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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지금, 여기, 우리!
작가 : 옥작가
작품등록일 : 2017.6.26

해랑도에서 만난 동원과 시인,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둘.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또 만났네요? 여기서 뭐합니까?”
찰나였다. 뒤돌아선 시인이 발이 삐끗했고 뒤로 몸이 기울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동원의 눈이 커지고 시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시인은 버둥버둥 거렸지만 이미 몸의 중심은 발끝이 아니라 바다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인은 이제 틀렸다고 생각하며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저 수영 못..”
풍덩!
동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풍덩!

동원과 시인의 사랑 이야기
시인의 가족 이야기
그래서 결국 동원과 시인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제25화. 신경전
작성일 : 17-06-29 08:28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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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비행기 속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너무 동화 같았다.

 

 비행기는 탈 때 마다 신기한 기분이 든다.

 

  “우리 비행기는 곧 인천국제공항에..”

 

 안내 방송에 시인은 창문 덮개를 내렸다.

 

 며칠 전 동원이 이제 곧 개학인데 서울 구경 오지 않겠냐며 비행기 티켓을 보내왔다.

 

 오랜만에 홀로 가는 여행이라 설레고 들떴다.

 

  ‘1박 안됨. 12시 넘으면 내가 서울에 니 찾으러 가겠음.’

 

 지이잉. 폰이 울리더니 선수의 협박성 톡이 왔다.

 

 시인이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오빠가 얼마 전에 가수 오빠 명품 바지 구멍 냈지?’

 

  ‘그..그게 뭐?’

 

  ‘그래서 싼 걸로 몰래 바꿔 놨지?’

 

  ‘시..시인아.. 왜 그러십니까?’

 

  ‘2박 3일, 알아서 처리 하도록!’

 

  ‘이 새끼가 진짜 내가 겨우 그까짓꺼로 동생의 비행을 봐줄거라고 생각했다면 참 잘했구나! 재밌게 놀다 온~♡’

 

 시인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피어올랐다.

 

 출구에는 동원이 마중 나와 있었다.

 

  “시인씨! 안 본 사이 더 예뻐졌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작가님, 좀 조용히 말해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죠!”

 

  “아.. 틀린 말은 아니라 그거죠? 하하하.”

 

 시인이 팔짱을 끼자 동원이 기분 좋아 하며 차로 안내했다.

 

  “제가 차를 잘 모르지만.. 이건 진짜 좋은 차 같은데요?”

 

  “맞아요. 이건 비!싼! 차 맞습니다! 시인씨 재벌 좋아하는 것 같아서 흉내 냈죠.”

 

  “완전 좋아하죠. 그럼 오늘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에서 폭죽도 터지나요?”

 

  “그.. 그것까진 안 됩니다. 좀 더 돈 벌어 볼게요.”

 

  “완전 재밌어. 작가님이랑 이런 이야기 할 때 제일 웃겨요. 호호호.”

 

 만날수록 잘 통하는 걸 느꼈다.

 

 특히 유머 코드가 잘 맞았다.

 

 둘은 차를 타고 이 곳, 저 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강이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고, 부산에는 없는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과 파이를 먹는 시인에게 동원이 말했다.

 

  “집 깨끗이 치워 놨어요. 완전히 새 집이 됐죠.”

 

  “왜.. 왜 집을 치웠어요?”

 

  “오늘 우리 집에서 자야죠.”

 

  “말도 안돼요! 호텔 예약해 놨어요.”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내가 호텔에서 자죠.”

 

  “어머어머! 이 남자 좀 봐!”

 

  “하하하하! 그건 우리 밤에 결정합시다! 그건 그렇고..”

 

 시인은 눈을 흘기다가 다시 멀쩡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방송국 구경 가고 싶어요? 오늘 마침 드라마 촬영이 있어요. 원래 외부인 출입금지인데.. 특별히 결말과 상관없는 씬이기도 하고.. 또 이 능력 있는 남친이 힘 좀 썼기도 하고..”

 

 동원이 눈을 찡긋하며 윙크 했다.

 

 시인은 재밌을 것 같아 신이 났다.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동원의 옆자리로 달려가 동원의 볼에 입을 맞췄다.

 

  “능력 있는 남친 완전 좋아요!”

 

  “한 번 더 해 주면 더 좋지 않겠어요?”

 

  “기분이다. 에잇!”

 

 동원의 볼에 돌진하는 시인의 입술에 동원의 입술이 부딪쳤다.

 

 시인이 얼굴 가까이 오자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춘 동원이었다.

 

 시인이 먼 산을 보며 방금 일어난 일을 모른 척 딴청을 피웠다.

 

  “이 여자 봐!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뽀뽀했는데 부끄러워하지도 않다니!”

 

  “그래서 별로예요?”

 

  “완전 내 스타일이예요. 하하하.”

 

 둘은 다시 차에 올라 방송국으로 향했다.

 

 **

 

 시인은 촬영장 세트도 보고, 지나가는 유명 배우들도 실제로 보았다.

 

 동원에게 폐가 될까봐 눈만 크게 뜨고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비명을 지르고 다녔다.

 

 중간 중간 동원의 귓가에

 

  “대박! 진짜 예뻐요.”

 

  “완전 대박! 우와! 진짜 잘생겼다. 얼굴에서 빛이 나요.”

 

 하며 속삭였다.

 

 동원은 시인의 입술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뛰어서 시인이 뭐라고 이야기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여기가 배우 대기실이예요. 배우들이 있을테니 열어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어머, 작가님? 오늘 못 나오신다고 하던데.. 그런데 이 분은 누구세요?”

 

 유림이 대기실 문을 열고 나오다가 동원을 발견했다.

 

 

  ‘헐, 대박! 진짜 이쁘네. 얼굴 크기 봐. 진짜 날씬하다. 어쩜, 얼굴에 모공이 하나 없어.’

 

 시인은 유림을 처음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여자랑 자신의 남친이 같이 일한다는 경각심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간 이후였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방송실 구경 시켜 주느라..”

 

  “어, 이작가! 안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여기 이 씬 말이야. 이렇게 수정하는 게 어떨까? 찍어보니 그림이 별로 안 좋네. 잠깐 회의실에서 이야기 해 보세.”

 

  “아.. 제가.. 지금..”

 

  “다녀오세요. 작가님 여친은 제가 잠시 대접하고 있을게요.”

 

 유림의 미모에 얼이 빠져 고개를 끄덕이며 동원을 보내는 시인이었다.

 

 동원은 뭔가 찝찝했지만..

 

 빨리 다녀오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시인과 유림은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기실 안에는 팬들이 보낸 선물인지 예쁘게 포장 된 상자도 많았다.

 

 탁자에는 물과 채소 샐러드, 방울 토마토가 접시에 담겨 있었다.

 

  “식사 중이셨던 것 같은데 드세요. 저는 죽은 듯 가만히 있을게요.”

 

  “어머, 서울분이 아니신가 봐요?”

 

 시인은 문득 자신의 억양이 너무 셌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네. 호호호. 부산 사람이예요. 너무 말투가 세죠?”

 

  “아니요. 매력적인걸요? 작가님이 여친 있다는 말을 안해서 오늘 알았네요.”

 

  “아.. 네..”

 

  ‘뭐야.. 작가님 여친 생겼다고 말 안했어? 하기야.. 나도 학교에 굳이 내 연애사 말하나 어디..’

 

  “동원씨는 연애 할 때 어때요? 너무 무뚝뚝하지 않아요? 저한테도 이제야 웃어주던데.. 우리가 안 지 벌써 2년째거든요.”

 

  ‘동원씨? 뭐야? 웃어준다고? 안지 2년째?’

 

  “아, 오빠가 얼마나 다정다감한데요? 호호호. 엄청 닭살이죠. 호호호.”

 

 어느 새 유림의 미모에 대한 감탄은 사라지고 시인에게 암사자의 본능이 깨어났다.

 

  ‘오빠? 닭살? 아, 짜증나.’

 

  “어머, 동원씨가 그런 스타일이구나. 서울 놀러 왔는데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요?”

 

  “네.. 디저트도 먹고.. 화요미식회에 나왔던 밥집도 가구요.”

 

  “저도 그렇게 먹고 싶은데.. 이런 몸매 유지하려니 이렇게 샐러드 밖에 못 먹네요. 그쪽.. 성함이?”

 

  “정시인입니다.”

 

  “네.. 시인씨는 좋겠어요. 평범하게 먹는 거 다 먹고..”

 

 유림은 웃는 표정으로 시인을 한 번 훑어보았다.

 

  “주변에 시인씨처럼 평범한 몸매가 별로 없어서 부러워요.”

 

  ‘뭐야? 지 날씬하다고 자랑하는 거야?’

 

  ‘지금 너랑 나랑 비교가 되니? 완전 부끄럽지?’

 

  “그러게요. 너무 마르면 남자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 힘드시겠어요.”

 

  “뭐 나올 때, 들어갈 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네요. 호호호. 공부만 하느라 몸매 관리 한 번 안해봐서 유림씨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딱 봐도 관리중이구만. 무슨 몸매 관리 한 번 안해봐?'

 

  "어머, 공부 잘 하셨나 봐요? 어떤 일 하세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요. 호호호. 재능이 없어서 그냥 공무원이죠 뭐."

 

  "선 보시면 인기 많으시겠어요. 호호호."

 

  "선 볼 일이 있나요 어디, 우리 오빠가 있는데요. 호호호."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선을 왜 봐?'

 

  "뭐 사람 사는 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호호호. 시인씨랑 이야기 하니 참 재밌네요."

 

  '기다려봐라, 곧 니 남자가 아니라 내 남자가 될테니..'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시인씨, 나갑시다. 유림씨, 고맙습니다.”

 

  “네, 오빠. 그냥 바로 집으로 가는 거예요? 오빠가 밤에 해 주는 야식 먹고 내일 아침에 같이 얼굴 부으면 좋겠다. 호호호. 오빠, 얼른 가요. 참.. 유림씨 나이가..”

 

  “올해 스물 아홉....”

 

  “아, 유림 언니, 언니네요. 호호호. 언니, 고마웠어요. 드라마 잘 볼게요. 우리 오빠 잘 부탁드려요. 언니,”

 

  ‘언니? 비슷해 보이는데 언니라고?’

 

  ‘내가 한 살 동생이야! 흥!’

 

 동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빠라 부르며 팔짱을 끼고 나가는 시인의 이가 꽉 다물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왠지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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