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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루시드 CUPIDO
작가 : 과자남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날 복권에 당청된 정현. 그의 눈앞에 그가 한 눈에 반해버린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를 사로잡기위해 당청금을 쏫아붇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
속을 앓던 그의 눈앞에 큐피드(?)가 나타나 제안을 하는데.

 
12. 키스의 맛
작성일 : 17-06-22 15:59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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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애인이니까, 넌 다른 사람 알아봐."

 

 "예,예. 잘 알았어요~"

 

 우리가 만담을 벌이는 걸 보고 간신히 그녀가 웃었다. 나는 두가지 의미에서 기뻤다. 그녀가 합격한 것 그리고 그녀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것.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던 남학생은 학교에서도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생활 보호 대상자 주제에 세금 낭비할 생각말고 직장이나 구해라. 이번에 합격한 것도 생활 보호 대상자 우대를 받은것일테지. 너 같은게 있으니까, 나 같은 일반인이 피해를 입는 거다. 아마 그녀가 입학을 취소하면 자신에게 자리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나한테 그런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걸 알게 된 건 합격 발표를 보러갔던 그녀의 친구 제보 덕분이었다. 반 아이중에서도 그 남학생의 언동을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그녀 주위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담임교사도 이걸 큰일로 보고 남학생을 따로 불러 주의를 주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담임이 아닌 다른 반 선생님이 반 아이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면박을 줬다고 했다.

 

 "저 아이는 자기 힘으로 합격한 거야!"

 

 "자기 실력도 모르는 얼간이 주제에 어딜 남탓을 하려 들어!"

 

 그렇게 호통을 치자 결국 남학생은 아무말도 못했고, 이 후 조용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참을성이 강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괴로운 일을 당했는데도 나한테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걸 눌러 참고 있었다니. 나는 그렇게나 의지할만한 녀석이 못되는가 싶어 굉장히 슬펐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게 분했던지라 그녀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교복을 맞추러갔다. 치수를 재고 시착을 하면서 그녀는 굉장히 즐거워보였다. 그녀가 넥타이 묶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기에 가르쳐주기로 했다. 방에 돌아와 그녀에게 넥타이 묶는 방법을 가르쳐 주던 중 은연중 물었다.

 

 "그 외에 또 필요한거 있어?"

 

 "그 외에?"

 

 "진학 축하 선물"

 

 넥타이를 이리저리 매만지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뭐든지 괜찮아요?"

 

 "그래"

 

 "에헤헤, 그럼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좀 더 애인답게 대해주세요"

 

 그녀는 친구한테 3년이나 사귀었는데 아무 일도 없다니 이상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내가 반론을 늘어 놓기도 전에 단언했다.

 

 "꼭 들어주셔야 해요?"

 

 "...뭐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애매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저 웃었다.

 그녀의 할머니의 부탁을 받아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 어떻게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애인의 졸업식에 참가한다는 건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졸업식은 담담하게 진행됐다. 끝난 뒤에고 사진을 찍거나 하면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그녀,그녀의 할머니랑 함께 사진을 찍기로 했다. 카메라를 든 그녀의 친구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좀 더 들러붙어 주세요~"

 

 이미 충분히 가까웠지만 좀 더 가까이 붙기 위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둘러 껴안았다.

 

 "얼굴을 좀 더 내려주세요~"

 

 무릎을 조금 굽혀 내 얼굴을 그녀의 얼굴과 같은 위치에 두었다.

 

 "자~ 거기서 볼에 키스~"

 

 그녀가 굉장히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물론 키스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음에 몰래할 거 다 아는데~"

 

 어느샌가 그녀의 친구들은 물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졸업식 특유의 분위기에 감화되어서 사람들은 떠들썩하니 웃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구경거리 취급이었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우리는 오후 늦게 학교를 나섰다. 특별한 날이니까 저녁식사는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할머니가 나와 그녀를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 자네한테는 하나 하나 감사해도 모자를 정도야. 정말 고마우이."

 

 "아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받기만 하지말고...음, 그렇지. 뽀뽀라도 해주는 게 어떠니?"

 

 할머니의 농담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응!"

 

 그 자리는 그렇게 끝났다. 그 후 내 방에서 함께 쉬고 있던 중 그녀가 말했다.

 

 "저기...에헤헤, 키스.. 하는 방법 가르쳐.. 주실래요?"

 

 "가르쳐 달라니"

 

 "해본 적 없는 걸요"

 

 "뭐.. 나중에 가르쳐 줄게"

 

 나는 그때까지도 여동생을 키우는 오빠 같은 심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톡 밀었다. 입이 삐죽 나온걸 보니 내 대답이 불만스러웠던 것 같다. 결국 그녀의 화를 풀기 위해 꽤 오랜시간을 들여야 했다.

 고등학교 입학 당일, 안타깝게도 나는 야근이 잡혀있었다. 그녀가 실망할게 뻔했지만 결국 참석할 수 없었다. 다음날 집에 돌아와 한숨 눈을 붙였다. 그러다 그녀가 내 얼굴을 쓰다듬는 감촉에 눈을 떴다. 한숨만 잔다고 생각한게 어느새 저녁 6시가 되있었다. 그녀는 내 얼굴에 삐쭉삐쭉 불거나온 수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아직도 졸렸지만 그대로 일어나기로 했다. 그녀는 아직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 맞추러 갈 떄 같이 가긴 했지만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옷만 바꼈을 뿐인데 중학생 교복을 입었을 때보다 어른스럽게 보였다. 청색 윗도리에 붉은 체크무늬 스커트, 붉은 바탕에 하얀 빗금이 그려진 넥타이. 공립학교 교복치고는 꽤 세련된 교복이었다. 그녀가 예뻐서 선택했다고 할 만했다. 중학생때보다 덜 엄격해서인지 지금껏 묶고 다녔던 머리카락을 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견갑골 아래까지 내려왔다. 자신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나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부터 고등학생이에요"

 

 "응, 축하해"

 

 물론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굳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다. 저녁식사를 먹으러 그녀의 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 그녀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교실에 같은 학교 출신이 많아서 지내기 편하다는 것. 그때 합격발표를 보러온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

 

 "둘러대기 난감해서 그냥 애인이라고 했는데... 괜찮을까요?"

 

 고등학생이랑 사회인, 굉장히 큰 벽이다. 나쁘게 보려 하면 얼마든지 나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계기로 그녀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오명쯤이야 얼마든지 뒤집어 쓸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누워 있는데 그녀가 내 팔을 베고 같이 누웠다.

 

 "에헤헤, 오늘 부터네요"

 

 "응?"

 

 "잘 부탁할게요"

 

 "뭘?"

 

 "진짜 애인 대접"

 

 나는 지금까지 애인으로써 대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렇게 받아 들이지 않은 듯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눈을 들여다봤다. 다만 조용히.. 그 큰 눈망울에 내 얼굴이 잡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키스...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도 겁쟁이 같은 결론이었지만 그게 내 최선이었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며 물었다.

 "키스..해도 될까?"

 

 "예"

 

 그녀는 머뭇대지도 않고 바로 답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게 조금 웃겨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찔렀다.

 

 "수줍지도 않아?"

 

 "지금껏 계속 기다렸는 걸요"

 

 "...그렇구나"

 

 그녀는 내 무릎위에 올라 탔다. 그리고 한쪽 뺨을 내 가슴에 대고 눈을 감았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조금 키가 컸지만 아직도 내 품에 쏙 들어왔다.

 

 "키스 해주세요"

 

 품안에서 체온이 점점 올라가는게 느껴졌다. 하얀 피부가 점차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평소 부끄러운 말이나 행동을 하면 언제나 시선을 돌리곤 했지만, 그 날 만큼은 그저 내가 움직이길 기다렸다. 나는 나대로 너무 긴장해서 호흡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떻게든 침착해 보이려고 애섰다. 내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접촉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뺐다. 가능한 천천히, 입술만 가져다 대는 키스. 그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몇 초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입술을 떼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헤헤"

 

 그녀는 내 셔츠 자락으로 얼굴을 숨긴 채 쑥쓰러운 듯이 웃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평소처럼 응석부리는 그녀를 토닥이던 중 그녀가 말했다.

 

 "혀.. 입에 넣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키스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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