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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너와 함께
작가 : rororiri
작품등록일 : 2017.7.2

인간을 증오하는 드래곤 ‘엘리시아’와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인간 ‘이유하’는 누군가의 음모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차원이동의 부작용으로 하필 유하가 가장 꺼려하는 로리가 된 엘리시아. 곧 죽어도 싫어하던 둘이지만 점점 서로에 대한 감정은 싹트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유하와 엘리의 이세계 모험기.

 
Carmen Puella(소녀의 노래)(29)
작성일 : 17-07-24 03:15     조회 : 394     추천 : 0     분량 : 6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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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리……? 유하,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왜 루리가 너를…….”

 

 엘리시아는 루리가 화살촉으로 유하의 목을 겨누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엘리! 루리는 지금 미로토러스에게 세뇌……, 읍!”

 

 미로토러스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루리가 유하의 팔을 꺾고 있던 손으로 그가 말하지 못하게 입을 가렸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화살촉은 목을 더욱 가까이 겨누었다.

 서늘하고 끈적한 느낌의 비릿한 무언가가 그의 목을 간지럽혔다. 정말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피가 흐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뇌……? 결국 어렴풋이 불길하게 느껴졌던 내 예감이 맞아 들어간 것인가…….”

 

 엘리시아가 지난날 루리에 대해 가졌던 여러 의문들과 불길함의 원인이 기분 나쁘게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자, 극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은빛의 소녀여, 이제 건전하게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었으니 이리 가까이 다가오지 않겠는가? 하하하.”

 

 인간의 얼굴과 동물의 외형이 자아내는 기괴함을 가진 미로토러스가 그 미려한 얼굴에 음흉한 표정을 지었고, 검지를 까딱거리며 엘리시아에게 손짓했다.

 

 “큭…….”

 

 쓰다 버린 연습장처럼 미간을 마구잡이로 구긴 엘리시아가 유하 쪽을 한번 보고는 턱에 힘줄이 솟을 정도로 이를 앙다물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무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이래 뵈도 아름다운 여성에게는 친절한 편이여서 말이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만큼 가까이 다가온 엘리시아의 뺨을 그가 저질스런 꼬리로 한 번 쓰다듬었다.

 

 “읍! 으으읍――!”

 

 엘리시아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유하였지만 독심술이라도 있지 않는 이상 엘리시아가 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게다가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칸디투스와의 전투를 비롯해, 지하통로가 무너질 정도의 싸움을 레드럭 해적단과 치르고 온 그녀였기에 ‘상급통찰’을 통해 유하의 마음을 읽는 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했다간 세뇌당한 루리가 유하의 기도를 뚫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다다다다――.

 엘리시아가 무너트린 동굴의 벽을 통해 해적 잔당들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들 역시 루리와 마찬가지로 눈이 빨간색으로 번쩍 빛나고 있었다.

 

 “너희들은 모든 철창의 문을 열어라.”

 

 미로토러스가 명령하자 해적 잔당들이 각 철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냐.”

 

 철창의 문이 열리자 안에 갇혀있던 여성들이 홍수처럼 뛰쳐나왔고, 일부는 지쳐 쓰러져있는 사람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이런, 이런. 엘리라고 했던가? 우리 엘리가 바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었던 건가? 내가 생각이 모자랐군.”

 

 미로토러스가 마치 자책한다는 양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도망간 녀석들까지 잡아서 전부 일렬로 세워라.”

 

 고개를 가로젓던 그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몇 해적은 유하가 철창을 뜯어냈을 때 동굴 어딘가로 도망갔던 여성들을 찾아 나섰고, 나머지는 철창 밖으로 나온 사람들과 철창 안에 쓰러져있는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나왔다.

 해적 잔당들은 고작 열댓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한 마음으로 움직이듯이 행동을 했기 때문에 미로토러스가 시킨 일이 끝나는 대까지는 고작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자아, 다시 한번 묻지. 이 사람들을 풀어주길 원하나?”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몇몇의 여성들이 미로토러스의 말을 듣고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로군?”

 

 따악.

 그가 손을 튕기자, 한 명의 해적은 도망가라는 듯이 젊은 인간 여성을 놔주었고, 다른 한 명의 해적은 그가 들고 있던 펄션으로 한 어린 앙고리아를 베었다.

 

 “꺄아아악――!”

 

 칼에 베인 앙고리아 소녀의 등에서 분수같이 피가 솟아오르자 다른 여성들이 동요하며 비명을 질렀다.

 정말로 도망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인간 여성은 그 장면을 목도하자 새파랗게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동굴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때. 한 명은 정말 나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살려주었고, 한 명은 대답이 없는 엘리 때문에 화가 나서 죽였지.”

 “……사람들을 놓아주어라.”

 

 차마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던 유하의 얼굴을 목격한 엘리시아가 나지막이 말하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역시! 하하하!”

 

 미로토러스가 만족한다는 듯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웃던 그가 마침내 다시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공짜는 없지. 안 그래?”

 “…….”

 “이런, 이런. 아직 교육이 덜 됐나본데.”

 

 미로토러스의 손가락에서 다시 파열음이 나자, 이번엔 두 명의 여성이 칼에 베여 쓰러졌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그래! 바로 그거야, 엘리! 그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나는! 아주 잘했어!”

 

 그가 무엇이든 다 품어버리겠다는 듯이 양 팔을 넓게 벌리며 기뻐했다.

 

 “크흐읍―! ………….”

 

 유하가 아까와 같은 마음을 엘리시아에게 부단히 전달했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 한 켠에 피어나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미로토러스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기 때문에.

 그의 말을 듣지 말라고 엘리시아에게 외치면서도 그렇게 되면 죽어나가게 될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모두가 죽게 될 거야, 엘리. 너의 동료인 저 녀석과 푸엘루리엘을 포함해서 말이지. 흐흐흐…….”

 

 파샥.

 미로토러스가 그 날카로운 꼬리의 끝을 엘리시아에게 휘두르자, 그녀의 옷 가운데가 속옷 상의와 함께 세로로 반쯤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엘리시아의 뽀얀 속살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이어 미로토러스의 꼬리가 두 개로 나뉘어졌고, 갈라진 엘리시아의 옷을 완전히 벌리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다.

 

 “으으으읍――!!! 흐으읍――!”

 

 유하가 절박하게 소리친다.

 엘리시아는 그런 유하를 오히려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내가 조금만 너의 마음을 알아주었었더라면…….’

 

 유하 역시 같은 생각으로 엘리시아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광활한 우주의 어둠처럼 두 사람의 마음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과 무력감이 펼쳐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녀에게 화를 내고 무리하게 나서서 결국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기는커녕 과거에 발목 잡혀 망설이다 그에게 미움을 산 자신에 대한 자책감.

 ――어떻게든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은 오만이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그를 믿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 소극적으로만 행동한 것은 비겁한 마음이었다.

 ―미안해…….

 

 엘리시아와 유하는 차마 서로를 더 이상 바라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렇게 결국 미로토러스에게 당하게 된 것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면서.

 루리는 유하의 목을 점점 더 옥죄고, 미로토러스는 엘리시아의 깨끗한 살결을 천천히 더럽혀간다.

 그때――.

 

 Forsasse, iterno videora possi non ignoel,

 insimol coenar manducaren ill tempuras…….

 

 동굴 안을 울리는 영롱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적 있는 노랫소리가 유하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번 루리가 불러주었던 노래……. 설마 루리의 어머니가……?’

 

 Memorati ina asservorn de sorcentum annu humoressya.

 Carmen puella,

 Tantum unionacer speron

 Carmen puella…….

 

 루리의 어머니―‘테레이엘’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넓게 퍼져 동굴 전체를 울리는 잔향을 만들어내었다.

 

 “이 노래는……?”

 

 엘리시아가 고개를 치켜들며 예상하지 못한 노랫소리에 반응했고, 미로토러스 역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테레이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더러운 노래로 방해하다니.”

 

 미로토러스가 부하들을 움직이려고 하려는 찰나, 루리가 눈에 초점을 잃고 움찔거리더니,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루리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 틈에……!’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루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유하가 방심하고 있던 미로토러스를 향해 검을 겨누며 달려들었다.

 

 “흐아아앗――!”

 

 챙――!

 하지만 유하의 검은 미로토러스를 지키기 위해 달려든 해적들의 펄션에 부딪쳐 공중을 배회하며 날아갔다.

 

 “크윽……!”

 

 그것으로 테레이엘이 해적들의 손에 베이는 상황은 막아내었지만, 미로토러스에게는 상처조차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해적들은 다시 그의 양팔을 부러뜨릴 기세로 가혹하게 제압해 무릎을 꿇렸다.

 

 “크아악!”

 “유하――!”

 

 미로토러스에게 당한 치욕감을 추스르고 있던 엘리시아는 이런 상황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데다가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탓에, 차마 유하를 신경 쓰지 못하고 말았다.

 

 “네놈들……! 죽고 싶은 것이냐!!!”

 

 엘리시아가 팔이 반쯤 부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유하를 보고 살기 가득한 은빛 오오라를 뿜어내었다.

 

 “워―, 워―.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미로토러스의 말에 반응해 해적들이 유하의 허벅지에 단검을 찔러 넣는다.

 

 “크아아아악―――!”

 “유하! ――그, 그만해!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유하의 허벅지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자 엘리시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살기를 마지못해 거두었다.

 

 “빌어먹을 앙고리아년 때문에 계획을 망칠 뻔했군.”

 

 해적들 중 한 명이 계속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테레이엘의 뺨을 갈긴 뒤 입을 막는다.

 

 “어, 엄마……! 미, 미로토러스……. 사람들을 놔줘……!”

 “허어. 고작 저런 더러운 노래를 들었다고 세뇌가 약해지다니. 급하게 세뇌를 해서 미약했던 건가?”

 

 하지만 루리의 정신이 간신히 돌아왔음에도,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미로토러스가 그 모습을 흥미롭게 보더니 문뜩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푸엘루리엘, 네가 나의 해적단에 들어온 것은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였지? 이미 1년 좀 전에 네가 해적단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

 “어, 어떻게…… 그것을……!”

 “어떤 존재든 세뇌된 순간부터는 오직 나의 것. 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 수 있어. 네가 저 인간을 좋아한다는 사실마저도. 하하.”

 

 미로토러스가 유하를 가리키며 두 개로 나뉘었던 꼬리를 다시 합치고는 그의 한쪽 팔을 관통시켰다.

 

 “크아아악!”

 “유하 님!”

 “큭, 유하……!”

 

 루리가 절규하며 유하 이름을 부르짖었고, 엘리시아는 차마 그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했다.

 

 “하하. 그럼 재미있는 구경을 한번 해볼까. ――앙고리아 년을 데려와.”

 

 그의 명령에 해적들이 테레이엘을 끌고 와 미로토러스 앞에 무릎을 꿇렸다.

 

 “엄마……!”

 “루리야…….”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루리가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을 쳐보지만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미로토러스가 말을 마치자 루리의 몸이 저절로 움직여 테레이엘을 끌어안았다.

 

 “엄마……!”

 “루리…….”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님에도, 루리가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자마자 그녀의 눈에서 저절로 파란 이슬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러한 눈물을 흘리는 것은 테레이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인으로서는 느낄 수 없는 아주아주 감동적인 순간인걸, 하하하하! ――게다가 더럽고 역겨워.”

 

 그가 도중에 정색하자 다시 루리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테레이아의 품에서 떨어졌다.

 

 “엄마! 엄마!”

 

 울상으로 가득한 루리가 애타게 그녀의 어머니를 부른다.

 

 “루리야……!”

 

 뒷걸음질 치며 점차 멀어져가는 루리를 향해 테레이엘이 손을 뻗어보지만, 해적들이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는 바람에 옷자락밖에 닿지 못했다.

 

 “미로토러스! 이 개자식……, ――크악!”

 

 유하가 눈썹을 꾸부러트리고 이를 사리물며 분노했지만 돌아온 것은 미로토러스의 꼬리가 다른 쪽 팔을 마저 관통하는 것이었다.

 

 “하하. 까불지 말라고, 인간. 네가 처한 주제를 알아야지. 자아, 활을 들려무나, 푸엘루리엘.”

 

 미로토러스에 말에 루리의 몸이 바닥에 떨어져있던 활을 줍고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시위에 얹었다.

 

 “안 돼……! 하지 마! 미로토러스! 이러지 말아줘, 부탁이야……!”

 

 루리가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해보지만 미로토러스는 그저 음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고, 테레이엘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루리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제발……, 흑……. 이러지 말아 줘……. 흐윽…….”

 

 하지만 미로토러스는 그저 이 순간을 감격에 벅찬 눈으로 지켜본다.

 

 “마인으로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로 아름다운 순간이로다.”

 

 그가 기뻐하며 양팔을 허공에 뻗자 루리의 손이 활시위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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