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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다가오는 모든 것
작성일 : 17-07-28 18:0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1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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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말에 그녀가 놀랄까, 화낼까- 나는 그 순간에 많은것을 생각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내가 내 뱉고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그 말에... 생각도 못하게,

 

 

 

 

 

 웃었다...

 

 

 그러다 , 조금 후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사랑해요- "

 

 

 

 목소리의 끝이 달콤하다. 달콤해서 다 녹아내리는 것 같다.

 

 그 대답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보이지가 않으니 뭐라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

 

 

 표정 관리가 안됬다. 아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겠지.. 멍청이 같은 표정을 보너스로 주렁 주렁 단...

 

 

 

 

 

 

 "많이- , 아주 많이- 다신 당신 손 안놓을만큼- .... 그렇게 사랑해요"

 

 

 

 마음이 아팠다.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눈에 물기가 느껴졌다. 나는 내가 울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도 않으니 알수가 없었다...

 

 

 

 

 "............"

 

 

 

 

 

 "그럼 당신은 나 사랑해요? , 질문할 땐 대답할거 생각하고 물었겠죠?"

 

 

 

 내 슬픈 마음을 눈치 챈 건지... 오히려 그녀의 목소리는 짗궃다. 나에게 난처한 질문을 하니 즐겁다는 듯한 투가 날 부끄럽게 한다...

 

 

 ".........."

 

 

 

 

 

 "말해줘요- 당신 얼굴 보니까 알겠지만!"

 

 

 

 

 

 그 말에 나는 얼굴이 더 달아올라서 터질것 같았다.

 

 

 목에 맥이 뛰는게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과

 

 귀에서도 맥이 울리는 듯한 , 뜨거움...

 

 

 쿵쿵쿵쿵... 일정하고 빠른 맥박이 느껴져서 나는 더워지고 있었다.

 

 

 

 

 

 

 

 "당신..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져요? 예전엔 안 그랬잖아요- 내숭쟁이 다 됐네"

 

 

 

 "....."

 

 

 

 

 

 "예전에 당신이 가르친 대로 나는 , 여전히 닭살 스럽고... 그건 당신도 여전할 줄 알았는데.."

 

 

 

 

 

 

 "........"

 

 

 

 "봐 아직도 대답 안 하잖아.."

 

 

 

 .......

 

 

 

 

 

 

 난 어쩔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나도!......"

 

 

 

 

 

 나는 얼결에 나도 라고 뱉고는 .... 입이 딱 닫겼다.... 뭔가 항변하려고 한 말이었는데....... 그녀는 되 물었다...

 

 

 

 

 

 "나도, 그리고 뭐요-.."

 

 

 

 

 "....."

 

 

 

 

 나는 괜히 눈을 감고- 아닌척.. 아래만 내려다 본다.. 보이지도 않으면서.. 얼굴을 들수가 없어서...

 

 얼굴이 화닥거리다니... 무슨 내가 사춘기 소녀도 아닌데,

 

 

 

 

 "뭐 대답 안하면 .. 계속 물어보고요... 나 되게 집요한데.. 당신이 내 트루컬러를 본적이 없어요- 아주- 그러니 내가 노란색이란

 

 

 말이 나온거라니까요? "

 

 

 

 

 

 그녀는 투덜거린다 낮고 조용한 소리로-

 

 

 

 

 

 "하여간- 뭐 이래- 내가 여자면 좀 조신하게 고백좀 받고 그럼 좀 좋아요? 응? 하여간에..

 

 뭐 내가 먼저 말을 하질 않으면 응?"

 

 

 

 

 

 

 .......

 

 

 

 "나도 사랑해"

 

 

 

 

 

 

 "네?"

 

 

 투덜대느라 못 들었는지 그녀가 되 물었다.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못들은 걸수도 있겠지... 내 귀에도 희미하게 듣겼으니까..

 

 

 

 

 

 

 "나도, 한다고...... 그럴 자격이 있어야 말이지만..."

 

 

 

 

 

 

 

 

 뒷 말로 갈수록 목소리는 목에서 꽉 잡혀 줄어든다...

 

 목소리는 통발에서 빠져나가기를 기도하는 물고기처럼 파닥이다가 서서히 죽은듯이 꽉 잡혔다.

 

 

 

 

 

 

 

 " 다시 , 다시 말해줘요-"

 

 

 

 

 그녀가 내 옆의 의자로 돌아와, 옆에 앉는다- 바싹 붙어서....

 

 

 

 

 "뭐라고요?"

 

 

 싱글거리는 목소리가 이미 즐기고 있음을 알수 있다.

 

 

 

 

 

 "못 들었음 됐어"

 

 

 

 

 

 내가 조용하고 소심하게 대답하자 그녀가 옆에서 내 팔짱을 끼고 묻는다..

 

 

 

 

 

 "아... 한번만! 한번만 더.. 응? 한번만 더 해줘요- "

 

 

 

 

 

 "......"

 

 

 

 " 한번만- 딱 한번만, 응?"

 

 

 

 

 

 나는 그만 뾰로통 해져서 중얼거렸다. 왜 꼭 들어야만 아나.. 내가 당신한테 이렇게 풀어진거 보면 모르느냐고,-

 

 

 

 ".... 알고 있잖아, 들은셈 쳐-"

 

 

 내가 흥 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자 그녀는 투덜거린다.

 

 

 

 

 

 

 "쳇 , 진짜 비싸게 굴어..... 진짜 너무하다."

 

 

 

 

 

 

 목소리가 화난거 같다. 그녀는 그러더니 잔을 치우는 거 같다- 달그락 거리고는 그녀는 내 휠체어를 조심스레 민다..

 

 

 

 

 "아직 시간 얼마 안된거 같은데, 아직 안 잘거죠? 뭐 하고 싶은거 있어요...?"

 

 

 "...... 그런거 없어- 그냥 ..."

 

 

 

 

 

 너만 있어주면 돼- 이렇게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내 입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자 그녀가 나보다 먼저

 

 말한다. 나보다 몇배는 용감하게 나보다 훨씬 부드럽게.

 

 

 

 

 "그럼 이렇게 계속 있어요- 아! 내가 이야기 했나? 나 강비서 님한테 넥타이 선물했는데!"

 

 

 

 

 "..."

 

 

 

 

 그녀의 얼굴이 들리는 곳으로 난 고갤 돌린다, 그녀가 외롭게 혼자 떠든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그녀가 개의치 않으니까.. 눈도 뜨고.... 살짝이....

 

 

 

 "되게 짙은 붉은 색! 내가 좋아한다고 한 색깔 있잖아요-? 그런 색에 격자무늬 가늘게 들어간 걸로!

 

 

 그거 명품이에요... 물론 로고야 뒤에 있지만.. "

 

 

 

 

 ".... 뭐하러-"

 

 

 

 

 강비서는 나름대로는 옷이나 이런 감각은 정확한 편이다. 그 녀석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촌스럽기가 말을 못했는데

 

 이제는 내가 뭘 마음에 들어하는지 어떤게 자신에게 잘 맞는지 잘 안다- 그치만 , 그런거 까지 하임에게 신경쓰게 한게

 

 

 난 미안했다.

 

 

 

 

 

 "왜요- 강비서님.. 당신 얼마나 챙겼는지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물론 밀라노까지 가기도 했고!

 

 밀라노에 가니까.. 돈이 줄줄 나가더라고요... 한번 사면 오래 쓸 것 같아서 살게 너무 많았어요!

 

 

 마침 밀라노이기도 했고, 그래서... 겸사 겸사- 늘 비슷한 톤만 하시더라고요.. 좀 다른 색 해도 좋을거 같아서-..."

 

 

 

 

 "..."

 

 

 

 그녀는 여행 이야기를 많이 해 줬다.

 

 

 

 흥미로웠다.. 그녀가 그런 것들을 보고 나서 얼마나 그림 그리는 눈도 넓어 졌을지 생각하니까...

 

 나는 그녀의 그림이 좋았으니까-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좋았다.

 

 

 

 나와는 달리 따뜻하고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그녀는 세상을 보았다.. 같은걸 봐도- 그걸 손으로 그려낼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나는 끔찍하도록 그림을 못 그렸으니까.. 글씨는 원래는 조금 별로였지만, 어머니가 사람까지 붙여서 오랜 시간 교육한 끝에

 

 누가 봐도 예민함이 줄줄 떨어지는 글씨로 교정되었지만... 그림은 방법이 없었다. 배워도 너무나 형편없고...

 

 

 어떤 재료를 써도 형편없었다.. 삼촌은 조금 가르쳐 주시다가 곧 포기 하셨다. 그림은 아니구나...

 

 

 라고- , 타버린 그 집이 생각나 나는 다시금 가슴이 좀 쓰리다..

 

 

 

 

 좋은 기억만 있는.. 내 추억이 가득 들어있는 마지막 장소였는데.........

 

 

 

 

 그곳은 이제.. 다른 장소로 기억나겠지 싶어.. 마음이 아파진다...

 

 

 거기가 타면서.. 아마 하임이 그려준 내 웃는 얼굴도 , .... 소중한 그 그림도 거기서 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하임이 정말 여기에 , 자신의 말대로 있어 준다면.. 상관 없다.

 

 

 그녀는 또 그려줄수 있을 테니까.... 내가 원하고 바라는건... 그림이 아니라 그녀였다.

 

 

 

 그런 그림을.. 그런 눈으로 ...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그려준 그녀...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 이 여자였다...

 

 

 

 

 그녀는 조잘 조잘 즐겁게도 이야기한다.. 나는 생전 그런일이 없다가 나도 모르게 눈을 좀 뜨고 있다.

 

 

 그녀는 전혀 , 개의치 않을까? 정말 내 눈의 상처가 ... 그녀에게는 괜찮을까?

 

 징그럽지 않을까?

 

 

 

 

 그녀는 말을 하다말고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 그 손길에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어 결국에는

 

 알게 된다 그녀는 , 나를 무서워 하지 않는다.. 내 상처에도.. 내 눈에도... 내 다리도....

 

 

 

 내 온몸 가득할 흉터도....

 

 

 

 개의치 않는다는걸..

 

 

 

 " 아- 졸려요?"

 

 

 

 "아니"

 

 

 

 

 "그럼- 음... 나는 잠옷으로 갈아 입고 올게요- 집이 좀 추운데... 이 가디건 당신 옷장에서 내가 꺼내 입었어요-"

 

 

 

 

 "....."

 

 

 

 

 나는 남이 내 옷, 내 물건 건드리는게.. 너무너무 싫었는데 그녀가 입었다니까.. 왜 아무런 소리가 안 나오지?

 

 오히려 좋다. 나한테보다, 아니 원래의 내 것보다 더 값져 졌을것만 같아서-

 

 

 

 나는 물었다.

 

 

 

 "어떤거?"

 

 

 

 "회색- 길고- 카라 깃처럼 짜여진 거 넓게 붙었고 .. 롱가디건이요? 꽈배기 무늬도 있는?"

 

 

 

 "더 따뜻한거- 안에 있어- 검은색... 목 쪽에 두터운거 붙어 있는거.. 그걸로 갈아입어-"

 

 

 

 "아 그래요? 그럼 그걸로 입고 올께요- 잠시만 혼자 있어요- 알았죠?"

 

 

 

 그 이야길 끝으로 하임이의 입술이 내 볼에 닿는다.

 

 

 

  너무나 쉽게 쪽 하고 소리가 나고 하임이 뛰어가는

 

 

 소리가 난다. 도도도- 작은 발로 달아나듯 방으로 가는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고 .. 나는 쑥쓰럽고 화가 나지만

 

 

 

 아니.. 좋아서인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그녀는 가 버린다.....

 

 

 나는 그녀가 온지 딱 하루만에...

 

 

 웃음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녀가 가 버린걸 알자.. 안심하고 그제야 웃음이 나고 만다.. 입술을 꽉 깨문다.. 슬퍼서가 아니라 싫어서가 아니라...

 

 

 아주 오랫만에, 하다못해 크게 소리내서 웃을까봐, 그렇게 웃고 만다.

 

 

 

 

 

 

 -

 

 

 

 

 지견은 초조함에 술잔을 비우고 , 또 비우고 있었다.

 

 술은 짙은 호박색으로 비춰지는 - 위의 조명 탓에... 아릿하게 빛나 보였다.

 

 

 

 혼자다 - 넓은 술집에는 바텐더- 끝자리에 앉은 커플과 , 플로어쪽에 앉은 자신이 다다..

 

 

 

 

 내가 원한것들은 별것 아니었는데

 

 아니.. 그것이 내 손 앞에 있었는데. 바로라고 믿을만큼 손에 있었는데....

 

 모든건 물거품이 되었다. 거품은 염산으로 변하기라도 한듯

 

 자신의 손까지도 녹여 버렸다. 잔혹한 상처로...

 

 

 

 희영의 자살,

 

 

 

 

 그건 자신도 예상 못한 수였다. 물론 희영이 좀 귀찮아 지던 참이긴 했다. 그러나 지견도

 

 

 

 희영의 눈을 보았다..

 

 

 

 

 

 

 그 여자는, 가진게 워낙에 없어 열망 뿐이라 믿었던 그 여자가... 눈에... 사랑이 그득했다. 그건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보였다...

 

 

 

 순간적으로 그 여자가 말하기 전까진 이해도 못했다. 믿을수도 없고... 그 이야길 듣고나니 확 안심이 되던 찰나였다..

 

 

 

 

 그 여자를 단념하게 만드는 것 따위- 내게는 그 어떤것보다 간단했다. 그 여잔 그래도 똑똑한 여자였고....

 

 

 

 내가 위협이 되는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 지 정도는 그 여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걱정 안 했다...

 

 

 

 

 아예 놓아 버릴, 그런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자살할 거라곤 생각치를 않았다. 진심으로..... 그럴꺼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여자는 담이 컸다.

 

 

  처음 눈을 마주쳤을때... 그 여자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고압적인 내 눈을 보고

 

 그 여자는 웃었다. 활짝- ... 그리고 그 눈엔 욕망과 욕심이 묻어 있었다. 내가 닿고자 하면 언제나 거침없이 닿았고- 내가

 

 원하고자 할때 , 필요에 의해 움직여 주었다. 그러니 유용하다면 유용했다..

 

 

 

 담이 커도... 주제가 넘쳤다.. 어떻게 생각을 해도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그 자식을 창밖으로 밀었다고 했다. 살려줄려고 한 짓이겠지... 내가 뭘 생각한지 알면서...

 

 

 

 

 그 여자가 사랑을 품자-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지나치게 다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수는 마지막 , 그 방법까지도 내 예상과 수를 벗어났다....

 

 

 

 

 어쨌든 그 자식은 살았다... 나는 뒷 내용들이 두려워졌다...

 

 

 

 

 

 그 여자의 심중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설마 의도한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자식은 , 그대로 눈이 멀어버렸다...

 

 

 회생 불가- 그야말로 끝장이었다..

 

 

 

 

 지견은 스스로 생각하면서 술을 원샷하고 또 기다란 샷 잔에 술을 따랐다.

 

 하지만 내가 원한 결과따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여자가 유서에 멍청하게 자백해 놓은 것들 ...

 

 

 게다가 그 녀석에게서 단 한뼘도 떨어지지 않는 멍청한 강비서의 알아차림 덕분에 나는 몇번이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벌써 죽은 여자라도.. 화가 죽어라 날줄 알았는데... 나는 좀 이래도 저래도 , 상관 없어졌다. 김희영은 유서에다 자백하기를

 

 자신이 계획하에 꾸몄다고 적었다. 그런데 참 멍청했던게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김희영은 개인적으로는

 

 개뿔도 그 애를 몰랐다. 경찰은 그러니까 '왜' 라는 의문을 아주 자연스럽게 품었다.

 

 

 

 

 그건 예상했지만... 아버지 .... 어머니..

 

 나.... 그리고 장하민 그 기집애의 가족은 이미 골이란게 퍼져 있었으니..... 완전히 깊어지고 말았다.....

 

 

 "젠장"

 

 

 입에서는 숨쉬듯 욕이 나온다-

 

 

 

 그 뒤 , 그 자식은 아예 무생물처럼 대답도 없어졌다... 인간의 목숨이란건 얼마나 질긴지... 눈도 잃어 눈 앞은 뜨나 감으나 암흑일

 

 것이었다.

 

 

 

  폭팔때문에 죽지 않은게 용할 정도였다.... 내가 이제 원하는건 아버지의 자리가 아니었다..

 

 

 

 

 내가 사랑받는 것이었다.... 사랑따위 뭔지도 모르니 무슨 사랑이냐 묻는다면 인정받는 거였다.

 

 

 

 

 내가 낸 성과를 다들 알아주는 거였다.

 

 

 

 내가 그렇게 지독한 인간만은 아니라는 걸 누군가는 알아주고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소문은 빨랐고- 사람들은 김희영이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분명히- 아주 분명하게 내가 시킨 일일거라 생각하였고.. 동생에게 그렇게 까지 굴다니 인간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들로 나를 냉담하게 대했다...

 

 

 

  아버지는 , 애초에 내게 아버지의 자리에 앉으려면 인격적인, 인품을 요구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다 그놈에게 매여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계시기에.... 당장은 인계 문제부터가 멎었지만..

 

 그것 말고 다시 시작만 되도 난 아웃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는 것만 드러나도.. 나는 끝장이었다.

 

 

 

 아버지는 물으셨다.

 

 

 몇번이나 내게....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녀석 일이면 언제나 눈물을 쏟으셨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안 그러려고 애 쓰셨다. 언제나... 내게 물으실때 아버지는 , 흐느낌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그 눈물은 나까지 송두리째 흔들어버리기에 아주 충분했다..

 

 

 

 

 "내 아들 자리를 걸고 , 묻겠다. 지금 순간에 거짓말 하면 , 넌 앞으로 내 아들도 아니야...

 

 나는 아무런 것도 막아주지 않을거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솔직하게 대답해라..... 지혁이한테 김희영이 간 일.... 장하민이 죽은 일..... 니 경찰 진술대로 ...

 

 하나도... 니 책임은 없느냐?"

 

 

 

 

 아버지의 물음은 무섭고 무거웠다. 아버지도 알고 계셨을 것이다... 김희영은 무섭게도 내 말을 녹취라도 했던 건지

 

 집 안에 녹취하는 흔적같은 와이어 선을 고정했던 자국들이 벽에 남았다. 안쪽, 책 들 안쪽으로 감추었으니 난 몰랐다.

 

 

 

 아니 그 여자가 나를 그 정도로 잔인하다 믿었단 것에 놀랐다. 그 자국의 자료를 찾고자 경찰들은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자료의 주인공이 나일지도 모른다고 경찰측은 입지를 굳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하드는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마치 처음 산 컴퓨터처럼.... 되짚어 분해후 경찰측은 자료를 모았지만 , 물증이랄게 없었다.... 외장하드에 담겨 있다고

 

 해도 집안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찾을수가 없었다.

 

 

 

 

 그러니 아버지는 내게 묻기로 하신것이다. 혹시라도 구속 영장이 나오면, 그때는 아버지의 도움 말곤 내게

 

 소생의 기회따윈 없었다.... 나는 김희영의 마지막 눈을 믿기로 했다... 나를 원하던, 그 애절한 눈에 나는 마지막을 걸었다.

 

 

 

 

 차라리... 그 여자가 살아 있을때.. 내가 널 떼어내더라도 때론 위협하더라도..

 

 죽일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해 줄것을.... 나는 아버지의 물음에 이를 꽉 악물고 대답했다....

 

 

 

 

 "제 책임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몹시도 싸늘했다......

 

 

 

 

 

 "김희영은 니 수족같은 사람이었던거... 나도 알고, 이사진도 안다... 그리고- 김희영이 대체 왜 장하민양을 죽인단 말이냐?"

 

 

 

 나는 변명하였다. 누가 들어도 변명같은 대답을 했다.

 

 

 

 

 "..... 그 여잔 저를 좋아했고... 제 원망의 상대를 알았으니.. 혼자 그리 생각했을수도 있겠지요.."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으셨다. 그러더니 다시 질문하셨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오로지 너를 위해... 자신의 생각으로 그리했단말이냐?"

 

 

 

 

 

 "......."

 

 

 

 

 "대답해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내 머뭇대는 대답에 아버지는 , 딱 한마디를 던지셨다.

 

 

 

 

 

 "그 대답을.... 후회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니가 이 순간에 만약 , 그 말이 거짓말이라면....

 

 

 

 ..... 너는 인품이 아니라.. 인간이기도 포길 한 것이니까..... "

 

 

 

 

 

 아버지의 말씀은 그 말이 끝이셨다. 의자를 빙글 돌리시고는.... 아버지는 아무런 이야기도 더는 안 하셨다.

 

 양심이라고 해야하나.. 그것이 마음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따끔거렸고..

 

 

 

 나는 할수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김희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 여자를 좀 더..... 그래 그 여자는 내게 사랑한다고 울며 애원했다,

 

 나는 그걸 받아주면 나도 사랑의 노예가 되고.. 명석함을 잃고 중요한 걸 잃고 약해질까 두려웠다.

 

 아니 그 전에.. 내가 그 여잘 진심으로 사랑한건지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그리 멸시한 , 동생의 멍청함처럼... 사랑때문에 모든걸 버리고 저버리는 멍청이가 될까봐 나는 사랑을 극히

 

 경계하고 미워하고 싫어하였다.... 그래서 두려웠다. 김희영의 진심을 진작에 알았다면 나는 더 매몰차게 거절했을 것이다.

 

 그녀의 휴가가 길어질때.. 나는 그녀가 내가 원하는 얼굴로 돌아올거라 , 그리 생각했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거라... 생각치 않았다.

 

 

 

 

 

 그 새끼는 그 와중에 , 눈까지 멀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김희영의 장례도 치뤘다. 써늘한 빈소에 ... 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싶을떄 찾아가

 

 

 언제 찍은 건지도 모르는 그녀의 웃는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녀는 그녀 말대로 천애 고아였고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그녀의 빈소에.. 나는 잠시 서 있었다. 절도 하지 않았다. 아주 잠시..

 

 

 서 있었다.

 

 

 

 그녀의 웃는 사진은... 내가 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간교하게 웃는다 그리 생각하였는데..

 

 

 그게 희영의 웃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나는 왠지 울분이 치 솟았다.

 

 

 

 이 여자도 내 옆에선 , 모든걸 짜내서 독해 보이게 웃었구나 싶었다. 우리가 한건 뭐 였을까.. 연애? 아니었다.

 

 

 사랑? 적어도 난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것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은..... 나는 그녀를 안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을 맞댔다.

 

 

 

 

 여자의 입술은 차가웠고- 붉었고- 내 입술에 옮겨 묻은 붉은색은 피처럼 추악하다 그리 생각했다.

 

 

 

 그 여자는..... 내게서 대체 무엇을 보았을까. 우리의 시간을 뭐라고 생각하고 주워 들어서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게 했을까... 나를 알면서 -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잘 알면서...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그런 대답을 할수 밖에 없다는 걸 , 알면서.... 그 여자의 잔인함은 이런 거였다..

 

 결국 난 이럴때.... 쓰레기일수 밖에 없는데... 내가 그런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걸..... 알면서-

 

 

 

 왜 내게, 똑똑한 여자라면서 그 말을 결국엔 하고 말았냐는 거였다.

 

 

 

 

 희영이 독한건 알고 있었다. 악바리같은 여자인건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잠시 정신 있을때 그 새끼가 진술한 내용속의 그녀는... 물론 대화까지는 , 경찰이 아무리 위협해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그 여자는........ 휘발유를 몸에 부어서.. 그야말로 분신을 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를 하려고 애를 쓰고 또 써도.....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짓이었다... 그 여자는 마지막을 마치 파티라도 하듯 , 화려한 옷차림으로 .. 완벽하게 꾸미고..

 

 

 그리 갔다... 그 여자의 집도... 그토록 좋아하는 것 같아 상처럼 안겼던 가방도... 내가 알아채주면 기뻐하기에

 

 

 

 별거 아닌듯 칭찬했던 구두도....... 다 두고 그리 죽었다. 유서 한장 달랑 써 놓고- 오로지 자신이 다 꾸몄다는 이야기만 써 놓고서..

 

 

 

 

 

 술이 속을 태우며 들어간다..

 

 

 

 

 

 아주 희미하게 생각한다... 받아 줬어야 할까.... 그토록 나를 원하는 사람이.. 세상에 다시 있을까?

 

 부모도 원하지 않는 나를, 그 누구도 애원하지 않는 ....

 

 

 

 내 자리, 내 돈, 내 어떤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원하는 눈을..... 내가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전화기에는 의혹을 알아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정신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대리석 바닥에 집어 던지고

 

 밟았다. 전화기는 박살이 나 바닥에 흩어졌고- 바텐더는 당황한듯 했지만 곧 눈을 돌렸다.

 

 

 

 술을한잔 더 따랐다. 마시고 마시고 마셨건만...

 

 

 

 그 눈이 마음에서 도무지 지워지질 않았다. 영정 사진속의 처음 보는 여자같이 낯설던 그 얼굴의 미소와

 

 말간 눈, 그 눈이 지워지질 않아... 술을 한잔 더 비웠다. 하지만

 

 

 

 

 눈은.....지워지질 않았다.

 

 

 

 

 

 

 -

 

 

 

 

 하임은 단 한순간도 나를 혼자 두지 않았다. 여기 화장실이야 나도 다 아는 구조였건만... 그녀는

 

 양치질까지 시켜 주겠다며 부득부득 나를 따라 들어와가지고는.. 이를 닦여 주었다......

 

 

 

 내가 정말.. 유치원생때도 안한 일을

 

 이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해 주었다. 아- 하라면서.... 내가 기가 막혀 했더니.. 그 여자는 내가 깨끗하게 닦아 주겠다는데

 

 

 하면서 딱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더니 말간 목소리로 물었다.

 

 

 "면도는 어떻게 했어요?"

 

 

 

 

 "....."

 

 

 

 

 "수염 잘 안나요?"

 

 

 

 "나거든!"

 

 

 

 나는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원체 그런 이야길 많이 들으니 반갑지가 않았을 뿐-

 

 

 

 "그럼 어떻게 했어요?"

 

 

 "내가.. 살짝 더듬으면서 했어.... 물론 그러다 보니 꼼꼼히는 안 됬겠지만.... "

 

 

 

 

 내 머뭇거리는 대답에 그녀는 잠시만요 하더니... 이상한 헤어밴드 같은걸 내 머리에 씌웠다. 그 촉감에 나는 놀랐지만..

 

 

  이 여자는 하나도 조심하지 않는다.

 

 강비서는 내가 불현듯 손대면 놀랄까봐 몇번이나 나를 부르고 잡을께요 한 뒤에 잡고 그랬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난데없이 씌운다..

 

 

 

 

 

 "뭐..뭐야"

 

 

 

 

 "아 진짜 예뻐- 우리 딸 낳으면 당신 닮아야 되는데... "

 

 

 

 

 실없는 소릴 흘린다. 나는 이마가 다 드러나니까 신경이 쓰인다. 그쪽에 상처가 난 지라서.. 내가 막 더듬자 그녀는 엄한 목소리로

 

 

 나를 저지한다.

 

 

 

 

 "아- 좀 가만히 있어 봐요! 잠시만요-"

 

 

 

 하임은 폼 클렌징 같은걸 바르는 듯 하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자- 가만히 있어 봐요- "

 

 

 

 폼 클렌징에서는 향긋한 과일향이 난다.. 눈에 들어갈까봐서 걱정스러운데 눈을 피해 그녀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동글동글 클렌징 하더니

 

 앞에 물을 틀고는 살짝 살짝 행군다. 그러면서 아- 하더니 목에 수건을 감았다.. 어설픈 이 세수는 아주머니나 강비서가 봤으면

 

 

 기절할 만큼 허술한데.. 나는 딱히 싫지 않다-

 

 그럴수 있다. 이따위 생각이 드는 걸 보니..

 

 

 

 

 " 자 - 흥-"

 

 

  흥같은 소리하네.. 나는 고갤 거칠게 빼고서 "그런건 내가 할게- " 했더니 하임이 곧 중얼거리며 투덜댄다.

 

 

 "하여간 귀염성 없는건 여전하네-"

 

 

 

 

 

 보송거리는 수건이 얼굴을 스치고서 나는 눈을 살짝 떴다. 꼼꼼한 하임의 손길 덕인지 얼굴이 뽀송거렸다.

 

 나는 휠체어를 조심스레 밀어서 방으로 갔다. 그랬더니 도도 거리는 그녀의 발 소리가 들린다-

 

 

 

 "어디가요?"

 

 

 

 "아... 옷이 젖어서-... 내가 갈아 입을게 이런건 안 도와줘도 돼"

 

 

 

 그 말에 하임이 잠시 멈추었다가 히죽 웃는 소리가 들린다.

 

 이 여자가 얼마나 떠뜰썩하면... 히죽 거리는 소리도 들리는것 같다..

 

 

 

 

 

 "급하니까 말 빨라지는것 봐... 옷만 꺼내주고 갈게요- 어차피 이까지는 강비서님이 해 주셨을 거니까.."

 

 

 

 그녀는 옷을 고르는 듯 하다- 뒤적이더니 두개를 주고는 내가 잡아들자 그녀는 그럼 나갈게요- 하고는 문을 살짝 밀어 닫았다.

 

 의심이 많은 나는 그녀가 거기 있나 없나 확인 을 한 뒤에 옷을 갈아 입었다.

 

 

 

 

 "똑똑"

 

 

 

 그녀는 노크를 그때와 똑같은 템포로 한다. 나는 대답대신 살짝 더듬어 문을 열었다. 그녀는 씩 웃는다.

 

 

 

 "에이.. 다 해주고 싶은데 , 혼자 너무 잘 하네요-"

 

 

 

 그녀는 다가와서 내 옷매무세를 다듬어 주더니 지금 몇시게요 하고 내게 묻는다. 그녀와 꽤 오래 대화를 했으니

 

 시간이 제법 흘렀을 것이다.

 

 

 

 

 "지금 12시 반이에요- 이제 슬슬 잘까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대로 가서 누웠다. 이 상황에서 무슨말을 해도 이상할것 같아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는 내가 왜 말을 못한지도 안것처럼 웃었다. 그러더니 내 얼굴에 뭔갈 발랐다.

 

 

 

 

 "봐, 괜히 얼굴만 고생시킨다니까요? 로션도 안바르고- "

 

 

 

 그녀의 향이 내 얼굴에 발리었다. 그녀는 옆에 앉은 듯 하다.

 

 

 

 

 "긴장되요? 아까는 내가 코를 박고 잤는데도 몰랐으면서?"

 

 

 

 "...."

 

 

 

 나는 눈을 감고 잠든척 한다.

 

 

 

 

 

 "당신 잠들때 까진 나도 안 잘게요-... 편안하게 숨 쉬어요- 알았죠? "

 

 

 

 

 

 그녀는 노래하듯 조용하게 내게 속삭인다.

 

 

 그녀는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녀와 있으면, 그녀를 힘들게 하기 싫어서라도 내가 재활을 결심할 거라고

 

 생각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보고싶다. 그녀가 여기 있어서 좋고... 예전 그 해맑은 얼굴.. 보고싶다...

 

 

 그녀는 내가 잠들때까지 잠들지 않겠다고 하고서 나와 마주 누웠다... 나는 습관처럼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그녀가 바람처럼 가벼웁게 물었다.

 

 

 정적속에 아주 조그맣고 - 아주 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그리웠어요-?"

 

 

 그녀의 물음에는 진솔함이 느껴지는 게 있다. 나는 , 대답한다. 아마 지금은 그녀도 암흑 속에 있으리라...

 

 나는 눈을 떴다.... 그녀가 내 눈을 봐도 아무렇지 않다는걸 , 이제는 내심 알았고- 그녀가 내 눈에서 진정성을 느꼈으면 해서...

 

 

 

 

 

 "그리웠어..."

 

 

 

 솔직하게 대답하자.. 그녀의 말이 조용히 대답에 따라붙는다..

 

 

 

 

 

 " 내내 후회했어요, 당신이 ... 내가 힘든걸 알았구나 싶어져서"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한건 나였으니까.... 당신이 힘든건 당연했어-"

 

 

 

 그녀는 살짝 웃었다. 웃음소리가 끝이 슬펐다.

 

 

 

 "내가, 적다면 적지 않은 연애를 했는데.... 거기서 가장 많이 느낀게 뭔지 알아요?

 

 나는 연애라면서.. 남을 통해 나를 채우려고만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한테

 

 

 내 버릇을 남기거나.. 나를 남기는게 아니라....

 

 

 

 

 이상하게도... 그 사람을 내가 가지고 왔을 뿐이었어요..... 당신을 만나고서야 그런게 연애가 아님을

 

 알았어요....

 

 

 

 그러고 나니까... 그렇게 겁내던 진부함이라던가... 모두가 이렇게 고루하게 결혼으로 가는구나

 

 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과 오래 , 행복하고 싶으니 결혼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멀리서 당신이 , 나는 아주 많이 그리웠어요....

 

 

 

 잊겠다고 떠난다면서... 말만 그렇게 하고 난 단 하나도 잊지 않았어요... 하루에 몇번은 당신을 생각했죠..

 

 당신이 많이 아프지 않길 빌었어요-"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내 손의 끝을 살짝 만지운다.. 그곳엔 아직도 흉터가 남았으리라... 나는 미련한 인간이었다.

 

 

 더 없이 미련한 놈이었다.... 유치원생도 안할 만큼 유치한 짓들을 많이 했다. 나를 상처내면 낼 수록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다친다는걸.. 내가 몰랐으면 모를까 자신 스스로도 잘 알면서....

 

 

 

 그녀가 내 손끝을 보면서 아파하는걸 나도 알게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낮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 그런데 기도는 소용 없었나 봐요... 나는 늘 길에서 스케치를 했어요.. 하면서 흐린날도 , 맑은 날도..

 

 당신을 떠올렸어요, 하루의 일과처럼- ...

 

 

  내 스케치북 가장 마지막장에 당신을 그렸죠- 이때의 얼굴이 이랬지..

 

 당신의 표정이 어땠지.. 하고 , 그렇게 그 스케치북은 앞장부터 채워진게 아니라- 뒷장부터 중간까지.... 앞장부터 이어진

 

 다른 스케치들을.... 이기고서

 

 앞질러 버렸죠....

 

 

 

 그렇게 하니까... 당신을 하나도 잊질 못했어요...... 잊을 생각도 안했죠..

 

 

 지울 생각도 없었어요... 오히려 견고해졌죠.. 당신에게, 나를 주고 싶어졌어요... 당신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나의 전처럼 나를 채울게 아니라...."

 

 

 

 그녀의 손이 내 볼에 내려 앉는다. 작은 손이 나를 감싸온다... 볼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나는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눈이 뜨거웠다.

 

 

 

 "내가 당신을 채워주고 싶었어요...... 알아요-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잠시 떨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서로 괴로웠을 거에요.. 내가 나쁜거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다시 만났을거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미안해요, 하지만.. 결국엔 그랬을 거에요.. 시간이 지나도.. 나 감히 돌아오겠다. 그리 생각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하임의 말이 , 무슨 말인지 나도 알수 있었다. 하민이의 자리는 , 내 안에서 크고도 깊었다. 그녀는 내게 사랑을 알려 준 사람이었다.

 

 감정을 들어 올리는 손에는 , 어떤게 필요한지... 손톱을 세우지 않게 도와준 사람이었다.

 

 

 사랑을 전에는 몰랐다.

 

 

 그녀를 만나면서 나는 , 사랑을 배웠다. 이런게 사랑이구나 했다.

 

 

 하지만 하민이를 만나면서- 나는 '내 사람들' 에게만 잘 해야지, 그랬다. 내 사람이 아니면 다쳐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사이드와 아웃의 차이가 극명했다. 매번 하민이가 지적했지만 그것은 고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닌 사람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 내 사람들에게는 내 에너지를 모두 쏟았다.

 

 

 

 하임과 만나면서 달라진건...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하게 말 한마디 해준다고 해서.. 나빠질게 없다는 거였다.

 

 사람들은 모두가 추운 인생살이에 마음이 얼어붙을때 감정이라는 모포를 꺼내 얼게 된 감정에 덮어 다시 녹기를 기다린다..

 

 

 그것이 아무리 얇다고 해도... 다정한 말 한마디.. 좀 사려 깊은 말 한마디를... 누구에게나 해 주면.. 말한 나는 그 사실을 잊더라도

 

 받은 상대방은 잊지 않고- 내내 마음 따뜻할 한 조각 기억으로 남을수 있다는 거였다... 예전엔 왜 그리 생각치 못했을까.

 

 

 

 

 왜 그리도 염세적이고 차가와서.. 남들에게 괜히 상처를 내길 좋아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바로 대답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하임의 말에 고갤 끄덕였다. 하민이라면 이리 된걸 , 맞다고 생각했겠지..

 

 내가 늘 말하듯.. 내 마음 편하고자 거짓말 하지 않겠다 . 했지만- 거짓말이 아니라...

 

 

 

 하민이였다면

 

 

 내가 아는 , 그녀였다면...

 

 

 

 

 

 " 당신 , 나 가고 나서 .. 내가 그린 당신 봤죠? "

 

 

 

 그녀가 묻는다.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봤지, 아주 오랜시간 후에-"

 

 

 "...어땠어요?"

 

 

 

 

 나는 이제 내 입을 쉬이 떠나는 말에 놀란다- 하지만 말은 언제 굳었었냐는 듯한 태도로 - 입을 떠난다...

 

 

 

 

 "예뻤어.. 내 나쁜모습 못된모습 없이.. 내 상냥하고 좋은 모습만 , 따뜻하고 좋아 보이는 모습만 모아 그린 것 처럼...

 

 화사했어... 좀 창피하기도 했지 , 내가 당신을 볼때 ... 당신이 그 그림을 그렸을 텐데...."

 

 

 

 

 "...."

 

 

 

 

 "눈에 사랑이 보였거든.. 당신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보였어.. 그래서 좀 창피하고... 그러면서도 나는 ...

 

 그때의 나는.. 당신을 ... 당신의 행복을 생각하면 보내줘야 하나 그랬으니...

 

 

 

 모순이다 싶어졌지... 아마.. 그렇게 생각만 하고, 놓진 못했을지도 모르겠어.. 그 일이 없었으면....

 

 그럼 아마 당신은 내내 갈증처럼 목이 말랐을 거야... 늘 뭔가 부족했을 테고.. 나는 애써도 결국 당신도 나도 지쳤을 거야..

 

 그래서.... 무슨 말인지 알아- , 당신이 나빠서가 아니야....

 

 

 누구나 아무리 사랑받아도.. 사랑은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지는 법이잖아-"

 

 

 

 

 하임은 내 마음의 어디까지를 짐작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부드럽게 살짝 웃는 소릴 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한쪽은 울혈이라고 했죠? 어느정도 보여요? 전혀 안보이나요?"

 

 

 

 그녀가 그런걸 묻자 나는 입매가 딱딱해진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그렇게 못되게 거부하지 말아요- 그냥 묻는거니까-"

 

 

 그녀가 말한다. 살짝 웃는 소리가 섞이고 나는 그냥 나이브하게 말하기로 한다. 의사한테는 고집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서..

 

 

 이 여자 앞에선 왜 이렇게 말이 쉽게 나서는지..

 

 

 

 

 "둘다 완전히, 안보여... 한쪽에는 염증이 심해지는 걸 막아야.. 해서.. 안약을.."

 

 

 "아- 이거군요"

 

 하임이 나이트 스탠드에 놓여 있을 것을 든다..

 

 

 나는 조용히 읊는다..

 

 

 

 "하늘색 2방울- 주황색 1방울... 울혈있는 쪽에는 노란색 뚜껑 한방울이야.."

 

 

 그 대답에 하임이 어리둥절한듯 묻는다..

 

 

 

 "매번 당신이 넣었어요? 안 보이는데?..."

 

 

 

 ".... 넣는 순서대로 놓아뒀는데.. 당신이 방금 들어 올렸잖아.."

 

 

 

 내가 투덜거리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단 듯이 웃는다.

 

 

 

 

 "됐어요 이제 내가 넣어줄건데 뭐, 어떻게 놓여 있던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내가 잊었어도 당신은 기억했어야

 

 되는거 아니에요? "

 

 

 

 

 하임이 엄하게 내게 말한다..

 

 

 "안 까먹었어, 그럴려고 했다고"

 

 

 

 "하여간- 한마디를 안 져요-"

 

 

 

 그러더니 하임이 내 눈쪽에 손을 가져다 댄다. 나는 몸이 다시 뻣뻣해진다.

 

 

 

 "....... 왜요?"

 

 

 "내가 할께 - 그냥 줘..."

 

 

 

 

 그 말에 하임이 말한다. 예전 그녀가 골을 낼때 비꼬아 이야기 할때의 목소리처럼....

 

 

 

 

 "아이고- 아무거나 막 넣으시게요? 내가 할게요.. 이젠 괜찮다는 걸 알아챌때도 되지 않았나요?"

 

 

 나의 거부와는 상관 없이 그녀는 순서대로 안약을 넣는다... 쓰리는 거 같다. 그럴리 없다는거 아는데도..

 

 아리는거 같다... 눈의 근육들도 릴리즈 되는 거 같아 느낌이 , 늘 이상하다...

 

 

 

 

 ".... 병원 가요 우리... 다리는 당신이 싫으면 나 강요 안할래요... 하지만 눈은.....

 

 다르죠..

 

 난 당신 눈을 참 좋아했거든요- 지금도 상관 없이 좋지만... 당신이 신경쓰여하는게 마음 아파요-

 

 내 눈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병원가자, 수술하자 그 말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강비서도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뒤의 말은 장하임만 했다.

 

 나는 고갤 아주 약하게 끄덕였다. 그녀는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몇번이나 내게 이르짚었다.

 

 

 그 말에 나는 안심하고 만다.....

 

 

 

 그녀는 재촉하지 않는다.

 

 

 마치- 내 마음의 시계가 남들보다 얼마만큼 느린지- 시간, 분, 초 까지도 다 아는 것 처럼-

 

 

 느긋하다.

 

 

 

 상대가 느긋하니 나는 마음이 안정된다.... 내가 살짝 눈을 감고 잠을 청하자 그녀는 거리낌도 없이 내게 안긴다...

 

 이불을 끌어 올리고 그녀는 곧 잠이 든다. 내 앞섬을 제 숨으로 그대로 적시면서.....

 

 

 

 하루만에 그녀는 , 예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내게 스며들어버린다....... 딱 하루인데

 

 이미 상상도 할수 없다. 다시 그녀를 보내는 것은... 이젠 감히 떠올리기에도 가슴이 아프다..

 

 

 나는 그녀의 귀 밑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머리칼- 내 가슴 쪽에서 드나드는 그녀의 숨-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다 잃자 신은 아. 그랬지 - 처럼....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를 살짝 감싸 안는다... 그녀가 잠꼬대로 쩝쩝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또 나도 모르게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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