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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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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6 09:45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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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상황에서 인우가 웃음은커녕 겁을 집어먹고 두려움에 빠질 거라는 것을 초롱이가 모를 리 없었다.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장난치듯 즐기고 있는 것도 인우에게 일부러 숨기지 않는 것 같았다. 인우는 그러한 초롱이에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애써 미소를 머금으며 아픈 환자처럼 어정쩡한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나왔다.

  -그렇게 어색한 웃음을 보이면 사자가 불편해 할 거야.

  -왜? 평온해지기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게 안 보이니?

  -그러면 뭐해? 사자가 안절부절 못하는 걸.

  -이해를 못하겠어. 왜 그래야하는지.

  인우는 답답하다는 투로 절름발이 초롱이를 쳐다보았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잖아. 보라구. 늙은 사자가 낙심하면서 떠나잖아. 넌 배려심이 부족해.

  -…

  인우는 초롱이의 말을 선뜻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낯선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우의 태도를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면서 초롱이가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내가 늙은 사자를 실망시킨 건 고의가 아니었어.

  -그래도 너 때문에 낙심하고 지나갔잖아!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어째서 이런 상황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건지…

  인우가 몹시 투덜대자 초롱이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코앞을 스치고 지나는 코뿔소를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코뿔소에게도 활짝 웃으면서 앞발을 흔들어보였다.

  -내가 길을 걷다가 나무를 보았다면 나무가 거기 왜 있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될까?

  -응? 그, 그건 또 무슨 말이니?

  -구름이 하늘을 떠다니는 이유가 정말 궁금한 거니?

  -…

  초롱이가 인우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언덕으로 올라가서 그곳에 있는 바위에게 물어볼까? 왜 꿈쩍 않고 그곳에만 앉아 있는 지를? 아니면 누가 그곳에 놓아두었는지 물어야 할까? 그럼 그가 대답해줄지도 모르겠군. 비는 왜 내리는지, 산은 거기에 왜 있었는지, 달과 별은 왜 떨어지지 않구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를 물어보면 그것들이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가르쳐 줄까? 받아들이고 나서 이해를 구하는 게 더 현명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세상이 널 거부하게 될 거야.

  -어째서?

  -그건 네가 주인이라는 소리잖아. 모든 것을 너를 중심에 세워두고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욕심이 지나친 거라구. 그런 오만은 버려야 해. 차차 알게 될 거야. 어서 이리와. 여기가 바로 루퍼 할아버지 농장이야.

  초롱이가 뒤뚱거리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자 얼마 못가서 고요한 숲을 배경으로 한 낡은 집 앞에 걸음을 멈췄다. 그곳에 이르자 인우는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거대한 고요와 평화가 가슴과 온몸을 감싸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곤두서기도 했다. 심장이 마구 뛰면서 한없이 벅차오르는 기분에 휩싸이자 초롱이가 묘한 눈빛을 들어 인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초롱이는 인우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자 고개를 약간 기웃거리더니 피식 웃으면서 농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인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화로운 감정에 심장이 마구 뛰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것은 마치 경호 일행에게 쫓기다가 커다란 달령의 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과도 같은 안도감이었다. 스스로 깨닫거나 터득한 것이 아닌, 평화롭고 행복한 존재가 인우를 거대한 힘으로 꼭 껴안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 순간 인우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얼얼해져서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초롱이가 왔구나!

  초롱이와 함께 인우가 농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조금은 어둡고 침침한 테이블 앞에서 무언가 꿰매던 노인이 안경 너머로 빤히 쳐다보았다. 인우는 자기를 유심히 쳐다보는 노인이 초롱이가 말한 루퍼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다가서자마자 쳐다보는 루퍼에게 걸음을 멈추고 넙죽 인사를 해보였다. 하지만 루퍼는 인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루퍼 할아버지 그동안 잘 있었어?

  초롱이는 루퍼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인사를 해보이더니 다짜고짜 테이블에 올려놓은 기름진 음식에 앞발을 담가놓고 까칠한 혀를 널름거렸다. 그러다가 아예 머리까지 처박고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너도 어서 먹으렴. 허기지면 사람은 건강을 해치는 법이거든. 날치가 와서 너희가 여행자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일러주더구나.

  -날치가요? 헤헤, 그래서 테이블 위에 내가 좋아하는 가재요리가… 역시 할아버지 최고야!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차렸어요? 헤헤, 설마 이 많은 걸 제가 다 먹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어서 먹지 않고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인우가 맛있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망설이자 루퍼가 오라며 손짓을 해보였다. 인우는 그런 루퍼에게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천천히 다가섰다.

  -이런, 많이 상했구나. 많이 아팠겠구나.

  루퍼는 다가온 인우의 머리와 얼굴을 거친 손으로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찌나 손이 거칠고 투박했는지 루퍼의 손이 상처에 닿을 때마다 인우는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이 오래가지는 않았고 곧바로 루퍼의 투박하고 따뜻한 손길이 지날 때마다 상처부위가 아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우는 루퍼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직접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루퍼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인우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네 이름이 인우지?

  -…

  -인우가 맞지. 겁쟁이 인우! 하하하, 이제야 얼굴을 보게 되었군!

  -아니, 이런 쥐새끼 같은 녀석!

  루퍼가 인우를 앞에 두고 얼굴과 머리를 두툼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한참을 쳐다보고 있자 건장하고 우악스러운 사람들이 루퍼 뒤에서 들어와 테이블에 나란히 앉으며 큰 목소리로 떠들었다.

  -놀랄 것 없다.

  인우가 갑자기 나타난 사내들을 보고 얼음처럼 굳어버리자 루퍼가 인우를 끌어당기며 가슴에 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인우는 루퍼의 가슴에 안긴 채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숨을 참아가며 입술까지 깨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심장은 더 요란하게 뛰었다.

  -놀랄 거 없어. 이젠 염려하지 마. 옳지.

  루퍼가 인우의 등을 토닥이자 어느 순간부터 요동치며 뛰던 심장이 서서히 안정을 찾았고 호흡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이 쥐새끼 어디로 도망친 거지?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커다란 가재를 입에 물고 뜯으며 인우를 돌아보았다. 인우가 안정을 찾고 루퍼 곁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 볼 때는 이미 초롱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이 놈 다시 한 번 눈에 띄라지. 발목을 마저 부러뜨리고 말테니까! 하하하, 겁쟁이 같은 놈!

  인우가 초롱이와 함께 루퍼의 농장에 들어왔을 때 요란스럽게 나타난 건장한 사내들은 모두 세 사람이었다. 그중 한 사내는 키가 크고 곰처럼 몸집이 우람했고 그 옆에 앉아서 다소곳하게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사내는 눈빛이 매우 날카롭고 피부가 눈처럼 희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눈을 마주할 만큼 온화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음식을 먹던 사내는 키가 몹시 작고 통통한 체구였는데 음식을 먹는 속도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했다. 음식을 씹지도 않은 채 목으로 넘기는 것처럼 보였다.

  -루퍼께서 기다리던 아이가 고작…

  곰처럼 우람한 체구의 사내가 양손으로 커다란 가재를 들고 물어뜯으며 인우를 훑어보았다.

  -저렇게 작은 꼬맹이라니…

  -보르말린, 자넨 몹시 시장해서 오다가 쓰러졌다며?

  -네? 누, 누가 그런 말을… 그건 솔직히 오해십니다. 쓰러지긴 했지만 먹지 말아야할 비랄을 먹는 바람에 배탈이 났습니다. 절대로 허기져서 쓰러졌던 건 아닙니다.

  루퍼의 말에 우람한 사내는 얼굴까지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뭐? 비랄을 자네가?

  -네. 너무 배가 고파서 죽은 비랄을 뜯어 먹었죠.

  -자네가 진짜 죽은 비랄을 뜯어 먹었단 말인가? 하하하, 이거야 원…

  루퍼의 말에 음식을 먹던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쳐들고 깔깔대며 웃어보였다.

  -아니, 진짜 왜들 이래?

  -비랄이라니… 그 더러운 비랄을 자네가… 믿을 수 없는 노릇이로군. 비랄을 먹을 때는 다 그만한 각오가 돼 있었을 거야. 게다가 자넨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 까다롭게 굴었잖아. 그렇게 음식에 관한 열정을 갖고 있었던 자네가 죽은 비랄이라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단 말이지.

  -루퍼께서 그렇게 놀리시니 민망합니다.

  루퍼의 말에 보르말린이 풀죽은 모습으로 음식을 조금씩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토라진 아이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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