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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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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6 09:29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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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은 무덤까지 갖구 가는 거야. 알겠어?

  윤 팀장의 탁한 목소리가 담배연기에 실려 땀으로 얼룩진 김 형사의 거무스름한 볼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김 형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 않아도 유 도환의 일로 우주의 미아신세가 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김 형사는 무턱대고 윤 팀장의 말에 버릇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버릇이 있었다. 늘 하던 습관처럼 윤 팀장의 말을 기계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이 신송으로 떠받드는 여수 산 해송 앞에서도 어김없이 연출됐던 것이다.

  -네.

  -어제 저녁에 본 두 사람의 존재는 알려고도 하지 말고 누구에게도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된단 사실 목숨 줄처럼 여기라구. 알겠어? 안 그럼 우린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가는 거야.

  -아,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네와 내가 잘못되는 건 일도 아니야. 하지만 까딱 잘못했다가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까지 해를 입힐 수가 있어. 나도 자네가 몹시 정의로운 경찰관이란 걸 한 시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어. 자넨 정말 정직하고 정의로운 경찰관이야. 누구보다도 내가 그걸 인정해.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라.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노숙자나 마찬가지였던 유 도환을 보호할 순 없잖아?

  -…

  -우리가 그런다고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들은 이미 인우 친구였던 권 재학의 부모까지 찾아가서 입을 틀어 막았어. 지금쯤 아마 숨조차 함부로 내쉬지 못하고 있을 거야. 게다가 공사가 중단된 기축동 아파트 현장 cctv 데이터까지 포맷을 해버린 자들이야. 그들과 우린 태생부터 달라. 물론, 나도 자네와 같아. 유 도환의 삶이 딱하고 불운해서 가엾기가 그지없다구. 하지만 어쩌겠어? 구질구질한 것보다야 어쩌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우리가 만들어 준 거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어디에서 함부로 입을 놀려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어. 장 부장 판사의 아들이 그 사건에 연루 돼 있었다는 걸 고원 시에서 모르는 사람 있어? 법무차관의 아들도 있었고 합참 작전 참모인 현직 장성의 조카도 있었어. 애초부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의 사건이 아니었어.

  -마, 맞습니다.

  -그리고 가책 같은 것 가질 필요도 없어. 생각해 보라구. 유 도환 그 사람 말이야. 몸이 그렇게 되고나서 목을 두 번이나 맸던 사람이라구. 팔목은 어때? 팔목을 한두 번 그었던 것도 아니잖아. 자네도 봐서 알잖아. 팔목이 시커먼 문신으로 도배돼 있던 거. 그게 칼자국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그런 거였다는군. 그동안은 운이 좋아 살았다지만, 이젠 운이 다했다 생각하면 그뿐이야. 누구나 다 한번은 그렇게 가는 거야. 좀 더 일찍 갔다 생각하자구. 보름 전에 매화리에서 있었던 화재사건 생각해봐. 그곳에선 2살짜리 어린 애도 타 죽었어. 그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불에 타죽어야 했지? 무슨 그런 운명이 있을 수가 있지? 그럴 운명이었다면 신은 왜 그 어린 아일 이 땅에 보낸 거지? 김 형사는 이 게 공평해 보여?

  -…

  김 형사는 윤 팀장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윤 팀장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김 형사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불행히도 그는 유 도환의 죽음 깊숙이에 이미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돌이켜 따져볼 시간적인 여유도 그에겐 없었다. 인우를 둘러싼 사건이 너무나 급하고 빠르게 흘러버렸던 것이다. 극히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만 봐도 컨트롤타워의 존재를 떠올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조사실에 갇혀 있는 인우가 이 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도 인우를 범인으로 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속칭 "무지개 작전"에도 그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었다. 무지개 작전은 동원된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을 만큼 비밀에 부쳐졌다. 무지개 작전이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돼 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서도 모두가 모른 척하는 기가 막힌 현실을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김 형사는 이미 돌이켜 건널 수 없는 거대한 강 건너편에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외면한 채 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살려고 버둥거릴 때마다 누군가 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었고 자신의 삶과 그 삶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가족들과 가족들의 검은 눈동자를 도저히 외면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애타는 연민을 느끼면서도 분노와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을 그는 운명처럼 여겼고 거부할 수없는 패배감에 사로잡혀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괴감에 시달린 끝은 언제나 마술 같은 궤변으로 막을 내렸다. 스스로 쌓아올린 궤변의 탑이 높을수록 그는 점점 더 무디어만 갔다. 아니, 어쩌면 그는 애초부터 예리한 구석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일명 BBK단으로 알려졌던 고원 시 중고등학교 학생회장단의 비밀모임을 뒷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김 형사는 자신이 수렁 속에 이미 갇혔다는 느낌에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측은지심은 거기까지였다. 고원 경찰서와 몇 개의 기관이 긴밀하게 접촉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난 뒤 김 형사는 오로지 자신의 삶과 가족만을 떠올렸다. 그것을 거부한다는 건 윤 팀장의 말처럼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말이 순교자였지 그것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잿더미로 만드는 꼴이었다. 그런 무의미한 희생을 그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주 반장 눈치 안 채게 잘 하라구.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어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잠도 못잘 위인이잖아. 곧 퇴직할 나이구 얼마 안 있음 딸내미 결혼식이잖아. 안 그래?

  -팀장님 말씀이 전적으로 맞습니다.

  -나도 왜 미안한 맘이 안 들겠어? 하지만 어쩌겠어? 처자식 굶겨죽일 거야? 어제 만난 그 사람들이 예전 인천 대공분실에서 암약했던 사람들인데 내가 무슨 수로 그들의 말을 외면할 수가 있겠어? 내 앞에서 북한을 세 번이나 넘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기까지 했어. 그 사람들이 작정만 한다면 사람 죽고 사는 건 일도 아니라는 얘기야. 우린 유 도환을 그 사람들에게 넘겨주기만 했어. 그의 죽음과는 자네나 나나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걸 명심해. 알겠어?

  -네, 팀장님.

  윤 팀장은 필터까지 타들어가는 담배를 뱉어 발로 짓이겨 끈 뒤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벌써 김 형사 앞에서 쉬지 않고 4개비의 담배를 줄기차게 피워댄 것이다. 그러느라 점점 잿더미처럼 시커멓게 변해가는 윤 팀장의 얼굴 앞에서 김 형사는 순간적으로 섬뜩한 생각에 휩싸였다. 마치 죽은 시체를 대하고 있는 것처럼 아득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라를 위하는 게 별거야? 우리도 한 몫 하는 거라구. 세상은 진실을 원하지 않아. 정의? 웃기지 말라구 해. 정의는 유치원에서도 이젠 가르치지 않아. 사람들이 정의와 진실을 원할 거라고 생각해?

  -…

  -천만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안정과 풍요야. 그것과 바꿀 수 있는 게 과연 있을 것 같아? 하루 한 끼의 평화가 약속된다면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난한 정의는 이미 정의가 아니야. 그건 폭력일 뿐이지. 우린 이미 거기에 익숙해진 몸이야. 돌이키기엔 너무나 멀리 왔어. 그들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미치도록 서글픈 일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단 말이지.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팀장님. 팀장님 말씀처럼 우린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이잖아요. 소란을 피운 사람을 가뒀다가 약속 장소에 데려다준 일이 전부일 만큼요. 그, 그런데… 한 가지 기괴한 소문이 돌던데요?

  -소문? 무슨?

  -보름 전에 있었던 매화리 판자촌 말입니다.

  -매화리 무허가 판자촌? 화재 났던 곳?

  -네. 그곳에 불을 지른 것도 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뭐? 누,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릴 지껄여?

  -시, 신포시장 술집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아무래도 바닥 민심이…

  -그냥 모른척해. 알려고도 말고 들으려고도 마. 원래 테이블에 술안줏감으로 올라오는 것들이 다 그렇잖아? 우린 모르는 일이야. 정작 소문이 하나같이 진실이었대두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구. 알겠어?

  -네.

  -마음 단단히 먹어. 노파심에 하는 말 아니야. 매화리 화재사건이 이번 사건을 희석시키려구 저질렀다는 게 사실이라도 자네나 나는 못들은 거야. 알겠어? 섣부른 행동을 한다거나 돌출발언을 하게 되면 그 즉시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 돼서 자네나 나나 이 해송가지에 목이 걸린 가오리 신세가 될 거라구.

  -명심하겠습니다.

  -유 도환이 어떻게 갔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 그들이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하지만 남은 가족들, 천덕꾸러기로 만들 수는 없잖아? 우리가 양심선언이라도 하면 누가 박수쳐줄 거 같아? 처음에야 박수는 쳐주겠지. 그 다음엔? 그 다음은 선택지가 없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당황해서 쩔쩔 매겠지? 대중이 우릴 지켜줄 거 같아? 천만에. 대중은 화려함과 오락만 쫓게 돼 있어. 무슨 수로 그들 틈을 파고 들 건데?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날, 우린 그날로 게임 오버야. 알아들어?

  -네.

  -나나 자네나 이젠 누구도 믿어줄 사람이 없단 거 명심해.

 윤 팀장의 열변이 뙤약볕으로 깔리는 때 이른 초여름 더위만큼이나 거북스러웠지만 김 형사에겐 그것마저도 눈물겹도록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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