이야길 가장 좋아라하잖아... 치정-..

 

 형제들의 재산 다툼... 게다가 아버지는 이제껏 우리 집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하셨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들을 힘겹게 막아 오셨단 말이야.......

 

 

 그러니 이미 벌써 위험 수위야.....

 

 언론에서 덮을수 있으면... 덮어야겠지만.... 아버지는 당장 , 은퇴 하실순 없게 되실거야...아마도

 

 형이 ,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 그땐 아버지도 , 어머니도...

 

 

 모두가, ......"

 

 

 

 내가 더 이야기 하질 못했다. 형에게 무슨 이야길 얼마만큼 할수 있을까.... 어떠한 회장이던 구속이 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형의 경우는.... 살인이었다-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 매스컴을 단속하려고 애를 써도 새어 나갈 방법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하는 데 까진 해야한다..... 하민이의 집을 , 내가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나도 두려웠다......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내 생각대로..

 

 우리는 다시, 따뜻한 가족이 될까... 아니... 처음으로 - 따뜻한 가족이 될까.....

 

 

 

 

 "....... 우선 김제한 뿐만이 아니라..... 증언까지도 , ..... 자수했다는 것을 검사 측에서 납득하고 , 긍정적으로 볼수 있도록

 

 나도 모든일을 할께..... 진심이야- 할수 있는 일은... 다 해볼께.....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기보다... 형이 진심이길 원해"

 

 

 나는 형을 바라보았다.... 형은 내 눈을 믿을수 없다는 듯이 재차 바라보았다...

 

 

 

 "....그래도 너는..... 나에게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니?"

 

 

 형은 , 가볍고 - 악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게 자신에게 있는지 ,믿을수 없다는 듯한 표정....

 

 그 표정에 , 나는 오히려 확신했다.

 

 

 

 "어떤 감정을 느낄때... 이런 감정을 느낄 - 가치가 있을까. 내가 그런 자격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봐....

 

 일일이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을 인정하기가 - 더 힘들어 질 뿐이니까........

 

 

 김희영은 , 마지막 순간에 보는 얼굴이 형이길 바랬을꺼야... 형에게 요령이 없어 말을 못했을 뿐...

 

 형을 ,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거든..

 

 죽음을 막아 주고 싶었어... 그랬어야 했어 그래주고 싶었는데... 나도 결국 또 그러지 못했어......

 

 

 형이 마음으로 오래도록 그 마음을 소중히 여겨 줘... 그것만으로도..... 그 여자에게는.....

 

 늦었어도, 그게... 구원일거야....."

 

 

 

 내 말에 믿을수 없단 듯한 눈으로 내 눈을 보는 형을 , 우린 말 없이 오래도록 서로를 응시했다.

 

 그 예전- 이 렇게 얼굴을 마주했던 순간- 우린 서로를 언제나... 증오만했다. 서로를 미워만 했다.... 내 예상과 기대 이상의 일이었다.

 

 이게 사랑의 힘이라면... 김희영이 일으킨 기적이었다.... 형이 , 죽음이 겁나서- 형량이 겁나서...

 

 

 

 오로지 그랬더라면 다른 방법을 썼으리라.. 아무리 아버지가 돈줄을 막았어도- 해외로 도망이라도 쳐서

 

 다른 방법을 구했으리라... 하지만...... 형은 , 속죄를... 형에게 도저히 어울리지도 않고

 

 

 형이 할거라고

 

 

 평생이 걸려도 , 절대 할리 없다 믿어 김제한 변호사에게 - 그건 옵션에 아예 없는 사항이니 다른 방향으로 가자 했던...

 

 

 

 자수를 하겠다고 날 찾아온 상황이 ...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녀의 눈,

 

 

 그 눈이 일으킨 기적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버려졌다 여겼지만.... 형도 당시엔 버렸다 그리 여겼고 막상 그 당시에는 슬프다고도 생각치 못할 만큼

 

 

 

 먼 일이었겠지만...

 

 

 

 마음에 품는 순간- 주워 드는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마음미 마주치는, 그 순간부터

 

 

 그것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피한다고 피할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줄곧 말해 왔듯이

 

 올수 밖에 없고 맞을수 밖에 없는 것- 세상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내리우는 비를 맞는 그 심정으로..

 

 

 그냥 맞을수 밖에 없는 어떤것.......

 

 

 형처럼 영리하고 차가운 이에게도... 얼음같다 믿는 이에게도- 품었나 하기도 전에 마음속에 자라는 존재.....

 

 

 

 

 그런것이었다.

 

 

 형은 별다른 인사 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의 표정에는 후회와 두려움이 엉켜 있었다.

 

 

 나는 , 고갤 살짝 끄덕였고 그리 문이 닫겼다...

 

 

 

 

 

 멍하니 앉아 있던 내가 살짝 돌아보자, 문이 열리고 하임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상황을 문 뒤에서 맘 졸이며 들었던 듯- 얼굴에 , 눈물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운명처럼 천천히 다가와 , 나를 뒤에서 끌어 안았다... 그녀의 품에서는 이제 나와 같은 향기가 맴돌았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아주 아주 오래 달리기를 했던 사람처럼 크게 숨을 내 쉬었다.......

 

 내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떨어졌다... 그녀의 숨 아래서야 나는 울었다... 그 아래서야 그제야 눈물이 났다....

 

 내 우는 얼굴을 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듯이 꽉 안았다... 나는 그녀 곁에 있음으로써 그저 마음이 내려 앉았다..

 

 

 그녀는 흐느끼면서, 내 머릴 소중하다는 듯 감싸 안고- 쓰다듬으며 내게 속삭였다.

 

 

 

 

 

 

 "잘했어요......"

 

 나지막한 목소리의 따라붙는 그 느낌, 난 긴장을 그제야 풀어놓는다...

 

 

 

 "..."

 

 

 

 

 나는 말 없이 고갤 끄덕였다..... 또 한장이, 인생의 큰, 장면들 중에

 

 또 한장이 넘어간 듯한 ... 기분이었다......

 

 

 

 

 

 

 -

 

 

 

 

 

 

 그날 이후, 하임은 결국엔 그 김희영의 영상을 찾아 냈다.

 

 

  그것은..... 김희영이 두번째 받은 선물,

 

 그것도 구두의 밑 창, 안쪽에 ..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었다.. 밑창을 뜯어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리라..

 

 그 구두가 눈에 밟혔던 처라, 구두를 몇번이나 보고 나서야... 안쪽이 살짝 들뜬 흔적이 보였다... 다시 붙인듯한 흔적.

 

 

 맞춤 구두인듯 했는데... 그런 일이 있다는게 이상해서 , 살짝 뜯자. 안쪽을 그 모양 그대로 파서 눕혀놓은

 

 usb가 드러났다..... 나도 놀랐다.... 그런데 숨겨 놓았을 꺼라고는 나도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같이 자리에 있던 강비서가 너무나 놀랐다... 강비서는 당황했지만 하임은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작약에게 그대로 주기로-... 이미 자수하기로 마음을 먹은 형을, 방어해 주려고 하는 그에게... 이미 이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있는지 알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할수가 없기도 했다... 그 집의 물건들을 정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정리란걸 , 결국엔 엉겹결에는 내가 맡게 되었지만....

 

 

 

 그 구두를 골랐던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 구두가- 김희영이 가지고 싶어했던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형이, 처음으로 고른 - 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준 선물...

 

 

 

 

 

 발의 치수까지도 , ... 알아본 뒤에, 원해서 받아 낸게 아니라- 상대가 생각하고서 준 선물

 

 그런 선물은 , 돈보다도 관심이기에 그녀에게 기쁠수 밖에 없었겠지..

 

 

 당시에 , 그녀는 이런 결말을 설마 생각이나 했을까..... 그 당당해 보이던 모습과 상반되는 ... 여성스러운 점들에

 

 나는 사뭇 놀랬다......

 

 

 

 다른 쪽지도, 언질도 없이 그것만 덩그러니 들어 있었다...... 어쩌면 쪽지를 남기지 않은건 , 결국 작약의 형은 절대 못찾으리라

 

 김희영이 생각한 걸지도 몰랐다.... 나중에 누군가가 찾게 될지도 모르지만 , 그게 형님 분은 아니란걸 미리 알았구나

 

 싶어져서 슬펐다...

 

 

 손 끝에 아직 온기가 남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usb...... 나는 그걸 손에 꼭 쥐었다..

 

 필요 없어진 물건이었다... 작약은 이걸 받고도... 아마 듣지 않으리라.....

 

 형에 대해선, 더는 오해하고 싶지도 더는 힘들어 지고 싶지도 , 않아... 차라리 듣지 않는 방법을 쓰겠지...

 

 

 

 

 

 그 외엔 , 짤막하게 유서에 인용된게 전부였다.... 보석이나 , 비싼 선물은 팔고, 집도 팔아서- 소년 소녀 가장에게 기부해 달란 말이

 

 

 유서 끝에 달려 있었다... 소년 가장...... 그녀가 그런 인생을 살았다는 걸- 나는 후에야 알았다....

 

 강비서도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원망을 거둔거 같았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는 척박한 인생을 살아 왔었단 걸

 

 흔적만 따라 봐도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니- 작약과 이야기 하는 형의 얼굴에서는

 

 .... 그녀가 죽고 나서야 느낀 바가 있어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왜 모든 것은 돌이킬수 없게 되고야

 

 가치를 깨닫게 되는 일이 많을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좋은 결말일수는 없는데.....

 

 

 

 

 그 여자의 눈을 잊지 못했다는 , 작약의 말과, 그 눈이 잊혀지질 않았다던...

 

 

 그분의 말,

 

 

 그 여자는 자신이 그정도로 가치있는 사람인줄 , 알기나 했을까........

 

 

 집은 너무나 말끔했다...

 

 

 

 돈은 오로지 , 그 쪽으로 기부해 달라고..

 

 

 지난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려, 그런 말을 남겼으나 하나 하나, 가격을 매겨 달린 택을 바라보면서 나는 ,

 

 

  한 사람의 삶의 끝이란 생각보다 허무하구나 하고 깨달았다..

 

 기껏해야 돈으로 , 다 팔면 사라질... 인간의 흔적이라니.... 사람 하나에 담기는 인생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나는 가끔 상상했었다.

 

 

 

 전혀 낯 모르는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에도... 저 사람에게는 가족이.. 친구가... 혹은 - 저 사람이 마음에 담은 사람들이

 

 있을테고... 또 저 사람을 마음에 담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태어나서부터- 어떠한 운명을 맞게 되기까지... 수없는 인생에

 

 손자욱을 남겼을 텐데.... 싶어져서 마음이 아릴때도 많았다..... 얼마나 많은 것을 남겼을 까 생각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 여자의 인생은 대체 어떤 걸 담고 있었는지 알수 없었다... 너무도 남은게 없었으니까..

 

 

 

 정리를 했단 걸 알수 있었지만.... 심지어는 쓰던 것들도 다 버린 건지- 화장대 위도 깨끗했다.

 

 남은거라곤 없었다.. 냉장고 안은 서늘할 정도로 남은것도 없었고... 집 안은 클로짓부터 신발장까지 정리가 꼼꼼히 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는 들어와서- 이렇게 해 줄줄 알았다는 것 처럼- 경찰이 뒤집어 놓은 후일텐데도- 그랬다...

 

 

 

 책장도 꽤 컸지만 이상하게도 사진 한장 집에 없었다.... 책은 전부 전공 서적같은 거거나, 소설책이라기 보다는 실용주의 책들이었다...

 

 어째 책장조차도 건조하다 싶어서.... 평생에 설일 없을줄 알았던, 낯설고 무서웠던 여자의 거실에 서서 드는 빛을 바라보면서

 

 

 

 

 하임은 자신도 모르게 회한에 잠겼다.

 

 

 

 나는 뭔갈 찾겠단 마음으로 여기에 오겠다고 했다. 작약은 좀 께름칙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여자때문이 아니라- 괜히 쓸쓸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냥 뭐 매기는 거라면

 

 강비서한테 부탁하지?... 했을 뿐이다. 지금 와서는 그 자료가 밝혀지면 시끌거리기만 할 것이기 때문에

 

 작약은 그걸 , 아마도 가지고는 있을 지언정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형의 진심이고 뭐고.... 다 끝이 나 버릴 테니까.....

 

 

 

 그래, 치사하고 하면 안되는 일일지 몰라도- 그게 애정이라는 것의 무게였다.

 

 

 

 빛이 살짝 틀어지면서 - 책장의 끝을 비추었다. 그 귀퉁이에는 뭔가 다른 책들과 달리 두껍고 작은 책이 금빛으로 빛났다.

 

 성경책이었다.. 성경은 장에 원래 금박 비슷한게 입혀져 있는 터라 - 그제야 빛이 들자 눈에 들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성경책이 있기에 의외라 생각했다.. 종교적 측면과는 너무나 먼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종교를 믿는 , 크리스천이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건 종교적인 측면에서, 어떤 종교이건 비슷하겠지만.. 기독교적 측면에서는

 

 적어도 성경책의 교리에서는 , 자살은 명백히 죄악이었으니까.....

 

 

 

 

 그 책은 가장 끝, 가장 밑에 마치 숨기기라도 한 듯- 안쪽에 있었다.

 

 

 

 그 성경책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많이 낡아 있었다... 자신의 책 같진 않아 보였다...

 

 하나하나 가격을 살피고- 중고 판매 업자와 통화를 하고 있는

 

 강비서를 두고 , 나는 그 성경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종이 하나가 팔락 하고 떨어졌다.... 그 종이에는 어린 소녀와

 

 소년, 그리고 부모인듯한 사람이 찍혀 있었다... 가족 사진이려나?..... 사진은 낡아 있었다....강비서는 가족 중에 살아있는 사람은

 

 어머니 뿐이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 마저도 외국에 가 있는 듯 하고, 새 결혼을 한거 같아

 

 연락이 어찌 저찌 어렵게 닿았을 때 쯤엔 , 그런 딸이 없다고- 하더라고 ... 그리고 그 말을 하는데

 

 망설이지도 않더라고..... 강비서는 다소 어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부고는 부고잖아요.. 전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까지 거부하니 뭐라고 하겠어요?"

 

 

 그 말을 떠올리며 사진을 찬찬히 보았지만.... 사람은 각각마다 가슴에 다른 상처를 안고 산다지만

 

 사진 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만 보였다.... 김희영과 나는 그야말로 스친 인연이었다... 다시 볼일도 없을 줄 알았던

 

 유쾌하지만은 않은 만남....

 

 

 

 그런데도 그 스친 인연 사이로 , 가식적인 얼굴을 벗긴 속사정은 ... 안타까움이 너무나 가득했다..

 

 화려한 자홍이 어울려 , 나를 주눅들고 겁먹게 했던 여자같지 않았다... 흔하지 않은 노력하는

 

 소녀가장.... 너무 오래 혼자였기에 혼자가 당연하다 생각한 , 슬픈 소녀만이 느껴졌다....

 

 작약이 걱정한 것은 이것이었으리라- ...... 자신의 미움을 , 그 짙은 미움을 이길 만큼 딱한 사정을 품은

 

 

 이 여자의 사정을 , 나 까지도 제대로 알고 나면...

 

 알고 나면

 

 

 결국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

 

 

 

 이해가 일 수 밖에 없다는 ....

 

 

 

 

 인간이기에 지닐수 밖에 없는 가장 , 인간애에 가까운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건 이해였다.

 

 

 

 이해는 자신의 이기심이나 , 당연히 품는 것들을 접어야 하는게 많았다.... 하민씨에 대한 작약의 마음을

 

 미안함을 .. 김희영과 형을 , 용서하겠다 한 작약을 보면서 .... 나는 그의 마음에 남았을 죄책감을 걱정했다.

 

 

 

 내가 아는 작약이라는 사람은 그랬다.... 말하자면 유리병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스며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준이 확고하여.... 플라스틱처럼 유동성이 있지도 않았고- 뭔가 담고 있었던 게

 

 베여서... 그 향내나 색이 빠지지않는 사람도 아니었다... 담고 있을 '순'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동화되진 않았다..

 

 그러니 깨지면 끝이었다... 그정도로 예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작약이 미묘하게 , 달라졌음을 나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작약은 오래도록 마음 정리를 한 사람처럼 형이 돌아가고 나서, 내내 걱정하고 지켜본 것에 비해는

 

 냉정하게 일 처리를 하려고 애 쓰는 듯 했다. 하지만 그토록 냉정한 척 해도..

 

 하민씨 가족을 대면할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는 많이 긴장했다... 마음속에 무거운 돌이 내려앉은 듯 한숨을 쉬고-

 

 

 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았다.

 

 

 

  내 걱정에도 그는 식사를 잘 하지 못했다. 그저 내게 안아달라는 말을

 

 유난히 자주 했고 , 자신이 날 안아주면서 자신의 가슴에 안심이 든다는 듯이 낮게 한숨을 내쉬면서

 

 내 목에 코를 묻고 내 향을 들이 마시는 것 외에 , 그는 내게도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수술 날짜를 , 결국에는.. 형의 판결 뒤로 미뤘다... 자신의 일을 한참이나 미뤄두었다......

 

 

 

 

 자수하기까지... 이제 남은 날은 이틀-... 거의 매일같이 변호사는 팀을 꾸려 찾아왔고

 

 변호사들은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이 케이스가 특이한건 분명한지 이것 저것- 논의를 많이 해야만 했다...

 

 

 

 그 사이 사이 작약은 몇번인가..회장님과 통화를 했다.... 나는 솔직히 , 처음에나 지금이나.. 그 사람이 의심스러웠다....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사람을 죽였는데...?..... 그 물음을 묻지 않았는데도 작약이 내게 먼저 말했다.

 

 

 

 

 이건 형을 보호하는 목적도 있지만, 김희영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그 말에 내가 머뭇거리자- 그는 내 눈을 보면서 - 내 머리를 소중하다는 듯 감싸 안고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요즈음 말을 할 때마다.. 그 눈을 내 눈에다 소중하다는 듯-

 

 내 눈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말을 , 내 눈에 띄우기라도 하는 듯한 사려 깊은 태도로 내 눈을 보면서 그런 말을 전한다.

 

 

 

 그 눈은, 여러가지의 빛을 띄고 있었지만.......가장 , 우선적으로 바라고 있다고 느껴진 것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

 

 스스로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 위선에 대한 이해였다....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는데도 - 작약은 그런 걸 마음에 걸려서 견딜수 없어했다..

 

 

 

 " 당신은 ... 아마 다 모를거야- 가족이 가장, 혹독할수 있다는 걸 말야... 서로의 비밀을 - 가장 가깝게 알아차리지..

 

 치부도 , 약점도... 알수 밖에 없는 위치잖아.... 모르기가 쉽지 않지- 그게 일반 가정에서라면 말 다툼이나 싸움으로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 , 그러다 좀 사이가 틀어질수도 있다지만....

 

 

 우리 집은 상황이 좀 달랐어..... 형은 너무나 오래 외로웠지.... 사춘기가 얼마나 인생을 좌우하는데... 그 시기 내내

 

 형은 친구 한번 집에 데려온 적이 없어... 형은 늘 바빴고 아버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아주,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거든"

 

 

 그 말은, 중의적인 뜻을 띄고 있었다. 형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 작약 그 스스로도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다는 뜻으로 그리

 

 들리었다...... 그때 나는 문 틈으로 둘의 대화를 들었다... 하민씨였으면 , 형을 용서하길 바랬을 거라는 그 말.....

 

 그 말은 적어도 진실같았다. 내가 느끼기에는 .. 그랬다.

 

 

 허탈감에 집에 돌아와 , 작약에게 그걸 내밀었을때.. 작약은 다른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멍하니 그걸 , 손 안에 남은 그걸 , 마치 생물이라도 된다는 듯이 좀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듣지는 않을 것 같았다.

 

 듣고 나면, 형을 위해 힘 쓰고 싶은 마음까지도 달아날 것을... 스스로도 아는거 같았다.... 그저 쳐다보다가-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표정이었다가..... 서랍에 넣고서 닫았다. 그러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이기적으로 굴어서"

 

 

 

 어떤 것이?.... 그걸 감춰서?.... 아마도 하민씨라면 그리 했을 것이다... 내가 느낀 작약의 부분에서의 하민씨가 만들어준 부분의 그도 그랬다..

 

 하민씨가 사라졌을때의 절망 말고- 내가 이 사람을 알게 되자.. 사랑을 하게 되자- 이 사람과 가까워 지고

 

 이 사람의 표정을 잘 알게 되고-... 한 없이 사랑속으로 빠져 들게 되자...

 

 

 이 사람의 사랑을 만든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만했다.....

 

 

 사랑할때의 그는 관대하고...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해주었다..

 

 

 그리고 내 말을 그야말로 - 마음으로 , 귀로 듣는 것 뿐이아니라 마음으로 한 단어 단어를 어김없이 마음에 담았다... 그 마음에도

 

 끝이 있다 믿었던 나를 , 그 마음에 끝이 없음을 알려주듯 내 마음을 다 품어주었다.....

 

 

 

 사귀는 내내 내가 가장 , 남자친구에게 불만이었던 것은 , 내말을 '듣고 있지 않구나' 싶을 때였다...

 

 

 그러나

 

 적어도 작약은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무조건 적으로 우선 내가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에는

 

 귀로 품고- 마음으로 품고- 한템포 쯤 있다가 피드백을 했다. 그런게 ,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내가 받아 본 적 없는, 보석 처럼 빛나고 귀한 호의와 배려였다.... 그러니 입밖에 내기 전에 더 사려깊어 지는건 내 쪽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로 상처 받을 일도 없고-.... 서로가 너무나, 항상 좋을수가 있었다.....

 

 

 

 

 나는 그의 옆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얼굴에서는 그가 쓰는 , 연한 로션향내와 그의 향수 향이 났다.

 

 그는 그런 것 까지 .. 내가 말 하지 않은 모든 것을 다 안단듯한

 

 얼굴로- 내 얼굴을 끌어 당겨- 꽃잎처럼 부드럽게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초옥 하고 감겨 오는 입술의 감촉이

 

 희망적으로... 이 모든 힘든 일도 언젠가는 끝날것 같이.. 그리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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