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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행성, 지구에관한 리포트
작가 : 사이길
작품등록일 : 2017.5.31

타락한 인간들 위에 군림하여 인간들을 더욱 사악하게 만든 우주의 지배자 더블라스와 그에 맞서는 주시자들, 그리고 주시자 달령의 양 아들 인우가 겪게 되는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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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6-18 16:56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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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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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텔을 오가는 사람들 중에 도환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도환은 대꾸 없이 자리를 피하는 게 버릇이 돼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피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예 입에 거미줄을 치고 산다는 소리를 들을 지경이었다. 그런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달령이었다. 한 편으로는 측은하고 한 편으론 안타깝기 그지없는 그의 처지였지만, 잘 견뎌준 덕에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달령은 몹시 대견스럽고 고마워 도환을 앞에 두게 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지난 밤 매화촌에 있던 무허가 대피소가 전소 된 소식은 들었나?

  -대피소요? 방송에서 얼핏 들은 것도 같고…

  -누군가 대피소에 불을 질렀다네. 거기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과 용포동 철거민들이 움막살이를 하던 곳이었어. 정부가 허가를 내 주지 않아 생활하기가 매우 열악했던 곳이었지. 매번 불법건물이라는 명분으로 쫓아내고 철거했어도 거짓말처럼 다시 들어서곤 한 곳이었지. 한동안은 잠잠했었어. 게다가 그곳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시에서 건물들마다 값싼 에나멜페인트로 덧칠하는 작업까지 하게 되었지. 시에서 그런 적극성을 보이자 난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되었지. 그러다가 사람들이 점점 밀려들자 한계상황에 다다르게 된 거지. 불법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난민들 사이에서 갖은 폭력사건이 벌어지자 보다 못한 시가 마침내 전기를 끊고 수도까지 끊어버렸지. 그것도 소용이 없자 그곳을 마치 범죄의 온상처럼, 전염병의 진원지처럼 소문을 냈어. 거기엔 막 태어난 아기들도 있었고 거동을 못하는 노인들도 있었지. 자네가 보기에도 막 태어난 아기들과 제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노인들이 위협적인 범법자들로 보이던가? 아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보균자들로 보이던가?

  -…

  -난민들 중에는 대학교수로 있다가 탈출한 이들도 있었다는군. 요행히 의료진들도 더러 섞여 있어서 난민촌에서 간단한 의료행위도 가능 했었다 들었네. 자네가 보기엔 자네와 그들이 무슨 차이가 있어 보이나? 죄 없는 사람들을 볼모로 누군가 작심하고 불을 질렀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러한 사실을 주목하려하지 않네. 매화리 난민촌에 불을 질러서 누군가 여론을 조작했다는 뜻이야.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어떤 피해가 발생할 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 오로지 여론을 회피할 목적 외에는 말이야.

  -…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좌절 됐어도 자넨 여전히 그대로일세. 한 쪽 발을 잃었지만 자넨 언제나 요동치는 튼튼한 심장을 갖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아. 누군가 계획적으로 불을 질렀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이 뒤집어 써야 했지. 누군가 그곳에 범법자들이 있을 거라고 소문을 낸 게 틀림없다는 말일세.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걸세. 파수꾼이 있으면 그들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텐데… 내가 보기엔 자넨 훌륭한 파수꾼이야. 메이저리그의 높은 마운드 위를 호령하는 것도 자네에게 유익할 테지만, 자네의 살아있는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이성이 혼탁한 이 시대를 거울처럼 비쳐 주는 파수꾼이 되리라 나는 확신하네. 자넨 자네가 얼마나 깨끗하고 선한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어. 난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자네의 그 정의로움이 인우를 지키는 후견인 역할을 충분히 해 내리라 나는 믿네. 부디 내 부탁을 거절치 말아주게.

  -대체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도환은 진심어린 달령의 말이 계속 이어지자 굳게 잠겨있던 빗장이 느슨해지면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달령은 도환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두 동원했다. 도환만이 인우의 뒤를 봐줄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도환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했다. 한 호선의 집에서 생활하게 될 인우를 생각하면 더더욱 도환의 힘이 필요했다.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어릴 적의 일로 인우가 소심해질 이유도 없었지만, 워낙 밝고 낙천적인 아이라서 웬만한 일로 마음에 생채기를 입을 인우가 아니었다.

  오랜 설득과 끈질긴 달령의 노력 끝에 도환이 드디어 마음의 경계를 완전히 풀고 그윽한 눈빛으로 달령을 쳐다보았다. 실로 달령도 오랜만에 마주하는 도환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아니면 말 못할 무슨 속사정이 있기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인우마저 두고 떠나신다는 말씀이세요?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지금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지구상에서 내가 의지할 데라고는 자네 밖에 더 있는가?

  달령의 말에 도환은 고개를 저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달령이 밤늦게 불쑥 찾아와 털어놓은 얘기는 그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태도와 말투까지도 낯설게만 느껴진 것이다. 달령에게서 더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자 도환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우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지난 일에 얽매일 필요도 가치도 느끼지 못한지 오래 됐어요. 그냥 선생님을 언젠가 한 번 만나 게 되면 이런 식으로라도 어리광을 피워보고 싶었습니다. 푸념을 늘어놓고 싶었다는 말씀입니다. 이제야 속이 후련해지는군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도 매화 대피소 화재사건을 의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 일로 사람들이 숨어서 입방아를 찧는다고 들었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내가 실수한 거야. 믿을 수 없겠지만 난 낌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지. 그만큼 난 너무 무디어졌어. 틀림없이 인우를 죽이려고 찾아왔던 그 두덜이들의 짓이었어. 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나는 막지를 못했어.

  -두덜이들이 왜 인우를 못 죽여서 안달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장차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지. 그날, 인우 부모가 살해되던 날도 느낌이 아주 좋지 않았지. 그래서 자네와 함께 홍천을 찾게 된 거구. 하지만 내가 너무 방심했어. 두덜이들을 너무 가볍게 본 거지.

  -대체 두덜이들의 정체가 뭡니까?

  -내가 기거하던 옆방에 살던 사람 혹시 기억해?

  -…

  도환은 달령의 말에 가물거리는 기억을 떠올리느라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확하게 달령의 집에서 살았던 사람을 떠올리지는 못했다.

  -갑수라고 늙은 배우였는데…

  -아! 기억나네요. 코미디언이었죠, 그분?

  -그래. 인제야 기억해 내는군. 맞아. 그 사람이 방송국을 주름잡았던 코미디언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은 왜요?

  -그자가 어째서 이 고원시까지 굴러들어 왔겠어? 여기까지 와서 왜 그런 후진 판잣집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자넨 궁금하지 않아?

  -…

  -사업에 실패하고 도피생활을 하던 중이었어. 영화 사업이 줄줄이 실패하자 투자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됐고 갚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법원에 파산신청부터 냈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도환은 달령의 말이 이어지자 양갑수의 얼굴이 선명하게 머리에 그려졌다. 갑수라는 코미디언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언제나 유쾌하고 밝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그의 현란하고도 수려한 말솜씨를 듣고자 길을 걷다가도 상점에 있는 텔레비전 앞에서 걸음을 멈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양갑수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고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위대한 족적을 대중들의 가슴에 새겨 놓았던 인물이었다.

  -그 자의 별명이 삶은 감자였어. 실제로 보면 얼마나 못생겼는지 웬만한 심장을 가지고는 5초도 마주보지 못할 거야. 내가 살던 집에서 두 번인가 세 번의 자살시도를 했었지. 도저히 빚 갚을 길이 막막하니까 죽음으로 마무리 지으려 했어. 그럴 때마다 내 눈에 띄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지. 죽는 건 누구나 정한 이치잖아. 그건 스스로에게 부여된 권한이 아니지. 그깟 돈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우리 집을 나간 뒤 잠적해 있다가 결국 두덜이라는 결사체를 만들어서 다시 나타난 거야. 내가 세 번째 보호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 모두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두덜이가 되어버렸지.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두덜이에게 걸리면 파멸을 면치 못해. 그들은 집요하고 무척 교활하지. 인간의 영혼을 썩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어.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그런 요행을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었어. 연민을 느끼는 게 아니었는데… 그들을 제거하기위해 이십여 년을 약산에 틀어박혀 있었어. 하지만 역부족이더군. 보라구, 갈수록 쇠락해져가는 꼴이라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의도한 일은 아니었잖아요.

  -그렇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이거 너무 늦었군. 난 이만 가봐야겠네. 가서 할 일이 있다는 걸 깜빡했군. 인우를 잘 부탁하지. 한 호선의 집에서 잘 견뎌 주리라 믿지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자네가 뒷일을 봐 주면 무척이나 홀가분할 것 같네. 사람의 삶이란 주마등같아서 쉽게 예측할 수 없잖아. 자네만 믿고 이만 가겠네.

  -알겠습니다. 혹시 어디로 가시는지…

  유성 하나가 나타나 섬광을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북쪽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도환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달령을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곁에서 유성을 지켜보던 달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잠시 도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도환은 점점 더 불길해진 마음에 떨리는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디로 가시는지만 살짝 귀띔해주시면…

  -말했잖은가. 숙명이라구. 숙명인 것을 내 어찌 알겠는가. 자네 그 두꺼워진 팔을 보니 더 안쓰럽기 짝이 없군.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환은 침울한 표정으로 달령을 쳐다보면서 눈물까지 글썽였다. 달령은 자기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도환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힘껏 가슴으로 안은 뒤 서둘러 모텔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달령은 깊은 잠에 빠진 인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골방으로 들어가 밤새 나오지 않았다.

  달령은 이틀간 골방 안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아침에 마치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문을 열고 나왔다. 골방에 있는 동안 그는 단 한 순간도 잠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물 한 모금 입에 대거나 화장실을 들락거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꼼짝 않고 앉아서 뜬 눈으로 이틀 밤을 지새운 것이다. 골방을 나온 달령은 자신이 그동안 사용했던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집안 곳곳을 살피며 돌아다녔고 사용했던 물건들을 끄집어 내 마당에서 소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학교에서 돌아오는 인우를 데리고 한 호선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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