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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간택하였노라
작가 : 울림
작품등록일 : 2017.6.25

조선 최대의 정보거래조직의 수장, 은월.
그리고 그녀를 중전으로 간택하겠다는 조선의 왕, 이한. 그들의 피튀기는 궁궐로맨스!

 
02. 조선 최대의 정보거래조직 은월단
작성일 : 17-06-26 20:09     조회 : 256     추천 : 1     분량 : 3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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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아래 드러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두 사내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던 것도 잊은 것인지 넋을 잃은 것인지 그녀에게 고정된 두 눈을 거두지 못했다.

 

 눈처럼 깨끗하고 흰 피부에 날렵하게 떨어지는 콧날, 딱히 무언가를 바른 것 같지 않지만 촉촉할 것만 같은 선홍색 입술,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것은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깊고 짙은 갈색의 신비로운 눈동자였다.

 

 두 사내가 멈칫하는 사이 그녀가 검을 바로잡고 공격할 기세를 보이자 무영이라 불린 기골이 장대한 사내가 정신을 차리고는 부채를 든 사내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사내들을 쫓아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검을 추스르며 추격을 포기했다.

 얼굴을 가릴 복면을 잃었기에 더이상의 소란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젠장."

 

 잠시 두 사내가 떠난 곳을 바라보던 그녀는 아름다운 외양과는 어울리지 않는 욕지거리를 낮게 내뱉고는 뛰쳐나왔던 창문으로 순식간에 다시 들어갔다.

 

 그녀가 한바탕 소란을 겪고 돌아왔지만 이조판서 김중현과 그를 따르는 양반들은 흥에 취해, 독한 술에 취해 바깥의 소란을 눈치채지 못한 듯 기생들까지 다시 불러들여 술판을 벌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역시 더이상 그곳에서 얻을 정보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월하정 내부의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그녀와 같은 검은색 일색인 복장에 복면을 잃기 전 그녀처럼 검은 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이 그녀를 맞이했다.

 

 "단장!"

 

 검은 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은 걸어들어오는 그녀의 행색을 보고는 적잖이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웅성거렸다.

 아마 은월단이 늘 착용하고 다니는 복면을 하지 않은 것과 단원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그녀의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인 후 제일 안쪽에 있는 문을 열고 저벅저벅 걸어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그대로 의자에 털썩 앉아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는 눈을 감았다.

 

 밖에서는 계속 그녀를 걱정하는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잠이 든 것인지 명상을 하는 것인지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수하들이 마음 졸이는 것도 모르고 이토록 무신경한 그녀는 사실 조선 최대의 정보거래조직 은월단의 수장, 은월이다.

 은월단은 아주 작은 정보부터 양반들을 벌벌 떨게 하는 최고급 정보까지, 조선 땅이라면 어느 양반집 숟가락 갯수까지 알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은월단은 조선 곳곳에 거대한 정보망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이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과는 다르게 그들에 대한 정보는 드러난 것이 거의 없고 특히 그들의 수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드러난 것이 없어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이렇게 그들이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조선 최고의 기방인 월하정을 기반으로 정보를 모으기 때문이다. 월하정은 은월단이 정보를 모으기 위해 비밀리에 만든 기방으로 초기에는 작은 기방으로 시작했지만,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구조를 이용하자 양반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어 가면서 지금의 월하정이 탄생할 수 있었다.

 

 월하정은 대외적으로는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모든 방에는 기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장치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방 안에서 오고 가는 모든 정보는 은월단에게 흘러들어갔다.

 

 이런 월하정이 은월단의 본체이고, 조선 사방팔방에 마련되어 있는 지역별 은신처들까지 포함하면 그들의 수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렇게 전국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체계적으로 등급이 나누어져 등급에 따라 적절한 값을 매겨 정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거래한다.

 

 정보를 거래함에 있어서도 철저한 비밀유지 절차를 거치며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돈만 낸다면 누구든지 은월단의 정보를 살 수 있다.

 또한, 은월단의 단원들은 항상 검은 옷과 복면을 착용하여 그들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아니, 은월단의 얼굴을 본 자들은 대부분 살려두지 않기 때문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은월단의 수장, 은월은 당최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요란하게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를 부르는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에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단장!"

 

 우렁찬 목소리의 사내는 은월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이리저리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며 말했다.

 

 "다친데 없고, 상처도 없고, 근데 복면도 없고?"

 

 은월이 화가 난 듯한 사내의 말에도 당황하는 기색도 별다른 동요도 없이 사내를 바라보자 사내가 이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대체 혼자서 무얼 하다 온 거야. 제발 내 속 좀 썩이지마!"

 

 "월하정 뒷편에 수상한 자가 나타났었어."

 

 수상한 자가 나타났다는 은월의 말에 사내는 약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정정해주었다.

 

 "수상한 자? 수상한 자들이겠지. 단장의 복면이 벗겨진걸 보면. 못해도 수십은 되었을 테니까."

 

 "아니, 수상한 자였어. 그래, 수상한 자들이라고 해야 하나? 둘이었거든."

 

 "뭐? 둘이라고?"

 

 "그래, 실제로 상대한 건 한 명이었지만."

 

 "말도 안돼!"

 

 사내가 놀란 듯 소리쳤지만 은월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실력자는 너 이외에 처음이었어. 그리고 또 다른 자는.."

 

 은월은 잠시 자신과 검을 겨뤘던 무영이란 사내의 실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 자가 지키던 부채를 들고 있던 사내가 생각났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는 했지만 다부진 체격과 목소리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위엄은 무영이란 사내보다 더욱 범상치 않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은월이 생각에 빠진 모습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보인 건지 아니면 기분이 안 좋아 보였던 것인지 사내가 괜히 과한 몸짓과 과하게 큰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그래도 걱정 마. 단장! 그깟 놈들쯤은 당장이라도 단장 앞에 데리고 와서 무릎 꿇릴 수 있어. 내가 누구야! 은월단의 부단장 호연이야. 호연!"

 

 그의 과한 몸짓과 과하게 큰 목소리에 은월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에 호연은 은월이 조용히 쉴 수 있도록 은월의 방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부단장인 호연이 은월의 방에서 나오자 은월의 방 밖에서 안절부절하며 기다리고 있던 은월단의 단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호연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부단장! 단장께선 괜찮으신 거죠?"

 

 "단장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복면을 어떻게 하신 거랍니까?"

 

 "다치신 곳은 없으신 겁니까?!"

 

 호연은 자신에게 질문을 퍼붓는 단원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워워~이놈들 단장의 일이라면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구나!"

 

 "그야, 우리 단장님 일이니까요!"

 

 단장을 끔찍이 생각하는 단원들의 모습에 호연이 짐짓 서운한 척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놈들이! 나한테도 그렇게 신경 좀 써봐라!"

 

 호연이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하자 단원들도 굳은 표정들을 폴고는 받아쳤다.

 

 "우우~!!"

 

 "부단장은 부단장이 알아서 잘 챙기십시요!"

 

 단원들이 장난끼있는 말들로 받아치자 호연은 배를 잡고 호탕하게 웃었다.

 

 "푸핫하하하!!"

 

 은월단은 임무를 할 때에는 상명하복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임무를 수행하지만, 평상시에는 마치 가족인 것처럼 스스럼없는 모습으로 서로를 대한다. 호연은 그런 단원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에라, 이놈들아! 단장한테는 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들 하지 마. 단장이 복면 좀 벗는다고 죽기라도하신다냐?!"

 

 호연이 타이르듯 단원들에게 말했지만 평소의 은월을 잘 아는 단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단장인 은월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고, 누구보다 은월과 가깝고 은월을 생각하는 호연의 말이기에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단원들이 잠잠해지자 호연은 은월단 중에서도 최정예로 손꼽히는 단원들만을 조용하게 불러들였다.

 

 "지금 당장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예, 부단장!"

 

 평소 장난끼 많은 호연이었지만 오늘따라 진지한 모습과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명하자 은월단 최정예 단원들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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