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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쌍무적
작가 : 채화담
작품등록일 : 2016.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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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쌍의 여자,
절대무적의 소년을 만들다...!

 
3 화
작성일 : 16-07-22 09:15     조회 : 695     추천 : 0     분량 : 8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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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신주(神州) 철검산장(鐵劍山莊)은 신주에 있지 않다!

 

 강호인치고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백년 전까지는 그랬다. 어느 새인가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다 잃어버린 지금은 철검산장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철검산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 또한 다 알고 있었다.

 사천당문이 사천에 있고 하북팽가가 하북에 있고 산동악가(山東岳家)가 산동에 있고 귀주(貴州) 구양세가(歐陽世家)가 귀주에 있고 화남(華南) 과부보(寡婦堡)가 화남에 있고 회림(會林) 부귀산장(富貴山莊)이 회림에 있으니 신주 철검산장 또한 신주에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리고 신주에 없다고도 할 수도 없었지만, 신주 철검산장은 신주에 있기 때문에 신주 철검산장이 된 것이 절대로 아니었다.

 신주(神州)란 것은 어떤 한 지역의 지명이 아닌 것이다. 신(神)이 내린 세계, 즉 천하(天下)를 말하는 것이었다.

 신주에서 가장 우뚝 솟은 존재, 천하 어디에나 그 거대한 그림자를 덮고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철검산장은 신주 철검산장으로 불리워졌었다.

 

 “하지만 신주 철검산장이 신주 철검산장다웠던 적은 삼백년 전의 가조(家祖) 철검무적(鐵劍無敵) 철개산(鐵開山) 이후 백여년 정도 밖에 없지. 그 이후 후손들은 철씨 성과 함께 철두(鐵頭)도 함께 가지고 태어나서 철검십이식(鐵劍十二式)의 진수를 깨우치는 자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중후한 검학을 나날이 망가뜨려 당대에 이르러선 차마 봐주기도 민망한 삼류검법으로 만들어버렸지.”

 여자는 상대가 너무 가여워서 자기까지 쓸쓸해진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지금 자기 엉덩이로도 깔고 앉은 지붕 위의 검붉은 철기와(鐵瓦)들을 둘러보았다.

 신주 철검산장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랄 수 있는 검붉은빛 철기와. 그러나 신주철검(神州鐵劍)의 위명이 한창이던 과거엔 이 철기와에 붉은 빛은 없었다. 기름을 바른듯 진한 윤기가 흐르는 검은 빛으로 보는 이들을 육중하게 압도하던 것이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이 꼴이구나. 인걸(人傑)은 남아있지 않고, 황혼빛과도 같은 녹슨 철기와만이 금방 부서질듯이 남아있구나.”

 여자는 상당한 분위기를 잡고 노래를 하거나 시를 읊듯이 말을 잇더니, 지붕 아래 서있는 철무적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이제 철검산장에 남은 사람이라곤 너 하나와 늙은 충복 하나 뿐이고, 가세는 더이상 가난해질 수 없이 가난해져서 갖다 팔 물건이라고 남은 것도 이 녹슨 철기와들 밖에 없다지?”

 철무적은 여자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가 일단 대답했다.

 “맞아요. 이제 갖다 팔 물건이라곤 그 철기와들 밖에 없는데 노인네가 도무지 말을 안듣네요. 몇개씩 갖다 팔자니까 펄쩍펄쩍 뛰면서 차라리 자기 몸을 팔겠다고 산을 내려가더군요.”

 이어 몇 마디 덧붙였다.

 “딴엔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작정인 모양인데, 밖에서 일을 해서 주가(主家)를 봉양하겠다니 갸륵하다 못해 골치아픈 충정이죠.”

 그리고 비로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굽니까?”

 여자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철무적의 반응이며 태도가 꽤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

 사실 그랬다. 철무적으로선 진작 했어야 할 질문인 것이다.

 서고(書庫)를 나와 처소로 가는 길이었다. 아복은 정말로 일자리를 찾겠다는 건지 비장한 모습을 한 채 사라졌고, 어느새 산장 뒷편 군옥산(君玉山) 서육봉(西六峯)에는 붉은 노을이 어려 있었다.

 가을이 한창인 군옥산은 그렇지 않아도 붉었고 거기에 노을빛이 덧칠해져 마치 타는 듯했는데, 선렬하게 망막을 파고드는 그 빛깔 한 가운데, 가을빛 노을빛과 모두 같은 의미인 것처럼 동화되어 있는 철심헌(鐵心軒)의 검븕은 지붕 위에, 아주 오래 전부터 거기에 존재해 있었던 듯이 어떤 이질감이나 위화감이 없이 여자는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마치 오랫만에 고향에 돌아온 이웃집 누님처럼 익숙하게 말을 던져왔던 것이다.

 여자는 철무적의 침착하고 유연한 태도에 다소 감명을 받은 듯했다. 눈빛에 장난기를 담아 되물어왔다.

 “내가 누구냐고? 넌 내가 누군지도 모른단 말이냐?”

 철무적도 반문했다.

 “내가 당신을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

 “당연히 이상하지. 고모할머니도 모른대서야 말이 되느냐?”

 “······”

 철무적은 입을 닫고 지붕 위의 여자를 쏘아보았다.

 철심헌은 이층 전각이었고 따라서 지붕도 높았다.

 게다가 여자는 진한 노을빛을 역광(逆光)으로 받고 있어 얼굴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아니라는 것 정도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멀거나 흐리게 보이는 건 아니었다. 여자는 할머니가 아닐 뿐 아니라 중년아줌마도 아니었고, 십대는 넘었을지 몰라도 결코 이십대는 벗어나지 않았을 싱싱한 자태였다.

 기분이 좀 상한 채 여자를 쏘아보던 철무적은 문득 가슴이 쿵! 뛰는 것을 느꼈다.

 아름다웠던 것이다.

 역광의 노을빛도 익숙해져 여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자, 이번엔 여자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눈을 찌른 것이다.

 흑요석(黑曜石)처럼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와, 십대소녀같은 장난기를 다분히 담았지만 결코 경박해 보이진 않는 웃음, 거기에다 늘씬한 전신에 넘치는 활력과 탄력··· 그 몸에 걸친 의복은 궁장(宮裝)도 아니고 경장(輕裝)도 아닌, 여인으로서의 멋과 강호인으로서의 활동성을 함께 고려한 듯한 중간 형태의 것이었고, 그래서 꽤 특이한 형태였으나 그녀에겐 더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보였다.

 그런 독특함을 그리 튀지 않게 소화해내는 자연스러움 때문인지 여자에겐 어떤 관록같은 것도 보였다.

 물론 철무적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준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활력과 탄력 쪽일 것이다.

 그가 전혀 갖지 못한 그러한···

 여자는 철무적이 아무 대꾸없이 시선만 쏘아오고 있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었다.

 “너는 왜 말이 없지? 내가 고모할머니라고 했으면 너도 무슨 대꾸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철무적은 가슴이 좀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아름답지만···

 그는 뜻모르게 한 번 픽 웃고 나서 여자를 향해 불쑥 말했다.

 “심심한가요?”

 “·····?”

 여자의 표정이 괴이해졌다.

 이어 몹시 의아한 빛이 눈가에 심하게 흘렀다.

 그것은 마치 <그런 극비사항을 이 녀석이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 같았다.

 철무적은 알고 있는 것을 계속 말했다.

 “강호엔 오로지 재밋거리만 찾아서 천방지축 헤매고 다니는 심심한 여자들도 많다더군요.”

 “·····!”

 “시비가 걸렸을 때도 보통 그런 식이라죠? ‘넌 누구냐?’ 라고 물으면 ‘네 고모할머니다!’ 라는 게 가장 일반적인 대꾸라고.”

 쿡··· 여자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곧 웃음을 꾹 참은 얼굴로 정색을 한 채 대꾸했다.

 “그건 좀 틀렸다. 강호인들은 대부분 입이 더러워서 시비가 걸렸을 때 ‘넌 누구냐?’라고 묻는 놈은 거의 없다. 십중팔구 ‘네년은 누구냐?’ 혹은 ‘어디서 굴러먹던 계집이냐?’ 라고 묻지. 그럼 여자 쪽에선 ‘네놈의 고모할머니다, 이 자라새끼야!’ 라는 식으로 나가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 자기가 자기를 욕한 꼴이 되기도 한다. 자라새끼의 고모할머니는 최소한 자라새끼는 아니더라도 늙은 암컷 자라는 될테니까.”

 푸흑··· 이번엔 철무적의 입에서 신음이 샜다.

 여자는 지붕 위에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너는 또 틀렸다. 고모할머니라고 한 게 내가 너한테 시비를 건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가 아무리 심심해도 그렇지 시비를 걸 사람이 없어서 너같은 어린애한테 걸겠느냐?”

 여자는 말하는 도중에 훌쩍 몸을 날려 철무적 앞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앞에 내려선 여자를 철무적은 진짜 불쾌해진 얼굴로 쏘아보았다. 그는 불쑥 여자 앞으로 다가섰다. 바짝 다가서자 철무적이 반 뼘 정도 큰 키였다.

 “뭐야? 키를 대보자고?”

 “나보고 어린애랬는데 낭자는 나보다 몇 살이나 더 먹었소?”

 그는 말투까지 근엄하게 바꿨다.

 여자의 눈빛에서 기이한 빛이 일었다. 기이한 눈빛 그대로 여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맞춰보지 그래. 내가 몇 살이나 먹은 걸로 보이니?”

 말을 마치며 여자는 배시시 웃었다.

 흑요석같은 눈망울엔 장난기가 가득하고 싱싱한 생기와 탄력이 넘치는 웃음···

 철무적은 생각도 없이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열여덟이나 아홉··· 많아야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여자는 유쾌해진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은 어때? 다시 봐줘봐.”

 “······”

 철무적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순간적으로 여자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아까 십대 후반의 발랄한 생기는 눈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여자는 이제 이십대의 성숙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철무적이 혼란스런 얼굴로 말이 없자 여자는 다시 요염하게 웃었다.

 “지금은 또 어떻지? 내가 어떻게 보일까?”

 아찔한 현기증이 일게 할 정도로 요염한 웃음. 거기엔 또 여인의 절정에 이르른 삼십대의 풍요와 유혹성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철무적은 결국 감탄해버렸다.

 여자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이런 여자가 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죠?”

 철무적은 다시 진지하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여자의 정체가 이제 진심으로 궁금해진 것이다.

 여자는 다시 배시시 웃었다.

 “네 고모할머니라니까.”

 여자는 화려하게 펄럭이는 옷자락과 함께 휘적휘적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뭐 믿기 싫으면 안믿어도 좋아. 안믿어주면 더 고맙지. 사실 어떤 여자가 할머니이길 바라겠니. 고모 쯤으로 강등시켜도 난 얼마든지 좋다.”

 “······”

 철무적이 고모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자가 걷다 말고 불쑥 고개를 돌려왔다.

 “뭐하고 있어? 주인보다 손님이 먼저 집에 들어갈 순 없잖아.”

 여자가 가는 방향은 철심헌 입구였다.

 그리고 이어진 여자의 장황한 충고에 철무적은 이 신기한 여자가 어쩌면 진짜 고모할머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내가 고모할머니든 아니든 나는 어쨌든 철검산장에 온 손님이고, 철검산장은 손님을 충실하게 접대하는 전통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만. 철검산장의 전통은 온여태산(穩如泰山), 즉 태산과 같은 무거움, 그리고 사해(四海)가 모두 친구라는 뜻의 화우사해(和友四海)이며, 그건 나쁘지 않은 전통이니까 되도록 지켜나가는 게 좋지. 비록 가문의 절학 철검십이식은 삼류검법으로 전락했고 가세는 지붕을 뜯어 팔아야 할 정도로 몰락했지만 그것은 실력과 재산의 문제. 실력과 재산은 키우고 늘리면 되는 것이지만 한 번 잃어버린 전통은 여간해선 다시 찾아지지 않는 거다.”

 

  * * *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본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든 지킨다는 것은 그와 대비해서 희생시켜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이고, 지대한 인내심과 수고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철무적은 오늘 그것을 절감했다.

 충실히 접대받아야 할 손님의 입장으로서 여자는 먼저 목욕을 요구했다.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목욕을 해야 하는 절대적인 습관이 있다는 전제와, 그 습관이 지켜지지 않으면 터무니없이 난폭해지는 행태상의 심각한 이상장애를 가졌다는 어쩐지 협박같은 말과 함께였다.

 굳이 협박이 아니더라도 목욕물 정도 준비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정의 길먼지를 뒤집어쓴 여자에게 기분좋게 욕실과 욕수를 제공할 아량 정도는 철무적에게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의 목욕취향이 대단히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욕수는 반드시 펄펄 끓을 정도의 뜨거운 물이어야 하고, 거기엔 반드시 꽃잎이 띄워진 화엽수(花葉水)여야 한다고 했다.

 말리화(茉莉花) 꽃잎이면 좋겠지만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이번만은 아무 꽃이나 꽃잎이면 되겠다는 대단한 양보를 해주긴 했다.

 다행히 철검산장 후원엔 국화(菊花)의 뜰이 있었고, 때는 가을이라 국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꽃잎 문제는 해결되었다.

 펄펄 끓는 물에 화향(花香)이 넉넉히 배이도록 풍부하게 국화 꽃잎들을 띄운 욕조를 보자 여자는 제법 만족한 얼굴로 즉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 앞에서 당장 옷을 벗을 줄 몰랐던 철무적은 놀래서 몸을 돌렸고, 쫓기듯이 급히 욕실 휘장을 걷고 나왔다.

 거침없이 옷을 벗던 여자의 하얀 어깨가 마구 어른거리는 망막을 심호흡으로 달래고 있을 때, 여자가 또 바쁘게 불렀다.

 물이 식었다는 것이다.

 철무적은 서둘러 한 대야의 끓는 물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가야 했다. 당장 보충해주지 않으면 여자가 벗은 채로 그냥 달려나올 기세였기 때문이다.

 여자가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있는 욕조에 끓는 물을 보충해주는 일은 그리 어렵진 않았다. 시선만 아래로 내리지 않으면 비교적 태연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끓는 물을 다섯 번 보충해준 후에 철무적은 지쳐버렸다. 몸도 지치고 정신도 지쳐버렸다.

 게다가 그쯤에서 떠오른 한 가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철무적은 도망치듯이 서둘러 침상으로 가서 털썩 드러누워 버렸다.

 여자의 태도로 보아 곧 등 좀 밀어달라는 요구까지 나올 것 같았던 것이다.

 예감은 적중했다.

 “얘! 거기 있니? 등 좀 밀어주라!”

 그러나 철무적은 그 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그는 여자의 무서운 요구가 더 나오기 전에 차라리 자버리자고 결정했고, 이미 지쳐있는 몸은 그 결정에 충실히 따라주었다.

 몇 번씩이나 물을 덮히고 그것을 나르고 하는 노동은 사실 그의 몸으로선 무리였다.

 아복 말대로 서고의 공기도 좋지 않았고, 오다가 가을빛에 취한 것도 좋지 않았으며, 지붕 위의 여자를 한참 올려다 봤던 것도 모두 다 좋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본래 혈맥(血脈)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그는 침상에 눕자마자 심한 현기증을 느꼈고 그대로 혼절하듯이 잠들어 버렸다.

 

 여자는 수건 한 장만 달랑 휘감은 채로 욕실에서 나왔다.

 욕실에서 이어진 거실의 침침한 공간을 지나, 저만치 걷혀진 침실 휘장 사이로 침상에 쓰러져 잠들어있는 철무적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실을 건너온 여자는 침상의 철무적 앞에 섰다.

 “자니? 명색이 주인이라는 녀석이 손님을 놔두고 혼자 자버려도 되는 거야?”

 침침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철무적의 얼굴은 그 음영 때문에 윤곽이 더욱 깊어 보였지만 창백한 부분은 더욱 창백했다.

 여자는 손을 뻗어 철무적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잠이라기 보단 거의 혼절이구나.”

 여자는 이미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철무적의 얼굴 아래로 쓰다듬어가듯 손을 옮겨갔다.

 이어 목이며 가슴, 어깨, 복부 등의 여기저기를 가볍게 눌러보고 짚어보더니, 마지막으로 급소 바로 위의 아랫배 하단전(下丹田)에 지그시 손바닥을 대었다.

 까실한 감촉이라도 느꼈는지 그 손이 순간적으로 움찔 흔들렸다. 동시에 여자의 표정은 기묘해졌다.

 “어린 녀석이··· 하긴···키는 나보다 크더라···”

 여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손이 놀랐다는 것은 내 주책이겠지만···”

 여자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철무적의 하단전에 댄 한 손을 그대로 둔 채 다른 한 손으로 철무적의 왼손 맥문을 잡았다. 그리고 깊고 고요한 시선이 되었다.

 그 시선에서 언뜻 어두운 빛 한 줄기가 스친 것은 잠시 후였고, 이어 미세하게 아미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일년은 커녕 두 달도 어렵겠다··· 제대로 정양하지 않으면 한 달도···”

 여자는 손을 떼고 잠시 아무런 표정없이 철무적을 내려다 보았다.

 문득 그 몸을 휘감고 있던 얇은 수건이 불어온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저절로 펄럭이며 떨어져 내려갔다.

 더욱 진해진 방 안의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나신(裸身)으로 선 채 여자는 말했다.

 “성의있는 목욕물에 대한 답례로 우선 선물 하나를 주마.”

 여자는 이어 철무적의 옷을 벗겨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일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지.”

 철무적의 옷을 벗기는 여자의 손길은 그리 능숙하진 않았지만 신속했다. 철무적의 마지막 속옷까지 마저 벗겨낸 여자는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비장한 심호흡을 한 차례 깊고 길게 했고, 그리고는 곧 주저없이 침상으로 올랐다.

 이어, 철무적 옆에 누울까 위에 엎드릴까 잠시 망설이는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였다가, 아무래도 곧바로 위로 가는 건 곤란하다 싶었는지 일단 철무적 옆에 단정히 누웠다.

 

  * * *

 

 이후 그녀가 철무적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른다.

 남자와 여자가 알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꼭 한 가지 밖에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자 쪽이 겨우 십육세의 소년에 불과하고, 여자 쪽이 노련한 무림인이며 그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수라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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