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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영화가 일상이 되고, 일상이 내려 앉는 순간
작성일 : 17-07-28 19:24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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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임은 피곤 했던듯, 오는 차에서 내내 졸았다. 꾸벅 꾸벅- 병아리처럼 희미한 눈으로 ,

 

 

 

 

 깜빡깜빡 거리는 눈을 내가 빤히 쳐다봤지만, 내가 보고 있다는 자각도 없는거 같았다.... 귀엽기는..

 

 나는 그녀가 마침 맞게 고갤 숙일때에, 그녀의 머리를 톡- 내 어깨로 밀었고 그녀는 바로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두분 다 , 하임이 맘에 드신 거 같다.

 

 

 

 

 어머니를 자꾸 웃게 만들고, 하임은 아버지에게도 주눅이 들지 않아서

 

 

 자꾸 말을 걸고- 자꾸 이야길 나누고 하니까 아버지까지도 웃고 마셨다...

 

 

 

 싹싹하고- 착한 모습에 아버지도 씩 웃으시며 내게 눈으로 , 허락처럼 다시 한번 확신을 주셨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채 오늘 후다닥 소갤 받은 하임은 좀 긴장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푹 잠든거 보면-

 

 

 

 나는 하임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 밤의 거리를 바라본다- ...... 이 여자는 내게 줄곧 말한다.

 

 

 당신과 함께하면 순간 순간이 일상이, 영화가 되어버리는거 같다고-... 그 말을 하고 그녀는 날 보며 아름답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같은 일들이 정말로 싫고 지친 , 사람이었다... 내게는 남들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났으니까..... 나는 일상이 필요했다...

 

 

 

  그녀는 내게 남들이 너무나 쉬이 가지지만

 

 나는 절대로 가질수 없던 .. 그래서 영원히 동경만 하다가 끝나리라 믿었던 '일상' 을 주었다..

 

 

 

 

 너무나 '행복한 일상' 을 주었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그녀와 함께하는 일상이 얼마나 즐겁고

 

 오히려 이 순간이 진짜로 내게 있는 행복인가... 꿈이 아닌가 하며 감사하는 순간이라는 걸-....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으면.... 거짓말 같겠지만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마치 진정제처럼

 

 내게 용기와 평정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 어떠한 약보다 강력한 그런 진정제였다.

 

 내가 하임을 챙기자 운전을 하고 있던 강 비서가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식사 어떠셨어요?"

 

 

 고갤 가볍게 끄덕였다. 식사는 괜찮았다. 내가 좀 어색하긴 했다. 그 자리가 너무나 오랫만이기도 했고.. 어머니는 대체 얼마나 음식을

 

 준비하신 건지... 내게 뭐든지 먹이려고 하셨다. 내가 기껏 젓가락질이나 깨작대는 사이, 다행이 하임은 잘 먹고-

 

 

 예쁘게 먹고- 맛있다고 어머니께 감사를 하고 아버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가 성급하시게도- '양친과 인사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 물으셨을 때는

 

 내가 막아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지혁씨 인사드리고 곧 뵙자고 하셨다고 꼭 말씀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다.

 

 

 지금 하임의 목에는 내가 잘 아는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어머니가 18세 생일에 , 외할아버지로 부터 받았다는

 

 목걸이었다.

 

 

 

 새끼손톱만한 산호인지 , 상아인지에 여자의 옆모습이 상감 된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 었다. 줄은 얇은 금으로 되어 있었다

 

 아주 작았지만 , 어머니는 그걸 자주 하셨었다. 어린 시절부터 본 기억이 있었으니까... 팬던트가 작아도

 

 그 촘촘한 상감에 난 그걸 기억속에서 쳐다보았던 기억이 많다.

 

 

 

 외할아버지가 외국에 가셨다가 어떠한 앤티크 샵에서 한 눈에 반해 아주 많은 값을 치르고 사왔다던 그 목걸이.. 그 목걸이는

 

 어느새 하임의 목에 걸려 있었다. 어머니는 하임에게 그걸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주셨다. 하임은

 

 몹시 난감해 했다. 나는 어머니가 무슨 마음으로 그걸 주는지 알것 같아 그저 받으라고 고갤 끄덕였다.

 

 그녀의 하얀 목에서, 조그맣고 하얀, 테두리가 금으로 싸여있는 펜던트가 살랑거렸다.

 

 내게는 엄마의 기억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목걸이이기도 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목에 걸려 있었다..... 마치, 이 사람과 내가 바란것의 허락처럼...

 

 

 

 그녀가 인사 드리겠다고 한건, 그녀의 마음에도 결혼이 있다는 게 아닐까? 난 고민하였다.

 

 

 

 

 

 "그보다, 그럼 하임씨 조사하고 계신건 어떻게 할 까요..?"

 

 

 

 

 강비서가 숨 죽이고 물었다.... 난, 잠깐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만약 , 하임이 말 대로 사본이 있다면, 뭐... 찾아보는것 정도는 괜찮지만 형이 모르게 해... 절대로 - 경찰도 마찬가지야

 

 몰라야 해... 둘다 알면 난리가 날 테니까..

 

 

 나야말로 마지막 방법으로 증언을 .. 결국 준비는 해야 할것 같아. 아버지가 결단을 내리셨으니..

 

 일단 변호사 팀을 만나야겠어..... 그중 김제한 변호사부터 불러- 사정 다 이야기 할 사람은 하나여도 되겠지..

 

 

 

 그 사람이라면 좀 사려깊은 방법으로 처리를 해 줄 것 같으니까.. 위증은 아니더라도 곤란한건 피해야 돼, 1급 살인되면

 

 어떤 수를 써도 빼내거나 항소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몰라...."

 

 

 

 

 

 내 말에 강비서는 놀란것 같았다.

 

 

 "정말 하시게요?"

 

 

 

 

 

 "..... 이대로 그만 둘수는 없어, 내 피해는... 하임이만 있으면 다 됐어, 그냥 넘길수 있어 괜찮지만..

 

 하민이 가족에게는 의미가 다를거야... 사과 받을 자격, 있어 - 제이미한테도 마찬가지일 테고....

 

 기회가 있는데.. 기회까지도 없애버린 일이니까."

 

 

 강비서는 그 말에 머뭇거리면서 대답한다..

 

 

 

 

 "....그렇죠... 하지만 전 오히려 작가님이 받은 오해가 마음 아픈걸요"

 

 

 

 

 강비서는 예사로 운전을 하면서 내게 그런 말을 건낸다. 새삼 미안해지고 만다.

 

 

 

 

 

 "그동안 , 말 안하고 너 고생시켜서 미안해.."

 

 

 강비서는 그 말에, 아주 다정하게 바로 대답한다.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작가님의 시간이 다른것 뿐이죠.. 작가님 템포로 .. 말 하신 거니까요..

 

 뭐 걱정하고 계셨는지 아니까 괜찮아요 정말-

 

 

 

 사실 작가님이 이렇게 오뚝이처럼 또 다시 일어나 주신게 고마울 뿐입니다... 저는 걱정했어요.. 다신 못 일어나실까봐서..

 

 아니.. 아예,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실까봐서요..."

 

 

 

 

 

 "......"

 

 

 

 " 작가님도 , 참 많이 변하셨어요"

 

 

 

 

 

 그 말에 나는 잠시 놀라 , 강비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강비서가 말한다.

 

 

 

 

 "단 한번도.. 그렇게 , 남을 가까이에서 챙기는 걸 - 본적이 없어서요... 직접.. 손길로 챙기시는건 처음 본것 같아요"

 

 

 아마도 하임을 어깨에 기대게 한 걸 말하는 것 같다.

 

 

 그 말투는 아주 담담해서-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비서와 내가 처음 만났을때.. 나는 거의 고의적으로 강비서에게 난감한걸 시켰다.

 

 

 

  강비서는 그 당시만 해도 말이 많고, 오버가 심하고, 굉장히 잔꾀 부리기를 좋아하고, 시끄럽고, 떠들썩했다.

 

 그 모든 것들을 싫어했기에.. 나는 이 녀석을 좀 미워까지 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거칠다 못해, 피가 줄줄 흐르는.... 그 가시밭길 가운데서...

 

 

 

 어느순간 얘가 나를 이해하고 있구나 싶어진 순간부터 나는

 

 얘가 내 사람이다 싶어 신경을 썼다. 솔직한 말로-... 이 애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는 나도 잘 안다.

 

 누가 일을 - 이렇게 한단 말인가.. 세상 그 어떠한 비서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결코 없다.

 

 녀석은 끊임없이.. 특히 경주에서, 나를 거의 붙어서 간호했다... 끊임없이 나를 돕고, 나를 지탱하고

 

 

 또 , 내게 가장 소중한게 뭔지.. 내가 감추고 때론 거짓말까지 했어도..

 

 

 

 간파하고서

 

 

 

 내 손에 가져다 주었다... 나를 일으켰다.

 

 

 

 

 이 녀석은 이제..... 때로는 내 간병인이기도 친구이기도 비서이기도... 때론 현명한 조언자이기도 했다....

 

 

 나는 조용하게 말을 건냈다.

 

 

 

 

 "니가 가장 많이 변했지.."

 

 

 내가 건조하게 한참이나 뒤에 대꾸하자 강비서는 피식 웃었다.

 

 

 "그런가요"

 

 

 

 차창 밖의 , 서울의 거리가 빠른 빛들로 빛나고 있다. 모든걸 정리하고 나자 또 뭔가를 시작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내게 생겼지만

 

 그게 예전처럼 너무 두렵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게 이 어깨에 기댄... 조그맣고 보드라운 이 여자 때문이라는걸

 

 

 나도 모르지 않았다.

 

 

 

 

 

 -

 

 

 

 

 

 

 하임은 강비서가 보낸 사진을 팔락 팔락 혼자 넘기고 있었다. 작약은 다리 때문에 병원에 가겠다고 해서

 

 따라 나서려고 했더니 , 됐다고 강비서랑 가겠다고 해서 오전의 집에는 나만 남았다-

 

 

 

 이제는 뭐 말도 하고 하니까, 아직 경찰들은 몰라도....

 

 그래,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내내 붙어 있었다 보니 영 혼자의 시간이 어색해진 건 사실이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져본다, 지혁씨의 어머님이 주신 목걸이... 부드러운 산호색 펜던트가 달린 이 목걸이는

 

 영문도 잘 모른채 내 것이 되었다.

 

 

 

 어머니는 고마워서- 라고 하셨지만 작약은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처럼

 

 내게 받으라고만 했다... 하지만 묘하게 따뜻한 기운을 품은 듯해- 한번 목에 걸고 나니

 

 빼고 싶지가 않았다...

 

 

 

 

 

 

 여기 온지도 어느새 세달이 넘었다....

 

 

 

 날은 슬슬 이제 아주 조금씩이지만 더워지고 있다.. 늦봄-

 

 

 

 

 그 뒤, 이탈리아에 돌아가지도 않고, 나는 아직도 부모님에게 밝히지도 않았다.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그 여느때보다 많이 삽화비는 늘 통장으로 들어왔으니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도

 

 쓰지 않고 모았다.

 

 

 

 나중에 그냥 돌려 드릴 생각이었다. 제이미는 다녀 와서 내게 , 세진이에 대해 전했다.

 

 

 

 

 

 "포기한다곤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에요"

 

 

 

 늘 버릇처럼 싱글대는 제이미..... 하지만 제이미는 그 말을 하면서는 웃지 않았다.

 

 

 

 

 제이미는 원래도 공정한 타입이었다. 말도 그리 전했다. 하지만 세진이와 다시 예전같은 사이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나는 예상할수 있었다. 그는 내 오빠같은 존재였다....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는데.... 사랑이 아니란걸 , 떠나오기 전 즈음엔 , 희망조차 없단 거- 둘다 알았는데도

 

 막상 떼어지자 조금 쓸쓸한것은 어쩔수 없었다.

 

 

 

 

 나는 잃었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을 두고..

 

 

 

 언젠가는 다시 편하게 만날수 있다고, 그리 확신이 들었다.

 

 

 

 확신이라기 보다, 그렇게 바랬다. 그렇게 되기를 - 바랬다.

 

 

 

 

 보고 있는 것은 김희영이 이사님에게 받은 선물 리스트였다... 이렇게 비싼 선물들을 주다니...

 

 다 김희영이 고른것 같진 않았다. 취향이 느껴지는 것도 좀 뒤죽박죽인것도 있었다. 그 중에 구두, 가방, 옷 하나는

 

 그날 타버렸다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가장 처음 받은 선물이나 마지막 선물일 리는 없고..... 김희영의 의중은 , 읽자면 좀 아리송했다.....

 

 

 

 가방이라면.... 혹시 , 가장 안 쪽일까? 경찰이 수색 안 했을리가 없다.. 혼자 되 짚어 보며 가장 가능성이 많은

 

 것들에만 체크를 해 두었다.

 

 

 .....

 

 

 

 

 

 여전히 씁쓸한 사실이긴 하다.... 작약은 드디어 결심을 한듯- 변호사 팀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아직 이사는 모르리라..

 

 작약은 그러면서도 이사님이 안다치는 방법을 고르려 애를 쓰고 있었다... 안 다칠 방법따위는 없었다.

 

 

 

 1급 살인죄를 피하고자 노력하고 , 방법을 찾는 것 뿐이었다... 사실 원망하는 감정이 가득할줄 알았는데...

 

 솔직히 하민씨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기에 원망이 더 클줄만 알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를 뵈러 간것도

 

 그 이유임을 어머니에게 들어서야 난 알았다.

 

 

 

 

 작약은 냉철하게 그 문제를 처리하려고 심리적으로도 애를 썼다.

 

 

 

 자기가 가혹했기 때문이라고 몇번이나 내게도 말을 했다. 더 자상했다면 하는 후회...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런 후회도 한다

 

 싶어 나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팔락 넘기다가 빨간 루비... 뭐 가짜겠지만 루비같은 유색 보석이 앞에 가득 박힌 구두를 보았다...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을 붉은

 

 구두였다...

 

 

 

 날짜를 확인하니까, 회사 입사한지 얼마 안됬을 때와 시기가 비슷하다.. 나는 왠지 눈에 꽃히는 그 구두를 한참

 

 바라보았다.... 구두에 뭔갈 감췄을 리는 없지..... 김희영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작약에게 듣고도 너무나 슬펐다...

 

 

 

 의외의 곳에서 그런 결단력이 있다니, 독하다 싶기도 안타깝기도.... 결국에 이 사람을 , 살리려고 밀었다 싶어서

 

 좀 이상하다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날 , 내가 내내 무섭다 그리 여겼던 작약의 아버지는 , 그러니 회장님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잘 웃어 주셨다.

 

 내가 잘 처신했나 싶었는데 , 좀 두렵기까지 했는데... 나에게 작약은 잘 했다- 그랬다 ,

 

 

 

  말을 계속 붙이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오히려 실례인가 싶었는데도

 

 아버님은 꽤 따뜻하게 나를 바라보셨다..... 또 , 어머니께서는 회장님과 작약이 대화를 하는 사이

 

 내게 가꾼 정원을 보여 주셨다.

 

 

 

 나는 식물계의 저승사자였는데... 어머니는 꽃이 하나하나 사랑받기라도 한 건지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나무들도 , 화초들도 그랬다.... 열심히 맞장구 치고 그러는 사이 어머니가 작약과 회장님이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지를 내게 말하셨고 그 쓸쓸한 표정에 나도 그제야 할말이 좀 종식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그저, 아주 많은 것을... 후회하고 계셨다.

 

 

 

 

 "....내 욕심때문이죠, 애들 둘다 행복하게 키우는게 제일인데 말이에요.... 하임씨 보면 구김살 없고- 밝아서

 

 부모님들이 어떤 분들이실지 예상이 되요.. 하지만 우리 애들은 그렇게 못 키웠어요... 어미로써 자격 없죠-

 

 지혁이가 밝고 행복하다 믿었을 때 당시에도......

 

 

 

 왜 몰랐을까요 자세히 봤다면 그건 , 어쩌면 자기가 가족 구성원의

 

 구축을 위해 원치 않아도 맡았던 연극에 가까웠을지도 모르는데요.."

 

 

 

 

 어머니의 그 이야기에 난, 대답했다.

 

 

 

 

 "아니에요- ... 지혁씬 자기가 그때 자유롭게- 그리 컸다고 생각하던데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에요"

 

 

 내 말에 어머니는 살짝 웃으셨다..

 

 

 

 

 "부모가 되는게 값진 일인것은 맞지만...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길이 되는것도 맞는것 같아요.... 어릴때 저 애는

 

 응석쟁이 이기도 했어요- 다소 경박하다 생각할 만큼 유행을 따르고- 화려한것만 좋아했죠...... 20살때와

 

 지금.. 저 아이가 같은 사람이라고 누가 이야기 할수 있을까요?.....

 

 

 

 내 아이인데도 .. 같은 아이 같지 않아요-

 

 지금 웃는거 보면... 나는 너무 놀라요.. 여전히 웃을때는 , 그때 그 아이가 맞는데.....

 

 

 말투도- 옷도- 행동도- 너무 달라졌으니까요.."

 

 

 

 그 말투에 나는... 어머님이 마냥 , 지금의 지혁씨를 반기고 계시기만 하시는게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는 지금의 지혁씨밖에 모르지만... 지혁씨 참 멋진 사람인거 - 잠시 알아도... 금방 알아 채게 됬어요 , 어쩌면 그때 같았다면

 

 또 인연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그 말에 사모님은 또 웃으셨다.

 

 

 "글쎄요- ..... 저 아이가 하임씨를 만나고 싶어 했을지도요..... "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알수 없었지만 , 어머니는 이사님을 확실히 걱정하고 계셨다. 손이 닿지 않는다.. 그리 말하셨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아무리 보듬어도

 

 

 돌릴 수 없는 어떤것이 사이에 있어... 강 너머에 있기라도 한듯... 손이 닿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 작약이 돌아왔다. 강비서님은 뭔가 산건지 뭘 안에 들여 놓아주고는 금방 돌아가시고

 

 

 

 

 작약은 내게 물었다.

 

 늘 그렇듯 다정하게-

 

 

 

 

 "뭐해? 점심은?"

 

 

 

 "아직이에요 병원에선 뭐래요?"

 

 

 "별말 안해- 수술날짜 조율해보고 왔어- ... "

 

 

 작약은 그 말을 하며 선글라스를 벗고 안경을 고쳐 든다.

 

 

 

 " 시간 오후 되어 가는데 뭐라도 먹어야지- 굶고 그러고 있음 어떡해? "

 

 

 

 

 살짝 토라진 듯한- 엄마같은 잔소리- 이 사람이 나한테 뭐 먹는걸로 잔소리를 하다니..

 

 나는 살짝 웃었다.

 

 

 

 "당신 오면 먹자 싶어서 안 먹었죠- , 그보다 저 쇼핑백은 뭐에요?"

 

 

 

 내가 쇼핑백을 열어보자 다 여자 옷만 들어있다. 내가 그를 올려다 보자 그는 겸연쩍은듯 대답한다..

 

 살짝, 다른곳을 뜬금 없이 쳐다보며 눈을 돌리면서..

 

 

 

 

 "당신 여름 옷은 안 가져왔잖아- 봄옷도 마찬가지고-.. 옷좀 사 왔어- .. 어쩌다 보니까 샵을 지나가서-"

 

 

 그가 고른 옷들은 그야 말로 그 취향이다. 얌전하고- 편하고- 린넨에다가- , 그러다 보니 내 맘에도 쏙 든다-

 

 

 

 "예뻐요-"

 

 

 

 내가 종이백을 뒤적이며 확인하자 그는 내 안색을 살피며 다시 묻는다.

 

 

 

 "마음에 들어?"

 

 

 

 그는 이런 질문을 할때 어린애 처럼 숨이 짧아진다. 마음에 들어? 그 말을 조잘거리듯 묻는데

 

 그게 참 귀엽게 느껴진다. 애같이 들린다. 이리 가까이 있어도 이 남자는 늘 새롭고 늘 첨 만나는 사람처럼,

 

 

 다른 면들이 있다.

 

 

 

 

 "네 맘에 들어요- 강비서님 피곤했겠는데요?"

 

 

 그 말에 그는 약간 투덜거린다.

 

 

 

 "걔가 가자 그랬어, 물론 안그랬어도 옷을 사긴 했어야지- 날이 이제 조금 있으면 초여름 될 텐데"

 

 

 

 그러면서 작약은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더 좋아해 줬으면 하는 표정으로 노골적으로 서운한 척,

 

 입을 삐죽이는데 그 얼굴이 너무나 귀엽다. 애처럼 입을 삐죽이는 얼굴-

 

 

 

 새치름한 표정은 예전 처럼 , 한 없이 도도해 보인다.

 

 

 "진짜- 정말 고마워요-"

 

 

 

 하고 볼에 뽀뽀까지 해 주고 나서야 그는 , 아주 천천히 다시 베실 베실 웃는다. 이럴때 보면 영락 없이

 

 응석쟁이인 모습이 있다.

 

 

 

 우리는 둘만 있을때는 ...왠만해서는 재판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경찰에 이야기 하고 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바빠지고 감정적으로는 힘들고

 

 딥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테지만 적어도 서로가 있을때는 사소한 이야기라도 서로의 이야기만을 한다-

 

 

 

 작약은 수시로 변호사를 만난다.. 몇시간씩 이야길 나눈다... 그리고 변호사가 추천한 방법은, 우선은 이사를 설득해서

 

 물증이 생기기 전에 자수라도 하는 것이었다.... , 나도 훔쳐들은 거라 단언할수는 없었지만

 

 작약은 형이 절대로 그러지 않을 테니까- 갖은 방법을 써서라도 자수 외에 형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변호사는 증언을 할 꺼라면 , 자신과 이야길 해야 한다 했고- 그 변호사와 작약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대화했다.

 

 

 

 변호사는 적어도, 나처럼 흔들리며 듣지 않았다. 냉철하게 나눌것을 나누었다. 역시나 쟁점은

 

 음성 녹음 파일로 이어졌다.. 4번이나 수색했는데도 안 나왔다는 그 usb... 작약의 의중이 뭔지는 나도 알수 없었다.

 

 형을 그대로 용서하고- 그대로 , 수사가 종결될때까지 있어도 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사는 그걸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하민씨 가족의 계속된 수사 요구와

 

 경찰도 거부만은 할수 없는지라 들쑤시는 통에 이 일이 그냥 증발할수는 없는 일이 되었다.

 

 

 

 작약은 그까지 안 해도 되는 이사의 방어막을 세우고 있었다... 형이기 때문에- 혹은 형이었기에

 

 자기 잃은 건 생각도 안하고 - 어느 정도는 방어막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떤일을 하던 우리가 함께 있는게 더 중요한 이기적인 사람이었지만 , 그는 일어나자 마자

 

 가족부터 일으켜 세우려고 애 쓰고 있었다. 돕고 싶지만 딱히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아까 쳐다 본 빨간 구두를 다시 흘긋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눈에 밟히는 구두.......

 

 그 구두는 빨간 자홍으로 여전히 빛나고 있다.

 

 

 

 내가 일단 덮으며 ,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내가 부엌에 서서 밥을 차리고 있자 그는 내게로 휠체어를 밀고 와서 제 손으로 수저를 놓았다.

 

 요즈음은 안경을 끼고 있을때가 많다.

 

 

 아이같은 옆 얼굴로 야무지게도 수저를 놓는다- 콩콩 하고 놓이는 수저를 보면서

 

 그걸 보면.... 이 사람이 이런 일은 정말,

 

 

 안했음을 알수 있지만 서툴러서 더 귀엽다고 하면, 내 눈에 씌인 콩깍지 때문이려나..

 

 

 

 

 여전히 가느다란 테의 안경- 전하고는 모양이 약간 다르지만

 

 그는 안경을 껴도 잘 어울린다. 내가 안경 쓴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내게 별일 아닌 듯 말을 건다.

 

 

 

 

 "수술 날짜 , 이제 3일 뒤야.... 그보다 , 할말이 있는데.."

 

 

 

 

 "뭔데요?"

 

 

 

 

 그는 내가 앉길 기다려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진지하고, 내게 말을 할때는 요즈음은 늘 그렇듯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

 

 하나하나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한다.

 

 

 

 

 "전에, 내가 수술하고 얼마나 재활을 했다고 했는지 기억해?"

 

 

 

 "네... 짧진 않았다고 들었죠,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

 

 

 내가 아는 대로 대답하자 그는 내게 말을 다시 시작했다.

 

 

 

 

 "니가 반드시... 알아야 할게...

 

 

 재활은 고통의 연속이야.. 나 같은 경우는 뼈와 , 박아 놨던 것들이 어긋이 나서..

 

 수술로 많은걸 뒤집어 엎어야 해-

 

 

 쉬운 수술은 아니야.. 그때 , 어긋난 당시에 수술을 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썬, 의사는 솔직히.. 재활도 할수 있을지 경과를 보고 , 결정하자고 했어- 구조물을 바로 잡고- 새로 바꾸고,

 

 

 다시 그게 살이 붙고 다시 다리의 일부가 되려면 재활은 , 아마도 필수지만.... 그 과정은 나도 고통이지만 당신이 옆에서 보면

 

 당신도 고통일거야-"

 

 

 

 

 

 

 작약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지만- 그가 궁지에 몰렸을때 흔히 그렇듯이 눈썹이 가느다랗게 떨리었다.

 

 

 

 "어머니는 매번 , 매일... 내가 재활할때 마다, 죽어라 우셨어... 당시엔 나도 , 무감각해서 일일이 체크 안 했지만 -

 

 

 눈이 퉁퉁 불어야 돌아가셨지... 나야 그 당시에는

 

 

 

 독만 가득해서, 악소리 한번 안냈지만..... 그 결과가 오늘날 나를 건조하게 만들었잖아..

 

 

 

 그런것만 봐도 알겠지?

 

 니가 옆에서 고통스러워 하는건 나도 원치 않아... 그러니까 , 재활은 니가 안 볼수 있다면 , 그냥 안 봤으면.."

 

 

 

 

 

 "싫어요-"

 

 

 

 

 내 대답은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나왔다.

 

 그 말에 작약은 식탁위에 놓인 내 손을 꽉 잡았다. 내 맘 다 아니까 - 감추지 말라는 듯이...

 

 

 

 

 

 " 끝까지 들어-

 

 

 니 마음은 잘 알고 있어- 같이 있어주고 싶겠지.. 내 말은 그런게 아니야- 니 맘 다 알고, 니가 얼마나 나를

 

 생각하는 지 잘 알지만-

 

 

 그리고 니가 왜 응원하고 싶은지 왜 지켜보고 싶은지도 아는데... 나 다 아는데....

 

 괜히 다친단 이야기야- 니가 앞에서 있으면 나도, 악한번 쓰기 쉽지 않을거고... 괜히 다친단 말야 마음 아플꺼야

 

 보기만 해도, 알 만큼 고통스럽거든"

 

 

 

 

 "......"

 

 

 

 

 그는 내 눈을 쳐다본다. 다정하게... 그러나 힘있게-

 

 

 

 "너는 내 상처를 항상 , 마음으로 품잖아, 안 그럴려고 해도 쉽지 않잖아-

 

 

 너한테 그런 기억들이..나쁘고 아픈 기억이 될까봐서 무서워-

 

 괜히 상처 주고 싶지 않아... 다리는 내 욕심으로 하는 수술이야- 글이건 내가 하고 싶은 다른 것이건

 

 사실 다리 , 꼭 필요하지 않아- 그런데 ... 내가 걷고 싶어 예전처럼- 너랑 걷고싶어- 니가 내 뒤에서 나를 밀어주는게 아니라

 

 

 

 내가, 그냥 내가 그래보고 싶은거야..... "

 

 

 

 

 "..."

 

 

 

 

 

 "너를 위한다는 것 보단, 나를 위해서야, 내가, '내가' 너랑 걷고 싶거든- 같이"

 

 

 

 그는 고집스러운 눈으로 , 조금은 애절하게 나를 응시하였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수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재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 다 들었다. 다 아는 상황에서-

 

 나는 이 남자 곁에서 상처받은 내색 하지 않고 재활을 지켜볼수 있을까?

 

 내가 그만큼 강할까를 나는 속으로 가늠했다... 그 이상으로 , 그냥 그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가... 어디에 있던, 아프다면 그 옆에 있고 싶었다. 그 곁에 있고 싶었다...... 그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 마음에 안 품겠다고는 못해요- 그러지 않을수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니까요-

 

 하지만- ...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내내 울거나 당신 맘 약해질 만큼 그러지 않을게요- 아니 그렇게

 

 내가 노력할 거에요-... 악 써도 되요 그럴만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난 예전과는 달라요 "

 

 

 

 "알지만.."

 

 

 

 

 그는 다시 말을 꺼내려다, 머뭇거렸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되도록 , 솔직하게...

 

 

 

 

 "당신과 뭐든지, 당신이 고통스러운 것이든 즐거운 것이든 같이 하기로 마음 먹고. 그렇게 나 왔어요

 

 괜히 방관하는 것 처럼 , 그 일에서 동떨어지는 느낌 받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걷게 되면 나는 오히려

 

 그런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꺼에요 당신이 생각하듯 고통스럽게 다시 떠올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걸을수 있다... 그리 여길 꺼에요...

 

 

 내가 당신이 보여주지를 않으니- 다리도 또 다른 곳더 얼마나 흉터가 있는지는 다 모르죠

 

 하지만 , 그런것에 나 신경 안쓰는 거-... 이제 알때도 되지 않았어요?"

 

 

 

 "...."

 

 

 

 "모든걸 함께하자고는 안해요- 당신이 숨 쉴 구멍 있어야 하니... 나 간섭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 내가 있어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 난 거기 있고 싶어요-

 

 

 당신이 원한다고 해도 옆에서 걸어줄 사람은 나니까.... 나 그 정도 욕심은 부려도 되는 거에요?"

 

 

 

 

 

 작약은 내 눈을 찬찬히 헤아린다.. 그의 눈을 그렇게 보고 있노라면, 그의 가느다란 선과 긴 눈꼬리 아래의

 

 눈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나는 가끔 그의 눈에 빠져서 숨이 막힌다- 나쁘게 숨이 막히는 게 아니라... 이런 눈이라니

 

 이렇게 내 눈을 , 소중하게 봐 준다니 싶어 가슴이 벅찬다.... 그의 눈은 여전히 짙고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는것도 감사해지고 만다...

 

 

 

 

 

 그는 잠시 기다리다 대답했다.

 

 

 

 

 

 "그럼 초반에는 , 그래도 초반에는.. 안 오겠다 약속해... 처음 며칠은 너무 너무 아플꺼야- ... 조금 익숙해 지고 나면

 

 당신이 와도 괜찮을거 같아... 당신도 참 너무해- 당신은 내가 당신앞에서 왜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지

 

 모르는 사람처럼 군단 말야, "

 

 

 

 

 그의 끝 말은 조금은 어색했다.

 

 

 

 "....? 무슨 말이에요?"

 

 

 그는 . 투덜거린다-

 

 

 

 "땀 뻘뻘 흘릴테고.. 악을 써댈테고.. 멋지지 않은 모습이야... 용을 쓰다 보니 땀에 쫄딱 젖는데다가...

 

 추할수 밖에 없는 모습이라고..."

 

 

 

 

 

 그는 미적 미적 식탁위에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그 얼굴에 나는 픽 하고 웃고 만다.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나?"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니까 그러죠!"

 

 

 

 

 "원래 남자도 그런거야...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은 거라고, "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한번 만져본다. 그는 내 손을 부드럽다는 듯이 잡고 손을 꽉 잡는다.

 

 여전히 , 참 지독하게도 설렌다.

 

 

 

 이 사람과 이만큼이나 붙어서 시간을 지냈는데- 서로가 미운 모습이 안 보인단 게 놀랍다.

 

 예전엔 몰랐던 게 이런 거다.

 

 

 

 

 모두가 내게 말했다. '현실과 타협' 해야 한다. 니 나이가 언제 까지나 어리지 않다.

 

 

 

 

 그러니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 해야 한다면서...

 

 

 

 

 

 정작 부모님도 안하는 말씀을 내게 해 가며 참견들을 해 댔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건...... 현실에 어쩔수 없다 하면서도 , 내가 기대했던 건.... 적어도 평생 같이 있을 꺼라면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이런 거였다.

 

 

 

 

 

 

 평생을 ,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면 내 손 따뜻하게 잡아 줄 사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대충 넘기거나 그래서, 같은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는게 아니라-

 

 

 

 내가 조금 성가시게 굴어도 내 말을 일일이 귀 여겨 들어주는 것... 이것이었다....

 

 

 

 

 

 미워져도, 곧 사랑이 너무 커서 닿고 마는 이런것....

 

 

 

 

 

 

 그는 내 말을 단 한단어도- 쉬이 흘러 넘기지 않는다- ... 내 이야길 잘 기억했다가 그런 이야길 했을때

 

 곧잘 내게 물어온다.. 그렇다고 했지? 그렇게 이야기 할때 놀라면서 행복해진다.

 

 

 

 내가 뭐라고 내 이야길 하나 하나 마음에 새긴다는 게..... 가끔은 놀라고 호사롭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내가 원해온 것도 그것이었다.. 비싼 선물도 입에 발린 칭찬도 난 원치 않았다.

 

 그저... 내 이야기를 , 이렇게 들어주는 사람....

 

 

 

 

 나라는 존재를 , 내 이야기를 , 이 만큼 마음으로 안아주고 , 기억해 줄 사람

 

 이런 사람을 원했다.

 

 

 

 

 

 듣고 , 대답하고- 이런 사랑을 기대 했다. 이런걸 원했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있고 싶었다.... 나를 끝 없이 이리 보듬어 주고

 

 나도 그를 보듬어 줄수 있는 .... 현실과 타협 해서 , 어찌 저찌 그리 살아가는게 아니라.....

 

 이리 , 간절하고 같이 있기를 원하는 사람과 있기를 원했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는 듯 웃는다- 따뜻하게 잡은 손에 입을 맞춘다.

 

 더 가까워 졌으면 - 더 붙어 졌으면- 더 많이 더 많이 사랑했으면..

 

 

 

 나는 그를 보면서 다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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