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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지금, 여기, 우리!
작가 : 옥작가
작품등록일 : 2017.6.26

해랑도에서 만난 동원과 시인,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또 만났네요? 여기서 뭐합니까?”
찰나였다. 뒤돌아선 시인이 발이 삐끗했고 뒤로 몸이 기울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동원의 눈이 커지고 시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시인은 버둥버둥 거렸지만 이미 몸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바다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인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하며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저 수영 못..”
풍덩!
동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동원과 시인의 사랑 이야기
시인의 가족 이야기
그래서 결국 동원과 시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제31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작성일 : 17-07-13 08:12     조회 : 332     추천 : 0     분량 : 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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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씨, 나 지금 해랑도 내려갑니다. 전화통화가 안돼서 음성 남깁니다. 일단 무조건 아닙니다. 아니, 그날 유림씨가 우리 집에 온 건 맞는데.. 아.. 일단 내려갑니다. 만나서 이야기해요. 우리”

 

 시인은 음성사서함을 들으며 동원이 자주 가는 해송 아래에 앉아 있었다.

 

 음성 사서함을 남긴 지 이틀이 지났는데 동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더 야속했다.

 

  “나무씨. 저요. 작가님 여자친구예요. 작가님 알죠? 맨날 여기 오던데.. 여기 좀 앉아도 돼요? 휴.. 솔직히 아닌 거 알겠어요. 작가님이 어떤 스타일인지 뭐.. 우리가 딱 봐도 알잖아요. 그쵸? 근데.. 너무 화가 나네요. 아마, 그 여자가 나 보다 더 잘나 보여서 그런 거겠죠? 아주 잠시, 작가님이 흔들렸음 어쩌나 그런 마음이 드는 건가 봐요. 멀리서 찾아왔는데 그럼 여배우를 민박집에서 재워요? 어쩔 수 없이 재웠겠죠. 여름이니 은유림씨 옷이 좀 그랬던게.. 당연하죠. 아씨, 아니 근데 그여자는 남자 혼자 있는 집에 왜 찾아 왔대요? 작가님도 그래. 그럼 자기가 나와서 자지. 응? 웬 오지랖을! 게다가 술취했음 그냥 길에 버리지. 왜 그 여자를 업어다 주냐구요!”

 

  “시인 언니? 여기서 뭐해요?”

 

 바닷쪽 오솔길에서 지원이 올라왔다.

 

 그 사이 부쩍 친해진 둘이였다.

 

  “지원아, 왔어? 그냥 우울한 일이 있어서.. 남친이 딴 여자랑 있는 사진은 나한테 들켰지 뭐야.”

 

  “헐, 대박! 그걸 그냥 놔둬요? 같이 가 줄까요? 나 유도선수 출신이예요.”

 

 그 와중에도 시인은 헐, 대박! 이라며 지원의 유도선수 이야기를 물어볼 뻔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휴.. 근데 나랑 사귀기 전이기도 하고, 또 내 남친이 그런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언니, 남자는 믿을 게 못 되는 거 같아요. 울 오빠가 맨날 그러거든요. 여기 해랑도 집에 절대로 손님 데려오지 말라고. 집 더럽히는 거 질색이라고. 그래서 저도 친구들이랑 엠티도 한 번 못 왔어요.”

 

  “우와. 나쁜 오빠네. 정말. 그래서 지원씨 오빠는 친구 안 데려오고?”

 

  “나도 믿었죠. 근데 내 츄리닝 한 벌이 다른 데 들어있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어떤 여자가 옷이 젖어서 내 옷을 빌려 줬대나? 내가 오빠는 아무 여자나 데리고 들어오면서 나는 왜 친구들도 못 데려가냐고 소리를 질렀죠.”

 

  “헐, 그래서?”

 

  “그랬더니 그 여자는 아무 여자가 아니래. 맹세코 이 집에 그 여자 말고는 데리고 들어온 여자가 없다나 뭐래나. 제가 그 말을 어찌 믿겠어요. 근데.. 글쎄, 지금 그 여자 말고 다른 여자랑 있는 사진을 떡 하니 나한테 들켰지 뭐예요.”

 

  “진짜 오빠 나쁘다. 이제 지원이 친구들이랑 맘껏 집 어질러버리면 되겠다.”

 

  “네, 언니. 그 동안 집에 흠집 날까봐 제가 아주 얼마나 맘 고생을 했는지..”

 

  “그럴게 아니라, 오늘 지원씨 집에서 놀자. 내가 아주 광란의 밤을 만들어 주겠어.”

 

  “언니!”

 

 지원이 비장한 눈으로 시인의 손을 맞잡았다.

 

  “내가 지금 동해랑도 마트 가서 장을 봐 올 거예요. 그니까 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요. 우리 오늘 밤 우리 오빠도 죽이고, 언니 남친도 죽여요. 내가 살벌한 그림 그려 줄게요.”

 

 지원은 정신없는 시인을 이끌어서 오솔길을 내려왔다.

 

 지원의 집이 가까워질수록 시인의 눈은 커졌고, 지원의 걸음은 빨라졌다.

 

 여긴.. 작가님 집인데?

 

  “언니, 잠깐만 기다려요. 한 시간도 안 걸릴 거예요. 나 음식 진짜 잘해요. 막 옷장 뒤지고 집 안에서 놀고 있어요. 알았죠?”

 

  “저..저기! 지원아!”

 

 현관문을 열고 시인을 밀어 넣은 뒤, 지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멍하니 현관에 서 있던 시인은 털썩 주저앉았다.

 

 **

 

  “아.. 아니, 제가 여동생이 있어서, 다른 여자가 있는 건 아니고.”

 

  “사이즈가 좀 클 것 같은데, 애가 덩치가 좀 있거든요.”

 

 **

 

 동원과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지원이 동원의 동생이라니!

 

 그것도 모르고 남친 욕을 얼마나 같이 했던가?

 

 너무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시인은 터벅터벅 걸어서 창가에 섰다.

 

 이제 지원이 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동원이 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시인은 그냥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일단 시간이 좀 필요했다.

 

 어느 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인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지원씨. 있잖아. 내..”

 

  “시인씨가 어떻게 여기..”

 

 동원이었다.

 

 시인은 눈물이 터졌다.

 

 동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서러운 마음이 솟구쳤다.

 

  “왜!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네? 음성 남긴지가 언젠데! 엉엉엉!”

 

 동원이 시인을 끌어당겨 세게 안았다.

 

 시인이 동원의 가슴을 때리며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동원은 놓아주지 않았다.

 

 곧 시인은 그냥 안겨서 울기 시작했다.

 

  “부산에 들렀다 왔습니다. 아버님이랑 형님들도 다 걱정 하실 것 같아서요. 일단 그날 우리 집에 은유림씨 코디도 같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가 초대 한 적 없구요. 그 날이 언제냐면 우리 똥도에 캠핑 갔다 온 날인데..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서 있었어요. 민박집 가라고 하니 여배우라고 못 간다 했어요. 대본 이야기 하러 왔다고 했고.. 섬에 특별히 하룻밤 재울 데가 없었고.. 또..”

 

  “그면 작가님이 우리 집에 와서 자죠? 네?”

 

 시인은 우는 걸 멈추고 동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동원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우리 집 놔두고 다른 데 가서 자면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그러면 마을에 또 소문이 날 테고.. 일이 커질 것 같았어요. 또.. 시인씨한테는 못.. 가죠. 그 당시에도 옆에 있을 때 마다 이성을 잃을 것 같은데 밤을 어떻게 같이 보내요..”

 

 시인은 눈물이 쏙 들어갔다.

 

  "왜 호텔까지 업어다 줘요? 왜 작가님이 데려다줬어요!"

 

  "감독님이랑 둘이 술 마시는 줄 알았는데 은유림씨가 따라 나왔어요. 그러다가 감독님이 먼저 도망가셔서 바로 일어났는데.. 대리운전 기사님이 운전해서 그냥 호텔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근데 잠들어서 안내리고! 아무도 연락이 안되고.. 내가 그 때 얼마나 열받았는지.. 아! 대리운전 기사님을 찾으면.. 내가 그 때 얼마나 짜증냈는지.."

 

 두서없이 설명하는 동원의 이야기도 다 알아들었고, 부산에 들렀다 왔다니 걱정했을 아빠와 오빠의 걱정이 덜어졌을 것 같아 안심도 되었다.

 

 그리고 꽉 껴안고 있으니 두근두근 심하게 뛰는 동원의 심장이 느껴졌고 자신을 바라보는 동원의 눈빛에 자신도 덩달아 마음이 뜨거워졌다.

 

  “알았어요. 일단 풀어줘요.”

 

 동원은 계속 시인을 껴안은 채로 바라보았다.

 

  “진짜 알아들었어요? 내가 말 제대로 했어요?”

 

  “네. 알았다구.. 읍!”

 

 시인은 대답을 더 할 수가 없었다.

 

 동원의 입술이 자신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놀란 시인에게 동원은 입술만 잠시 뗀 채로 속삭였다.

 

  “내려오는 길에 죽을 것 같았어요. 시인씨가 화가 났을 까봐, 기사대로 믿을까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급해서 헬기 살 뻔 했다니까요.”

 

 시인은 피식 웃었다.

 

 동원이 시인의 뺨을 어루만졌다.

 

  “사랑해요. 시인씨.”

 

 시인은 그 말에 마음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시인도 동원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런 일 두 번 다시 있기만 해봐요. 내가 가서 이동원 여자친구다 하면서 그 여배우 머리털 다 뽑아 놓을 테니까.”

 

 동원이 웃었다.

 

 시인과 동원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서로 마음고생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격정적인 키스였다.

 

 서로의 심장박동이 서로의 가슴에 느껴졌다.

 

 동원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시인을 거실 소파에 눕혔다.

 

 그런데 시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으며 동원과 머리를 부딪쳤다.

 

  “아!”

 

 동원이 이마를 다잡고 괴로워하는데 시인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헛기침만 했다.

 

 그리곤 팔꿈치로 동원을 쿡쿡 찔렀다.

 

 의아한 눈으로 돌아본 동원의 눈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물고 한 손엔 커다란 장바구니를 둔 지원이 놀란 눈을 부릅뜬 채 석상처럼 서 있는 장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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