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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남은 사람들 , 쫓는 진실
작성일 : 17-07-28 18:12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16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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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이미는 눈 앞의 남자와 마주해 있었다.

 

 

 

 

 현호는 따라와서도 내내 혼자 관광을 하고 저녁 늦게 되서야 이곳으로 왔다..

 

 이 남자는 저녁 무렵에 대뜸 이 곳으로 술을 가지고 왔다.. 나랑 이야길 하고 싶어하는거 같았다... 현호도 서 있다가... 어쩔수 없이

 

 

 

 

  옆에 앉아는 있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우리를 앞에 두고.... 그냥 독주를 벌써 몇잔이나 마셨다...

 

 

 

 하임씨는 미안하다고 하고 이 사람의 손을 뿌리쳤다.

 

 야멸차게는 아니었어도 절망하기엔 충분하게- 그렇게 뿌리쳤다..

 

 남자는 아마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대강의 사정을 알고 왔는데도..... 눈앞의 남자의 절망이 , 참으로 미안했다.

 

 

 

 어쨌든 무엇이었든 그걸 깨트린건 자신이었으니까..

 

 

 현호는 눈치를 보다가- 먼저 자러 가겠다면서 어쩔수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와 그만 남자 그가 입을 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남자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남자다웠다. 나는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린줄은 알지만....

 

 나는... 그리다 마주한... 하임씨의 눈을 봤다.

 

 

 

 남자의 기대가 어떠했든 간에 하임씨는 미스터 심에게 돌아가기를 한 순간의 의심없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적어도 난 알수 있었는데..

 

 

 

 

 "그런데도 포기가 안 되요... 참 어리석죠? , 평생 하임이만 기다리고 살았는데...

 

 

 내 일상속으로 그녀를 데리고 도망까지 쳤는데... 몇마디 안되는 말로 그는 데려가 버리는군요.."

 

 

 그는 웃는것도 우는것도 아닌.. 처량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생각보다 싱글거리지 않을때는 냉정하다는 걸 .. 나도 잊고 있었는데..

 

 

 그를 보니 왠지.. 연민도 일지만 , 좀 답답하기도 해서 말이 뾰족하게 나갔다.

 

 

 

 

 

 

 "운명이 아니었나 보죠"

 

 

 

 

 내 말에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아는 사실을 굳이.. 가슴을 찢어야 하냐는 듯한 눈으로..

 

 서글해 보이는 눈매의 중심은 생각보다 매섭다.

 

 

 

 

 

 "인사도 제대로 안 했군요"

 

 

 

 

 그가 말을 꺼냈다. 그 와중에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거 보니 남자는 나에 대해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았던게 분명했다.

 

 

 나는 그냥 인사를 건냈다. 말에 신경을 쓰면서..

 

 

 

 

 "제이미 데이비스에요- 한국어- 보다시피 좀 합니다. 미스터 심의 ,.... 여자친구의 친구였죠.... 하임씨와도 미스터 심과도

 

 

 친해요-.. 같이 온 사람도 친구구요"

 

 

 

 

 

 현호는 친구는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아니었지만 남자에게 뭐 이런거까지 말하나 싶어 제이미는 그 설명은 잘랐다.

 

 

 

 "유세진입니다. 보다 시피 - 이렇게 됐구요-"

 

 

 

 

 술을 다시 한잔 따른 남자는 홀짝이며 말했다. 낙담이라기 보다- 이렇게 될줄 알았지만....

 

 

 안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이런 얼굴이었다.

 

 

 

 

 "당신은 어쨌든 제 3자 군요-"

 

 

 

 세진이라는 남자가 말했다. 나는 고갤 끄덕였다.

 

 

 

 "이해가 되던가요? 그보다.. 당신 친구였는데.... 사고도 내가 알기론 그 남자가 낸 거라고 알고 있는데..

 

 쉽게.. 용서가 되던가요?"

 

 

 

 그 말에 나는 이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보일수 밖에 없었다.

 

 

 

 "참 , 단순하시네요"

 

 

 

 

 내 도발성 짙은 말에 그는 나를 눈을 치켜뜨고 보았다. 나는 대답안고 잔을 내밀었고 남자는 순순히 내 잔에

 

 술을 부어주었다. 싸울 의지도 없는 것이다. 내 뾰족한 말에 반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 그 애는 저에게 가족같은 애였어요- 다들 나를 버리던 순간 이 애는 날 버리지 않았죠... 편지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애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죠.... 그러다 연락이 끊기고 한국에 왔더니.. 친구는 식물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요... 내 충격도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그 순간에 든 생각은 ... 하민이에 대한 걱정보다도.. 하민이가 남기고 간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이었죠

 

 도와줘야 겠다.. 가 먼져였어요-

 

 

 

 내가 하민이의 생각을 제일 잘 알꺼라는... 그런 건방짐도 조금 들어 있었겠죠 아마-"

 

 

 

 

 

 "......"

 

 

 남자는 어두워진 낯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해를 바라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해답이었다..

 

 

 정답에 가장 가까운... 해피엔딩을 이끌어 내는 ... 하나 남은 해답

 

 그게 이 방법이었단걸- 내가 괜히 나타나 당신의 행복을 개 박살 내고 달아나는게 아니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남자가 조금이라도 잘 지내고 있었으면.. 수긍했을 텐데....

 

 

 편지에 들어 봤던 사진과는 전혀 다른 남자였죠...

 

 말랐고- 안색은 하얗고.... 몹시 망가져 있었죠.... 손 잘못 가져다 대었다가는 박살 날 것처럼 위태로웠어요

 

 마치 깨어진게.. 아슬아슬 그냥 붙어만 있는 것처럼... 그랬어요....

 

 으르렁 거리는 얼굴이.. 마음이 아파질 지경이더군요..

 

 

 내가 더 괴롭히지 않아도.. 스스로를 가혹하게

 

 고문? 고문에 가깝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 미워하고 있었어요 더 다그칠수도 없을만큼 약해져 있었어요...

 

 

 

 남자는 본 순간 나를 미워하더군요- 감히 이해하지도 못할 상처를 겪었다는 투로 이야기했으니까요-"

 

 

 

 

 

 내 능숙한 한국어에 남자는 놀란듯 무슨 말을 하려다 그저 말고 다시 술잔을 비웠다. 그리곤 내 잔에도 술을 채웠다.

 

 

 

 

 "당신은 하민이를 모르죠.. 나는 알아요-

 

 잘 알죠 자라는 내내 우리는 함께였고- 쌍둥이에 가깝도록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으니까요...

 

 

 

 

 그녀는 순하다 못해... 박애주의?.. 박애주의자에 가까웠어요....

 

 

 오랜시간 그렇게 모든 이들을 감싸 안았죠... 이기적인 애가 아니라.. 영리한? 합리적인? 애에 가까웠어요....

 

 

 그러니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치길 원하지 않았겠죠- 아니 기다리기도 사실은 원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지혁씨는 기다렸죠.. 그토록 , 오래..... 또 그토록 혼자...

 

 

 

 그래도 내가 하임씨를 알게된건 아주 우연이었어요-

 

 나는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음을 금방 눈치챘죠... 물론 처음엔

 

 좀 씁쓸했어요... 마냥 좋았다곤 못하겠네요.. 하지만 곧 이해할수 있었어요.... 이 분이라면 미스터 심에게 구원이 되어주겠구나..

 

 내가 100마디 하는 것 보다 이분이 1마디 말 해주는게 더 효과가 있겠구나.. 그랬죠.. 사실 마음이란게 그렇잖아요..

 

 

 

 지혁씨는 거의 6년을 하민이에게.. 5년인가? 잡혀 있었어요... 자기도 가혹하게 다쳤죠... 엉망으로 다친 다리를 재활로

 

 고쳐냈죠.. 그 당시엔 기적이었다 하더군요..... 그것조차도 하민이를 위한 거였으니까요.....

 

 

 하민이는 깨어나도 다리쪽이 마비일 확률이 높아서.. 밀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재활을 한 남자니..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쉽게 예상할수 있죠.. 그렇지만... 멀쩡히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어도..

 

 

 마음이 변하는게 사람이죠......"

 

 

 

 

 

 

 나도 술잔을 비웠다.

 

 

 

 

 "그런데 ... 하임씨는 처음부터 눈에 담긴 호감이 , 다른 사람인.. 당신 말 처럼 제 3자인 내 눈에도 뻔히 보이더군요..

 

 그렇게 친해지다 보니... 내 친구였다면... 둘이 잘 됬으면 했을것 같았어요- .. 더 이상 지혁씨가 다치지 않았으면

 

 할것 같았거든요"

 

 

 그 남자는 뾰족하게 대꾸한다. 내 대답들이 성에 차지 않은것 같았다.

 

 

 

 

 "그건... 그쪽이 마음 편하려고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닌가요?"

 

 

 

 

 그 말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에릭이 싫어하는 짓이었다... 비꼬듯 웃어버리는것

 

 

 

 

 "아뇨- 내가 아는 하민이는, 쓸데없는 고통을 가장 싫어했죠... 그러니 그렇게 생각했을거에요

 

 내가 이 일들이 , 말도 안되는 이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확신하는 몇 안되는 것 중 하나죠- 지혁씨가 자신을 털어내고 행복하기를 바랬을 거라고요"

 

 

 

 

 

 "......."

 

 

 

 

 남자는 내 대답앞에 다시 침묵이 되었다.

 

 

 

 "그 와중에.... 하민이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나고..... 지혁씨는 마치 준비라도 했었던 듯이 하임씨도 놓았죠..

 

 그때의 절망을.. 당신은 절대로 모를 거에요... 당신에게도 사랑이고 간절하고- 들어보니 오랜 시간이었더군요..

 

 

 

 사랑의 무게나 , 크기를 따지는건 아니지만... 당신은 하임씨가 없어도 숨을 쉬고.. 살잖아요?

 

 

 하지만 지혁씨는 아니었어요..."

 

 

 

 

 술잔에 다시 술이 차고 나는 그 술잔을 비운다...

 

 

 

 

 " 망가졌죠.... 하민이가 사망 선고를 받는 순간까지 지혁씨는 정신 잃는거 말곤 잠도 자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먹지도 않았어요... 울고 울고 또 울었죠.... 사람이 그렇게 울수 있다고 믿을수 없을 만큼요...

 

 눈이 고장난 사람처럼 흐느끼고 울고 흐느끼고 , 하민이의 손을 쓰다듬었어요.. 그런다고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놓으면.. 그대로 하민이가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그랬어요...

 

 

 

 목발도 짚지 않아서... 무릎에 박아놓은 철심과 구조물이 비껴져서 틀어질 때 까지 넘어져댔어요... 세상이 무너진것처럼...

 

 이게 obvious한건 아는데... 아니지 클리셰인가? 어쨌든 그랬어요... 울고 넘어지고.. 더 이상 절망할수 없을만큼

 

 

 

 절망했죠.... 실어증에 가깝게 말도 하지 않았죠.. 아니 그런게 실어증이라면 실어증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다시 병원에 가지도 않았고 글도 쓰지 않고 다 올 스탑이었죠..

 

 

 그 시간이 오로지 하민이만의 시간이었을거라고 생각치는 않아요- 그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하임씨를 덜어내는 시간이었기도 했을 거에요.. 내 눈엔 그래 보였죠.."

 

 

 

 

 

 "....."

 

 

 

 

 "그랬어요.. 여러가지 질병에 실제로도 시달렸죠... 내내 아팠어요 새로운게 끊임없이 나타나서

 

 잠잠해지면 뒤짚어 엎고 달아났으니까요.....

 

 

 

 그러다 이제는 하민이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사고로 눈까지 멀게 만들었어요..... 내내 하임씨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알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당신과 좋아질까봐 그랬데요.... 당신과 좋은데 괜히 연락해서 ... 하임씨를 흔들까봐서 그랬다고 해요...

 

 그런데.....

 

 

 돌아와 보니.. 두 사람은 이렇게 멀리서도 서로만을 향하고 있었네요.... 하임씨 내가 말하자 마자...

 

 짐 싸서 가 버렸죠?.....

 

 

 누군가 가라고 말해줄 용기가 필요했을 뿐인거에요.... 그러니 자신을 막고 있던 얇은 끈이 뚝 끊어지죠

 

 그리고 달려갔잖아요 망설임 없이.... 그런게 운명이죠"

 

 

 

 

 "........"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술잔에 술을 넘치게 따랐다. 단숨에 마셔버린다.

 

 

 

 

 "..... 지혁씨는.. 옆에서 보면 알지만.. 지독하게 가지지 못한게 많죠.. 물론 가진것도 많은데..

 

 의외의 것들이 , 보통은 당연하게 주어진 것들이...

 

 아예 없어버려요... 그러니 .. 하임씨같이 씩씩한 분이 답이 될 거에요... 자신안에 굳게 갖힌 스스로를 꺼내 줄 거에요

 

 그러니....

 

 

 

 .... 당신에게는 미안하군요- 당신의 평온을 깬게 나 처럼 보일테니까.."

 

 

 

 

 

 그 말에 남자는 한참이나 후에 대답하였다.

 

 

 

 "알고 있었어요... 하임이는 여기 와서... 덜어내는게 아니라..... 더 채우기만 했어요...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애 처럼... 내내 눈은 어드메쯤을 헤매이고 있었죠..... 그 눈은 ... 분명 그 사람을 향해 있었어요

 

 여기 있지도 않은 그를 향해 있었다구요.. 바로 눈 앞에 내가 있는데도 말이죠.."

 

 

 남자는 다시 술을 따르고는 ... 그 술을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애써 모른척했죠.. 이까지 데려 온것은 .. 하임씨 부모님 뜻이기도 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유일히 아는 사람이

 

 내가 되어.... 내가 모든 그녀의 생활을 쥐었으면 하는 나의 기회이기도 했어요..."

 

 

 

 

 남자의 말은 조금 어려웠다. 시적이었고 표현이 어려웠지만 문맥상으로 이해할수 있었다.....

 

 

 

 

 "하지만 하임이는 달라졌죠... 그 남자가 하임이를... 그토록 나는 오래 봤는데... 몰랐던 하임이를 단숨에 알아봤죠..

 

 나는 늘 하임이를 지켜줘야지 그랬어요....

 

 

 하임이는 지켜주지 않아도.. 강해질 기회를 주니 강해지는 애였는데 말이에요..

 

 그 남자는 단숨에 알았죠.... 그래서 그 남자가 싫었어요"

 

 

 그 남자는 거침없이 말했다.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안타깝게 웃었다.

 

 지혁씨는 똑똑한 사람이기도 했다.. 사람을 정확하게 보는 사람이기도 했다..

 

 얄밉기도 했겠지.. 그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는 갔다..

 

 

 

 

 

 "내가 평생을 애써도 가져다 줄수 없던 것들을.... 하임이 손에다 주었죠.. 단단함이라던가...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믿음...

 

 내가 멋지니까... 상관없다 같은 약간의 재치라던가... 모든걸.....

 

 

 하임이는 이미 여기서 , 그 남자를 만나기라도 한 듯.. 단단하고 멋진애가 되어 있었어요"

 

 

 

 그 말에 예전 하임씨가 준 그림을 가지고 왔을때.. 뿌듯하고... 사려깊은 눈으로 지혁씨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원래 멋진 여자야...' 그 말이 떠올랐다.

 

 

 

 내가 중얼거렸다.

 

 

 

 

 "원래 멋진 사람이었어요... 뭔갈 바꿀 필요도 없었죠"

 

 

 

 

 그 말에 남자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바꾸려고 한 , 내가 잘못 판단한 거라.. 이 말인가요?"

 

 

 

 

 "어쩌면요-"

 

 

 

 

 내 가감없는 솔직한 대답에 남자는 씩 웃고는 다시 쓸쓸하게 잔을 채웠다.

 

 

 "... 당신 참 솔직하네요"

 

 

 

 

 "오래 봤어도.. 깊이는 다른 법이거든요"

 

 

 

 

 이래서 한글이 좋았다.. 한글의 응용은 정말 무한하다... 어떠한 촉감이나 감각을

 

 아례 다른것에 붙여도 이리 맞다니... 물론 영어에도 그런 중의적인 표현은 있지만..

 

 한글과는 좀 달랐다..

 

 

 

 말하자면 가슴 깊이... 찡하게 한번에 닿는 다는게 달랐다. 내가 숨긴 감정에도 한글은..

 

 

 아주, 쉽게 닿고- 그 느낌에 나는 가끔은 가슴이 찡해진다...

 

 

 

 나는 술을 한잔 마셨다... 입 안이 얼얼할 정도로 독주였다. 보드카인가? 알수 없었지만 입이 다 얼얼했다.

 

 

 

 나는 씩 웃으며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에릭이 나를 그리워 했으면 했다. 내가 떠나서 .. 지금 현호를 만나 행복해도.. 에릭을 가끔은 떠올리고 마는데..

 

 에릭은 내가 그럴꺼라고 생각도 하지 않을것 같았다...

 

 

 에릭이 내가 떠나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가끔은 편지를 써 온다.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에릭은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워 했으면 해서.. 떠나다니.. 아이러니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었는데도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마치 남남처럼..

 

 

 

 

 

 서로 알지를 못했다.. 몸이 가까워-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해서... 같은 걸로 이루어 져 있다 느낀다 하여 마음 속까지

 

 알수 있는건 전혀 아니었다..

 

 

  그와 나는 떨어져서.. 오히려 서로를 더 알게 되어버렸으니까....

 

 서로에게 사랑을 기대하진 않는다 더 이상은 .. 에릭은 여전히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람을 품을 것이다.

 

 

 내가 현호를 보며 웃듯이 .. 그리 누군가를 보면서 웃을 것이다..

 

 

 그래도 질투가 나진 않는다. 서로 더 행복해져서 서로를 만나도 웃을수 있었으면 한다...

 

 

 

 하임씨와 나와 다른점은 그런 것이다.. 내가 에릭을 떨어져서 이해하고

 

 하임씨도 떨어져서야 비로소 지혁씨의 모든걸 이해하게 되었고..

 

 

 

 이까지는 일치이지만..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에릭과 나의 문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정해주는 문제니까...

 

 하지만 하임씨는 이해하면서 더는 말할것도 없이 돌아가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뭐가 뭔지 알고 돌아갔기에.... 하임씨는 나와는 결말이 확실히 다를수 있었다..

 

 

 

 지금쯤은 도착했을 테지.. 강비서님은 전화로 잘 됬어요 까지만 이야기 해 주셨으니

 

 돌아가면 금방 알아챌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임씨는 잠정 포기인가요?"

 

 

 내가 물었다.. 남자는 한잔을 마시곤 씩 웃으며 내게 물었다.

 

 

 

 

 "영어를 해야하나 고민했던 내가 바보같을 정도로.. 한국말이 자연스럽네요...

 

 그래요... 잠정 포기.... 그래요... 알고 .. 익숙해지려고 끊임없이 시도한 사실인데..

 

 도무지 익숙해지진 않네요... 그래요.. 그런거 같네요"

 

 

 

 "......."

 

 

 

 "하임이는... 언제나 특별한 아이였어요... 내게는요... 언제나 사랑이었다곤 말 못하죠

 

 

 아주 어릴때부터- 이런게 사랑인가 ... 자각했을때 이미 그 자리에는 하임이가 있었죠..

 

 

 내내 설레였고.. 내게는 내내 사랑이었는데...

 

 

 .....

 

 

 

 

 

 하임이에겐 아니었던거죠.... 하임이는 두 사람이 힘들때도 내게 그랬어요..

 

 뛰어서 숨이 차는것 처럼 힘들어도 좋아 죽겠는걸 뭐 어떡하냐고.. 그런 식으로 말했거든요

 

 

 그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하임이를 데리고 와 야지 했던 나도 참 낙천적이었지만......

 

 

 

 

 하임이는.. 나 이상이었네요 돌이켜 보니 그렇네요-"

 

 

 

 

 

 나는 내내 혼자 따르던 그 사람의 잔에 술을 부어 주었다. 술잔이 넘치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고맙단 듯이 살짝 들어 보이곤

 

 

 원샷한다... 나는 나도 술을 따라 마셨다...

 

 

 

 

 

 술을 부어주면서 나는 이 사람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길 , 바래주었다..... 누구나 맞는 조각이 있다.

 

 사람들의 말을 어렸을 때 들었을 때는 그런게 어디있나 그랬다...

 

 

 

  soulmate따윈 없다 나 자신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이젠 믿는다.. 서로에게는 맞는 조각이 있다.... 그것이 처음엔 모나서 서로 좀 삐걱거리더라도

 

 중간에 있는 알맹이가 변하지 않으면.. 서로는 서로를 위해 변화하게 된다. 그게 완성되고

 

 맞춰질때..

 

 

 

 그 사람은 결국 운명이 된다. 내가 달려가야지 할때 그 사람도 달려오고..

 

 

 

 결국 그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향하는 길에서 언제나 만나게 되니까.....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모두가 이야기 하듯이

 

 

 

 

 나는 싱긋 웃었다. 내가 주워든 조각은 아마 너머의 방에서 잠이 들어 있겠지..

 

 눈 앞의 남자는 술을 몇잔이나 연거푸 마시곤 내 마음을 들었나 싶을 정도로 선명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요- 그런게 운명인가 보네요"

 

 

 

 

 

 

 

 

 

 -

 

 

 

 아침에 조심스럽게 작가님의 집으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하임씨는 벌써 깨어나 있었다. 나는 경악했다.

 

 

 원래대로라면 아주머니 ... 그리고 동상처럼 멀거니 앉아 있는 작가님이 창가에 있어야 했지만 하임씨가 재잘재잘

 

 아주머니와 이야길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뭔갈 만들고 계셨고 바로 옆에다 의자를 가져다 대고 하임씨는 어깨너머로 아주머니의 솜씨를 보며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저 놀라운 친화력.. 예전엔 안 저러셨던거 같은데.. 아닌가?

 

 

 

 

  위에 걸친 줄무늬가 이리 저리 다르게 들어간 셔츠와 바지-

 

 올려 묶은 머리와 약간 화장한 얼굴은- 아침이라고 해도 몹시 상큼했다.

 

 

 

 

 아주머니는 이 집에 오셔서는 내내 우셨으나 때론 흐느끼고 때론 얼음처럼 얼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조차 알수 없었으나...

 

 

 하임씨와 이야길 나누며 심지어는 좀 웃고 계셨다. 이 집의 분위기는 사고후에 유리조각 밭에 가까웠다 발을 내 딛기만

 

 

 해도 따끔, 울음소리 없이는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를 않았으니까-

 

 

 

 

 "어- 강비서님 ! 오셨네요-"

 

 

 

 ".....아..."

 

 

 

 

 솔직히 말하면 어제 그래도 하임씨가 본인 집에 가서 자지 않았을까 했다. 하지만 쇼파에서 잔 자리도 없고

 

 하물며 작가님은 아직은.... 깨어나신거 같지도 않다.. 이게.. 현실인가?

 

 

 

 

 

 "아직 작... 아니 지혁씨는 자요- 오랫만에 푹 자는거 같애서 안 깨웠어요.. 잠도 안자면 빚으로 쌓이는데

 

 잠빚 청산 해야죠-"

 

 

 

 

 하임씨는 씩 웃으며 누가 내려준건지 본인이 내린건지 알수 없는 커피를 내게 내밀었다..

 

 

 내가 조심스레 받아 들고 물었다.

 

 잔이 따끈하다.

 

 

 

 "말씀... 혹시 하시던가요?"

 

 

 그 말에 하임씨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대답을 했다.

 

 

 

 

 "본인이 입 열때까지 재촉하지 말죠 뭐..... 혹시 김희영씨랑 .... 그 사건 파일 열람할수 있으면 저 좀 주실래요?

 

 

 위법인거 같았지만... 강비서님은 가지고 계신거 같으니까?"

 

 

 

 

 

 하임씨가 나지막히 물었고 , 물론 위법이었지만.... 이미 구한 나는.... 말없이 가방에서 꺼내서 내밀었다...

 

 

 "사본이죠?"

 

 

 

 "네.. 저는 또 있으니까.."

 

 

 

 

 하임씨는 그걸 봉투에 다시 집어 넣어서 제 가방 쪽으로 치워두었다...

 

 

 

 "그 사람 소리 정말 예민해 졌던데요?"

 

 

 

 

 

 하지만 작가님 지금 주무시고 계시잖아요.. 라고 되 물을뻔 했다.. 원래는 이거보다도 훨씬 더 예민하거든요

 

 숨만 좀 크게 쉬어도 알 만큼이요.., 아마 벌레 나는 소리까지도 밖에서 고양이가 귀 긁는 소리까지도 다 듣는거 같았는데요...

 

 

  나는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아.. 네.."

 

 

 

 "그보다- 사모님이나 회장님 여기 오신다면서요?"

 

 

 하임씨는 그 사실이 편하진 않은 듯한 눈치다-

 

 

 

 

 

 "미리 전화를 하고 오시긴 하지만.. 가끔이요? 그 마저도 작가님이 뭐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돌 앞에서 읊는거 같은 수준이었죠..."

 

 

 

 내가 대답하니 하임씨는 골몰한듯 슬쩍 머릴 긁더니 대답한다.

 

 

 

 

 "당장에 난 좀 뵈기 그런가요?"

 

 

 글쎄... 나는 무슨 대답을 해 드려야 할지 난감하였다.

 

 

 

 

 

 "..... 그건 작가님이 잘 아실걸요?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하임씨는 누구에게나 , 특히 그 두분에게는 구세주세요

 

 근데 무슨 말씀을 더 하시겠어요?"

 

 

 

 하임씨는 확실히 전보다 몹시 영리해 지신게 분명했다. 원인 결과- 그리고 데미지 컨트롤과 작가님의 심신까지-

 

 모든 정리가 완벽했다.

 

 

 주변 정리부터 시작하신게 그랬다.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벌써 나갈 방향이 정해 져 있었다...

 

 나는 잠시 어리둥절 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어제 저녁은 먹였어요"

 

 

 

 하임씨는 싱긋 웃으며 말을 건낸다. "먹였다니.. 완전 애기 취급하네.. 알면 발끈할텐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네?"

 

 

 

 나는 믿을수 없어 되 물었다.... 이 사람이.... 진담일까?

 

 

 

 "밥 있길래 차려서 먹였다구요.... 왜요?"

 

 

 

 

 그 말에 내 심장이 얼마나 놀랬는지... 그 얼굴을 본 아주머니가 자신도 아까 놀랐다는 듯 웃으셨다..

 

 

 

 

 그래서 반찬을 하고 계셨구나..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뭔갈 만들고 계셨다.......그래도 그렇지 그 정도 양이면

 

 5인 가족을 먹이겠는데요.. 말려야 하나..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정..정말요?"

 

 

 

 

 "그럼 먹어..야죠? 내내 뭐.. 듣긴 했는데... 내가 좀 위협했어요.. 먹어야죠 옷이고 뭐고

 

 아무것도 맞는게 없어 보이던데요?"

 

 

 

 "... 그렇죠.."

 

 

 하임씨는 살짝 눈을 찌푸리며 말을 이으신다. 이제와서 새삼 하임씨가 외모로도 많이 달라졌다 싶다.

 

 가지고 온 옷으로 갈아 입고 나시니 더 그렇다.. 전엔, 좀 어린애 같았다고 해야 할까? 그랬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마치 유럽 여자같다고 할까... 머리도 , 자연스레 엷게 솜씨좋게 얼굴에 붙은 화장도...

 

 

 많이 달라지셨다.

 

 

 

 

 "그래도 요령이 좋긴 좋아요, 목이나 이런데 보면 살 정말 빠졌는데 옷을 두텁게 입어서 잘 몰랐지 뭐에요

 

 손이나... 목이나.... 팔목 이런데 보니까 , 확 티났지만요...

 

 

 

 

 "..."

 

 

 하임씨가 주의를 준다. 내 얼빠진 얼굴에 걱정스럽다는 듯이 ..

 

 

 

 

 "좀 달라졌어도 묻거나 아는체 하지 말아요- 그래야 괜찮아 질 거에요- 평소처럼 하세요...

 

 

 

 그리고... 김희영씨.. 혹시... 그러고 나서 집 정리 되었나요?"

 

 

 나는 의외의 질문에- 말이 크게 나간다..

 

 

 

 "아.. 아니요- 아직 조사 현장이기도 하고.. 해서- 다는 아니고요.."

 

 

 

 "아.. 그래요?"

 

 

 

 

 하임씨는 뭔가 의중에 있으신듯한 표정으로 되 물으신다.

 

 

 

 "개인 물건이나.. 물품도요?"

 

 

 "아직은요, 어떤거 말씀하시는 지는 잘 몰라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꺼에요 아마..."

 

 

 

 

 하임씨는 그 말을 끝으로는 더 별말 하시지 않았다. 9시가 될때 까지 짐 정리를 천천히 하셨다.. 중간 중간 커피를 마시시면서-

 

 9시가 되자 작가님의 방으로 거침없이 향하셨고

 

 

 

 5분 뒤에 하임씨가 먼저 나왔고 잠시 후에 작가님이 나오셨다.

 

 

 

 눈에 붕대는 풀려..... 있었다..!!! 그냥 선글라스만 끼신 상태- 하임씨는 창 밖 날씨를 보더니 얇은 샤로 된 커튼을 다 치고 두터운 것을

 

 작가님이 앉으시는 자리까지 빛이 안들어 오도록 조금 치시곤 아무렇지도 않게 작가님께 물었다..

 

 

 

 

 "물 줄까요?"

 

 

 

 작가님은 고갤 끄덕이시지도 않았는데 , 하임씨는 작가님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물을 쥐여 주시고 작가님은 아무 말 없이 병을 열어서

 

 물을 한모금 드셨다.

 

 

 

 연속 벼락을 맞는 듯 .. 나는 눈앞에 놓인 상황에 턱이 빠질듯 입을 떡 벌린채.. 그저 바라만보았다...

 

 

 저분이 작가님 맞나? 밤사이에 사람이 바뀐거 아닌가?

 

 

 

 "커피 줄까요? " 라고 묻고 작가님은 하임씨의 손을 툭 잡는다.. 작가님이 지금 내가 얼마나 빤히 보고

 

 

 있는지 알아채셨을까..?

 

 

 

 하임씨 말 들었지만 ..도저히 눈을 돌릴수가 있어야지!!! 나한테는 아무런 말- 아무런 숨소리 아무런 터치

 

 

 

 아무런!!! 아무런 것도 안 하셨는데!!!

 

 

 

 

 하임씨는 내 놀란 낯을 보면서 씨익 웃는다. 그 웃음에는 뻐기는 기운따위 없다. 그저... 신기하죠? 약간 이런 기색이 묻어 있다..

 

 

 

 "자 여기요-.."

 

 

 

 안 뜨겁게 온조 조절을 세심하게 하시고서야 .. 잔 손잡이가 두꺼운 잔을 골라 손에 살짝 안 뜨겁게 쥐여 주신다.

 

 

 작가님의 손을 잡고- 손을 대야 하는 곳에 딱 쥐여 주시니 엎을 일도- 놀랄 일도 없어 보인다. 작가님은 잠시 기다리시더니

 

 곧 한모금을 하신다.

 

 

 

 ".... "

 

 

 

 

 

 나는 정말 계속해서 놀라고... 아주머니도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 내지 않고 둘다 멈춰 있었다.... 그런일이 없었으니까....

 

 

 

 

 작가님은 하임씨에게 뭐라 말을 하시지 않았는데.. 하임씨는 척척 말을 알아 듣는거 같고- 작가님 또한 그랬다.

 

 작가님이 커피를 마시시고 하임씨가 뭐라 말하고 작가님은 작가 고갤 끄덕였다..

 

 귀에 이어폰을 한쪽씩 끼시고는 밖을 바라보시게 되자

 

 

 

 

 

 그제야 하임씨는 내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하임씨는 겸연쩍어 하는거 같다..

 

 

 

 

 "그 사이에 그만큼이나 방어가 단단했어요? 두분 너무 놀라셔서 내가 막 당황스러워 질려고 해요"

 

 

 하임씨가 낯게 물어오신다..

 

 

 

 아주머니가 대신 대답하신다.

 

 

 

 

 "뭔갈 .... 아니.. 의사 전달이 되는 사람이 처음이니까.... 놀라워요 그냥"

 

 

 

 

 난 고갤 끄덕였다. 하임씨는 안타깝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내게 조용히 묻는다.

 

 

 "조사는 어디까지 되었어요? 하민씨 집에서는 또 뭐래요?"

 

 

 

 나는 작가님을 흘긋 들여다 보았다. 하임씨는 괜한 걱정 하지 말라는 듯 나를 보며 대답한다.

 

 

 

 "껄끄러운 이야기 할거라고 그냥 솔직하게 그까진 이야기 했어요.. 그게 누구에 대한 거라곤 이야기 안 했지만요

 

 

 동의 하에 귀에 뭐 낀거에요- 안들려요.."

 

 

 

 내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연다..

 

 

 

 

 "... 일단 사고 친 당사자가 죽었으니.. 서로 책임 전가하기 바쁜거죠- 유서에 의혹이 많으니까-

 

 조사는 계속 하고 있어요.."

 

 

 

 하임씨는 가방쪽에 둔 파일을 흘긋 돌아보시며 말을 이으신다.

 

 

 

 

 

 "일단 저거 읽어보긴 할 건데.. 제 생각에는 김희영이라는 사람이 아무런 백업 없이 그런 일을 벌였을거 같진 않단 거에요

 

 아마 저 사람도 알고 있을텐데.. 우선 힘든 기억 억지로 꺼내기 싫어서 관뒀어요.. 저도 확신이 생기면 그때.. 말해보게요.."

 

 

 하임씨가 그까지 생각한게 나는 신기해 대답한다.

 

 

 " 제 생각도 그런데.. 만약 그 여자가 .. 숨겼으면 그걸 알만한 사람이 누굴까요? ... 이사님일까요?"

 

 

 

 

 그 말에 하임씨는 고갤 저어 보이신다.

 

 

 

 

 "그 사람은... 그 여자가 그런 행동을 할줄도 몰랐던거 같은데요.. 그 여자가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는.., 결국 마음때문일 테니..

 

 알아채는 쪽은 오히려 저일지도 몰라요... 파악 되면 거기 가서 한번 뒤져 봐야겠어요"

 

 

 

 

 

 하임씨의 중얼거림에 난 약간 경악했다.

 

 그런 생각을.. 대체 왜 하신거지?

 

 

 

 "... 벌써 경찰이 뒤집어 엎었어요.. 그런데 그걸.. 못찾았는데요-"

 

 

 

 "..여자는 여자가 아는 법이니까요.. 개인적으로 부탁 좀 드릴게... 혹시 이사님.. 그러니까 그 형이신 분이 김희영씨한테 선물하신거

 

 알아보실수 있으시면.. 좀 알아봐 주실래요? "

 

 

 

 

 하임씨는 뜬금없는 말들을 하신다.

 

 

 나는 솔직히 하임씨가 이런 문제를 뒤집어 보고- 해결할꺼라곤 생각치 않았다.

 

 

 작가님의 의중에 있는게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불안해 하자 하임씨는 나에게 정확하게 말을 하신다.

 

 

 

 

 

 "책임 전가가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 마음에 있는 상처나 이런게... 해결방법들이 쉬이 안나오는게.. 아마 형님이 관련되어 있으면

 

 자신이 미안해서 그러는 것도 있을테고.. 김희영씨가... 저 사람하고 독대하고.. 그렇게 갔잖아요? 분명히

 

 연민하고 있어요... 미안해 하면서요... . 원인과 결과가 명백하게 있어야... 그리고 누구 때문이라고.. 하면 좀 가혹하지만...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고 제로로 돌아가야 가족 문제도 해결 될꺼고 저사람 입도 트일 꺼에요.. 제 생각은 그래요

 

 그냥 모른채 하고 넘어가면서- 저 사람의 지난 세월이 모독당하는 것도 싫구요- 한 여자가 목숨까지 바쳤는데

 

 그 사랑이 아무런 댓가가 없는것도.. 물론 김희영이라는 분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 좀 그래요 이유 없이 그런 일을

 

 굳이 거기서 할것 같진 않거든요.... 그리고 제이미가 나한테 부탁했어요.."

 

 

 

 

 

 하임씨는 안쓰럽다는 듯 눈썹을 찌푸린다- 예전과 달리 말끔히 정리된 가지런한 눈썹-

 

 그 밑의 눈은 맑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친구를 잃었으니까요.... 누군가는 댓가를 치러야 해요- 서로 상처내면서 이렇게 허송세월할 이유가 없죠-"

 

 

 

 

 "........"

 

 

 

 

 하임씨는 영리하고- 나름대로는 독해져 있었다. 더는 멍하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건 작가님을 방어하는 하한선이기도 했다.. 작가님은 내내 멍하니 당하셨는데..

 

 

 하임씨는 그걸 용납할수 없어 하시는거 같았다. 왜 바보같이 멍하니 당하냐- 이 소리로 느껴졌다.

 

 

 

 

 

 "저 사람 입 열어 들으려면.. 시간도-.... 마음도 많이 단단해 져야 가능할거 같으니까.. 일단 내가 추려 볼게요

 

 혹시라도 하민씨 쪽에서 다른 이유로 말이 나오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작가님 귀에 들리면 다 죽을지도 몰라요"

 

 

 

 

 하임씨의 마지막 말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작가님이라고 모르셨을까. 그 보다 그게 놀랍다.. 김희영을 가엾게 여기고 있단 말..

 

 형님에게 미안해 한다고? 작가님이? 그래서 입을 안 여신다고?.... 뭔가 알고는 계시는구나 싶어졌다....

 

 

 

 

 그나저나 하임씨는 이런 사정을 다 어떻게 아셨을까....

 

 

 

 하임씨는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설득할 거에요... 내가 그 사이에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저 사람이 손짓으로-.. 뭔가 있던게 자리에 없을때 당황하는 얼굴이.... 내 눈을 피하는 필사적인 얼굴이...

 

 

 

 

 너무 아파요 비서님.."

 

 

 

 

 

 

 터져나오는 말이.. 내 가슴까지 아리게 한다.

 

 

 

 

 

 "아파요-, 진짜 아픈거 같이 심장이 꽉 조여요... 티 내지 않으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데... 계속 웃는데...

 

 저 사람이 나를 진짜 보게 되면 이제 거짓말이었단 거 다 알겠죠?

 

 

 

 그래요 아무렇지 않은 척 - 아무일도 아니다 수십번 되뇌여도

 

 아파요...

 

 

  내 눈을 바라보는데.... 예전과 같은데.. 이 사람이 나와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고생했을지 아니까..

 

 나는 ... 그랬거든요- 돌아와야지 , 그럼 혼자 서야지, 내가 나를 많이 발전시켜서- 저 사람한테 돌아와야지 하면서

 

 스스로를 다 잡았어요 , 처음엔 아프고 슬프고 괴로웠죠 하지만 ... 곧 저 사람이 내 평정의 중심에 딱 서니까

 

 난 괜찮았아요.... 돌아올거라고 다짐했으니까..

 

 다짐했으면 그냥 좀 더 빨리 올걸 그랬나봐요...... 그랬다면..... 괜찮았을 텐데

 

 멍청하게 겁난다면서 망설이는 사이에... 저 사람.. 마르고- 아프고-.....

 

 

 

 

 또 뭔갈 해야만 하잖아요.. 원래 가졌다가 잃은걸 얻으려면 그토록 겁내하는 수술 또 하고 재활도 해야 하잖아요?....

 

 

 

 그런게 아파요... 왜 나까지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이 아파져요....."

 

 

 

 

 

 하임씨의 눈매가 짙어져 나는 마음이 아프다. 그랬다. 작가님은 이제 어떤 것이든 끝맺음이 필요했다....

 

 

 

 

 "손끝에 남은 상처들.....

 

 

 아직도 보여요... 그 손으로- 내가 어디 갈까봐서 걱정하는 것 처럼..

 

 자다가도 몇번이나 깨서 내가 있는지 확인해요... 완전히 깊게 잠들기 전까진 그래요.....

 

 

 울컥해서 혼 났어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해 주고 싶은데.. 저 사람이 날 그리워 했으니 이게 좋아야 되는데...

 

 

 그리워했는데도 몰랐던 내가 멍청이 같아서 한심해요..... 빨리 .. 왜 더 빨리 용기 못냈을까요?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가 이토록 필요했는데...

 

 왜 다른 곳에서 서로 ... 그리워만 하고 있었던 시간이 이렇게 길었을까요...."

 

 

 

 

 하임씨는 안타깝다는 듯 씩 웃는다.... 그 웃음이 애잔해서 나는 별 말 을 하지 못했다.....

 

 그랬다.

 

 

 

 하임씨의 돌아옴을 난 믿었지만.. 작가님은 차마 믿으시지도 못했다. 혹시라도 오지 않아

 

 자신이 그 믿음에 건 ... 아주 조그마한 희망까지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었기에 그것마저도

 

 기대조차 품지 않으셨다...

 

 

 이제는 사모님도.. 회장님도.. 하물며 이사님도 작가님을 해치시지 못하리라... 하임씨도 물론이다..

 

 

 작가님의 마지막,.... 정말 마지막 끈이다.. 작가님 자체가 매달려 버리는 끈이니 이젠... 괜찮을거다....

 

 

 

 많은 오해들과 일이 쌓여서 이까지 왔지만 하임씨는 눈물을 닦아내신다-... 웃으신다.

 

 

 

 "저 사람 얼굴만 쓸어도 예민해서 나 운거 금방 알텐데.. 이거 큰일이네요-... 아주머니도 그렇고

 

 강비서님도 그래요- 간단한건 제가 해 줄게요 그럴수 있어요-.... 둘만 시간 보내게 해 주시면..

 

 제가 설득할게요.. 다리는..솔직히 당장 설득 안되겠지만.. 눈은 고쳐줘야 해요.."

 

 

 그 말에 내가 고갤들어 바라보자 하임씨가 말한다.

 

 

 "저 사람이 어떤글을 쓰시는지... 어떻게 세상을 보고- 글을 써 내시는지.. 아시잖아요- "

 

 

 

 그 말에 나는 가슴이 찌릿함을 느낀다. 그래... 작가님은 다시 일어나실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은 이제 하임씨였다.

 

 

 

 하임씨는 그까지 말을 하고 가서는 작가님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고 부드럽게 이어폰을 빼어내고

 

 뭐라고 작가님의 귀에다 속삭이셨다...

 

 

 내가 잘못 본것이 아니라면.. 요술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어제만 해도 내 눈의 착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겠지만....

 

 

 그 말을 들으시며 작가님은 눈을 살짝히 감고

 

 

 미소지으셨다...

 

 

 

 

 너무나 오랫만에 본... 편안한 미소에 , 나도 그만 살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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