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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고양이 술래잡기
작성일 : 17-06-06 12:2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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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훅훅...

 거친 숨을 조용히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눈매를 가늘고 예리하게 좁히며 나는 포획자들의 움직임을 어느하나 빼놓지 않고 살폈다.

 한걸음을 떼고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인다. 그것은 움직임의 전조였다.

 

 '이쪽으로 온다!'

 

 내 눈동자는 바쁘게 좌우로 움직였다.

 자세를 낮게 낮추면서 나는 언제든지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내 고양이적인 예리한 직감은 빗겨나가는 일이 없이 포획자의 몸을 빌려서 현실로 도래했다.

 

 "이야!"

 

 가늘고 작은 기합소리에 나는 내 오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쭉 뻗은 두개의 손이 나를 잡아채려는듯이 정면에서 돌진해왔다. 움직임이 크고 둔했다.

 포획자는 어설펐다.

 반면에 고양이는 이 방면에 있어서 천성적인 전문가였다.

 나는 반보 뒷걸음질 쳤다. 뛰어올랐다가 자칫하면 포획자에게 상처를 줄수 있을것 같아

 나는 자세를 바꾸고 바로 정면에서 우측으로 파고들었다.

 비스듬하게 손을 피하며 포획자의 뒤를 선점했다.

 빨간 점퍼를 입은 포획자의 등에는 갈색 곰돌이 자수가 새겨져있었다.

 한숨 돌릴새도 없이, 나는 다시 한번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또다른 포획자의 손이 내 등허리를 잡으려는듯이 뻗어오는것을 재빠르게 포착하였기 때문이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 뛰어오르기엔 준비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도망칠지를 요리저리

 살폈다. 그러다가 두번째 포획자의 아래를 주목했다.

 양 다리를 벌린 폭이 보통이상으로 컸다. 저 사이공간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나는 다시한번 자세를 낮췄다.

 포획자와 나와의 거리가 인간의 보폭으로 약 한보가량으로 가까워 졌을때 나는 민첩하게 다리사이로 파고들었다.

 고양이의 유연한 움직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모양인지 두번째 포획자는 "어!"소리를 내며 이미 내가 빠져나가고 난 후인 다리사이의 허공을 손으로 잡을 뿐이었다.

 

 "히힛 어떠냐!"

 

 고양이말을 알아들을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구태여 '늬야오옹' 소리를 내어주었다.

 만약 내 말을 알아 들었더라면 저 둘의 표정이 참 볼만하게 구겨졌을테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고양이어를 들을수는 있어도 이해하지는 못했다.

 

 보라! 만약에 내 말을 이해했더라면 저 어린 포획자들이 눈을 가늘게 뜨며 까륵까륵 소리내어 웃을 수나 있을까!

 

 "애들이 나비랑 놀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마~ 아이들은 원래 다치면서 크는 법이야."

 

 먼 발치의 나무 탁자앞 의자에는 두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감히 고양이가 이 한몸을 희생하여 실천적으로 포획훈련을 가르쳐주고 있거늘

 고마운 줄도 모르고 저리 한가롭게 앉아 말이나 주거니 받거니를 하고있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것은 어린 형제의 어미가 아닌 고양이의 동거인이었다.

 즉 다치는것 따위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손을 휘휘 저어보이는 저 여자가 바로 어머니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서 볼멘소리를 짧고 크게 한번 울었다.

 복잡하고 깊으며 고상한 고양이말을 인간들의 말로 제대로 번역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대충 "이건 놀이가 아니야!"라든가 "진지한 교육이야!"라는 뜻의 함축적인 울음소리였다.

 그렇지만 내 항의가 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일은 없었다.

 

 보라! 내 울음소리를 들은 저 두 여자는 한가롭게 컵에 입을 대고 홀짝이다가 고개를 들어보이고는

 이유도 없이 그저 한손을 들어 흔들어 보일 뿐이지 않는가!

 

 에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느릿느릿 다가오는 두 포획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걱정마렴. 내가 열심히 너희를 가르쳐서 어느 고양이 못지 않게 훌륭하게 만들어줄테니까."

 

 제법 긴 말이었기에 긴 울음소리를 군데군데를 끊어 소리의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발성했다.

 물론 소통을 하기위해 낸 소리가 아니다. 이는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헹아야 냥이가 무어라 한고야?"

 "나두 모으게써.."

 

 형제는 고양이를 한번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본뒤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인다.

 그 모습을 고양이는 그저 흐뭇하게 바라볼뿐이다.

 제멋대로 억측하여 내 진지한 울음소리에 대해 손이나 흔들어보이는 어른 인간들과는 다르게 비록 똑같이 알아듣지는 못했더라도 그 의미를 파악하기위해 최소한 시도라도 해 보이며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기특해 보인것이다.

 

 "얘들아! 그럼 계속하자!"

 나는 기분좋은 울음소리를 크게 냈다.

 내 울음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잠시동안 서로를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는

 

 "우아!"

 "냥아!"

 

 의미불명의 기합소리를 내면서 나를 잡기위해 열심히 걸어왔다.

 의미가 통한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해본 고양이였지만 곧 잡생각을 치우고 높게 도약했다.

 고양이가 있었던 허공을 빨간 점퍼를 입은 아이의 두 손이 가르며 허우적였다.

 

 

  * * *

 

 

 "저번에 봤을때 보다 애들이 많이 컸네요..몇살이에요?"

 "이준이도 예준이도 여기나이로는 올해 네살, '그쪽'나이로는 3살."

 

 그녀는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빨간색 점퍼를 입은 아이를 이준이, 그리고 노란색 겉옷에 청바지를 입은 아이를 예준이라 가르켜 보였다.

 "너무 귀엽다..."

 고양이와 잡기놀이를 하며 총총총 뛰는 두 남자아이를 바라보는 내 얼굴에 옅은 미소가 깔렸다.

 양 팔을 크게 벌리면서 우와!하고 소리내어 고양이를 쫓는 예준..아니 이준이. 괴물인지 아니면 곰인지

 정체모를 동물의 흉내를 내자 예준이도 이준이를 따라서 똑같이 양 팔을 벌려 고양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형제의 놀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와는 다르게 정작 아이들의 어머니는 시큰둥해 보였다.

 

 "귀여운것도 처음 몇번이지. 애들 키우는게 아주 전쟁이다 전쟁."

 

 잔에 담긴 커피를 한모금 삼키면서 작은 한숨까지 내쉰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피로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와

 눈가의 그림자에 나는 애써서 밝게 말했다.

 

 "에이...힘든거랑 귀여운거랑은 다르죠~ 게다가 애 키우는건 원래가 다 어렵다고 들 하잖아요?"

 "애 한번 안낳아본 애한테 내가 무슨소리를 할까? 에휴..."

 "애를 낳고 싶어도 상대가 없는 걸 어떡해요?"

 "상대야 잡으면 그만이지..너는 애초부터 사귈맘도 없잖아...."

 

 그리 말하며 방금전과는 다른 의미로 한숨을 내쉬어 보이는 선배로부터 나느 의도적으로 고개를 아이들에게로 돌렸다.

 

 "와아! 이준아 예준아! 이모좀 봐봐!"

 

 과장되게 이준이와 예준이를 향해서 팔을 흔들어보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옛 선배는 혀를 작게 찼다.

 

 "언제까지 혼자 살수는 없는거야."

 "그래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잖아요."

 

 나는 고개를 돌린채 대답했다.

 눈을 바라보지 않아도 상대방의 눈치를 살필 수가 있는 사람이란 참 재밌는 동물이다.

 

 잠시동안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를 오고 갔다.

 나는 이미 온기가 빠져나간 식은 커피잔을 의미없이 만지작였다. 아직 반 이상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외국으로 떠나갔던 그녀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건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의 일이었다.

 처음 그녀의 얼굴을 봤을때 나는 우선 당황했다.

 미안하다는 한마디와 함께 일방적으로 관계를 청산하고 낯선 남자와 함께 외국으로 달아나 버린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는 참 많이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껍데기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리 생각했다. 내가 좋아했던 얼굴의 흔적은 분명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가 그녀임을 내게 상기시켜줄 것을 나는 도저히 그녀로부터 발견할수가 없었다.

 화장은 옅었고 샤프했던 눈매도 없었으며 내가 좋아했던 당당한 기세도 없었다.

 그녀가 입은 옷은 달라붙지 않았고 어둡지 않았으며 움직이기에 편하게 폭이 넓었다. 튼튼해 보이는 옷에는 주부의 알뜰한 생활감이 묻어나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여성은 먼 나라로 떠나 껍데기만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가 좋아했던 모습을 어디에도 남기지 않은 그녀 모습은 참 평범해 보였다.

 

 편의성 보다는 아름다움과 감성을 위주로 물건을 고르고 망설임없이 사들이던 그녀는 언제나 가난했다.

 지출은 언제나 급여보다 많았고 그렇기에 월말이 될때쯤이면 습관적으로 내게 손을 내밀어 왔다.

 우습게도 나는 돈을 빌리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는 돈을 빌리는 것에 마저 당당했다. 마치 소설속의 재상나리마냥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내놓으라 장난스레 내 몸을 자신의 밑에 깔았다.

 돈을 빌리는것에조차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했던 그녀를 겉으로는 기둥서방이라 놀리면서도 속으로는 참 좋아했다.

 

 그녀는 씀씀이가 해펐다. 함께 여행을 가자며 저축을 하던 저금통에도 자기가 급할때면 곧잘 손을 대기가 일쑤였고 추궁을 하면 시치미를 떼다가 결국에는 에잇! 하고 도망을 쳤다.

 그러다가 잡히면 볼이며 입술이며 목덜미며 가리지 않고 키스세례를 퍼부으며 애교를 떨었다.

 애교를 잘 떨지 않는 그녀였기에 그 열받고 짜증나는 순간마저 결국에는 좋은 기억이 되어 추억으로 남았다.

 

 도도하고 강렬했으며 당당했다.

 그녀는 나의 고양이였고 나는 그녀의 동반자였다.

 그랬기에 나와는 상의도 없이 선을 보고 식을 올린다며 외국으로 도망치듯이 짐을 챙겨 그녀가 떠나 사라져 버렸을때 조차 납득하고야 말았다.

 연결되지 않는 전화를 붙들고 하도 울어 퉁퉁부은 얼굴이 되어서도 '아아 정말 그녀답구나' 하고 바보처럼, 호구처럼 생각해버리고 마는 내가 미웠다.

 

 두번째로 치밀어오른 감정은 역시나 분노였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여길 다시 찾아와?

 얼어붙은 입안에서 한이 어린 말들이 맴돌았다.

 뇌가 얼어붙어버렸지만 생각은 필요없었다.

 몸은 내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고 내 오른손은 그녀의 얼굴을 후려갈기기 위해 움직여주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결국에 그녀를 후려치지 못했다. 그녀에게 과거의 감정이 남아서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에 숨어있는 어린 아이 두명의 존재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몇살이나 됬을까? 아이를 많이 볼 기회가 없어서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아주 어렸다. 볼이 통통했고 피부가 예뻤으며 머리카락이 가늘었다.

 남자아이였다. 생김새가 서로가 같은 쌍둥이형제는 그들의 어머니의 옷자락을 당기면서 슬쩍슬쩍 나를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반쯤 들어올라간 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내겐 분명한 권리가 있었지만 아이의 앞에서 어머니를 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에 그녀가 이것을 계산하였더라면 참 비겁한 계산이라고 생각헀다. 약았고 치졸한 행위다.

 그리고 나는 정말 못고치는 바보였다.

 

 나는 힘없이 문을 넓게 열어 그들을 '우리'들의 집으로 맞이했다.

 우리에 그녀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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