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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경을 벗고
작가 : 잡학다식생
작품등록일 : 2017.6.9

캐릭터와 외모가 다른 자매 세라와 세경.
티격태격하며 각자의 사랑을 이루는 과정속에서 진실과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로맨스소설입니다.

 
#1.두자매
작성일 : 17-06-09 17:16     조회 : 755     추천 : 0     분량 :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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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둘 다 이쪽을 보고.그렇지~김~치."

 

 찰칵

 

 사진속에는 뽀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쭉 뻗은 다리를 한 미소녀가 브이 사인을 하며 활짝 웃고 있고 그 옆에는 카메라 후레쉬가 눈이 부신듯 조금 찡그린 얼굴에 약간 구부정한 등으로 두꺼운 안경을 끼고 곱슬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좀은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또 한명의 소녀가 있다.

 

 세라와 세경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외모를 가진 언니 세라와, 늘 구석에 있으면서 가구처럼 존재하긴하되 모두가 관심 가지지 않는 외모를 한 동생 세경이 있었다.

 

 시간은 흘러 흘러 2000년

 언론은 밀레니엄시대의 개막이라며 연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외치는 가운데 사진속의 어린 두 소녀는 대학생들이 되었다.

 21살 언니 세라와 20살 동생 세경!

 

 2000년 5월의 어느 화창한 일요일

 

 급하게 현관 키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나더니 현관문이 부서질 듯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통에 식탁에 있던 가족들의 시선이 전부 문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또 시작이다....

 

 세경은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쟤 또 시작인가..'

 

 "엄마..엉엉..커억커억.."

 

 얼마나 울었는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커억커억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세라를 바라보며 가족들은 놀라움 한편으로 또 시작이구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각자 맡은바 임무에 날쌔게 돌입한다.

 

 세라의 등을 쓰다듬으며 호흡을 진정시키는 엄마

 세라의 방에 들어가 베개를 가지고 나오는 세경

 냉장고에서 차가운 냉수를 가져다주는 아빠

 이 훈련된 듯한 일사천리로 봐서 이 가족에게 이번 일은 한두번 겪은일이 아닌듯싶다.

 

 "얘,얘..세라야..진정해..숨 크게 쉬고..물 들이키고..옳지..잘 마시네.우리딸"

 세라를 다독이는 엄마의 손길이 능수능란하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니? 우리 이~쁜 세라를 울게 한 나쁜 일이 뭘까요~?

 정민이? 아님 영준이? 것도 아님 민수?"

 

 "꺼억 꺼억 꺽꺽"

 조류의 후예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꺽꺽대는 괴이한 언어방식을 수차례의 경험과 지극한 모성의 힘으로 엄마는 잘도 해석해낸다.

 

 "에구,그 키 크고 똑똑하다는 정민이구나! 역시~똑똑한 얘들은 달라~사람을 이렇게 빨리 파악하다니..만난지 몇번이나 됐다고.오호~"

 혼자 남의 집 아들의 판단력을 감탄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에고..내가 지금 뭔소리야.요놈의 주책."

 실수라는듯 자신의 입을 톡톡 치고는 다시 세라를 위한 모성애 발동!

 

 "아니,만난지 몇번 됐다고..얠 얼마나 안다고..요리 이쁜 우리 세라를 울리냐.울리길.."

 

 "오빠아.커억 커억..켁켁"

 

 "여봇! 빨리 빨리.우째..애 넘어가네..아이고 우째...정민인가 하는 놈이 뭐시라?뭐?뭐.. 이런..얘더러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고..학습 좀 하라고 했다네.이런 썩을 놈을..지가 명문대면 다야? 우리집에도 별거 아닌 명문대생있다이거야.에이.나쁜 놈."

 

 거실에서 서너살짜리 아이마냥 우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고 컥컥대고있는 세라를 중년의 부부는 어린 아이 다루듯 비위를 맞춰가며, 얼려가며,진정시키고 있다

 

 "세라야.그만 울어.세라가 우니까 아빠맘도 아프잖아."

 

 아빠도 세라를 위로하며 안타까운 표정 가득이다.

 

 거실 코너에서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경멸에 찬 눈으로 바로 보던 세경은 불똥이 또 엉뚱한 자기에게 튈까봐 얼른 자기방으로 사라진다.

 

 세라와 세경

 둘은 연년생 자매다

 

 어릴때부터 뽀얀 피부에 배시시 잘 웃는 이쁜 얼굴을 한 세라는 자라면서는 신의 축복을 올~패키지로 받은 듯 늘씬한 베이글녀로 성장했다.

 

 그 전지전능하신 신도 연세가 드셨는지 잠시 실수로 살짝 떨어지게 만든 사고력과 판단력을 뺀다면 갓~세라라 불릴 만큼 완벽한 언니 세라.

 외곽버스를 타고 가야 있는 학교에 행운으로 그 해 정원 미달로 간신히 추추추합으로 다니고는 있지만 멋진 외모는 모든것을 커버하여 미의 추종을 받고 있다.

 

 반면 어릴때부터 몸이 허약한 나머지 시력까지 떨어져 손톱두께만큼의 교정 안경을 쓰고 말수도 적은데다 늘 생각이 깊어 주저주저하는 동생 세경은, 신이 실수로 세라에게는 정량미달로 내려준 두뇌의 따따불만큼의 용량을 톡 떨어뜨리고 간 케이스.

 당당히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그것도 장학생으로 합격.

 

 한 살 차이로 같은 유치원.같은 초중고를 다니며 둘은 늘 이웃의 비교의 대상이 되었고 가쉽거리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속없는 이웃들은 아쉽다~라는 불필요한 관심을 보이며 떠들어댔다.

 

 언니의 미모와 동생의 머리,이 둘을 합할 수 있다면 넘사벽 미녀엘리트가 탄생했을것이라고..

 

 타고난 애교쟁이에다 시샘 많은 세라는 이쁜 외모와 나쁜 머리탓에 늘 여자애들에게 시기와 무시를 동시에 받는 존재였고, 우등생이지만 소심한 동생 세경은 그런 아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마저 희미한 아이였다

 

 가끔 세경의 존재감이 발휘되는 날은 1년에 두 번 성적표가 나오는 날과 각종 경시대회 상장을 나눠주는 조회식정도랄까.

 

 단상에 올라가 두 손으로 상을 받으며 쑥스러운 듯 안경을 연신 올리는 동생 세경을 축하는커녕 조회 줄 가장 뒤에서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뽀루뚱하게 내밀며 귀여운 표정 연습을 하는 언니 세라가 있었다.

 

 남친과 사귀고 헤어지는 횟수는 잦은 세라지만 늘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랑이 세상다인냥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열혈애정론자였다.

 

 세라의 화려하고 멋진 외모를 보고 날아온 나방들은 세라의 유아스럽고 이기적인 사고에 금세 식상해 져 다시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인즉슨, 세라는 학업컴플렉스가 강해 최고의 학교,전문직만을 선호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세라의 연애는 늘 삐걱삐걱댔다.

 

 세라의 선호형인 그들은 외모와 지성을 동시에 갈망하는 뇌섹남들로 세라는 몇 번의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고 늘 차이거나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엄마가 이런 세라를 늘 옹호하는 것도 세라의 연애스타일을 잘 알기에 '그래도 무지한 우리딸이 아무나 사귀지는 않는구나.' 한편으론 안심해서였다.

 

 그리고 빨리 적당한 상대가 나오면 3학년이든 4학년이든 결혼을 시킬 생각이었다.

 한참 시대착오적이긴 하나 올드하고 통속적인 그녀는 딸 세라에게 젊음과 미모는 지금이 가장 황금기라고 생각되기때문에...

 

 반면 똑똑한 머리는 공부할때만 발휘하는 답답한 세경은 늘 엄마의 불만 1호였다. 공부만 잘하지 친구도 몇 없고 하교종만 치면 귀가해 방에 틀어 박혀 꼼짝도않고 만화와 소설에 빠진 세경을 통속적인 엄마는 극도로 불편해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당최 소개팅은 커녕 단체 미팅도 한번 하지않고 집에 쳐박혀책만 읽어대는 세경을 엄마는 한심해하고 답답해했다

 

 "지 언니는 그래도 연애해서 어떻게 하면 잘난 남자 한번 사겨볼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설치는데 저건 어떻게 된 게 주변에 잘난 놈 천지면서 연애 한번 못하는지..저..저 안경 좀 봐..요즘 누가 저런 안경을 끼고 다녀..어두운 아우라를 팍팍 날리는 저런 앨 누가 좋아할꺼야..에고.속상해"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결혼을 잘해야한다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뒤떨어진 사고방식에 세경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도대체 이 집 사람들은 몇년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밀레니엄은 알까?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건 알까?'

 세경은 답답해선 방문을 획 닫고 잠근다.

 

 그리고는 어제 대형서점에서 공수해온 BL소설을 펼쳐보며 흐뭇해한다

 "역시 아웃오브 우리집은 여기야.

 세상의 대세남들은 여기에 다 있지.흐흐.우리 현님,민님과 러브러브하시길.."

 BL소설.만화.아이돌..세경의 취향이었다.

 일상생활을 하는 정도의 준오타구급인 세경에게 현실속에서 자신의 실속을 챙기는 남자들이 눈에 찰 리 만무했다.

 물론 그들도 세경을 원하지도 않지만..

 "현실엔 이런 완벽남들이 없어요.~BL, 아이돌 만세!!!"

 

 오늘은 세라가 공을 들이며 쫒아다닌 지 두달쯤 된 정민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매일 문자와 연락없이 기다리곤 하는 세라에게 단단히 화가 난 정민은 확실히 선을 긋기 위해 세라에게 연락했다.

 그것도 모르고 풀메이컵으로 팍팍 힘을 주고 나간 세라에게 정민은 화장법만 업그레이드 하지말고 가끔 책도 읽고 신문도 보며 뇌를 진화시켜보라곤 다시는 기다리거나 연락하지마라는 엄포를 놓고 먼저 카페를 나가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집으로 달려와 미친듯이 통곡하는 우리의 신파녀 신세라..

 

 방안에 들어간 세경은 만화책을 소중히 책꽂이에 꽂고 자리를 고쳐앉았다.

 그리고 리스닝책을 펼쳐들고는 이마에 흰띠를 두르고 비장한 표정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내 기필코 유학을 가서 이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탈출하리라..

 반.드.시!

 오늘도 불굴의 투지를 다지는 세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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