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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휘의 세레나데
작가 : 빠라박박
작품등록일 : 2017.5.30

강한 힘의 반발로 생겨난 차원의 틈에 빠져 이세계로 떨어졌으나, 모든 힘이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나와 똑닮은 소녀, 그리고 나를 너무 막굴리는 주인님까지…….

가면 갈수록 꼬이는 다른 세상이야기, 어떻게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것인가?

 
프롤로그-여긴 어디? 너는 누구?(2)
작성일 : 17-06-26 17:23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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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고있나보다. 요새 잠만자는 잠꾸러기가 된 것같다. 잠이란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다. 잠이란 육체적 피로뿐만아니라 정신적 피로마저도 풀어준다. 또한 그 어떤 명약과도 비교가 안될정도로 치료효과가 탁월하고 면역성을 높혀준다. 나는 그렇게 위대한 잠을 자고있다. 그러고보면 나도 여러가지로 많이 지쳤나보다. 따뜻한 햇빛이 눈썹을 따갑게 괴롭힌다. 그리고 왠지 배를 무언가가 누르는듯 묵직하다. 일어나야겠다. 온몸이 액체로 변한듯 한껏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키고 눈을 뜬다.

 

 "……."

 

 나 원참. 사람이 자고있는데 그 배 위에다가 전신 거울을 놓으면 어떻게 해. 나는 생각없이 그 거울을 응시하고있었다. 이 거울을 올려놓은 사람이 치워주길 바라며…….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거울속의 나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있었던 것이다. 볼을 한껏 부풀리고 인상을 찌푸리곤 '뿌,뿌,뿌,뿌.' 이런식으로 계속 소리를 내고있었던 것이다. 나는 전혀 그러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그런 아이같은 짓을 할리가 없는데 말이지. 나도 모르게 거울속의 나의 입술 근처로 손을 갔다댔다.

 

 뭉클.

 

 입술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서 느껴진다……?

 

 "어, 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의아하여 벙찐 표정을 지으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뭐지? 뭘까? 내 앞의 이 거울은 뭘까? 거울이 뭉클이라니?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한 질문을 자신에게 하며 뇌를 모터처럼 돌렸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현실로 돌아왔다.

 

 "끄아아아아아악∼!"

 

 거울속의 '나'가 내 손가락을 깨문것이다! 뭐 이런 거울이 다 있나! 마법거울인가? 거울속의 '나'는 내 손가락을 놔주지 않았다. 손을 빨리 빼야겠지만 그랬다가는 손가락이 잘릴것같은 고통이 동반할것같아서 섣불리 빼지도 못하고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거의 실신 상태까지 가 있던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쪽, 쪽, 쪽, 쪽, 쪽, 쪽.

 

 어느 순간부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거울속의 '나'는 눈을 감고 내 손가락을 빨고있었다. 어색한 침묵속에 계속 '쪽쪽쪽.'하는 소리만 크게 울려퍼졌다. 자세히보니 거울이 아니였다. 나였다……?

 

 "허억!"

 

 나는 헛숨을 들이키며 놀라서 뒤로 다시 넘어갔고 그 때문에 입에 들어가있던 손가락 끝은 '뽁'하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내 배 위에 올라타있는건 내가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나와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하얗고 부드러운 나체의 소녀였다. 거기까지 깨닫자 전신이 빳빳하게 경직되고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또 주신이 멋대로 내 육체의 소유권을 가져간건가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내 어깨 언저리로 하얀 머리가 있고 입은 복장을 보면 나는 분명히 내 육체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내 몸을 겹쳐안으며 꼼지락거렸다.

 

 "저, 저기요……. 이러시면……."

 

 내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가슴으로 내 머리를 꼭 눌렀다. 흐어어억! 순식간에 얼굴 아니, 목까지 빨개지며 심장이 북처럼 고동치고 거의 실신할정도로 혈압이 올랐다. 그렇지만 소녀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거기서 의아함을 느낀 나는 눈을 감고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걸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걸 알게되었다.

 

 "뿌빠, 뿌빠, 빠빠빠빠. 꺄르륵!"

 

 뭐랄까. 갓난아기가 좋아서 내는듯한 그런 소리……. 잠시 소녀가 힘을 뺐을때, '나는 기회다!'라는 마음의 외침과 함께 최대한 소녀의 몸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며 코트를 벗어 소녀에게 덮어주었다. 소녀는 걸리적거린다는듯이 인상을쓰고 코트를 걷어내려했지만 나는 코트를 잡아 단추를 채웠다. 결국 이상하게 단추가 채워져 쉽게 움직일 수 없게된 소녀는 울먹울먹하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앙!!!"

 

 크억! 귀청 떨어지겠네!!! 뭐 이런!!! 다 큰 애가 갓난애처럼 울어!!! 나는 주변에 누가 들을까 무서워 실례인건 알지만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침을 질질 흘리며 계속해서 꺽꺽 울어댔다. 빨리 이 상황을 타개하지않으면 흉악범으로 몰려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아공간 팔찌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휘청.

 

 아공간 팔찌에서 물건들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고 기절할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져 구토감이 올라왔다. 간신히 구토를 참은 나는 아공간 팔찌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이제 점점 울음소리가 작아져가는 소녀의 입에 흐른 침을 일단 닦아주었다. 그리고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미소를 되찾은 그녀에게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저기요."

 

 "빠?"

 

 "이름이 뭐예요?"

 

 "꺄르륵."

 

 "몇살이예요?"

 

 "뿌우우∼"

 

 그 주신이 내 육체를 가지고 장난을 친건가.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을때는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눈앞의 소녀에게 집중하느라 전혀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있었던 터라 붉게 노을이 달아오를때까지 해가 지고있다는것도 몰랐다. 약간 날씨가 쌀쌀해졌다는것을 깨닫자 발가벗은 눈앞의 소녀를 위해 일단 집으로 텔레포트하여 돌아가기로 했다. 당연히 내 집일거라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니었다. 텔레포트가 시현되지 않았다.

 

 "얼라리."

 

 나는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 다시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애써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이 온것일까. 가볍게 허공에다 마법을 시전했다.

 

 "헬파이어."

 

 가볍게(?)쓴 것 치곤 너무 스케일이 큰 것 같지만 일단 패스. 당연히 퍼부은 마력의 양에 따라서 푸른색이나, 더 마력을 썼다면 흰색의 불꽃이 나타날것이라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 허공에는 촛불하나 생기지 않았다.

 

 "어라."

 

 점점 가중되는 불안감에 입술을 짓씹던 나는 다시 숨을 가다듬고 마법을 썼다. 아주 낮은 클래스의, 기본적인 마법.

 

 "라이트."

 

 물론 변화없음.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현실감이 몰려들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라는……. 황급히 머리를 굴려 어디서부터 잘못됬는지 기억을 더듬으려 했…….

 

 휘이잉.

 

 부르르르.

 

 으나. 춥다. 보온마법이 걸린 코트는 소녀가 입고있고 나는 보온마법도 없는 티셔츠 한장. 이럴줄 알았으면 모든옷에 미리미리 보온마법을 걸어둘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공간 팔찌는 사용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내 옷들과 만약을 위해 항상 넣어두고 다니는 물품들 중에 여성용 옷들을 몇가지 꺼냈다.

 

 아찔.

 

 아까보다 더 정신을 놓을것같은 느낌과 함께 속에서 올라오는 구토감. 기분이 더러워진다. 가슴을 두드리며 아까 꺼낸 여성용 옷들. 신발과 니트와 청바지를 소녀에게 입혀준다. 불행히도 속옷은 없다. 처음에는 몸을 비비트며 거부했지만 이내 가만히 입혀주는대로 따른다. 마지막으로 다시 내 코트를 걸쳐주고 나도 보온 마법을 걸어놓은 패딩을 입었다.

 

 푸르르. 푸르르.

 

 바람결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새삼스레 깨달은 건데 지금 소녀와 내가 있는곳은 어느 산의 꽤 넓은 공터였다. 산이 가파르지 않아서인지 산이라기보다는 들판으로 보였다.

 

 "빠, 빠."

 

 여전히 알수없는 소리를 내며 애꿎은 바닥의 풀들을 뽑는 소녀를 지긋이 관찰했다. 하는짓은 갓난애……. 정신지체같은건가? 음……. 생긴건 나와 쌍둥이, 아니 복제인간이라고해도 믿을정도로 완벽하게 똑같아. 진홍색 눈동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다른색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백발. 외관상으로 키는 내 턱정도 오니까 160~165CM사이인것 같다. 나이는 거의 같아보인다. 차이라면 여성이라 골격이 다른것 뿐. 그녀에대해 내가 알아낸건 이게 전부였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본다. 처음보는 식물들과 처음보는 이질적인 풍경. 여기가 어느나라지? 마법을 못쓴다면 다른사람들이 나의 위치를 추적해서 찾을때까지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건데…….

 

 꼬르르륵.

 

 "윽. 배고프다."

 

 언제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어디론가 기어다니려고하는 소녀를 내 옆에 꼭 붙잡아 앉히곤 몸을 웅크렸다.

 

 &

 

 토닥토닥.

 

 소녀의 등을 토닥여주다가 겨우 잠이 들었음을 확인하고 머리를 쓸어 넘겨준 뒤, 몸을 일으켰다. 벌써 밤이 깊었다. 옷을 입은 덕에 춥진 않아도 밤을 불빛하나없이 지새운다는건 썩 좋은일은 아니기에 피운 모닥불도 아직 그럭저럭 괜찮다.

 

 "젠장. 집에 가고싶다."

 

 그동안 열심히 생각해 본건데 저 소녀는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내가 사고쳐서 낳은 아이도 아니다. 한성진 여성체라……. 뭔가 마니악하잖아.

 

 타닥, 타닥.

 

 멍하니 모닥불 타는소리를 들으며 모닥불에 의해 발갛게 보이는 소녀를 응시한다. 하아……. 나오는건 한숨 뿐. 아까는 소녀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었지만 이젠 기억난다. 브리스와 한창 싸우고 있을 때 주신인지뭔지 어떤 존재가 나의 몸을 가로채서 브리스와 싸우는데 그 힘을 차원이 이기지못하고 틈이 생겨서 브리스가 잡아당기는 바람에 거기로 같이 빠져버렸다……. 설마 믿고 싶진 않지만 여긴 다른 차원일까? 추측해보자면 마법을 못쓰는것도 차원을 이동하는 도중에 마력이 원래 있던 차원에 남아있고 미처 여기로 넘어오지 못한건가. 으음……. 그러고보면 아공간 팔찌를 사용했을때 정신이 아찔아찔했던 것은 지금 내 몸에는 보통 인간의 마력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그 얼마없는것을 억지로 쓰려다보니 무리가 왔나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일 경우 여기는 내가 살던 차원이 아니고 다른 차원이라는 것. 만약 다른 차원이라면 그나마 다행히 차원이동중에 차원의 틈에 끼여 영원히 고립되지도 않았고 영혼에 귀속된 아공간 팔찌는 멀쩡하다. 하지만 두가지 의문점, 저 소녀. 그리고 틈에 빠져버린 후 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에 분명 한번 더 깨었었던 것 같은데……. 다른것들은 다 명쾌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대충 어떻다 치부해서 한쪽으로 미뤄둘만하지만 이것에 대한것만은 머릿속이 새카맣다. 그러니까……. 아무기억도…….

 

 [나를 잊지마.]

 

 !!!!!

 머릿속에서 총알이 스쳐지나가는듯 들린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에 얼굴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마법걸린 옷을 입고 추울리가 없는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혹시 주변에서 난 소리를 머릿속에서 울린 소리라고 오해한 것 아닌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기 누구 있어요?"

 

 돌아오는건 짙은 침묵뿐. 허탈함에 무릎을 모아 팔로 안고 거기에 얼굴을 묻었다.

 

 [나를 잊지마.]

 

 !!!!!

 또다시! 이제는 무서웠다. 두려움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눈을 감는데 눈을 감은 어둠속의 저편에서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기억나."

 

 웅얼거린 나의 목소리. 끝도없이 갈라져서 나조차도 화들짝 놀랐다. 나 자신에게 핀잔을 주며 정신을 집중하자 또다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암흑. 어떤 소녀. 허무한 눈동자. 그리고 그 입술이 나지막히 말하는 단어, '나를 잊지마.' 등뒤로 축축한 식은땀이 흘렀다. 기억나는것은 그것들이 다다. 그녀와 어디서 어떤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그 소녀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나마 뚜렷한 장면은 크고 검은 눈동자 가득 담긴 공허. 그리고 내가 느끼는 본능적 공포.

 그녀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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