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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루시드 CUPIDO
작가 : 과자남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날 복권에 당청된 정현. 그의 눈앞에 그가 한 눈에 반해버린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를 사로잡기위해 당청금을 쏫아붇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
속을 앓던 그의 눈앞에 큐피드(?)가 나타나 제안을 하는데.

 
3. 그녀와 나의 관계는?!
작성일 : 17-06-09 16:23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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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묘를 보니까 그제서야 이것이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집에 데려다 준 뒤 바로 돌아갔다. 내가 방에 돌아와 쉬고 있던 중 그녀가 찾아왔다. 그녀는 방에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큰절을 했다.

 

 "여러가지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라니 전부 아버지가 다 해줬는걸"

 

 무심코 그런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말실수 했다는 걸 깨닫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허둥대며 말했다.

 

 "어, 어. 그러면, 저기, 어라? 계속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요?"

 

 다시 말을 꺼냈지만 조금 움츠러 드는 내색이었다.

 

 "할머니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울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빠가 옆에 있어줘서 힘낼 수 있었어요. 에헤헤, 응석 부린 것도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굉장히 쑥스러운 것 같았다. 잠시 빨간 얼굴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응석 부려도 될까요?"

 

 나는 즉답했다.

 

 "당연히 되지. 얼마든지 응석부려도 돼."

 

 "진짜..루요?"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닷!!"

 

 그녀는 오랫만에 정말 해맑게 웃었다. 이 아이가 웃을 수 있다면 뭐든 해주고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없는 생활에도 점차 익숙해진 듯 보였다. 덕분에 그녀가 우울한 표정을 짓는 일도 줄어 들었다. 추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렇게 다시금 일상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생활 보호 대상자로 지정된 만큼 할머니의 부업으로 수입을 확 늘리거나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할머니에게 있어선 상당히 큰 액수 였다. 덕분에 생활비 만큼은 빠듯이 어떻게든 충당할 수 있었다.

 그 해 처음으로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할 쯤이었다. 나는 그녀의 집에 난방기구가 없다는 걸 생각해냈다. 학교에서 돌아와 곧바로 그녀의 집에 가니 할머니가 부업을 하고 있었다. 얇은 옷을 몇겹으로 겹쳐 입은 듯 했지만 천이 얇아 추워 보였다. 할머니는 익숙해졌다고 말하셨지만 나는 바로 집에 가서 이제 입지 않는 두꺼운 옷을 가져다 드렸다. 준다고 하면 분명 거절하실 테니까 빌려드리겠다고 하며 억지로 손에 안겨 드렸다. 할머니는 작게 웃으면서 받아 주셨다. 하지만 곧,

 

 "그 아이가 샘을 낼 것 같은데"

 

 그렇게 걱정하셨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학교에서 돌아온 그녀는 평소처럼 내 방에 놀러왔다. 그녀는 곧바로 내 옆에 앉더니 조용히 내 얼굴만 쳐다봤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저한테는 옷 안 빌려주실 건가요?"

 

 그녀는 입을 비쭉 내민 채 그렇게 말했다. 평소와는 달리 묘하게 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거 빌려줄까?"

 

 "이거"

 

 그녀는 내가 입고 있는 스웨터를 가리켰다.

 

 "이거?"

 

 "네"

 

 "이거면 돼?"

 

 "그거면 돼요"

 

 "오늘 씻어서 내일 빌려줄게"

 

 "지금 바로"

 

 그녀는 아이가 칭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못이기는 척 결구 스웨터를 벗어서 그녀에게 건네줬다. 오래 입어서 후줄근 한데다, 내 몸에도 제법 큰 스웨터였다. 몸집이 작은 그녀가 입자 마치 원피스처럼 보일 정도였다. 일어서니 옷자락이 무릎까지 내려왔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스웨터 오자락으로 다리를 푹 가긴 채 말했다.

 

 "에헤헤, 역시"

 

 "응?"

 

 "따뜻해요"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가 웃을 때마다 나 역시 기뻐진다는 걸 깨달았다.

 

 "겨울 방학에는 고향에 갈 건 가요?"

 

 12월에 들어서고 얼마 뒤 그녀는 나한테 그렇게 물었다.

 

 "아니, 그냥 아르바이트 할 거야"

 

 나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결국 연말임에도 집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내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셨다. 대신 떡이나 명절 음식, 전골 요리 재료를 잔뜩 보내주셨다. 나눠 먹으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전골요리를 할 때 쓸 냄비랑 가스 버너를 사러 함께 마트에 갔다. 거기서 같은 과 여자친구랑 우연히 만났다.

 

 "어서오세요. 어라? xxx잖아"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구나"

 

 "응. 그런데... 뭐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해"

 

 내 옆에 서있던 그녀를 슬며시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귀찮아 질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진 않고 그대로 냄비랑 가스버너를 사서 돌아왔다. 그 날 저녁은 그녀랑 할머니와 같이 전골 요리를 해먹었다.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따듯한 전골 요리에 그녀와 할머니는 크게 기뻐했다. 그릇을 정리하기 위해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스웨터를 입은 그녀가 내 옆에 앉았다. 묘하게 나한테 가까이 왔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맴돈다.

 

 "저기.. 오늘 만난 그 사람은..."

 

 "학교 친구야"

 

 "단순한 친구?"

 

 "단순한 친구"

 

 "그러면 자세한 이야기라는 건 뭔가요?"

 

 "너랑 내 관계를 묻고 싶은 걸 테지"

 

 "저, 저말인가요?"

 

 "흐음, 설명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

 

 "그렇네요"

 

 "뭐라고 말해두지?"

 

 "애인...은 안되나요?"

 

 시선을 돌리니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도 될까?"

 

 애써 냉정하게 말했다.

 

 "어? 그렇게 말하실 건가요?"

 

 그녀는 상당히 놀란 것 같았다.

 

 "응, 그렇게 말하려구"

 

 "그,그런가요. 으,응. 그렇지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갑작스레 이런 상황이 된지라 그녀는 물론 나도 당황했다. 그녀는 꽤 흥분했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서 없이 말을 꺼냈다.

 

 "아, 하지만 저기, 그게. 애인 같은 행동 한번도 안했는데. 괜찮나요?"

 

 "애인 같은 행동은 뭐야?"

 

 내 질문에 그녀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그리고는 얼굴을 가린 채 돌아 앉았다.

 

 "할머니한테는 비밀이에요."

 

 "비밀이네"

 

 "절대로...알았죠?"

 

 "알았어"

 

 결국 그날은 상대 얼굴이 더빨갛다며 서로를 조롱하느라 귀가가 늦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정말 한가한 녀석들. 내가 그냥 애인이라고 말하니 너무 당당해서 재미없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네 녀석들 장난감이 아니야.

 그렇게 나는 그녀와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이가 특별히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며 같은 시간을 보낸다. 이전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숙제를 가져오면 함께 봐주기도 했다. 나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일 하나 하나가 신선하고 즐거웠다. 하루 하루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중 크리스마스날이 가까이 다가왔다. 3화 끝 여름철, 그녀의 생일날 선물을 못 줬던 것이 생각난지라 이번엔 꼭 선물을 하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그녀가 갖고 싶어하는 게 뭐 없을까 물어보니 옷가지를 갖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옷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말을 하니 할머니가 너무 미안하다면서 그렇게까지 도움을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빙긋 웃으면서,

 

 "괜찮아요. 크리스마스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무슨 의미로 저런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여자옷가게에 남자가 혼자 들어가려니 여러가지 의미로 고역이었다. 결국 같은 과 여자애들한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여자애들한테 사정을 설명하면서 당황하는 바람에 할말 안 할말 마구 늘어놓은 결과, 평소 무뚝뚝해보인다거나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평가를 받던 내 케릭터가 완전 붕괴했다. 결국 여자애들의 도움을 받아 가볍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옷 몇 가지를 구입 할 수 있었다. 선물 포장을 한 뒤 옷을 벽장에 숨겨두었다. 그녀가 벽장을 열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근처에 갈 때마다 전전긍긍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할머니가 케이크를 사와 셋이서 함께 나눠 먹었다. 타이밍같은걸 생각하는 게 귀찮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건네줬다.

 

 "받아도 괜찮습니까?"

 

 "응"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시원스럽게 받아들였다. 내 방에 돌아와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그녀가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흩날리는 눈송이 사이로 상기된 표정의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내가 선물한 옷을 입고 있었다. 키는 대충 맞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 조금 헐렁했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 귀여워 보여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머리카락 위에 올라탄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나는 그 말에 정말 기뻤다. 그녀는 방에 들어와 코트를 벗고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쑥스러운 듯 그녀는 이곳저곳 옷 매무새를 어루만졌다.

 

 "왜 그래?"

 

 "이런 거, 처음이라. 뭐라고 해야할지, 그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낸거, 오랜만이라"

 

 점차 그녀의 목소리가 습기로 번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울지마."

 

 하지만 어느샌가 그녀의 눈매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그것을 엄지로 닦아내며,

 

 "우는 것 금지"

 

 "기뻐서 우는 걸요"

 

 "그래도 금지"

 

 "...예."

 

 그렇게 계속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중, 그녀가 나한테 달려들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쓰러질 듯 휘청댔지만 어떻게든 받아낼 수 있었다.

 

 "에헤헤, 조금만 더"

 

 그녀가 날 꼭 껴안은 채 떨어지질 않아서 조금 당황했던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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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남 17-06-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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