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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풀리는 오해와 달라지는 공기
작성일 : 17-07-28 19:1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1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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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임은 좀 지친것 같았다.

 

 

 

 쇼파에서 조금 잠든건지 눈을 감고 나서야 , 나는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아버지의 의중은 뭘까.

 

 나는 내 지분을 알지만 , 그걸 어떻게 써야할지도 감이 서지 않았다.. 하임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내 지난 마음이야 , 사랑이야 그렇다 치고서라도 - 하민이도 제이미도- 누군가의 책임을 묻고 싶을순 있었다.

 

 형이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걸- 내 귀로 듣고도 나는 확신이랄께 없었다. 형은 지금 누구보다도 조용했다.

 

 

 언론에 그런 조사 이야기가 흘러 들어갈까봐서 아버지는 그걸 덮으시느라 바빴다. 하민이쪽도 언론에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했다. 이런건 불량하고 고약한 스캔들이었다... 양쪽에게 다- 해로웠다.

 

 

 

 

 구속은 피할수 없을것 같다.. 아버지가 막아주실 확률이 높지만..그래도 이런건 힘들었다..

 

 

  살인 교사는... '살인' 이니까

 

 어쩌면.... 구속까지 간 다면- 아버지가 도와주실수 있는 일은 항소를 하는 것 뿐인데.....

 

 

 

 솔직히 나는 , 하임이 확신하는 일에 확신이 없었다. 김희영은 애초에 그걸 하나만 만들고 다 지워버렸을지도 몰랐다.

 

 그걸 가지고 죽었는데.. 하임은 내게 말했다. 하나만 만들었을 리가 없다고-

 

 

 그 여자는 마지막까지도 자기 마음을 , 형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죽었으니까..

 

 형이 깨달을만한 곳에 하나 더 두었을꺼라고-.. 왠지 그랬을거 같다고 , 그녀는 내게 이야기를 했지만

 

 내 생각은... 설마더러 그 여자가 그 정도로 , 로맨틱이라면 이상하지만 그런 결말까지 내려 놓으려고 생각했다는게

 

 

 좀 말이 안되는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아버지던 , 어머니던- 나는 이제 솔직히 다 놓고 하임하고만 있고 싶었다. 가족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이제 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은 지켜주자는게 내 더 확실한 목표였다...

 

 

 

 내가 대충 그림을 그려 강비서 에게

 

 도안을 주었더니 강비서는 이게.... 뭐죠 하고 물었다....

 

 

 

 

 내가 밑에 반지 이렇게 라고 써 놨더니 강비서는 난색을 표 했다.. 이게... 뭔지를 모르겠는데요

 

 이게 무슨 도안이냐고... 자꾸만 내게 물어서 나는 좀 화가 났다. 딱보면 꽃이지 보면 모르겠냐고...

 

 

 

 

 어쩔수 없이 하임의 작품 중 작약을 그려낸 걸 주고 나서야 , 강비서는 알아 들었다는 듯한 총명한 표정으로

 

 반지 도안서를 가지고 내게 돌아왔다. 중간에 다이아몬드.. 백금으로 쌓인 잎들 사이에 빛나는 작은 , 옅은 분홍빛 다이아 몬드들로

 

 세공되고- 손 위에 필 만큼 정교하게... 유색 보석은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그 부분을 고치라고 캔슬을 적어서 주었다.

 

 

 천천히 훑자 강비서는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내게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목소리로...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손가락으로 쉿 신호를 만들어

 

  입단속을 시켰다. 강비서는 입에 지퍼를 채우겠다는 듯 - 그런 동작을 취해보였지만

 

 

 그닥 믿음이 가는 얼굴은 아니었다. 자기가 청혼 받는 양 들떠 있었으니까....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다들 내가 이렇게 결혼을 생각할줄은 몰랐으리라- 나도 몰랐다.

 

 

 하지만 하임과 며칠 지내고 나자.. 이 여자가 내 마지막 여자이며- 내 곁에서 오래도록 - 있어 주기를 바랄수 밖에 없었다.

 

 

 청혼이라..... 나는 하임의 부모님 뵙기도 두려웠다. 그럴려면 다리부터 고쳐야 했는데 수술 날짜를 하임에게는 말하지 앉고 맞췄지만

 

 그 당일부터 한동안은 입원해 있어야 할 테고- 그 이후엔 재활도 해야 할 테니 ... 안 알릴순 없었다. 그래도 좀 놀라게

 

 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나는 그냥 고민만 계속 하였다. 하임이의 부모님은 이미, ( 그 전의 사정때문에 라도)

 

 

 날 별로 탐탁아 하시지 않고 계실텐데.. 휠체어까지 타고 등장할순 없었다. 의사는 으름장을 놓았다. 그 동안 미적댄 탓에..

 

 재활 힘들건 예상 하셔야 한다고- 쉽지 않을 거라고..

 

 

 이 여자는 내가 눈을 고치기 전 부터- 눈을 다시 고칠 때 까지도 내 옆에만 있었다. 사실 난 걱정이 좀 되었다.

 

 이 여자는 옷도 대충- 뭐든 대충 챙겨가지고 당장에 나한테 왔다.

 

 

 

  그 뒤 한국으로 귀국한 제이미에게서 열쇠와

 

 그간의 사정들을 들은 하임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제이미는 내 상태만 보고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하임에게 한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나는 듣지 않아도 알만했다... 하임은 울진 않았어도 어두워 졌음을 난 알수 있었다.

 

 하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가 내 옆에서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아는 내 마음은 달랐다.

 

 

 

 그녀가 봄옷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봄 옷을 챙겨주고-.. 그녀가 집에 가고 싶지 않아한다는 이유로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 하지만 더 뭔가를 해 줘야만 할것 같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나만을 위해 이 곳에 돌아왔으니까..

 

 

 낯설은 언어로 ,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며 ,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니까 새삼 그녀가 나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를

 

 새삼 알게되었다. 영어일때도, 짧은 이탈리어 일 때도 있었다. 그녀는 내게 친구들이 잘 했다고 하는데요? 했지만

 

 

 나는 이까지 오자, 단지 내가 작가만 한다고 해서 이 여자를 현실적으로 더 도와줄수 있을까 등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혀 그런 생각따위 하지 않고 - 나 자신에 대한 것들만을 짚어오던 나의 가장 큰 변화였다.

 

 

 그녀가 짚은 점이 , 내 안에서도 문제점이긴 했다. 확실하게 조율해야 하는 점은 다른것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의 의견이었다, 나는 경찰쪽에는 증언을 하지 않기위해서라도 말을 한다는 사실을 밝힐 의도가 없었지만

 

 당장에 부모님과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늘 피해오던 일이었다. 할 일이라도 피하는 일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든건

 

 

 

 

 가장 먼저는 하임의 청을 무시할수 없어서이고- 두번째로는 내가 망가뜨린 많은 일들에 대해

 

 다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몇번이나 내게 말하셨다.. 우리도 부모가 처음이라고-

 

 우리도 , 자식을 키우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해란걸 하지 않고만 있었다.

 

 

 

 

 형이 정말로 죄를 지었다면

 

 김희영이 내가 한 말이 온전히 사실이라면..... 두분이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를 , 알고 싶었다..... 부모로써

 

 어떠한 결정을 내리고 싶으신지를 듣고 싶었다.

 

 

 나는 참으로 오랫만에 전화기를 들었다. 하임 앞에선 말을 계속 해 왔지만 강비서 앞에서 말을 하는 것 조차 오랫만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동안 좀체 전화한 일이 없어서였는지 강비서는 의문으로 전화를 받았다.

 

 

 

 

 "작...가님?... 하임씨세요?"

 

 

 

 "나야,"

 

 

 

 "작가님!!"

 

 

 

 내 말소리에 감격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강비서때문에 , 난 약간 코가 시큰거렸다.....

 

 

 

 

 "어머니께 , 내일 본가로 가겠다고 말씀 드렸으면 해.... 아버지와도 이야길 했으면 해.....

 

 그리고, 하임이가 알아보던 문제는... 하임이가 원하는 데 까지만 들어줘- 그 이야기가 형이나 경찰에게 가지 않도록

 

 좀 조절해줘..."

 

 

 

 하임이의 예감이 맞아 혹시라도 , 그 usb의 사본이 있다면- 그렇다면 경찰에서는 바로 구속이었다. 아버지가 도와 주신다면

 

 아마 , 분명 그리 하시겠지만 애초에 형이 반성할 기회조차도- 내가 형에게 미안해 할 기회조차도 없어질 수 있다.

 

 나는 그리 생각되었다. 강비서는 어리둥절해 했다.

 

 

 

 

 "본가요...?... 가서 , 회장님하고도요?..... 그리고 , 하임씨가 알아보시는 내용은 애초에 경찰은 수사 방향이 달라서.. 모르는 일이에요"

 

 

 

 "예리한 여자니까, 영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닐수도 있으니까"

 

 

 

 "...그보다, 말 하시네요?"

 

 

 

 강비서는 살짝, 미소 띈 목소리로 묻는다.

 

 

 

 

 "........"

 

 

 

 

 "아시잖아요 좋아서 물었어요-"

 

 

 내가 대답하지 않자, 강비서가 싱글거리는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에 난 , 픽 웃고 말았다... 아주 잠시지만..

 

 

 

 

 

 "..... 원래도 그랬어- 정리가 안되서 말을 하길 꺼렸을 뿐이야... 대답해야 하는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말을 하길 포기했던거야.... 당장은 부모님이 어디까지 생각하시는질 알아야겠어.... 하민이 쪽은 아직도

 

 경찰에 압박을 넣고 있어?"

 

 

 

 

 "..... 작가님이 증언을 피한다고 매도하고 계시는거에 가깝죠... 아시잖아요- 했다고 한 사람이 나왔고

 

 그 사람이 분신 자살을 했는데...... 어떻게 더 이야길 이어가겠어요? 수색해도 흔적없고

 

 다 뒤집어도- 나오는게 없으니까요.. 경찰 쪽에서 이사님만 졸졸 쫓아요- 그쪽이 연관되서

 

 

 작가님이 말을 아낀다는 것 까지는 확신하니까요-... 그렇지만 이사님 또한 김희영씨가 죽으실 꺼라곤

 

 

 생각치 않으셨던거 같아요... 감시를 해도 건질건 없을텐데.......경찰이 포기를 않네요.."

 

 

 

 

 

 "......... "

 

 

 나는 잠시 침묵하였다. 강비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 천천히 다시 말을 꺼냈다.

 

 

 

 

 

 

 "부모님한테 , 하임이도 데려갈 생각이야.. 같이 이야길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정말요?... 회장님?....."

 

 

 

 

 

 "이제 하임이를 인정하지 않으시면 - 더 볼 일 없는거지..... 아마 내 생각엔 아버지도 다 내려 놓으신 상태이실거야

 

 하임이가 어머니한테도 마지막 끈이었듯- 아버지도... 나를 진정 아신다면 그리 인정해 주실거라고 믿어"

 

 

 

 "....... 좀 걱정스럽긴 하네요"

 

 

 

 "왜?"

 

 

 

 

 

 "회장님이 보통 분이 아니시니.. 하임씨 주눅 드시면 어떻게 해요?"

 

 

 

 

 

 "쉽게 주눅같은거 드는 여자 아닌거 알잖아."

 

 

 

 

 "물론 알죠-"

 

 

 

 

 강비서의 목소리가 끝맺음이 웃음기가 섞인다.

 

 

 

 "형은 본가에 안오는거 확실하지?"

 

 

 

 "예- 지난번에 회장님이랑 독대 하신 이후엔 , 그 근처에 얼씬도 안하신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께 잘 말해줘.... 두분의 생각을 알아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나는 오랫만에 다른 이와의 대화에 쉽게 피로해진다... 누워서 잠든 하임곁에서 한참이나

 

 그녀를 질리지도 않고 바라본다.... 예전과 달리 가지런히 정리된 눈썹과

 

 그때와 비슷하게-여전히 말갛게 보여 애 같은 얼굴을 쓰다듬는다...

 

 

 

 턱까지 쇼파쪽에 괴고서 , 한참을 그렇게 쓰다듬었다.

 

 내게 날아든 이 여자가- 내게 일으키는 변화가...

 

 여전히 , 호수를 바다로 만들만큼- 물이 마른 사막을 봄꽃이 피는 초원으로 만드는 이 여자를

 

 

 이제는 영원히 곁에 둘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하면서-

 

 

 

 

 

 

 -

 

 

 

 하임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옷이 없는데 하며 울상을 지으며 ,부모님을 뵈러 가는데도 아주 한참이 걸렸다.

 

 나는 "예뻐- 괜찮아" 그랬고 그게 정말 진심이었는데 하임을 입을 삐죽여댔다... 몇번이나 화장을 고치고서야

 

 

 그녀는 나를 따라 나섰다. 강비서가 운전을 했다.

 

 

 "일단 회장님도 아세요- 하지만 부담스럽게 많은 질문은 하지 않으시겠데요- 사모님이 하신 말씀이니..

 

 장담은 못하지만요-"

 

 

 "괜찮아. 내가 알고 싶은게 있어서 가는 거니까.."

 

 

 

 "하임씨 간다고 사모님께 말 했어요-"

 

 

 "그랬어요?..... 아.... 긴장되잖아요"

 

 

 

 "예뻐 괜찮아 정말로-"

 

 

 

 나는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손을 꽉 잡고 말했다. 그랬더니 약간 새치름해진 하임이 내게 대답했다.

 

 

 "당신눈에 그렇게 보이는게 무슨 신빙성이 있어요?"

 

 

 "....."

 

 

 

 나한테만 그렇게 보이면 되지, 나한테는 다 이쁜데.. 이렇게 대답해 주려 했지만 백미러로 강비서가 내

 

 입모양을 보고 있어서 나는 따로 대답을 못했다...

 

 

 

 천천히 차는 집에 다다랐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를 보낸 , .... 언제나 나의 집이었으나- 기억때문에 도망친듯 피한

 

 이제는 하물며 어색해져 버린 곳이었다.... 대문의 문턱은 여전히 한 없이 높아 보였다....

 

 

 

 강비서가 벨을 누르고 , 나는 그저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곧 어머니가 나오셨고-

 

 

 일하시는 분들이 나오셔서 내 휠체어를 조심스레 옮겨 들어 주셨다. 나는 이런 상황이 늘 싫었다.....

 

 그런데 , 당장은 뭐 걸을수 없으니 별수가 없었다.

 

 

 

 

 

 "아버지 일찍부터 기다리셨어-.... 밥은 먹고 왔니?"

 

 

 

 어머니는 매번 밥을 물으시고- 하임이가 나 대신 대답한다.

 

 "아뇨- 아직이에요- "

 

 

 "하임씨 반가워요-... 지혁이가 아버지랑 이야기 할떄- 나랑 이야기 해요- 수술 뒤에도 한동안은.. 고생했죠?"

 

 

 

 

 어머니와 하임은 수술떄 잠시 봤다는 이야긴 들었으나 , 왠지 굉장히 친해져 있었다.. 나는 머쓱함에 고갤 좀 돌렸다.

 

 아버지는 서재가 2층이어서인지 1층 창가에 앉아 계셨다... 나는 서늘한 집의 바람을 느꼈다.

 

 

 "그럼- "

 

 

 

 

 어머니와도 나눠야 되는 이야긴데.. 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아버지쪽으로 밀어준 강비서는 고갤 숙여 아버지꼐 인사를 하고는 곧

 

 사라졌다. 아버지의 얼굴을 정말로 오랫만에 , 그야 말로 독대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안색은

 

 그 여느때보다 별로셨다. 그리고 내가 다른 곳을 헤메는 사이- 아버지의 노고가 어땠는지 짐작될 만큼

 

 세월이 많이 묻어 있었다.

 

 

 

 

 "눈은 어떠냐- 여전히 한 쪽은 좀 희미하냐?"

 

 

 

 

 아버지의 첫마디는 무뚝뚝하지만 애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입을 곧 열었다.

 

 내내 말이란걸 하지 않았던 터라서 쉽진 않았지만 -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또 다잡았다-

 

 나는 , 자연스럽게 말 하기로 계속 결심을 하고 왔다.

 

 

 

 이 이야기는 말을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또.... 두분에게 나는, 하임이 혼 냈듯 고의로 계속 상처를 냈다..... 처음 하민이를 옮기려 하셨을때..

 

 그 이후......

 

 

 

 가족을 망치고 있는건 비단 형 뿐만은 아니었다. 나이기도 했다... 오로지 나일때도 있었다.

 

 

 "가끔이요-.. 하지만 괜찮아요 한쪽은 완전히 회복한 셈이니까요"

 

 

 나는 소심하게, 하지만 말문을 텄다.

 

 

 

 

 내 목소리를 정말 오랫만에 들으신 아버지는 그제야 고갤 주억거리시며- 예전보다 한참은 누그러지신 모습으로

 

 내게 다시 말을 걸어오셨다.

 

 

 

 "험한 일, 많이 겪었다...... 네 어미가 어젠 설레서 잠도 못자더구나....."

 

 

 그 말에 나는 고갤 숙였다. 입이 썼다. 쓴웃음으로 말을 꺼냈다.

 

 

 ".... 그렇게 좋은 일로- 뵌건 아닌데... 그러셨군요"

 

 

 아버지는 내 표정에 살짝 머쓱한듯 덧붙이셨다.

 

 

 "니가 이야길 하러 오는게.. 대체 얼마만이냐... 나도 설렐만큼 오랫만인 일인데.."

 

 

 아버지는 많이 유해지셨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었다.. 강압적인 모습과 무조건 적으로 해야 한다는 듯한

 

 태도를 다 내려놓으신 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세월이 느껴졌다....

 

 

 

 "..... 불편한 이야길 하러 왔습니다."

 

 

 

 "....지견이 이야길 하려는 모양이라고, 나도 그리 생각했다..."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신중하신 분이니 아주 오래 , 생각하고 내 방문을 기다리셨을 것이다.

 

 내가 올지 안올지 가늠하시면서- 신중하게 ... 선택하셨겠지..

 

 

 

 

 "........."

 

 

 

 아버지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 눈동자에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나이가 드셨어도 , 아버지에게는 다른 사람이 없는' 카리스마' 라고 할까.. 뭔갈 납득시키는 힘이란게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게 내게는 약간의 무거움이었지만..... 후엔 무서운 날카로운 목걸이었지만.

 

 

 아버지에겐 그건 어떤 간절함이었다.

 

 

 

 어머니 말 처럼, 수없이 많은 가장들이 향하는 자리... 그리고, 그곳의 가장 높은 자리.... 그럴땐

 

 언제나- 어렵고 , 쉽지않은 결정을 할때가 많았으니까.... 아버지에게는 그 힘이

 

 꼭 필요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건 필요한 힘이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말을 다시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당연히- ... 이건 통상적인 것과는 맞지 않습니다. 아시죠?

 

 누구든 법 앞에선 평등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니까요......

 

 

 

 당연히 그 일에 형이 개입되었다면.... 형이 처벌 받는것도 피할수 없을 거에요..

 

 하지만 아직 물증이 없어서... 저는 증언을 피하기 위해 그 동안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증언은 내키지 않아요"

 

 

 

 

 비겁한 이야기지만.. 그랬다. 증언은 재판에도 내가 증인으로 참여해야 했고...

 

 그렇다면.... 형과 내가 다시 마주할수나 있을까? ... 마주 설수나 있을까..

 

 일반적인 형제였다면, 형에게 이해를 구하고 - 그런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수하라고 설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형은 이미, 나를 죽이려 했다.... 나를 제거하려 했다... 형 마음속의 어둠-

 

 그 중심엔 이미.... 내가 있었다.

 

 

 

 

 

 "......."

 

 

 

 아버지는 그저 내 말을 듣고 계셨다. 신중한 태도에서 나는 조금 겁이 났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왠지 벌써 답이 있는거 같아서 말을 계속 이었다.

 

 

 

 " 그리고 만약, 제가 증언을 한다고 해서- 경찰 측에서 구속을 해서 재판이 되면 , 아버지쪽에서 항소를 하고

 

 우리 변호사팀이 붙으면... 사실상 형이 한 만큼의 진정한 죄값을 받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증이 있으면 ,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요... 그때는 항소를 해도 1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그 이상일수도 있죠...

 

 살인이라는건.... 우발적이라 해도 죄 질이 무거워 지는데.. 심지어 계획한 거니, 더 힘들어 질 거에요...

 

 

 

 

 달리... 제가 원하는건 다른 게 아닙니다

 

 제 눈에 대한 것이라던가.. 다리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내가 한 일이기도 ..... 하니까요...

 

 저도 더 이상은 형이 하는대로 당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제 저도, 어쩔수 없이 지켜야 하는 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원하는건.. 형의 진심어린 변화입니다...

 

 더는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게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 무고하게 희생 된 하민이에게

 

 진심으로 , 잘못을 절감하는겁니다. 미안한 마음을 제대로 느끼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김희영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졌으면 하는겁니다...."

 

 

 

 김희영의 간절 한 눈... 그 여자가 원한건 아마 미안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마음으로, 그리 떠올리고 자신과의 기억을 쓸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죽기 조금 전 , 그 여자는 집의 거울을 바꿨다고 했다... 그 사정을 안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경찰은 신경도 쓰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김박사님은 내게 달리 말하셨다... 거울을 보고- 거울을 내리치는건...

 

 

 자기 혐오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그 여자는 아마 후회란걸 했겠지...

 

 

 

 

 그리고... 자기를 혐오할 만큼- 스스로가 어떤 바닥까지 내려 앉은지도 알 만큼

 

 적어도 형 보다는 , 스스로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챌 만큼의 인간성은 남아 있었던 거겠지...

 

 

 

 아버지는 내 말을 찬찬히 듣고는 무겁게 입을 여셨다.

 

 

 

 

 "쉬운 일은 아니구나"

 

 

 

 

 그래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조건 적인 처벌, 그건 쉽다 하지만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

 

 

 그건 이끌어낼수 있는게 아니었다. 자신이 품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형이 솔직히,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감옥엘 가든, 가지 않든... 아무런 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가끔은 내게 와서 , 언제나 그랬듯이 행패를 부릴테고 여전하게 흘러가겠죠... 더는 나도 바보처럼 맞고만 있지는 못합니다.

 

 

 전엔 방어도 안하고 , 그냥 맞았어요 뭘 던지든..... 저 뿐이니까 상관 없었죠, 화풀이 하게 놔 둬 버렸어요

 

 그런데 벌써, 형은 손 대면 안될것에도 손을 댔어요..... 저에게도...

 

 

 지켜야 될 사람이 우선적으로 있으니까.... 더는 그럴수 없으니.. 아버지가 형을 얼마나 방어 해 주실지..

 

 어머니 아버지가 .. 형이 그 일에 정말로 상관이 있다면 얼마나 관여 하실지를 알고 싶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후회 하셨지요.. 양육할때 문제가 있었다 그리 스스로를 탓하셨죠.. 아마.. 아버지도 그러셨을줄로 압니다.

 

 그러니 , 형에 대한 것도 알아야 제가 어떻게 처신할지를 알겠다 싶어... 이야길 듣고 싶습니다."

 

 

 

 

 

 내 말에는 어폐가 가득했다... 가족이건 뭐건- 사실 경찰에게 말하는게 원래는 1순위여야 했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이지만..

 

 아버지가 작정하고 막아주시겠다고 하면.. 형은 얼마든지 빠져나갈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순서가 뒤바뀐거였다. 부모님의 생각부터가 중요했다. 얼마만큼 막아 주실지...

 

 

 

 현실은 아직도 돈이 뭔가를 뒤집는 일이 너무 많았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셨다... 나도 침묵하며 , 쓴 안경너머로 그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여셨다. 아주 , 천천히...

 

 

 

 "치밀해졌구나-, 좋은 일이다-.... 전후 사정을 알아야.... 정리가 되는 법이지.... 그리고 고맙구나-

 

 그 결정에 우리를 넣어준건- 순전히 너의 호의니 말이다...."

 

 

 

 

 

 아버지의 말투는 , 담백하고 뒤에 숨긴게 없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대답했다.

 

 

 

 ".........호의라곤 말 못하죠, 형이 그리 된 데는 제 탓도 있을 테니까요-"

 

 

 내 솔직한 말에 아버지는 놀란듯 나를 쳐다 보시더니 아주 희미하게 웃으셨다. 그러더니 말을 이으셨다.

 

 

 

 

 

 "여전히 지독히도 자신에게는 공정하구나-..... 또, 자기를 혹독하게 평가하고... 제 일이면 좀 아닌척 눙칠만도 한데, 독한녀석-"

 

 

 

 

 그 말에는 전처럼 안타까워 하거나 더 딱해 두고 볼수가 없단 듯한 기색은 전혀 없다. 그저- 약간의 칭찬처럼 들렸다.

 

 

 난 그냥 고갤 끄덕였다.

 

 

 아버지는 한참만에 말을 이으셨다.

 

 

 

 

 "나는 , 그 이후, 오래 고민을 한 뒤 네 형을 불렀지... 그리고

 

  네 형에게 물었다. 단 하나도 너의 개입이 없느냐고...... 내게 무슨 대답을 하던-

 

 만약 그 대답이 솔직했다면 나는 그 아이를 도와줄 용의가 있었다.

 

 

  솔직하기만 했다면...

 

 

 바보가 아닌이상 모두가 안다

 

 김희영이 그런 일을 독단으로 저질렀을 리가 없단 거 말이다.... 그 여자는 똑똑한 여자니- 그렇게 하는게

 

 너에게 가장 해롭단건 , 지견이보다 먼저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실행하는건 이야기가 다르다....."

 

 

 "....."

 

 

 

 

 그건 내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이었다. 그랬다. 김희영은 아무런 감흥이 없는 눈으로 내게 말했다.

 

 그리하면 내가 가장 다치고...... 가장 , 원하는걸 잃을 걸 알았노라고, 알고 했다는 그 말이... 날 더 없이 다치게 했다.

 

 내게 그게 어떤 절망일지 알았다고... 하민이의 죽음은 내 땅을 흔들고- 하임을 떠나게 했다...

 

 

 

 내 세상은 , 어느날 모든게 전소되어버린, 불에 타버린 곳처럼- 존재하던 모든게 다 타버려 손만 대면 바스라졌다.

 

 

 

 그것이 추억이든 내가 가진 것이었든 그 무엇이든 - 손만 대었다 하면 바스라졌고 내가 어쩔수 없이 잠시 웅크린 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이 되었다.

 

 진짜 사막처럼, 결이 일지도- 하다못해 아름답지조차 않았다.. 안에 부는 바람이 너무나 거세서...너무나 아프고 거세서

 

 모래를 품은 그 바람은

 

 내 가슴을 이리 저리 헤집으며 사포처럼 나를 긁고 아플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마모될 때 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시다가, 아주 천천히 다시 말을 이으셨다..

 

 

 

 

 "네 형이 개입 안되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 어찌되었든... 네 형은 대답했다.

 

 오로지... 김희영의 독단이라고....... 그 눈을 보니 나는 어이가 없더구나- 슬펐다.

 

 어쩌다 이 까지 온 건지-"

 

 

 

 

 아버지의 한숨에는 여러가지가 담겨 있었다. 중앙 계단 앞의 커다란 시계에서 무거운 소리가

 

 따각 따각 들려 왔다. 내내 들어온 소리일텐데- 그 소리는 너무나 낯설기 그지없었다.

 

 

 아버지는 다시 천천히 입을 떼셨다.

 

 

 

 

 "내가 원한건 , 그저 , 우리 가족의 행복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킨건 가족이 아니라 기업이었구나 싶어서

 

 내가 잘못 살았다는걸 , 나는 그제야 알았어.... 니 형을 보고 제대로 알고 말았지............ 나는 그래서 , 만약 그게 거짓말이면

 

 절대로, 이제는 내 아들도 아니라고- 그리 으름장을 놓았어.... 그랬는데도 , 니 형은 거짓말을 했다....."

 

 

 

 "......."

 

 

 

 

 아버지는 거짓말이라고 확신하고 계셨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이미 알고 질문하신 것이다.

 

 형에게, 다 알고- 다 짐작하고 질문하신것이다... 그런데도 형은 , 굽히지 않은 것이다.......

 

 

 

 "네 어미랑도 어제 , 그래서 이야길 했지...... 사실 네 어미가 더 네 형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

 

 지금도 눈물이 날 까봐, 차라리 자릴 피해버린 거다... 또 우는건 나도 보고 싶지 않다.. 저 여자의 눈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으니까.......

 

 

 네 어머니도 이제는 나이가 있어, 그저 웃기만 해도 남은 날이 살아온 날보단

 

 짧단 말이다... 내가 결혼할떄 그랬지- 눈에 눈물은 흘리는 일 없게 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던 거야....

 

 돌이켜 보니.. 그건 너무나도 뻔뻔한 거짓말이었구나... 아주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네 어미는 요즈음 늘 흐느끼기만 했으니까.....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

 

 

 사실 , 그 일은 그저, 내가 한 일에 그저 니 어미는 동조를 한것 뿐이었어.... 나는 그 아이가 강하게 컸으면 했어..

 

 내 자리를 주려 하다보니 애를 강건하게만 키울 생각을 해서.... 애는 , 건조하다 못해

 

 마음이란게 없더구나..... 아주, 아주 큰 실수다.... 그 자릴 위해 키웠는데...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 나는 기회를 또 주고 싶진 않다.

 

 아이가 만약 스스로 털어놓고 매달렸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나는 네 형을 구해줬을거다.

 

 물론 물증이 있거나 하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 그래도 내가 할수 있는 만큼은 힘을 썼을꺼야......

 

 네 어머니도 그리 하길 원했을 거고...

 

 

 지금처럼.... 하민이의 기업과 척을 지는건 .. 우리에게는 큰 타격이야... 아주 큰 타격이야-

 

 특히 네 형을 위해 항소하고 , 어떻게든 뭔가를 빼내어 주게 되면 , 그때는 척 정도로 끝나지 않았겠지만

 

 

 하지만 언젠간 감당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으니

 

 나는 그리 했을거야- 그래 줬을 거다.

 

 

 

 만약에 니가 원망한다고 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아이가 내게 도와달라고 , 자신의 과오를 인정만 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 형은 내가 이미 줄수 없다.. 인품이 아니면 줄수 없다 공언한

 

 그 자리에 대한 마지막 욕심으로- 김희영이 자신을 보호했다는 얄랑한 믿음으로-..... 또 모든걸 부정했어....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던..... 참회 전에는 도와 줄수 없다는게 결론이었다... 네 어미도 나도,

 

 그 애에겐 잘못했지... 하지만 우리의 잘못이어서 ...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변명이 될순 없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더 심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안 그러는 사람들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 않느냐.....

 

 

 그 아이가 저지른 일은....

 

 

 그래, 입 밖으로 꺼내기도 쉽지 않지만.... 명료하게.... 살인이지-

 

 

 인간으로서 절대로 해선 안되는 일이야, 절대 감히 - 생각도 해선 안되는 일에 그 아이가 살을 붙여

 

 그 일을 , 일어나게 했는데.... 그 아이가 식물인간이었다 해서 감형이 되느냐? ... 니가 울던 모습을 보고서

 

 나는 충격에 , 나도 말을 잊을 지경이었다.... 너는 정신을 잃어 있었어..... 나는 그런 너를 보면서...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구나... 니가 미워 내 아이가 아닌게 아니라... 저렇게 저 아일 사랑하다니..

 

 

 저 여자의 남자구나.. 하면서 놀라고 말았다..... 네가 넘어지고 , 일그러지고 피를 철철 흘리는

 

 그 겨울에... 그 슬픔에.... 그 죽음같은 좌절 동안에.. 그 아이는-... 심지어 상쾌하게 지냈어...

 

 내 눈을 빤히 보면서... 똑똑하지도 못하게, 심지어 그것을 티냈지........

 

 

 

 

 그건 인간답지 못한 정도가 아니지 않느냐....?..... 인품까지도 아니지..

 

 인간이라면... 하물며 남이라고 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슬픈게...당연한 일인게 아니냐?"

 

 

 

 

 

 

 "........."

 

 

 

 

 아버지의 결정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그리고 슬픔과 눈물이 그대로 느껴졌다....

 

 

 형은 모를 뿐이었다.

 

 

 

 아버지는 욕심 때문에 더 크게 우리 사이의 불화를 때론 일으키기 까지 하셨지만

 

 형이랑 본능이 가장 닮아 있으신 분이기도 했다.... 그 만큼, 형을 파악하는게 아주 빨라졌다는 이야기였다..

 

 

 형을... 알고 계셨다. 어머니가 나를 꿰뚫어 보시는 만큼... 아버지도 형을 훤히 보고 계셨던 거다...

 

 

 

 

 그리 키웠으니 나빠졌다고 하기엔 형이 저지른 일은 분명히

 

 

 선을 넘은 일이었다. 하지만 부모로써는 고민이 될수 밖에 없는 일이었으리라..... 어머니가 동의 하셨다는게 놀라웠다.

 

 

 어머니의 죄책감을 알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이실 터였다...

 

 

 

 

 

 "아이가 , 만약 구속이 되고-... 그럼 나는 항소를 도와 주지 않을거다- 쥐고 있는 재산권도

 

 당장엔 제 손에 있으면 무용지물이 될 거야- ... 사용하지 못하도록 내가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형량이 10년 이상이면 ... 형량 조절만을 위해 항소를 해 줄진 몰라-조절을 해 주고 싶긴 해.. 안에서 오래 있으면

 

 뉘우치기 보다는 이 아이는 독기를 품을지도 모르지.... 그 사이에 내가 만약이지만 잘못된다면

 

 그때는 누가 이 아이를 막아줄지... 그것도 모르겠구나....

 

 

 살인 교사는 1급 살인죄로 적용되는 기준이 천차 만별이다... 항소해도 어쩔수 없을수도 있어....

 

 하지만 노력은 해 봐야지- 그냥 두고볼수도 없는 노릇일테니까..

 

 

 지견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선적으로- 아이에게 준 것들도 제 손으로 놓아야만 할 거다..... 그 사이에 뉘우치기를 , 진심으로 마음을 배우길

 

 바랄 뿐이지... 그리 해서 아이가 깨달은 바가 있으면... 그렇다면 그때는 아이가 돌아왔을때 , 뒤 늦은 것들도 다시

 

 처음부터 가르친단 마음으로- 따뜻하게 아이를 인정 해 줄 생각이다...... 너무 늦었겠지만..

 

 그리라도- 해서.. 아이가 진정으로 , 예전에 원한, 따뜻한 걸 가질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눈과, 살짝 실처럼 이어진 상처를 보시곤 , 딱하다는 듯이

 

 앞에 놓인 차를 머금으셨다. 그리곤 창밖을 보셨다... 창 밖에는 어머니가 가꾼 정원을 하임에게 설명하고 계셨다...

 

 하임은 , 정말 흥미있는 얼굴로 듣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웃었다...

 

 

 아버지는 창 밖의 그녀를 꽤나 오래 응시하고 계셨다.

 

 

 

 " 저 여자분은... 내가 안 것보다 대단하더구나......."

 

 내가 눈으로 하임을 쫓고있다는 것을 알자 아버지는 부드럽게 내게,말씀하셨다

 

 

 

 "네-"

 

 

 

 내 솔직한 대답에 아버지는 , 안색이 살짝 밝아지시며 물으셨다.

 

 

 

 "좋아하느냐?"

 

 

 

 ".. 그 이상입니다-"

 

 

 

 

 아버지 앞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민이때도 그랬는데.....

 

 그 말은 쉬이 나왔다.. 얼굴을 불태우면서 나올줄 알았는데

 

 평온하게 , 입에서 나왔다. 숨처럼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

 

 

 

 

 

 " 밝은 분이구나...."

 

 

 

 "저... 결혼할 생각입니다. "

 

 

 

 

 

 아버지는 그 말에 잔을 놓고 내게 놀란 듯 되 물으셨다.

 

 

 

 

 "정말이냐?"

 

 

 

 "네-"

 

 

 내 대답에 아버진 , 쓸쓸한 눈으로 , 입은 크게 미소지으셨다... 드디어 하민이를 놓았구나

 

 그리 생각하게 되신 것이다..... 하임이 마음에 드셨던 것도 있으시겠지..

 

 

 내가 결혼을 , 다른 힘있는 집안과 하기를 , 꿈도 꾸지 않으셨던 것이다.. 나는 동상이었다.

 

 무생물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하임이 와서

 

 

 거의 인간으로 둔갑시킨 수준이었다. 그러니 아버지는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하시는것 같았다.

 

 

 

 "여자분에게 , 청혼은 했고?"

 

 

 

 "아뇨, 아직은 말 안했습니다"

 

 

 

 아버지는 재밌단 듯이 살짝 미소지으셨다.

 

 

 

 "그럼, 허락도 안 받고 나한테 결혼한다는 이야기부터 하는게냐? 내 아이지만 넌 정말 별난 아이야...."

 

 

 아버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나는 새삼 머쓱해 살짝 웃었다.

 

 

 

 "허락... 해 주시는 건가요?"

 

 

 아버지는 웃으며, 다음 대답을 하셨다...

 

 

 "저 분이 너를 데려가만 주신다면야...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있느냐?

 

 오히려 너희 엄마와 내겐 은인같은 사람이다.... 너는 모른다

 

 

 그 사이의 우리의 시간을.... 너는 , 그야말로 '못쓰는' 아이가 되어 있었어....

 

 나는 진심으로.. 그 즈음엔 니가 두려울 정도였다.... 살린다고 능사가 아니었지...

 

 

 너를 요양원에 보내야 하는지까지도 생각했어... 너는 죽음에 너무나 , 바투 붙어있었어......

 

 

 

 먹지도 , 마시지도 않고, 아무것도 없으니... 링거로 계속 연명할수조차 없고...

 

 우리에게 어떤 일이었겠느냐? 있는 하늘들이 모조리 무너지는 일이지.......

 

 

 너는 모르겠지만 어쩔 방법이 전혀 없는 문제였어...

 

 그러면서... , 마음과 딱 붙어.. 마음까지 아픈 문제였지....... 떼어내서 이성적으로 생각할수가 없는 문제였어....

 

 

 

 그런데.. 저 분은 너를 용감하게 하는 분이구나- ... 네가 그토록 증오하고 싫어하는

 

 수술을 스스로 하게 만들고... 말한마디 , 웃음 한마디... 아무것도 없던 너를 말하게 만들고 웃게 만들지 않았느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니 생각처럼, 이제는..... 그리 욕심이 많지 않다...."

 

 

 

 

 

 

 아버지는 조용하고 나직하게 말하셨다...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내려 놓으셨는지

 

 나는 그 말에서 절감했다... 아버지 손에 들려 있다 믿었던 , 그런 목줄들은..

 

 

 

 

 이미 흔적따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버지는, 내게-...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처럼... 어느 가정에나 있는 , 아버지처럼 , cs의 회장이 아니라- 무서운 리더나 여전히 호랑이라 불리는 그런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처럼 그리 느껴졌다.

 

 

 

 "게다가.. 니가 그토록 피하던 일들에 , 당면하는걸 두려워 하지 않게 만드는 분이라는게..... 참 좋구나 ...나는...

 

 너는 언제나, 이런 일을 이야기 나누고 나면...

 

 

 언제나 네 어미는 울고 , 나는 서재에서 한발자욱도 못 움직이고...

 

 또 너는 , 오자마자 집을 휑하니 나서기 바빴지.... 단 한번도 너와, 다정하거나 아무리 무거운 이야기라도

 

 이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적도 없었잖느냐?...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오늘은 식사를, 정말로 하고 갈수 있겠구나..... 이게 저 분이 한 일이 아니라면

 

 누가 한 일이라 할수 있겠니?

 

 

 

 너를 웃게 만드는 것만으로.. 기적을 만들어 낸 분이니... 그 이유면 내게도 네 엄마에게도.... 아주 충분하다..."

 

 

 

 

 

 "....."

 

 

 

 

 아버지는 창 밖의 장 하임을 눈으로 쫓고 계셨다. 하임은 무슨 이야길 하며 즐거운듯 웃고 있었다.

 

 아마, 어머니의 기분이 처지신걸 눈치 챈 저 여자가 , 더 밝게 제 몫 이상으로 웃고 있는 것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알수 있었다. 아버지는.. 장하임의 미소를 보고서- 아주 조용히 미소 지으셨다...

 

 

 

 

 "앞으로 네 형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일이 일어나든... 나는 내가 말한대로 방향을 고수할 생각이다.....

 

 그러니... "

 

 

 

 

 "알겠습니다. 그리 할 게요-"

 

 

 

 

 

 증언까지는 준비하지 않았다. 사실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하지만 한번은 뒤집어야 할 문제라면...

 

 

 나는 마지막으로 그 동안 생각만 해 온 말을 했다.

 

 

 

 

 

 

 "형이 원하는건... 자리가 아닐꺼에요.. 인정일거에요 아마, 자랑스럽단 인정이요... 이제 그 일이

 

 당장은 힘들겠지만.. 만약- 그리 된 다면.....

 

 

 형을 정말, 따뜻하게 .... 나도 형과 , 그야 말로 형제가 될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다시는 , 그렇게 버리지 않을 거에요.. 저도 잘못을 확실히 인정하고.. 예전의 과오를 씻을 겁니다"

 

 

 

 

 "......... 고맙구나,"

 

 

 

 고맙단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온 탕아를 받아주는 사람처럼- 회한에 젖어 계시기도

 

 또 진실한 기쁨도.. 또.... 형에 대한 일이 결국엔 일어나고, 그 일에는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는 슬픔도 함께

 

 느껴졌다... 뭔가를 세우려면 무너뜨려야 한다지만..

 

 

 우리 가족은 무너진채 너무 오래 있었다.. 그러니, 가장 밑에 있을 형을 끄집어 내려면....

 

 아주 많은 오해를 풀고.. 아주 오랜....

 

 아주 오랜 일들을 - 묵은 먼지를 털고 , 세워야만 했다.

 

 

 

 나는 눈을 돌려 아직도 천진하게 뭐라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때 하임이 마치 내가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돌아보고- 나와 눈이 마주치고 꿈처럼 웃었다.

 

 그 미소를 보자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감도 서지 않았던 일들이....

 

 천천히 자리를 잡고 내려 앉았다. 그녀는 다시금 나를 돌아보면서 꿈처럼 달콤하게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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