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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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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0 21:28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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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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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빛은 인우가 이제껏 보았던 태양빛과는 전혀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완전하고 찬란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인우가 바라보는 빛은 순수함으로 가득해서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빛을 눈에 담기만 해도 마음이 좋고 평안해지는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높은 산과 산을 맞닿은 영롱한 하늘 그리고 온 지면에 가득한 울긋불긋한 꽃과 나무들은 일찍이 인우가 한 번도 보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풍경들이었다. 인우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기분이 더욱 좋아졌고 발걸음마저 가벼워져 새털처럼 허공으로 붕 떠오를 것만 같았다.

  -잠깐 기다리거라.

  루퍼는 자신의 농장 안에 있던 커다란 우리 앞에서 인우를 세워두고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루퍼가 들어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가둬두는 곳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우가 서 있는 바깥에서는 우리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구조였다. 루퍼가 우리 안으로 들어 간 뒤 낯선 울음소리가 낮게 우리 안으로 간간히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루퍼가 순백의 산양처럼 보이는 커다란 동물을 한 마리 목줄을 달고 끌고 나왔다. 산양 같기도 했고 사슴 같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순백색의 노새를 닮은 동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네가 잡거라.

  루퍼가 손에 쥐고 있던 목줄을 인우의 작은 손에 쥐어주었다. 노새를 닮은 순백색의 동물이 인우가 쳐다보자 커다란 눈을 말똥거리며 내려다보았다. 마치 친숙한 사이처럼 얼굴까지 안우의 얼굴에 갖다 대려하였다. 어찌나 순한 모습인지 금방이라도 그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맑고 고운 눈망울을 들고 쳐다보자 인우는 저절로 손이 얼굴에 닿았다.

  -처음 보는 동물이지?

  -…

  -나바런에서는 아주 희귀한 동물이지. 다쿠니란다.

  -다쿠니?

  -이걸 끌고 따라오렴.

  -네.

  인우는 루퍼가 손에 쥐어준 목줄을 잡고 루퍼의 뒤를 따라갔다. 커다란 사슴 같기도 하고 노새처럼 생긴 순백색의 동물은 인우를 보자마자 짧게 자란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따라갔다. 마치 커다란 삽살개가 주인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것처럼 전혀 저항하거나 멈칫거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얼마나 순했는지 목을 감고 있던 줄을 조금만 힘주어 당겨도 인우 곁으로 바싹 다가서는 것이었다. 일정한 간격이나 거리를 두지도 않고 인우의 몸에 바싹 붙었고 심지어 머리를 흔들며 인우의 몸에 비비기까지 했다.

  -노새처럼 혹은 엘크처럼 보이지만 그것들과 전혀 다른 동물이다. 그 다쿠니는 매우 영리하지. 게다가 몸에 난 잔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일렁일 정도지. 그 털로 짠 천을 우린 머플이라 부른다. 네가 지금 몸에 두른 것 말이다. 전능한 신 앞에 나설 때 그걸 둘러서 수치를 감싸주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되지.

  루퍼는 신전이 있는 산으로 오르면서 인우의 몸에 두른 머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우는 그제야 자기 몸을 덮고 있던 희고 부드러운 천이 다쿠니의 털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전에 가서 제사를 올릴 것이다. 그 다쿠니는 너를 대신하는 제물이 될 것이다.

  -네? 제, 제물이라면…

  인우는 루퍼의 말을 선뜻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루퍼가 한 말을 그대로 중얼거렸다.

  -죄가 있는 사람이 신전에 오르면 불에 타죽게 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함께 가는 거란다. 다쿠니는 그런 운명을 타고난 거다.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쿠니를 실컷 측은하게 여기는 것뿐이다. 다쿠니는 너희 인간들의 더러운 죄를 대신해서 죽는 운명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인간은 죄가 없어지는 것이고 그것을 부정하면 다쿠니만 죽고 죄는 그대로 남게 된다. 신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거나 두려워 말거라. 어떠한 경우에도 입을 벌려 말하거나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루퍼가 야트막한 돌산 위에 올라서며 인우를 향해 단단히 일러두었다. 루퍼의 말에 인우는 어깨 너머에서 쳐다보고 있는 다쿠니의 순한 눈매를 보고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루퍼에게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때문에 커다란 다쿠니가 죽게 된다는 것을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머리를 인우 몸에 비비며 친근함을 보이는 다쿠니의 행동도 인우는 당황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곧 죽게 된다는 것도 모를 다쿠니의 눈을 인우는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꼭 다쿠니를 죽여야 해요?

  인우는 앞서 걷는 루퍼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죄 없는 다쿠니가 자기 때문에 죽는 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쿠니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신 앞에 설 수가 없다.

  -그, 그럼 제가 그 신 앞에 서지 않을게요.

  -그 얘기는 네가 더블라스가 되겠다는 말과도 같은 뜻이다. 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죄를 없이해야 한다. 인간이 다쿠니처럼 순결한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다쿠니는 살고 인간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신의 뜻이 아니다. 신이 부른 건 너와 같은 인간이다. 고통스럽더라도 견뎌야 한다. 고통은 인간을 가장 순순한 상태로 만들 것이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이겨낸다면 새로운 세상,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그 고통이 너를 이끌 것이다.

  -…

  -이제 다 왔다. 이곳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놀라거나 두려워 말아라. 입을 벌려 신음 소리조차 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리 다오.

  루퍼는 인우가 들고 있던 목줄을 건네받아 돌무더기로 만든 제단 앞으로 끌고 갔다. 인우는 신전으로 올라 선 뒤 크고 강한 두려움에 한 걸음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더구나 신전이라는 말에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을 예상했지만, 인우가 올라 선 곳은 안개가 자욱한 커다란 바위와 돌투성이의 돌밭이 전부인 보잘것없고 특징 지을만한 것도 없는 장소였다. 다쿠니를 끌고 간 제단 역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단 주변을 물들인 붉은 피를 보는 순간 인우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고 똑바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제단으로 다쿠니를 끌고 가던 루퍼가 제단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인우를 돌아보며 오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인우는 큰 숨을 몰아쉬면서 천천히 제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우리를 살리시고 다쿠니를 죽이시어 우리 죄를 말끔하게 씻어 주소서!

  루퍼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빌자 인우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아예 눈과 귀를 틀어막고 시간을 뛰어넘어 도망치고 싶었다. 천둥이 울면서 제단 주변으로 강한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루퍼가 바들바들 떨면서 허리춤에 찼던 칼을 꺼내들고 다쿠니에게로 다가갔다. 인우가 본 것은 거기까지였다. 인우는 도저히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루퍼가 칼을 들고 다쿠니에게 다가섰고 뒤이어 다쿠니의 찢어지는 듯 한 비명소리가 천둥소리에 실려 인우의 귓전을 사정없이 때렸다. 요란한 번개가 제단 사이로 내리꽂힐 때는 심장이 터지는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인우는 다쿠니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자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인우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 후로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사이 루퍼는 제단 앞에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우가 눈을 떴을 때는 똑바로 서있던 다쿠니는 보이지 않았다. 불이 붙은 제단 위에 무언가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활활 타오르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제단을 삼킨 불은 거센 불길이었다. 누군가가 기름을 끼얹지 않으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강하고 센 불길이었다.

  불빛이 차츰 사그라지자 제단 주변으로 안개가 올라왔고 흐릿한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정신이 돌아왔구나.

  제단 앞에서 불길을 지켜보고 있던 루퍼가 돌아서서 인우에게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인우는 루퍼가 의식을 거행하는 동안 줄곧 정신을 잃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찢어지는 듯한 다쿠니의 울음소리와 다쿠니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썼다는 것만 가물거리는 기억 속으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신께서 널 불쌍히 여기셨다. 네가 살았다는 증거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네 머플을 제물과 함께 태우셨다. 다쿠니가 너를 위해 죽임을 당했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다쿠니는 비록 제물이 되어 죽었지만, 네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남아서 너의 길이 돼 줄 것이다. 어둠 속에 갇힌 네게 빛이 돼 줄 것이다. 다쿠니는 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그것은 신께서 너를 항상 보호하고 지키실 거라는 맹세로 너와 언약을 맺은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놀라지도 말거라. 이제 일어나 나와 함께 이 산을 내려가자.

  루퍼가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인우의 손을 잡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인우는 마치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초점 잃은 눈을 지우지 못한 채 루퍼를 빤히 쳐다보았다. 루퍼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루퍼의 뒤를 보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마치 뿌연 안개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루퍼의 손을 잡은 것처럼 인우가 바르르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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