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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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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5 14:49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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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마침내 가시나무가 길을 비켜주는 듯하다가 다시 요란하게 가지를 사방으로 출렁거리며 길을 막아섰다.

  -…

  초롱이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길을 다시 막아서는 가시나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걸어 다니는 건 아주 어리석은 짓이란 걸 곧 알게 될 거야. 우리를 보라구. 우린 천 년을 넘게 한 자리에서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지. 내가 삼천년을 이곳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무척 자랑스러워 할 거야. 허겁지겁 다녀도 고작 백 년도 살지 못하는 너희들이 과연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게 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제야 알겠지?

  -네. 명심할게요.

  초롱이는 가시나무의 말에 마지못해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인우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었지만, 인우는 좀처럼 가시나무의 위세에 짓눌려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인간이라니… 그건 좀 어이없는 선택이야. 후회할 일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특히, 너! 흉측한 고양이!

  가시나무가 고양이를 향해 가시가 촘촘히 박힌 가지를 위 아래로 흔들며 위협을 가하자 초롱이가 마침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고개를 앞발 사이에 파묻었다.

  -네, 바루님!

  -훔쳐갔던 시간을 반드시 가져오도록. 알겠지?

  -네. 다음에 반드시 가져오도록 할게요. 이 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존경하는 바루님께서 자비를 베푸실 거라 믿어요.

  -그렇게 하지. 그토록 원한다면 자비를 베푸는 것도 위엄을 보이는 거니까. 좋아. 네가 거짓 없이 약속을 지켜 주리라는 걸 믿고 이 길을 지나가는 걸 허락하겠어. 하지만 되돌려준다는 시간을 내게 주지 않거나 말을 가르쳐 준다는 걸 또 잊으면 그땐 나 바루가 널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겠어. 알겠지?

  -네, 존경하는 바루님. 모든 영광이 바루님께!

  초롱이는 갖은 아양을 떨면서 가시나무 곁을 빠져나갈 때까지 굽실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인우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초롱이의 뒤를 따라가면서 입안에 모래가 가득 들어찼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숨 쉴 때마다 모래가 입과 코 속으로 들어와 아픈 입안을 더 괴롭히고 있었다. 가시나무가 가지를 요란하게 뒤흔들 때마다 흙먼지를 일으켰기 때문에 인우 입안으로 모래가 가득 들어차고 말았다. 하지만 인우는 경황이 없어서 가시나무 앞에서는 모래가 입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어둡고 탁한 가시나무 군락지를 벗어나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이 강렬한 바람에 쫓기듯 말려 흩어지면서 서서히 맑은 하늘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사이 초롱이와 인우는 맑은 하늘이 나타남과 거의 동시에 시끌벅적한 마을로 몸이 빠지듯 빨려들어갔다. 그러한 광경은 3D 영화관에서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인 사실이 생각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사실들은 인우가 손끝으로 느끼는 것처럼 아주 작은 모세혈관에 까지 거부할 수 없는 힘과 지혜로 다가왔다. 쉽게 말하자면 공간이동을 하면서 사라진 시간에 관해 인우가 별다른 생각이나 고민을 하지 않는 차원이었다. 초롱이가 훔쳐간 가시나무 바루의 시간이 바로 좋은 예였다. 바루가 시간을 보호하고 경계하는 전령사였다는 사실도 그때에 인우가 비로소 안 사실이었다. 그런 바루의 시간을 훔친 초롱이는 매우 영악하고 지혜로웠지만, 비겁한 모험가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초롱이가 바루의 시간을 훔쳐놓고도 정작 자신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에 관해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것을 바루는 초롱이에게 이해시키려 하고 있었고 초롱이는 전혀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항상 사라진 시간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만 벌이고 있었고 바루는 시간의 비밀이 초롱이를 통해 얼려지는 것을 적잖이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아주 골칫거리야, 바루는…

  초롱이가 바루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고개를 요란하게 저으며 중얼거렸다.

  -시간을 훔쳐갔다는 바루님의 말이 무슨 뜻이니? 훔쳐간 시간을 어떻게 되돌려달란 거니?

  인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빨려들어간 마을에서 불안한 눈을 들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초롱이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아직도 바루의 말이 귓전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초롱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초롱이는 인우의 말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영악하고 당돌한 초롱이는 훔쳐간 바루의 시간에 관해서 인우가 집요하게 묻자 여전히 못들은 척 차갑게 외면했다. 그런 모습에 인우는 몹시 당황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렇다고 내색하지는 않았다.

  -여기가 여행자들의 거리야.

  -여행자들의 거리?

  초롱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복잡한 거리를 둘러보며 흐뭇한 표정까지 지어보였다. 조금 전까지의 상황에 대해 전혀 의식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모습에 인우도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갔다.

  -응. 사람들과 각종 동물들이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할 거야. 우리가 그저 웃어주기만 하면 그들은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져서 지나 간다구. 놀라거나 멈칫거려서는 안 돼. 여행자들은 별다른 뜻을 갖고 있지 않아.

  초롱이의 말처럼 인우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소란스러운 시장과도 흡사한 곳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였고 무시무시한 사자나 곰들과 같은 온갖 들짐승들도 어슬렁거리며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이 다 어느 곳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방향은 분명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위협하거나 노려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인우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조금씩 눈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홀가분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참, 이곳에 있는 어떤 것도 욕심을 내서는 안 돼. 아까 나바런에서 가시나무가 한 말 허투루 들어서는 안 돼. 나바런의 바루는 자기 말로는 그곳에서 삼천년을 살았다는데 내가 보기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를 먹었어. 바루는 그것도 모른 채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내게 해줬어. 그건 그가 매우 많은 나이를 먹은 걸 증명한다는 거지. 내 말이 맞을 거야. 바루가 정신이 약간 혼란스러운 게 틀림없어. 자기 말로는 내가 훔쳐간 시간 때문에 그렇다는데… 저기를 좀 봐!

  초롱이가 사람들과 동물들이 뒤섞인 거리에서 하늘로 눈을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아. 그래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어. 지금 보이는 건 하늘처럼 생겼지만 실은 넓게 페인 구렁텅이야.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가 안 될 테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서두를 거 없어.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나 고민도 하지 마. 노력도 이해하려 들지도 마. 아기가 태어나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잖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돼. 바람이 불면 부는구나 하는 것처럼, 꽃잎이 떨어지면 떨어지는구나 하듯이 말이야. 바람이 왜 부는지, 꽃잎은 왜 또 떨어지는지 이해하려 들지 말라는 뜻이야. 저곳을 보라구. 커다란 늙은 사자가 보이지?

  -응.

  초롱이가 멀리서 다가오는 늙은 사자를 가리켰다. 사자가 몹시 지친 모습으로 걷고 있었지만 포효하는 위엄은 살갗에 그대로 와 닿았고 심지어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곳을 지나면서 그 무시무시한 눈을 부라리며 쳐다볼 거야. 어쩌면 너를 뚫어지게 쳐다볼 지도 몰라. 하지만 조금도 겁먹을 필요가 없어. 네가 겁먹으면 사자는 몹시 당황할지도 몰라. 그건 예의가 아니라서…

  -예의가 아니야?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네게 은혜를 구하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게 틀림없어. 그건 루퍼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으니 나야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지.

  -은혜? 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궁금한 거 투성일 거야. 히히.

  초롱이가 막 지나치는 커다란 늙은 사자를 보면서 작은 몸짓으로 앞발을 들어 흔들어 보며 살며시 웃기까지 했다. 그때 사자가 인우 앞으로 점점 더 다가서면서 초롱이의 말처럼 커다란 눈을 부라리고 위협적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동물원이나 사파리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사자의 모습은 크고 놀라웠다. 그 모습에 인우가 당황하고 움츠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똑바로 서 있다는 것조차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늙은 사자의 눈매는 무섭고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게다가 인우 앞에서 꼼짝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웃어줘. 이렇게!

  초롱이는 계속 앞발을 흔들면서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늙은 사자를 쳐다보았지만 인우는 생각처럼 얼굴에 웃음을 띠울 수가 없었다. 사자를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오금이 저리면서 등골에 식은땀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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