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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런 결혼
작가 : 김지애
작품등록일 : 2017.6.8

피도 눈물도 없는 냉랭한 남편과 사랑 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한지 2년. 가정이란 목책 안에서 감정적인 것들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할 이유는 없다고 믿고 있는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동요와 변화가 천천히 일기 시작한다. 둘의 결혼생활은 앞으로도 무사할 수 있을까?

 
2. 생일
작성일 : 17-06-21 23:49     조회 : 617     추천 : 0     분량 :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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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야!!”

 “와아!”

 “공작가님 생일축하합니다!”

 

  영화사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팀 식구들이 케익을 들고 소란스럽게 폭죽을 터트려 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쥐고 있던 가방을 떨어트릴 뻔 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팀원들이 케익을 턱밑까지 갖다 댄 케이크에 얼떨결에 소원도 없이 생일 초를 불었다. 맞다, 나 오늘 생일이었지. 요 며칠 마감에 쫓겨 한참 정신없이 보냈더니 일 년에 하루뿐인 생일도 잊고 있었다.

 

 “공작가, 오늘 마치고 뭐해?”

 “글쎄,”

 “왜? 생일인데 남편이 깜짝 선물이라도 해줄지 또 모르지.”

 “퍽이나. 그 사람 그런 데 소질 없어.”

 

  박감독이 콧방울에 걸친 안경 너머로 시선을 던지며 내 농에 푸스스 웃었다. 사실 남편은 오늘 아침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여태까지 서로의 생일을 챙기는 일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치레는 했었는데, 아무래도 올해 내 생일은 남편 역시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아침의 그는 내가 혼자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토스트를 삼키는 동안, 거실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만 넘기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내내 괜찮던 기분이 막상 혼자 저녁을 때우려니 묘해졌다. 생일날 미역국 한 그릇 얻어먹지 못 한 게 괜히 서글퍼서 차를 집이 아닌 마트로 몰았다. 결국 나 혼자 미역국 재료를 사다가 돌아와서는, 소고기와 전복을 잔뜩 썰어 넣은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남편은 원래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휑한 거실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적막 속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혼자 보내는 생일 밤이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누군가들은 내가 아주 특별하고 황홀한 생일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끼던 입욕제를 풀어다 욕조에 앉아 한참 눈을 감고 노래를 들었다. 입욕제와 물이 섞여 적당히 묵직해진 액체가 뭉근하게 내 몸을 데웠고, 손가락 사이에 낀 와인 잔 속에 붉은 와인이 찰랑거렸다.

 

 

 

 * * *

 

 

 

 “어, 주형씨 와써요?”

 “?”

 

  욕실에서 혼자하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나왔을 때, 잠옷 차림의 남편이 거실 한 켠에 놓인 안마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남편은 혀 꼬인 내 음성에 번쩍 눈을 뜨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친구가 많은 편이 못 되었고, 때문에 술상대가 되어줄 친구는 더 없었다. 더군다나 남들에게 꼬투리 잡혀서는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술은 언제나 내가 의식적으로 기피해야 할 대상 1호였다. 집에서 역시 술을 퍽 즐기는 편이 되지 못 하기에, 취한 내 목소리에 남편이 적잖이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왕 먹는 나이, 기분 좋게 생일을 보내보잔 취지로 한 잔, 두 잔 마신 와인에 금방 나 혼자 술기운이 올라선 볼이 뜨겁다.

 

 “주형씨, 나랑 한 잔 할래요?”

 “됐습니다.”

 “…….”

 “그, 옷이나 좀 입으세요.”

 

  샤워가운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남편이 냉하게 대답하며 도로 눈을 감았다. 괜히 서운한 마음이 일어서 혼자 입술을 삐죽이며, 계단 난간을 한 손으로 붙들어 잡고 2층으로 올랐다.

 

  술이 술을 부른다고, 술이 조금 오르니 어쩐지 조금 더 취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2층의 와인수납장에서 대충 맘에 드는 와인 하나를 꺼내 들었다. 휘청휘청 계단을 다시 내려온 내가 남편 옆의 소파에 기대앉아서는 오프너를 들고 와인 코르크 마개와 어설픈 씨름을 하는 동안, 남편이 앉은 안마의자는 여전히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뭐합니까?”

 

  근처에 앉아 혼자 낑낑거리는 내가 성가신 모양인지, 남편의 목소리에 한심함과 짜증이 잔뜩이었다.

 

 “안 열려….”

 

  남편의 짜증에 내가 머쓱해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결국은 그런 나를 더 보고 힘들다는 듯, 미간에 힘을 준 남편이 번쩍 눈을 뜨고 자리에 일어나더니, 내 다리 사이에 낀 와인 병을 갖고 갔다. 곧 남편의 손끝에서 경쾌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코르크 마개가 열렸고, 남자는 내 앞에 놓인 잔에 와인을 따랐다.

 

 “이미 과음했습니다. 이것만 마시고 들어가세요.”

 

  그가 와인 병을 살짝 들어 보인다. 올라가는 길에 저가 가져다 놓겠다는 뜻이다. 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스템을 쥐고 잔을 살살 굴렸고, 잔에 담긴 적색의 와인은 기분 좋게 찰랑이며 반짝거렸다.

 

 “주형씨, 오늘 나 생일이에요.”

 “…….”

 “몰랐죠? 괜찮아요.”

 

  괘념치 않는다는 듯 대답하면서 입 속으로 와인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굴리는 동안, 내 옆을 지나던 남편이 우뚝 섰다.

 

 “미안합니다. 생일축하해요.”

 

  머쓱한 모양인지 혀로 아랫입술을 살짝 축이며 얘기했다. 정말로 괜찮았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서로의 생일을 기념하고 축하해줄 만큼 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래도,

 

 “…오늘은 어쩐지 외롭네여.”

 

  술 냄새 폴폴나는 내 한탄에 남편이 피식 웃어버렸다. 가볍게 올라간 남편의 입꼬리가 너무나도 낯설어서, 나는 맘속으로 살짝 놀랐다. 생일날 처량하게 저 혼자 앉아 와인잔이나 기울이는 내게 갑자기 동정이라도 인 모양인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갈 것처럼 굴었던 남편이 어떤 때보다 호의적인 표정으로 도로 순순히 소파에 앉는다.

 

 “우리 신혼여행 첫 날 기억납니까?”

 “?”

 “…서로의 자유연애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인정한다.”

 “…….”

 “연애하세요.”

 

  남편이 테이블 위에 와인 병을 도로 올려두고는, 내 쪽으로 천천히 몸을 틀어 앉으며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왜인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정 없고 싸늘하기까지 한 남편의 목소리는 더 그랬다. 어쩐지 분하고 약이 올라서, 잔에 남은 와인을 꼴깍꼴깍 물 마시 듯 삼키고는 탁,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 위에 잔을 놓았다.

 

 “얼마든지.”

 

  남편이 한 마디 더 붙이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내 잔에 와인을 따른다. 부글부글 속이 끓는 나와 다르게 남편은 세상 평화로운 표정으로 와인잔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우리는 법적으로 상대를 구속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면서도, 기꺼이 서로에게 서로를 위한 탈출구를 마련해주었다. 서로의 탈출구 앞은 경비 하나 없이 방치해둔 상태였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 탈출구 앞을 서성거린 적이 없었다. 아마도 걱정이 많고, 겁이 많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뭐, 바빠서 그것도 힘드네요.”

 

  뭐, 바쁘다는 게 내 핑계지만. 괜한 자존심을 세우자고 툭 던진 내 대답에 남편이 또 피식 웃은 것 같기도 하다. 일순간 내 쪽으로 몸을 틀어 앉은 그의 얼굴이 꼭 파도 위에 앉은 것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남편 얼굴의 잔상이 울렁울렁 물결치더니, 곧 천 갈래로 샅샅이 흩어진다. 술기운이 올라 온 몸에 김이 나는 듯 더워졌다.

 

 “귀엽네.”

 

  내 변명에 대한 남편의 평가였다. 동시에 술기운이 순식간에 나를 덮쳐, 그대로 소파 위에 고꾸라져 누웠다. 자꾸만 숨이 가빠져서 눈을 바로 뜰 수가 없었고, 냉한 가죽 소파에 뺨을 대고 뜨거운 몸을 식혔다. 곧 남편이 짜증 섞인 한숨과 함께 무어라 잔뜩 가시돋힌 말들을 무자비하게 뱉어댔던 것 같다.

 

 “공수영씨.”

 

 “술버릇까지도 형편없네요. 뭡니까?”

 

 “지금 나더러 들고 들어가란 뜻입니까?”

 

  하고. 역시 내 남편은 썩 다정한 편이 못 된다.

 

 

 

 * * *

 

 

 

  알람소리에 번쩍 로봇처럼 눈을 떴다. 정신이 번쩍 들자 기다렸다는 듯 곧장 찾아오는 이 놈의 숙취. 가슴팍 위에다 손바닥을 올려놓고 빈 침대 위를 몇 번을 굴렀다. 생일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처연하게 끝나버렸다.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 텁텁해진 입 속을 침으로 대충 축이며 미적미적 부엌으로 기어 나왔다. 실내화가 바닥에 지익지익 끌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정수기 앞에 서서 찬물을 벌컥벌컥 2컵씩이나 쉬지 않고 마셔댔다.

 

 “속 괜찮습니까?”

 

  갑자기 쏟아 넣은 찬물에 속이 추워서 혼자 정수기에 기대서서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모양인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제 이마의 땀을 닦아내던 남편이 새삼 한심하단 표정으로 식탁 위에 조간신문을 던져 올리면서 물었다. 밍기적거리며 정수기 옆으로 비켜서자 남편이 컵에 찬물을 가득 따라 마시고는,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처음부터 내 대답 같은 건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이었던 모양이다.

 

  느릿느릿 거실까지 걸어 나와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을 때. 번쩍 불과 몇 시간 전, 그러니까 어젯밤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어제 술기운에 그대로 소파 가죽에 뺨을 붙이고 누운 나를 보고, 남편이 저더러 들고 들어가란 뜻이냐며 통 불만스런 투로 따지듯 물어댔었다. 대답할 여력도 없던 나는 소파에 아예 누워 잘 요량으로 엎어져있었고, 한참의 짜증 끝에 남편이 황송스럽게도 나를 두 팔로 들어다 침대까지 모셨다.

 

 “무거워.”

 

  꿈뻑꿈뻑 자꾸만 떨어져 내리는 눈꺼풀과 몇 차례 씨름하면서 침대에 누운 채 그를 말없이 올려다보았을 때, 그가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하여튼, 콕콕 정곡을 찌르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게 주특기다. 침대 위에 안착한 내가 본능적으로 이불을 끌어다 목 끝까지 올리는 동안, 남편은 제 허리에 손을 얹고 그런 나를 내려다보다 돌아섰고, 나는 그런 그의 등 뒤에다 대고,

 

 “나 생일축하 노래 불러주세요.”

 

  라고 했던 것 같다. 으이그, 화상아. 나가 죽어야지 진짜. 내 요청에 남편은 금방이라도 버럭 소리를 지를 기세로 나를 훽 돌아다보았다가, 적선하는 셈 치고 성질을 한 번 죽였던 것 같기도 하고.. 조각조각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들을 맞추어 보면서 손가락으로 눈 주변을 문질렀다. 아무래도 남편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지 않은 것 같다. 헛구역질이 났다.

 

  샤워를 마친 남편은 아침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펼쳤다.

 

 “어디 갑니까?”

 “운동하러요.”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향하는 내 인기척에 신문을 보던 그가 등 뒤로 물었다. 내 외출에 대해 남편이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던가. 지체 없는 내 대답에 남편이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향했던 시선을 다시 거두어다 옮겼다.

 

 “아, 맞다. 주형씨 오늘 식사 약속 있는 거, 잊지 마요.”

 “압니다.”

 “오빠가 차 보내준대요. 그렇게 알고 있어요.”

 “…….”

 

  한 번 신문으로 옮겨간 시선은 이후 다신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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