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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쌍무적
작가 : 채화담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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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쌍의 여자,
절대무적의 소년을 만들다...!

 
26 화
작성일 : 16-07-25 14:40     조회 : 616     추천 : 0     분량 : 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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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모용무쌍의 손바닥이 파면청년의 가슴에 막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한가해 보였지만 무섭게 빨랐고 가벼워 보였지만 무서운 힘을 담은 살수였다.

 그 손에서 일어나는 무형의 경기(勁氣)에 의해 파면청년이 쳐오던 중검은 미끄러지듯 밀려나는 상태였다.

 검이 밀려나는 그 공간으로 간단하게 뻗은 손이었다.

 그러나 그 손은 정작 작렬하진 않았다.

 파면청년의 가슴 앞에서 거의 백지 한 장의 사이를 두고 멈췄다.

 동시에 모용무쌍은 철무적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순간적으로 일어난 복잡한 광채가 어려 있었다.

 놀람과 의혹,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에 대한 당혹 같은 것들이 함께 뒤섞인 광채였다.

 그 순간은 짧았다.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또한, 그 무서운 속도로 뻗던 손을 목표점에서 백지 한 장의 사이를 두고 멈추며 힘을 거둔다는 것은 오직 모용무쌍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그 능력이 오히려 그녀에게 해를 가했다.

 찰나의 시간에 모든 것이 돌변했다.

 그녀가 파면청년에게 먼저 손을 가져간 것은 그의 공격이 가장 빨랐기 때문이다.

 팔인이 일제히 공격했지만 파면청년의 검이 가장 빨랐고, 빠른 순서대로 차례차례 죽어갈 것이었다.

 그것이 첫 순서에서 멈춰진 것이다.

 상대들도 나이는 젋지만 고수들이었다.

 이런 합공의 상황에 특별히 훈련된 고수들이기도 했다.

 훈련된대로 합공을 가해오던 순간이었다.

 더구나 당대 최정상의 고수들이 외곽에서 무섭게 집중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모용무쌍을 대비한 온갖 상황을 가정해서 그에 따른 행동양식을 약속해둔 인물들이었다.

 그 모든 것이 복합되어 어떻게 설명하기도 어려운 대단히 복잡한 상황이 한 순간에 일어났다.

 모용무쌍이 손을 멈추고 철무적을 돌아본 순간에 젊은 고수들의 공격이 작렬했다.

 창이 옆구리를 쑤셨고 도끼가 등짝을 갈랐다.

 채찍이 어깨를 후려쳤고 연도가 허벅지를 베었다.

 임무흔의 검이 목으로 찔러들었고, 주인들의 손을 떠난 일륜과 월륜이 가공할 속도로 회전하며 닥쳐들었다.

 모용무쌍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공격이 작렬하는 부위에서 산산히 피가 튀었다.

 아무리 모용무쌍이라고 해도 방비없이 당할 때는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튀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공격들은 쑤시고 가르고 베고 찌르기 시작하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더 깊이 진행되진 못했다.

 모용무쌍은 당하는 순간에 반응했다.

 파면청년의 가슴 앞에서 멈췄던 손이 다시 경력(勁力)을 뿜었고, 다른 손이 옆구리를 쑤셔온 창날을 잡았다.

 파면청년은 가슴에서 굉렬한 북소리를 일으키며 튕겨져 날려갔고, 창은 목이 부러져 튀어올랐다.

 모용무쌍의 손에 들린 창날이 연도로 허벅지를 베던 청년의 안면을 대각으로 갈라버리며 치솟아오른 데 이어, 그 기세 그대로 쏘아져서 뒤에서 도끼를 찍던 초부(樵夫)차림 청년의 안면을 무참히 함몰시키며 뚫고 나갔다.

 어깨를 비틀자 그 위에서 미끄러지는 채찍이 목을 찔러오던 임무흔의 검에 휘감겼다.

 탱! 하고 검이 부러졌다.

 무섭게 회전하며 닥쳐온 일륜과 월륜이 같은 순간 양 손에 잡히는가 싶더니, 그 중 월륜이 부러진 검편(劍片)에 휘감긴 채찍을 잘라냈다.

 이어 일륜이 그것들을 동시에 쳐냈고, 쏘아나간 검편과 꽃봉오리 모양의 편봉(鞭峰)이 일월륜의 두 주인을 즉사시켰다.

 팽이처럼 회전하는 검편과 편봉이 각기 관통해나간 그들의 목에 계란만한 구멍이 뻥 뻥 뚫렸다.

 그와 동시에 모용무쌍의 양손에 들린 일륜과 월륜이 채찍의 미녀와 임무흔을 갈라가는 순간이었다.

 모용무쌍이 상처를 입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서 일제히 발동한 늙은 고수들이 공중에서 닥쳐들었다.

 정확하겐 늙은 고수 아홉과 약관의 소녀 하나!

 그들의 십병(十兵)-두 자루의 검, 두 자루의 도, 한 쌍의 륜, 그리고 각기 한 자루씩의 창, 극, 부, 편이 열 줄기의 벼락처럼 모용무쌍에게 쏟아졌다.

 그것들의 성질은 각기 달랐으나 일체의 변식(變式)이 없이 혼신의 공력을 다 실은 일격이라는 점에선 모두가 동일했다.

 오직 속도와 힘만으로 혼신의 일격씩을 퍼부은 것이다.

 그 속에서 피할 공간과 시간은 절대로 없었고, 받아낸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 보였다.

 그 순간 모용무쌍의 양손에 들린 일월륜이 움직였다.

 

 “으윽···”

 철무적은 전율하는 몸으로 신음을 흘렸다.

 십인의 고수와 모용무쌍이 격돌하면서 온갖 금속성이 함께 얽힌 날카롭고도 굉렬한 음향이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땅은 지진을 만난듯 진동하고 허공은 온갖 금속의 광채와 기파(氣波)와 불꽃이 장악했다.

 그 와중의 모용무쌍과 십인의 고수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었다.

 이미 모용무쌍에게 당한 시체들이 걸레짝이 되어 튕겨나오고, 채찍의 미녀와 임무흔이 두 무더기의 흙먼지 덩어리처럼 거세게 굴러나오는 것이 언뜻 보였을 뿐이다.

 철무적 옆으론 파면청년이 날려와 쳐박히고 있었다.

 몇 개의 죽음이 일어나고 그 순간에 닥쳐든 십인의 고수들과 모용무쌍의 격돌이 일어난 시간보다 모용무쌍에게 일장(一掌)을 당한 그가 여기까지 날려오는 시간이 조금은 더 길었다는 얘기다.

 철무적은 혼란스런 정신으로 파면청년을 돌아보았다.

 죽진 않은 것 같았다.

 쳐박힌 그대로 경련하고 있었다.

 입에서도 후욱 하는 거친 숨이 뿜어졌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여기로 날려온 것일까.

 우연일까, 아니면···?

 설마 모용무쌍은 그 와중에도 여기로 날려보낼 생각을 했다는 것일까?

 철무적은 무섭게 굳어져서 파면청년을 쏘아보았다.

 그는 알아보았다.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형···”

 나오는 목소리가 떨렸다.

 파면청년은 누운 채 거친 숨과 함께 눈을 떴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감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가 네 형이냐.”

 그러나 철무적은 그 목소리에서 더욱 확신했다.

 형의 목소리였다.

 형제를 만난 순간의 어떤 감정도, 형제간의 어떤 정(情)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철무적은 이 목소리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불과 십여세 무렵에 마지막으로 듣고 오늘까지 육년이 넘게 듣지 못한 목소리라고 해서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가족이래야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아복이 전부였다.

 아버지와 형이 집을 떠난 이후에도 두 사람의 목소리는 수시로 머리 속에서, 또 마음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이 녀석아. 아버진 아버지고 우린 우리야. 우리가 신주철검의 후예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우리까지 신주철검에 목을 매야 되냐고? 다른 것도 좀 보고 살자. 세상에 볼 게 좀 많으냐? 무공이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거면 최곤 거고. 신주철검으로 이긴다고 한 번 이긴 걸 두 번 이긴 걸로 해주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무엇에든 집착이라곤 없이 호쾌한 형이었다.

 그 형이 왜 이렇게 되어있다는 것일까?

 이 모양이 된 얼굴은 뭐고, 그 성격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십전십병이란 것의 일원이 된 이유는 또 뭐라는 걸까?

 무엇보다··· 이 체취, 이 느낌만으로도 너무나 형이 분명한데, 왜 형이 아니라는 것일까?

 “나는 네 형이 아니다.”

 파면청년은 그대로 누운 채 다시 말했다.

 “왜 아니냐곤 묻지 마라.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다.”

 철무적은 형답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형이 말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러나 철무적도 철무적 자신의 방식이 있었다.

 “왜 이렇게 됐어, 형?”

 “네 형이 아니라고 했다.”

 “형은 내 형이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형이 내 형이라고 생각하니까, 대답이나 해봐. 왜 이렇게 됐어? 얼굴은 그게 뭐야?”

 “나는 네 형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대답해줄 이유가 없다.”

 한번 아니라면 아닌 것이 형이었다.

 형의 마음이 바뀌기 전엔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고집이야 철무적도 못지 않지만 대답할 사람이 대답할 이유가 없다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철무적의 가슴에서 슬픔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참혹한 흉터로 뒤덮인 파면청년의 얼굴을 다시 보고서였다.

 형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십전십병인지 뭔지 형답지 않은 짓을 하고 있었던 것도 좋다.

 하지만, 도대체 이 얼굴이 뭐란 말인가?

 그러나 파면청년은 그저 무감동했다.

 “너는 지금 나보다는 저 사람을 보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철무적은 심호흡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파면청년의 무감동한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너 때문에 피를 본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남의 칼에 상처란 걸 입어본 것은 아마 일갑자(一甲子)만에 처음일 거다.”

 철무적은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슴 한 가득 뭉클거리는 마음이었다.

 불현듯 내지른 자신의 한 마디가 형은 살렸지만 대신 그 누구도 범접못할 존재에게 감히 상처란 것을 입혔다.

 그것도 작은 상처가 아닌 것 같았다.

 장내의 광경은 급변해서 모용무쌍과 십인의 고수가 모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용무쌍은 전신에 혈흔이 낭자한 채로 무릎까지 땅에 파묻힌 모습이었다.

 혈흔은 자신의 피도 있을 것이고 그녀에게 죽은 자들의 피도 있을 것이다.

 무릎까지 땅에 파묻힌 것은 십인의 고수가 가해온 혼신의 일격씩을 받아낸 여파일 것이다.

 그들의 공격을 다 받아내긴 했지만 그 가공할 위력에 짓눌려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에 내상(內傷)을 입은 걸로도 보였다.

 입가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십인의 고수는 모용무쌍을 포위한 대형으로 착지해 있었다.

 앞서의 젊은 남녀들과 똑같은 대형, 바로 십전십병의 대형이었다.

 그 중 장창(長槍)을 세워들고 장발의 백발과 백염을 휘날리는 후리후리한 체구의 노인이 말하고 있었다.

 “오랫만이오 무후. 이 정붕비(鄭鵬飛)를 아직 기억하실지 모르겠소.”

 철무적은 가슴이 쿵 뛰는 것을 느꼈다.

 정붕비라면 신창비표(神槍飛飄) 정붕비일 것이다.

 천하십대고수 중의 일인이며, 사마연의 병기보에서 창 분야의 서열 2위로 올라있는 천외비창십팔로(天外飛槍十八路)의 주인이다.

 철무적은 저 구인의 고수들이 생각 이상의 거물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정여령이 개세고수라고 표현하는 것도 들었고 각 인물들의 기도에서도 굉장함을 느꼈지만 막상 이름을 듣고 보니 무서운 압박감이 들었다.

 “이 여강(呂强)도 무후의 기억에 아직 남아있기를 바라오.”

 그렇게 말한 인물은 장대한 체격에 붉은 머리칼과 수염이 불길처럼 뻗쳐있는 노인이었다.

 육중해 보이는 방천화극(方天畵戟)을 들고 있다.

 화극왕(火戟王) 여강.

 역시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이며, 그의 천붕광극(天崩狂戟) 역시 사마연의 병기보에 극(戟) 분야 2위에 올라있다.

 나머지 인물들도 차례로 인사를 이어갔다.

 “좌극양(左極陽)이오. 이십삼 년만에 뵙소만 기억하시리라 믿소.”

 뇌신(雷神) 좌극양.

 역시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이다.

 사마연의 병기보에 도(刀) 분야 2위에 올라있는 뇌정도법(雷霆刀法)의 주인.

 오척단구의 땅딸한 체격이라 일견 대단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더 보면 무서운 느낌이 들고 다시 또 보면 왜 뇌신이라 불리우는지 저절로 느낌이 오는, 몸 안에 정말 뇌정(雷霆)을 함축하고 있는 듯한 기도였다.

 “헌원강(軒轅强)이오.”

 무표정하게 한 마디 하는 인물.

 거령검(巨靈劍) 헌원강.

 이름과 달리 깡마른 체구였다.

 평소엔 성격 꼬장꼬장한 완고한 노인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세를 일으켰을 때는 가히 거령(巨靈)이라 할만한 기운이 후광처럼 어리는 인물이었다.

 역시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인데, 그의 거령검은 사마연의 병기보에서 엉뚱하게도 검 분야가 아니라 기공(氣功) 분야의 5위에 올라있다.

 사마연의 관점에서 거령검은 검법이 아니라 기공으로 봤다는 것이다.

 “저희 부부가 무후께 식사 한 끼를 대접한 것이 벌써 이십이년 전이군요. 일월비천려(日月飛天侶)가 무후께 인사드립니다.”

 려(侶)라는 것은 한 쌍의 짝을 뜻한다. 부부를 뜻하기도 한다.

 얼굴색이 붉고 푸른 한 쌍의 중년부부.

 그러나 그들의 이름이 일월비천려라면 이미 칠십이 넘은 나이들일 것이다.

 천하십대고수에 들진 않았지만 그들의 일월쌍륜 합벽은 능히 십대고수 이상이라고 천하가 인정하는 인물들이었다.

 여기까지 듣다가 모용무쌍은 귀찮아진 모양이었다.

 땅 속으로 무릎까지 파고들어간 다리 하나를 빼면서 불쑥 입을 열었다.

 “이것들이 어지간히 무게들 잡으면서 인사를 하는구나. 인사 따위 빨리빨리 해치우자.”

 모용무쌍은 남은 다리를 마저 빼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니, 내가 해주마. 내가 너희들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모양인데, 나는 사십년 전에 저녁식사를 한 낙양성 낙양객잔의 점소이 하나도 다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시선이 마치 여인같은 몸매와 여인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한, 어딘지 요기(妖氣)같은 기운도 느껴지는 중년인을 향했다.

 그의 손엔 낭청낭청한 연도(軟刀)가 들려 있었다.

 “그 점소이가 바로 너였지? 제법 장래성이 있다고 봤더니 나중에 결국 가인도(佳人刀)라는 명성을 얻더구나.”

 가인도 이양명(李兩命).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가진 음양인(陰陽人)이라는 소문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달리 요인도(妖人刀)라고도 불리웠다.

 그는 정말 여인같은 자태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무후께서 한 마디 해주셨지요. 너는 칼을 익히면 꽤 하겠다고. 그 말씀을 따라 이 칼에 일생을 걸어 오늘에 이르렸군요.”

 모용무쌍은 판부(判斧)를 든 나뭇꾼 차림의 시커먼 사나이에게 시선들 돌렸다.

 “육여명(陸黎明)이 너도 어지간히 늙지 않는구나. 산에서 온갖 영초(靈草)만 뜯어먹고 사나 보지?”

 “무후께 비하면 조족지혈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오십대로는 보입니다.”

 개천부(開天斧) 육여명.

 도끼같은 병기론 어느 정도 흉명(凶名)은 떨칠 수 있어도 절정고수는 될 수 없다는 정설을 가차없이 깨버린 인물이었다.

 그의 나이도 칠십이 넘었을 것이다.

 “화몽화(華夢花), 왜 언니를 제쳐두고 네가 왔느냐?”

 의상도 화려하고 손에 들린 채찍도 화려하고 미모도 화려한, 그런데 눈빛이 어딘지 몽롱해서 색정적인 느낌을 주는 여인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화몽화.

 망산(忘山) 몽녀궁(夢女宮)의 제이궁주(第二宮主)다.

 사마연의 병기보에 편(鞭) 분야 3위로 오른 몽운채화편(夢雲彩花鞭)이 바로 몽녀궁의 절기이고, 대궁주 화몽연(華夢娟)이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에 올라있으나 실제 무공은 오히려 이궁주 화몽화가 더 강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언니는 궁을 지켜야지요. 무후께서 저 따위도 기억해주셔서 광영이옵니다만.”

 화몽화의 화려한 미소를 스쳐 모용무쌍은 정여령에게로 시선을 옮겨갔다.

 정여령이 단정하고 공손한 자세로 먼저 허리를 숙였다.

 “정여령이라고 합니다.”

 모용무쌍은 관심을 보였다.

 “화산문하냐?”

 “네.”

 “고매(苦梅) 늙은이 제자겠구나.”

 “사부께선 육년 전에 하반신을 못쓰게 되셨습니다.”

 “개정대법(開頂大法)을 받았느냐?”

 “그렇습니다. 사부의 본신진원이 전부 제게 옮겨와 있습니다.”

 “아깝게 됐구나.”

 모용무쌍의 그 말에 정여령은 의아한 빛을 보였다.

 모용무쌍은 시선을 옮겨가며 말했다.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았으면 대성(大成)할 수도 있는 재목으로 보인다만. 진원(眞元)이란 자신이 순수하게 쌓아간 것이 아니면 힘을 발휘할 순 있어도 경지에 이르진 못한다.”

 정여령의 시선이 좀 더 깊게 가라앉았다.

 “각오한 일입니다.”

 모용무쌍은 다시 힐끗 정여령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고매 늙은이다운 짓이다. 인생을 망치려면 저나 망칠 것이지~”

 그 말을 다른 쪽에서 받았다.

 “그래도 그 아이, 지금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아이요.”

 신창비표 정붕비였다.

 세워들었던 장창을 눕혀가며 천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본신진원을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검으로도 고매의 경지에 필적해 있다는 뜻이오. 우리가 인정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거요.”

 

 무섭게 굳어진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철무적이 이 순간에 불쑥 입을 열었다.

 “형도 기왕 낄 거면 저기에나 낄 것이지, 창피하게 자살조 따위에나 끼고···”

 파면청년이 그대로 누운 채 대꾸했다.

 “나한테는 누가 본신진원을 물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약간 이상한 기색을 보이더니 불쑥 물었다.

 “그런데 그거 나한테 한 말이냐?”

 “나한텐 형이 한 사람 밖에 없어.”

 “그럼 앞으론 마치 내가 네 형이나 되는 것처럼 말 걸지 마라. 나는 네 형이 아니다.”

 파면청년은 무감동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설마 사람을 잘못 볼 줄은 몰랐다. 이 얼굴을 한 나를 네 형이라고 보다니.”

 흉터가 뒤엉킨 눈꺼풀 밑의 동공에서 희미하게 어두운 빛이 어렸다.

 “나는 십전십병이 아무리 완벽하고 저 십인의 고수가 아무리 개세적이어도 모용무쌍을 죽이진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절벽 앞에서 절망한 자들의 야합으론 결코 절벽을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야 약속한대로 내 역할을 열심히 한 다음에 죽으면 그 뿐이었지만, 모용무쌍은 네가 사람을 잘못 본 바람에 죽게 되고 너도 따라서 죽게 될 거다.”

 그것은 지금의 모용무쌍이 본래의 모용무쌍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내상(內傷)을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

 철무적은 창백한 얼굴로 정면을 쏘아보다가 낮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순서가 틀렸어. 죽는다면 내가 먼저 죽게 될 거야.”

 조금 전 신창비표 정붕비의 움직임과 함께 이미 거대한 기망(氣網)을 형성한 십인의 개세고수가 본격적인 십전십병을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2권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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