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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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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1 14:55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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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우가 일어나 루퍼의 손을 잡고 오로지 루퍼의 힘에 이끌려 신전이 있는 산을 내려갔다는 건 인우에게 다쿠니가 자기 때문에 제물로 바쳐졌다는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인우는 신전에서 내려온 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앓아눕고 말았다. 인우는 여전히 루퍼의 농장 한편에 있는 눅눅한 방에서 몸이 회복될 때까지 누워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곳은 작은 창처럼 뚫린 구멍으로 다쿠니가 끌려나왔던 우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돼 있었다. 루퍼가 일부러 다쿠니 우리가 보이는 곳에 인우를 눕혔던 것인지 아니면 루퍼의 농장 대부분의 장소에서 다쿠니 우리가 보이는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우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던 것은 그가 누운 파르고나 풀잎으로 만든 침대에서 뒤척이며 돌아누울 때마다 다쿠니 우리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눈을 뜰 때마다 다쿠니 우리가 보인다는 것은 신전 제단에서 있었던 악몽과도 같은 일이 그대로 재현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심장을 찢어놓을 듯 한 다쿠니의 비명소리와 뒤이어 온몸으로 퍼붓듯 날아온 다쿠니의 뜨거운 핏물이 수시로 인우를 괴롭히며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견딜 수 없는 일을 목격한 인우는 몇 번의 기절과 회복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루퍼가 파르고나 침대에 인우를 눕히고 난 이후에도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인우를 향해 중얼거렸다. 인우가 루퍼에게 들었던 말은 거의 대부분 그가 무의식 상태에 빠져있을 때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무의식 상태에 들었던 루퍼의 말들이 마치 선명한 사진처럼 하나하나 부지불식중에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의 스스로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미간을 찌푸린다든지 오래된 기억들을 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든지 하는 식의 차원이 아니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순식간에 루퍼가 남긴 말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는다는 것은 웬일인지 달콤한 사탕을 입에 문 것처럼 즐겁고 유쾌한 일처럼 여겨졌다. 다쿠니가 끌려나왔던 우리를 쳐다보면서 한편으로는 루퍼가 남긴 말이 귓전을 맴돌고 있는 묘한 상황이 연거푸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락방으로 이젠 돌아가야 해.

  깊은 잠에서 깨어난 인우 얼굴 앞에 초롱이가 어느새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와 쳐다보고 있었다.

  -어디에 갔었어?

  인우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희미하게 물었다. 몸에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모아야만 가까스로 말문이 터질 것 같았다.

  -보르말린 피해서 숨어 있었어.

  -보르말리?

  -응. 바루에게서 시간을 훔쳤다고 벼르고 있었거든.

  -그런데 초롱아…

  인우는 다시 몸 안에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모아 초롱이에게 물었다. 신전에 다녀온 뒤로 얼마나 파르보나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회복돼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은 손가락 끝에서부터 조금씩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왜?

  -바루에게서 훔쳤다는 시간이 대체 뭐야? 그것 때문에 바루도 널 벼르고 있었어.

  -아…

  인우의 말에 초롱이가 입을 다물고 눈만 껌뻑이면서 인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인우의 말에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투였다.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아,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다만…

  -다만?

  -응. 나도 제대로 설명할 줄 몰라서… 듣고 싶으니?

  -귀찮으면 안 해도 돼. 난 단지 네가 곤란해질까 봐…

  -바루가 꽃 피던 날이었어.

  힘없이 내뱉은 인우의 말에 초롱이는 오히려 말문이 터진 것처럼 입을 열었다.

  -바루가 시간의 파수꾼이었는데… 난 그게 뭔지 몰라. 그렇지만 바루의 꽃은 정말 예뻤어. 향기는 지상에서 수 킬로미터를 날아갈 정도였어.

  -무슨 향기가 그렇게 오래 날아다닐 수 있지?

  -그냥 들어봐. 나도 여행자의 거리에서 주워들은 거니까. 바루의 꽃향기는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그 향기를 쫓는 사람들은 없었어. 난 향기로운 바루 꽃에 도취되었어. 이렇게 세 발로 바루에게 들키지 않고 꼭대기기까지 올라간 건 아마 바루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을 거야.

  -네가 정말 바루 몸을 타고 올라갔어?

  -응. 내겐 가장 손쉬운 일이 그거야. 들키지 않고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어. 내가 왔다 간 걸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있지. 그건 바로 내 배설물이야.

  -뭐? 배설물?

  -응. 난 장이 안 좋아. 무엇이든 먹게 되면 바로 싸. 그래서 나도 모르게 꽃을 먹고 그만 그 자리에서 살짝 실수를 했어.

  -정말 어처구니없구나.

  인우는 가느다란 실눈으로 초롱이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초롱이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었다.

  -그런데 꼭대기로 올라서자마자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꽃이 있었다면 넌 어쩌겠니?

  -뭐?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그걸 말이라고 해?

  -응? 내게 왜 화를 내는 거니?

  인우의 말에 초롱이도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니 그게 아니구… 허락도 없이 꽃을 먹었다니까.

  -알아. 나도 후회하고 있어. 그래서 그 일로 배탈도 났고 이렇게 온몸에 털도 다 뽑혔어.

  -경호가 그런 거 아니야?

  -응. 경호가 그랬어. 그 일이 있은 후 경호가… 그것보다 바루에게 말을 가르쳐 주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야.

  -…

  -바루는 이해력이 너무 부족해. 하나의 단어를 가르쳐 주면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수 천 번도 더 반복해야 하거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넌 모를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루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랬어. 차라리 불라블라였으면…

  -불라블라? 그건 또 뭐야?

  -불라블라는 뿌리가 땅 속에 있는 게 아니구 이파리에 뿌리가 달린 나부야. 사하라 사막이나 지중해 같은 곳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나무야. 이곳에 불라블라가 엄청 많아. 그래서 불라블라가 땅 위를 움직이게 되면 땅에 있는 개미새끼들도 모두 숨어. 불라블라에게 걸리면 끝장이거든.

  -불라블라…

  인우도 언젠가 물 위나 모래 위를 움직일 수 있는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초롱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우 너 불라블라가 버마 코끼리를 통째로 먹는다는 말 들어본 적 있니?

  -뭐? 불라블라가 버마 코끼리를?

  -응.

  초롱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인우의 모습을 보자 신이 나서 앞발을 허리춤에 대고 마저 말을 이었다.

  -그때 길을 잃은 버마 코끼리가 불라블라에게 먹힌 건 아주 요란했나봐. 불라블라는 못 먹는 게 없는 나무야. 뭐든 먹어치우는 버릇이 있어. 불라블라를 보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도망쳐야 해. 나도 딱 한 번 이곳에서 길을 잃은 불라블라를 만난 적이 있었어. 그런데 불라블라는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었어. 나보다 더 많은 단어도 알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단어도 말하는 것 같았어. 그런데 바루는 한 곳에서만 살기 때문에 단어를 가르쳐 줘도 써먹을 데가 없나봐. 그래서 가르쳐 줘도 마구 뒤죽박죽이야. 바루에게 말을 가르친다는 건 죽기보다 싫은 일이야. 넌 아마 이해 못할 거야.

  -그, 그렇지 않아. 네 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그, 그러니? 정말이니?

  -응. 나도 바루처럼 그러거든.

  -응? 바루처럼 네가?

  -그래.

  인우의 뜻밖의 말에 초롱이가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입을 다물고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들은 내가 싫은 가봐.

  -네가 싫어? 난 네가… 지금은 좋아졌어. 그,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난 단지 싫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 그러니? 난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가 없었어.

  -정말?

  -응. 그, 그건 그렇구… 대체 네가 훔쳤다는 시간과 그 꽃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

  -아, 그 꽃… 그 꽃에 꽃씨를 담은 꽃방이 있었는데 그 속에 바루가 시간을 숨겨놓았대.

  -뭐? 무슨 소리가 그래?

  -바루 꼭대기에 있는 그 꽃 속에 시간을 숨겨놓았는데 내가 그걸 훔쳤다고 고집부리는 거야.

  -뭐야? 그건 네가 먹어치웠잖아.

  -응. 토해낼 수도 이젠 없어. 그걸 먹고 바로 쌌어.

  -저, 저런… 그럼 이젠 어쩔 생각이야?

  -그러게. 지금은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래서 바루에게 말을 가르쳐 주기로 약속하면서 시간을 미뤘어.

  -솔직하게 말해서 용서를 빌어.

  -그러면 바루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그런데 넌 어떻게 경호네 다락방에서 이곳으로 올 수 있었어?

  인우는 다쿠니 우리가 보이는 창을 보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초롱이도 인우가 쳐다보는 다쿠니 우리를 빤히 쳐다보다가 인우를 돌아보았다.

  -너 혹시… 신전에 갔었니?

  -신전? 그걸 네가 어떻게…

  -그, 그랬구나. 참, 네가 경호네 다락방으로 오기 훨씬 전에 시민공원에 간 적이 있었어. 달밤에…

  -시민공원? 그 시민 도서관 있는데?

  -응. 그곳에서 달령이란 분을 만났어. 그분께서 억새풀로 만든 빗자루를 주면서 그걸 벽난로 환기구 근처에 있는 벽을 쓸어보랬어.

  초롱이의 입에서 달령의 이름이 나오자 인우는 갑자기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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