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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일곱 번째 기사
작가 : 프로즌
작품등록일 : 201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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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시작된 연극(5)
작성일 : 16-04-24 20:33     조회 : 512     추천 : 0     분량 : 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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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의 지하에 감금된 지운은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누르스름한 석벽으로 이루어진 세 평 정도의 공간은 습하고 더러웠다.

 한쪽 구석에는 오물이 쌓여져 있는데다 습기 때문에 생긴 곰팡이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 숲에서 헤맬 때도 최대한 위생을 유지하려 애썼던 지운에게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선사했다.

 더군다나 지금 지운은…….

 “……춥군.”

 발가벗고 있었다.

 달랑 팬티 하나만을 남기고 발가벗겨진 채 지운은 감옥으로 내팽겨 쳐졌다.

 그래도 인심은 쓰려는지 모포 비슷한 누더기 하나를 던져주긴 했지만 벼룩과 이가 득실대는 그것은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했다.

 그나마 가장 깨끗해 보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지운은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소지품과 의복을 몽땅 털어간 후 가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오늘 바로 죽이지 않을 것은 확실했다.

 게다가 어눌하게나마 지운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됐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영어공부를 확실히 해두는 건데…….’

 지운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후회했다.

 하지만 사실 지운의 영어 실력은 평범한 한국사람 치고는 꽤나 준수한 편이었다.

 여행을 제외하고 외국에 나갈 일도 없는 평범한 글쟁이가 유창할 정도로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운이 보통 사람 보다 영어에 좀 더 자신감 있게 다가가 지금 같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데는 몇 번의 외국여행과 살고 있는 동네 홍대 앞에서 친해진 외국인 친구들의 덕이 컸다.

 아까는 너무나 긴장하여 제대로 말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좀 더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자기 변론 정도는 충분히 할 자신이 있었다.

 꼬르륵!

 이런 상황에서도 몸이 보내는 아우성은 끊이지 않았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춥고 배고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득 결혼해서 호주로 이민을 간 두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홀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아마 어머니의 걱정이 대단할 것이다.

 “어머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1년에 한두 번 보는 가족이었지만, 자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충격이 클까?

 하지만 지운은 성인이다.

 춥고 배가 고픈데다 신세까지 처량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밥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거나 가족생각에 눈물 흘리며 살려 달라 애원하는 생각 없는 무뇌아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외국으로 떠난 후, 근 10여 년을 홀로 자립하며 살아왔다.

 “해낼 수 있어. 한지운, 넌 해낼 수 있다.”

 이 정도 고난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난리를 피운다고 현 상황에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잘못하면 오히려 지금 당장 죽여 버릴지도 모르는 일. 이런 때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먹히지도 않을 배짱을 부려 고난을 자초하기 보다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유추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생각해두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소지품을 몽땅 수거해 갔으니까……. 분명히 그 귀족이나 기사 중 한 명이 나를 찾아 올 거야. 아니면 불려가던지.’

 어딜 보나 중세인 이곳에서 지운의 소지품은 절대로 볼 수 없는 물건일 것이다.

 수상한 곳에서 배회한데다 자신들로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을 소지한 이방인.

 그렇다면 일단 정체가 의심스러워 가둬 놓는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운의 소지품을 살펴볼 것이다.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물건에 흥미를 느낄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것이 궁금해서라도 분명히 다시 찾을 것이다.

 지구의 중세유럽이었다면 호기심이고 나발이고 악마의 물건이라며 당장 화형식을 열었을 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곱게 팬티라도 입혀 논 채로 가둬놓지 않았는가?

 ‘게다가…….’

 “너는 너의 말을 증명해야한다.”

 현재 이 성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고 짐작되는, 귀족처럼 보이는 자의 말은 그가 꽤 이성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자,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대로 말해볼까?’

 사실대로 말한다.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숲이더라. 내 생각에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신이 그 귀족이라고 해도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대답을 할 것 같았다.

 설사 그 말을 믿는다고 쳐도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게 뭐 어쨌단 말인가?

 21세기였다면 연구대상이 되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특별한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믿어준다고 해도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겠지.’

 그렇다. 자신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었다.

 끽해야 지운이 소지한 물건들의 사용법을 알아내려는 정도?

 뭐 운이 좋아 그런 용도로 쓰려고 살려놓는다고 쳐도 그 이후엔?

 ‘쓸모없는 밥벌레……인가.’

 생각만 해도 암울했다.

 특별히 잘하는 운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기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말 그대로, 지운은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있긴 했다. 낙타만큼은 아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조금 특이한 체질과 제주도 조랑말만큼은 아니지만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은 두 다리.

 ‘…….’

 생각할수록 우울해졌지만 그래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개똥도 약으로 쓴다고 했는데 신체 건강한 자신이 개똥보다 쓸모가 없을 리는 없다고 자위하면서…….

 

 ******

 

 “일어나라!”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지운은 눈을 떴다. 밤새 살아날 구멍을 생각하다 새벽녘에 잠이 든 모양이다.

 지운은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깨운 자를 바라보았다. 어제 자신을 잡아 온 에인세라는 기사가 병사 둘과 함께 있었다.

 툭!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바닥에 던졌다. 어제 벗겨간 전투복과 전투화였다.

 “어서 입고 따라와라. My lord, Baron 프레드릭이 너를 찾는다.”

 ‘My lord? Baron?’

 지운은 판타지 소설가다. 오등작(주 :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으로 이루어진 귀족의 작위체계) 중 가장 하위에 있는 남작의 영어명칭을 모른대서야 판타지 소설가란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울 것이다.

 중세유럽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성에서, ‘Sir’라는 호칭을 받는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My lord‘로 칭하는 ‘Baron(주 : 남작)’이라?

 이것으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이곳은 오등작제를 따르는 중세유럽과 문화, 사회적으로 거의 유사한 세계다.

 ‘그렇다면?’

 이 암울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밤 세워 생각했던 몇 가지 계획 중 한 가지가 어쩌면 먹혀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지운은 천천히 전투복을 입었다.

 

 다시 끌려간 내성 한복판에는 수십 명의 병사들과 함께 어제 봤던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영지재판을 시작한다! 너 외국인! 너는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가?”

 어제보다 한층 더 위엄어린 남작의 말에 지운은 저도 모르게 입술이 바싹 말라감을 느꼈다.

 입술을 살짝 적신 지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남작님.”

 지운의 대답에 프레드릭 남작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호오? 남작(Baron)이란 게 무엇을 뜻 하는지 알고 있는가?”

 “네, 이곳의 ‘남작’과 비슷한 삯일이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남작님.”

 “삯일(Job)?”

 지운의 어색한 표현에 남작이 슬쩍 웃었다. 물론 그 웃음조차도 지운에게는 식은땀이 흐르는 일이었다.

 “아, 내가 틀렸습니다. 틀렸어요. 그것과 비슷한 ‘계급(Class)’이 있습니다. 남작님.”

 “그렇군. 남작과 비슷한 계급이 있단 말이지?”

 “네 남작님.”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너의 증명은 어디 있는가?”

 한결 편해진 분위기다.

 지운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나는 외국인입니다.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름은 ‘Corea’입니다. 하지만 여기와 우리나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름을 들어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렷한 목소리로 지운은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숲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오랜 항해로 지친 탓에 병들어 죽거나 숲의 괴물들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네, 그들이 내 동료를 모두 죽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숲을 헤맸습니다. 그러다가 오크들을 만났습니다. 나는 오크를 피해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저 기사와 병사들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지운의 말이 끝나자 남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좀 모자라고 어색한 말투지만,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썩 나쁘지 않았다.

 “흠! 너의 말은 잘 알았다. Cromwell 숲은 아주 넓기 때문에 그 반대편의 끝이 어디인지 영주인 나도 알 수가 없다. 또한 오크 같은 ‘A holy one, Reyes’의 섭리에 벗어난 괴물들도 많지. 자, 그러면 너는 그 반대쪽에서 왔다는 것인가?”

 ‘Holy one? Reyes?’

 뭔가 중요한 단서를 잡은 기분이다.

 하지만 지운은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남작의 말에 대답했다.

 “예. 동료들과 나는 석 달 동안 배안에 있다가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두 달은 걸어 그 숲까지 왔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병사들에게 끌려가던 직전, 숲 뒤로 멀리 떨어진 곳에 끝없이 이어진 산맥의 봉우리들이 얼핏 보였던 것이 기억나 둘러 댄 것이다.

 남작이 한 말도 있고, 아마 이곳이라면 그 근처까지도 가보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군. 확실히 크롬웰(Cromwell) 숲의 끝자락부터 드래곤 산맥(Dragon’s range)이 시작된다. 드래곤 산맥이 큰 바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크롬웰 숲을 자나지 못했다. 드래곤 산맥 역시 가보지 못했기 없기 때문에 확인 할 수는 없었다.”

 크롬웰과 드래곤 산맥을 언급할 때 남작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남작은 금방 표정을 풀고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딸에게 손짓을 했다.

 로젤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 물건을 본 지운은 흠칫했다.

 ‘맥가이버 칼이다!’

 “너의 물건 중 이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무엇인가?”

 남작의 질문에 지운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어젯밤 이미 준비해뒀던 대답을 천천히 말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나에게 준 것입니다. 물론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물건은 모두 특별한 것들입니다 남작님.”

 “그래? 이것은 확실히 특별해 보이는 물건이다. 그런데 이 표식은 어떤 의미인가? 너의 나라에도 이 표식은 ‘성스러운 분의 표식(A Holy one’s mark)’인가?”

 남작의 말이 떨어진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지운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했다.

 ‘Holy one’이 또 나왔다. 게다가 그의 마크라니?

 스위스아미 나이프에 새겨진 표시는 바로 십자가다.

 그것은 스위스 국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한 동시에, 지구에서는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 종교의 표식이기도 했다.

 그런 십자문양을 이곳에서 ‘성스러운 분의 표식’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함정일까?

 지운의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추는 듯한 판단의 조합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우리 신의 성스러운 표식입니다.”

 먹힐 것인가?

 도박이지만 지운은 자신의 패를 믿었다.

 모든 정황으로 볼 때 이곳은 지구의 과거인 중세 유럽과 아주 흡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중세는 신권이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시대다.

 그런 시대에서 신의 이름으로 함정을 파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일거다.

 그렇다면, 분명히 자신의 대답은 먹힐 것이다.

 교인이 아닌 자가 신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약간 찝찝하긴 했지만, 말 한마디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살아오면서 별 보탬이 되지 않은 이스라엘의 신이 한번쯤 도움이 될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그야말로 ‘나 바보요.’라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분의 이름(A Holy one’s name)을 함부로 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하나님(Hananim)’이라고 칭합니다. 성스러운 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입니다.”

 ‘죄송합니다, 하나님. 이제부터 당신을 믿어볼지도 모르겠네요.’

 “호오……!”

 최대한 경건한 표정과 공손한 말투로 말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인지 모든 이들의 얼굴이 서서히 변했다.

 게다가 가장 왼쪽에 서 있던 성직자로 보이는 노인은 아예 미소까지 지으며 지운을 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인과 남작이 귀엣말로 무엇인가를 의논했다.

 노인은 미소를 지우지 않고 남작에게 소곤거렸고 남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런 그들의 모습에 지운의 굳어져 있던 얼굴 근육이 조금씩 풀어져 갔다.

 하지만 화들짝,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남작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운은 재빨리 정신을 되잡았다.

 “알았다. 이제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판단한다. 나는 네가 성스러운 그분의 가호를 받는 외국인임을 인정한다. 이 영지에 소속된 그 어떤 자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만세다, 만세야!’

 목덜미를 적셨던 땀이 식어가……려다 말았다.

 “하지만!”

 남작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너의 직업과 계급은 무엇인가? 그리고 네가 나라를 떠난 목적은 무엇인가?”

 드디어 지운이 가장 원하던 질문이 나왔다.

 이계에서의 자신의 신세가 지옥으로 떨어질지 천당으로 떨어질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최상의 분위기에서.

 하지만 지운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런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들떠서 실수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장이다.

 조심스레 아랫입술을 당겨 한 번 핥은 지운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먼저 했다.

 “다른 나라의 문물 배우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나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라를 떠났습니다.”

 “흐음…….”

 남작과 주교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거렸다.

 ‘그리고?’라고 물어보는 표정이 뒤를 이었다.

 지운은 찌릿한 긴장감이 온몸을 타고 도는 것을 느끼며, 특정 두 단어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리고 나의 직업은 ‘정치가(A Politician)’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는 ‘준 남작(A Baronet)’이상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정치가? 준 남작? 그렇다면 너는…….”

 최고 피크의 순간이다. 완전히 말뚝을 박아야 한다.

 지운은 조심스럽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은, 적당히 힘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남작님, 나는 귀족입니다.(Yes sir, I‘m a man of the nobility)”

 “……!”

 모든 이들의 눈이 커지며 지운이 벌인 연극판의 제 1막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생존을 위해 밤 세도록 고민하며 짠 시나리오로 올린 연극의 막은 이제 절대 내릴 수가 없게 됐다.

 한국의 판타지 소설가…….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폐인과 다를 바 없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 신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몇 달간 배를 타야하는 길을 떠날 정도로 독실한 믿음을 가진 귀족 정치가로 신분이 바뀐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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