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우리가 모르는 고양이
작가 : 마스트
작품등록일 : 2017.5.24

고양이의 꼬리가 살랑거릴때 좋지 않은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고양이의 하루.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작성일 : 17-06-04 12:0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35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시간에 나와 또다른 고양이, 그리고 비식 오라버니는 고양이교실를 함께 구경했다. 아침 두번째 시간에는 비식오라버니가 담당하는 수업을 참관하였다. 비식 오라버니는 여전히 능숙한 먹이감역할을 소화해냈고 그를 쫓던 고양이들 중 단 한마리도 그를 잡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쓰게 웃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나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태양이 유난히도 높아보이는 것을 알수있었다.

 비식 오라버니는 지금이 오후를 넘겼기때문이라고 내게 가르쳐주었지만 오전과 오후는 내겐 영 알수없는 개념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내 옆의 갈색줄무늬 고양이게도 눈치를 줘 봤지만 그 역시 특별히 이해하는 눈치는 아닌듯했다.

 

 비식 오라버니가 멍청한 고양이라며 깔깔웃자 코로 그를 슬쯕 밀어 배가 보이도록 몸을 뒤집어 주었다.

 

 오늘 우리는 산에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비식 오라버니를 내 목위에 태우고 계단이 깔린 산의 입구를 우리는 오르기 시작했다. 나와 줄무늬고양이는 누가 더 먼저 쉼터에 오르는지 내기를 했다.

 간발에 차이로 내가 이겼다. 나는 달리면서도 혹시나 비식 오라버니를 떨어뜨리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경주가 시작하고 나서 나는 굳이 눈길을 돌려 목뒤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비식오라버니는 깔깔깔 웃으면서 더빨리 달리라며 내 목덜미를 꾹꾹 누르는 그의 작은 뒷발 감촉을 계속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햇빛을 피해 녹색이 유난히도 많은 숲속을 우리는 질릴때까지 거닐고 뒹굴었다. 목이 마르면 약수터의 물로 목을 축였고 배가 고프면 비식 오라버니가 골라주는 나무열매들을 받아먹었다.

 실컷 놀고 집에 돌아왔을때 해는 많이도 기울어져 있었다.

 철문아래의 고양이용 출입구를 통해 방안으로 들어갔지만 인기척은 여전히 없었다.

 나는 출출한 배를 채울만큼의 사료를 그릇속에서 쓸어먹고는 방을 가로질러 거닐었다.

 작은 소파가 놓여있는 오른쪽 바닥에는 깔개가 하나 납작하게 누워있었다. 나는 그위에 내 몸을 틀고 엎드려 누워 눈을 감았다.

 나는 그대로 푹 잠에 들었다.

 

  * * *

 

 나는 고개를 든다.

 띵 하고 즐겨 듣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거렸기에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엘리베이터의 소리는 물론 언제나 같았다.

 투벅 투벅..

 무거운 구둣소리에 나는 고개를 도로 내렸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떠 창밖을 바라본다. 진한 주황색에 물들은 가구들, 그중에서 깔개위에 꽈리를 틀듯 몸을 꼬아 엎드려 있었기에 내 털들도 주황색이었다.

 

 몇시나 되었을까? 벽에는 큼지막한 둥근 시계라는것이 걸려있었지만 고양이에게 시계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다. 고양이는 시계를 볼줄 모르니까.

 

 나는 문득 비식오라버니의 말이 떠올랐다.

 

 "이 만물을 빚은건 진흙쟁이란다."

 비식오빠는 종종 내게 어려운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한번은 그가 내게 이 세계의 시작을 알려준적이 있었다.

 

 "진흙놀이를 좋아하는 아이같은 진흙쟁이는 점토를 빚어 그릇을 만들듯이 우리가 딛고 있는 별을 만들었고 나무를 만들었고 또 우리 짐승을 만들었지"

 나는 당시에 "왜 우리를 만들었는데?"라고 되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 아이가 그렇듯이 재미가 있었으까 열심히 만들었지.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는 딱 알맞은 존재란다."

 "알맞은 존재란건 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나지는 않았다는 뜻이야. 너무 오래살지 않게, 너무 많은것을 느끼지 못하게, 너무 많이 알지 못하게, 너무 사랑하지 못하게......"

 

 그의 말을 적용하자면 고양이가 시계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일일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기때문일테다.

 확실히 그의 말을 틀리지 않았다. 우리 고양이는 냄새로 시간을 알았고 온도로 계절을 알았으며 소리로도 필요한 시간을 알아낼수있는 많은 재능을 지녔으니깐.

 굳이 시계를 볼 능력까지는 필요가 없었던 게다.

 

 "사랑은 왜?"

 "너무 사랑한다면 견딜수가 없거든. 함께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떨어지기라도 하면 안절부절로 미치고 말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견디지 못하게된단다."

 

 나는 그 시절에 비식오라버니와 나누었던 대화를 이어서 떠올렸다. 당시의 나는 아직 많이 어린 고양이였다. 그래서 그의 말을 반절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얼추 그 의미를 알것 같다.

 

 또각또각

 

 가벼우면서 묘하게 무거운것같은 역설적인 소리가 내귀에 잡혔다.

 접혔던 내 귀가 다시한번 번쩍 솟아올랐다.

 구두가 자아내는 소리는 아주 작게 시작하여 점점 크게 부풀어 오른다. 이 소리는 분명 잘 내가 알고 있는 소리였다.

 

 나는 확신을 했다.

 

 나는 깔개위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편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털을 세우면서 입을 쫙 벌려 졸음기를 토해냈다.

 빠르지는 않지만 리듬있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바닥을 딛어 철문이 바로 앞에 보이는 지정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는 언제나 그렇듯이 둥글게 몸을 틀어 누웠다.

 

 고양이는 시계를 볼줄 모른다. 굳이 저 둥글거나 네모나게 각진 것에 기대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수많은 형태없는 시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내가 모든 시간들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

 뜨거웠던 햇살도 기세를 잃어 공기에서 쌀쌀한 냉기가 섞인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시간.

 이 방의 주인이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돌아오는 시간

 내가 가장 사랑을 느끼는 시간.

 

 구둣소리는 이윽고 문 앞에서 멈추었다.

 달칵 거리는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쇠가 맞물려 알맞게 돌아가고 문 너머의 문고리가 비틀어진다.

 그리고 예상했듯이 무거운 철문은 안에서 밖으로 끼익 열렸다.

 문이 열리면서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녀의 냄새를 맡을수가 있었다.

 

 화장품향으로 본연의 냄새를 덮어버린 아침과 저녁의 냄새를 달랐다.

 줄어든 화장품의 향과 함께 그녀의 냄새가 달콤한 땀냄새와 함께 섞인 오묘한 그 체취를 나는 싫어할수가 없었다.

 아침냄새처럼 상쾌하지도 않고 맛난 생선의 비린내처럼 군침도는것도 아니면서 왜 좋아하고 마는 것일까?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비식 오라버니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그녀가 손을 뻗는다. 나는 그 손길을 저항하지 않는다.

 그녀가 내게 말을 걸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웅얼거려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나쁜 말도 아닐텐데.

 그녀가 나를 품에 안는다.

 보통이라면 한번 등을 쓰다듬는 그녀였다. 품에 안으면 옷에 털이 달라붙는다나 뭐라나?

 하지만 오늘 그녀는 나를 꽉 품에 안고 팔을 둘러주었다.

 그녀의 품은 따뜻했다. 동시에 내가 싫어하지 못하는 그 냄새가 확 풍기는것을 느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는 그녀의 사랑을 단 한번도 확인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그것도 모르겠다. 내 사랑역시 확인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다만 몇가지는 알것만 같다.

 

 그녀의 오늘 하루는 결코 순탄치 못했음을.

 이렇게 나를 꽉 안지못하면 견디지 못할정도로 나약해지고 말았음을.

 나는 눈치가 없는 고양이가 아니다.

 그녀의 얼굴이 내 털속에 파묻히는것을 나는 구태어 거부하지 않았다. 어깨가 슬며시 떨리는것도 모른채 하기위해 고개를 슬쩍 돌렸다.

 강하지 못한 인간. 약한 인간같으니.

 나는 내 꼬리를 말아 그녀의 팔 위에 얹는다.

 

 조금 배가 고프지만 참기로하자.

 그녀도 배가 고프면 알아서 나를 놓아 주겠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기억속의 검은 고양이 2017 / 8 / 27 251 0 4840   
7 기억의 시작 2017 / 7 / 2 269 0 6017   
6 고양이 술래잡기 2017 / 6 / 6 267 0 4984   
5 고양이의 하루.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2017 / 6 / 4 266 0 3512   
4 쥐와 고양이 2017 / 5 / 29 252 0 4233   
3 고양이 교실 2017 / 5 / 25 266 0 6980   
2 고양이 두마리 2017 / 5 / 24 293 0 2291   
1 고양이 한마리 2017 / 5 / 24 431 0 29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아한 세계에서
마스트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